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그랬듯 미국과 중국 간에도 정보 유출이 종종 논란거리로 등장한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후 미 정보 당국은 참석자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보안점검을 실시했다. 중국 쪽이 정보를 빼내간 낌새가 감지된 탓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미 고위 당국자의 일화도 도청 의혹을 뒷받침한다. 그는 호텔 방의 카드키가 작동하지 않아 자주 바꿔야 했다. 그리고 그 키를 미국으로 가져가 살펴보니 마이크가 내장돼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우정의 핀’을 선물하자 수행원 중 아무도 달지 않았다. 중국의 도청 능력에 대한 공포가 낳은 해프닝이었다.

 

‘세기의 담판’인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 싱가포르에서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데다 회의 장소가 중국의 뒷마당이다 보니 미국이 보안에 신경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 언론들도 이번에는 유달리 정보전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당국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보안을 요하는 대화를 나눌 때 반드시 휴대전화를 끄라는 지침을 내렸다. 심지어 꺼진 휴대전화도 중국이 해킹할 수 있다며 배터리를 분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특기인 미인계에 경계령이 내려진 것은 물론이다.

 

미국이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의 도청만이 아니다. 미 프린스턴대 역사학자 줄리언 젤라이저 교수는 트럼프가 유의해야 할 4가지 중 하나로 기밀유지를 꼽았다. 중·소와 데탕트를 일궈낸 리처드 닉슨과 로널드 레이건처럼 진짜 제안은 마음속에 품으라며 “이번만큼은 트윗 남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트럼프가 보안 장치가 없는 일반 스마트폰을 쓰는 것도 걸리지만, 협상의 민감한 부분까지 트윗에 날릴까봐 걱정한 것이다.

 

스파이가 캐낸 정보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말은 과장이다. 독일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눈치채고도 막지 못했다. 정보 분석가들은 독일이 역정보에 당했다고 하지만 나치 멸망은 시대정신의 결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로지 70년 묵은 적대 관계 해소만 염두에 두고 담판하면 된다.

 

<이중근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