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사이에는 국경을 넘어와 불법체류하는 멕시코인을 혐오하는 표현이 꽤 있다. 멕시코인들은 왜건 승용차에 가족들을 태우고 심야에 경비병들이 잠든 틈을 타 국경을 넘곤 한다. 미국인들은 이른바 ‘개구멍 루트’를 통해 국경을 넘는 멕시코인들을 ‘못된 곤충떼’라고 힐난한다. 멕시코의 리오브라보강을 건너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인들은 ‘추악한 악어떼’로 불린다.

 

하지만 우호적 표현도 있다. 부모 세대들이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것과 달리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와 성장한 멕시코 청년들을 ‘드리머(Dreamer)’로 부르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려는 사람이란 뜻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2년 행정명령으로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다카)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처음 ‘드리머’로 지칭했다. 다카는 16살이 되기 전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해 최소 5년을 거주하며 재학 중이거나 취업한 30세 이하 청년에 대해 추방을 유예하는 제도다.

 

팀 쿡 미국 애플사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카는 위헌”이라며 폐지를 결정하기 하루 전인 지난 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쿡은 “애플에는 250명의 드리머가 근무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지지한다. 그들은 미국의 가치에 기반을 둔 동등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썼다. 아마존·페이스북·구글·MS 등 주요 기업 CEO 400여명도 행정부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인력의 72%가 드리머다. 다카를 폐지하면 미국 경제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드리머들이 미국경제를 지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 주역이란 뜻이다.

 

다카 수혜자는 80만명으로 추산된다. 한인 청년도 1만~1만5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다카 폐지로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오바마는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카 폐지는 잔인하고 자기 파멸적인 행위다. 미래가 밝은 청년들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다카 폐지 결정을 강력 비판했다. 훗날 미국 역사 교과서에는 “2000년대에는 드리머들의 꿈을 지켜주려 했던 대통령과 그 꿈을 무참하게 짓밟으려는 대통령이 있었다”고 기술돼 있지 않을까.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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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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