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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서 지도자를 뜻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칼리프와 술탄이다. 흔히 칼리프는 종교지도자, 술탄은 정치지도자로 통한다. 칼리프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 사후에 그를 대리하는 인물에게 부여된 칭호다. 술탄은 칼리프가 통치하는 지역의 통치자를 의미하며, 칼리프보다 나중에 등장했다. 다시 말하면 술탄을 임명하는 지위에 있는 자가 칼리프다. 그러나 오스만제국(1299~1922) 시기 두 지위가 역전됐다. 이때부터 술탄은 이슬람 최고 지도자를 뜻했다. 보통은 1922년 터키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에 의해 무너진 오스만제국의 군주를 의미한다. 623년 동안 36명이 이 칭호를 받았다. 오스만제국이 무너지면서 술탄이라는 용어도 사실상 사라졌다. 지금은 오만과 브루나이가 정부 형태로 술탄제를 유지하고 있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의 일부 부족 지도자들이 술탄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국민투표로 대통령 권한 강화 개헌안이 통과된 16일(현지시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 사진)이 이스탄불의 정의개발당 본부에서 승리선언을 하자 한 여성 지지자(오른쪽 아래 사진)가 환호하고 있다. 반면 이스탄불 광장에서는 개헌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항의시위를 했다. 이스탄불 _ EPA연합뉴스

 

21세기 들어 두 용어가 부활했다. 우선 칼리프였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주인공이다. IS는 2014년 6월 칼리프가 통치하는 국가건설을 목표로 내세우고,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칼리프로 추대했다. 술탄은 지난해부터 터키에서 본격적으로 회자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군부의 쿠데타를 좌절시킨 뒤 비상사태를 선포할 때 술탄 부활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제왕적 대통령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터키 헌법 개정안이 16일 국민투표에서 가까스로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에르도안은 의회 해산, 총리직 폐지, 사법부 장악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릴 수 있다. 그가 2029년까지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2003년부터 총리 3선을 거친 그는 이미 2019년까지 대통령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다. 세계는 곧 21세기 술탄의 등장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에르도안은 그동안 모스크 건설, 히잡 사용 확대, 이슬람 학교 활용 등 종교적 색채를 강조하는 정책을 강요해왔다. 그가 앞으로도 시대착오적인 성속(聖俗) 일치를 강행한다면 1923년 탄생한 터키 공화국은 94년 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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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