-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에서 500명 넘게 숨졌다고.


지난 8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공격하기 시작한 이래, 14일째인 21일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500명을 넘어섰다. 대부분이 민간인이다. 20일에는 가자시티 동쪽 셰자이야 한 마을에서만 하루 새 62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번 공격이 시작된 이래 최악 참사인 셰자이야 학살을 맹비난했다. 아랍연맹은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전쟁 범죄’라고 비판하고 즉각 공습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현장의 모습이 굉장히 참혹했다던데.


외신들이 ‘피의 일요일’이라 명명한 학살의 현장은 굉장히 처참했다고. 마을은 완전히 폐허로 변했다. 구부러지고 찢겨나간 나뭇가지엔 아이들 신발이 걸려있다. 아파트가 통째로 불타고, 길에는 주검들이 흩어져 있다. 숯처럼 불탄 시신도 있다. 골목 한쪽에선 “아버지가 건물 안에서 죽어가고 있다”며 한 여성이 절규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 와중에도 구호활동을 하던 구호요원 푸아드 자베르와 팔레스타인 기자 할레드 하마드도 현장에서 숨졌다. 


팔레스타인 온라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가자시티 내 시파병원 시신안치소의 모습을 전했다. 실종된 가족을 찾으러 온 주민들은 앰뷸런스가 들어올 때마다 몰려들어 시신을 확인하느라 아수라장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 초반에만 해도, 지상군 투입까지 과연 갈까, 대량살상이 벌어질까 반신반의했는데 또 이런 일이 일어났다. 비난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고.


이스라엘이 ‘프로텍티브 에지’라는 이름으로 이번 공격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또 다시 이런 대규모 살상극을 벌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국제사회는 늘 반복되는 중동 분쟁에 개입하길 꺼렸다. 지난 9일 인터넷매체 더와이어는 “이번 공격에서 이스라엘에는 새로운 무기가 있다. 바로 ‘세계의 무관심’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자지구가 내려다보이는 스데롯 언덕에서 박수를 치며 공습을 구경하는 이스라엘인들의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스라엘의 행태에 비난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 규탄시위가 열렸고, 일부는 유혈 충돌로 이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셰자이야 학살 후 ‘양측의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에는 자위권이 있다”며 사실상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승인했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뒤늦게 민간인 대량 사망에 유감을 표했다.


-당초 충돌이 시작된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소년들의 납치살해사건이었는데 왜 이렇게까지 번진 건지.


지난달부터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동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유대인 ‘정착민’들과 아랍계 주민들 간 마찰이 심해졌다.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땅을 빼앗아 만든 점령촌, 이른바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마을들 사이사이에 밀집해 있다. 주민들 간 충돌이 쉽사리 점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대인 소년 3명이 납치·살해됐고, 이어 팔레스타인 소년 1명이 끔찍하게 보복살해를 당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타르대학 아랍전문가 라르비 사디키는 알자지라방송 웹사이트 기고에서 “아이들의 연쇄적인 죽음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것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지적. 이번 사태는 팔레스타인 곳곳에 정착촌을 확대해온 이스라엘의 정책, 가자지구의 숨통을 죄는 이스라엘의 봉쇄 등이 가져온 ‘논리적인 연쇄’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가자지구는 소년들의 잇단 납치사건과는 관계가 없었다. 특정 사건에 대한 보복이라기보다는 세계의 무관심, 그리고 미국의 이스라엘 편향정책이 ‘피의 일요일’을 부른 셈이다.


-5년 전에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이 있었고... 이런 비극이 번번이 반복되는 듯.


1948년 이스라엘의 국가수립을 팔레스타인인들은 ‘알나크바(대재앙)’라 부른다. 재앙은 이들의 땅을 빼앗고 세워진 이스라엘의 건국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서방의 돈과 무기를 지원받은 이스라엘의 극우 민병대는 팔레스타인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대량살상을 저질렀고, 군과 국가기구를 총동원한 학살도 수시로 일어났다. 


1982년 레바논 사브라·샤틸라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벌어진 학살은 대표적인 예다. 훗날 이스라엘 총리가 된 아리엘 샤론 당시 국방장관의 승인 아래, 유대 민병대가 난민촌에 들어가 살육전을 벌였다. 이스라엘 추산 800명 가량이 숨졌지만 팔레스타인 측은 3000명 넘게 학살됐다고 주장한다. 이 일로 샤론은 군복을 벗었지만 곧 주택건설부 장관으로 자리를 바꿔 정착촌 건설을 강행했다. 샤론은 2000년 팔레스타인인들의 ‘인티파다(봉기)’를 의도적으로 유발한 뒤 대립 분위기를 틈타 총리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이스라엘이 여러 살상무기를 썼다는데.


2008년말~2009년초 이스라엘의 ‘가자전쟁’ 때에는 1400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유엔이 금지한 화학무기인 백린탄과 집속탄을 대거 사용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몇몇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이번에도 백린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이번에 이스라엘은 첨단무기 아이언돔과 집속탄의 일종인 ‘플레솃탄’ 등을 동원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무기시험장’으로 쓰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교전 과정에서 이스라엘군도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태가 어디로 갈지.


셰자이야 공격 과정에서 이스라엘군도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숨진 병사 가족들에게 “이번 작전이 더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 지는 알 수 없다. 


이스라엘이나 가자지구 무장조직 하마스 양측 모두, 더 이상 유혈사태가 커졌다가는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하마스는 외부세계와 통한 유일한 통로인 이집트 접경지대의 땅굴들이 지난해 이집트 측 군사작전으로 대부분 봉쇄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도 셰자이야 학살 이후로는 ‘하마스의 로켓공격에 맞선 정당방위 차원의 군사적 대응’이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할수 없게 됐다.


-그럼 휴전 협상이 성사될 수도 있을까.


앞서 이집트가 내놓은 휴전안은 하마스가 거부했으나, 카타르의 중재로 20일 휴전협상이 재개됐다. 이집트의 새 정권보다 훨씬 더 하마스와 친화력이 있는 카타르를 통해 중재안이 나올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카타르가 하마스에 자금을 지원해 숨통을 틔워주고 미국이 중재하는 형식으로 휴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휴전을 이끌어내려는 미국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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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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