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사상자 없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 즉 ‘노 캐주얼티(no casualty)’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1993년 소말리아 민병대가 추락한 미군 헬기 조종사의 시신을 끌고 다니는 장면이 방영됐을 때 미국인들의 충격과 분노는 극에 달했다. 분노는 적군뿐 아니라 정부까지 겨냥했다. 이란 주재 미대사관에 갇힌 인질 구출에 실패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다. 미군이 전쟁 중 자국 민간인들을 안전한 장소로 소개하는 것은 중요한 작전이 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유사시 그 가족과 미국 민간인 20만명을 대피시키는 비전투원 후송훈련(NEO·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도 이런 차원에서 실시한다. 상·하반기 연중 두 차례 실시하는 이 훈련은 생각만큼 거창하지 않다. 용산 등 미군 기지에 책상 하나 가져다놓고 미군 가족들이 소개에 필요한 서류를 제대로 갖췄는지 등을 점검하는 게 전부다. 한국에 새로 배치된 미군 가족에게 철수 시 절차와 행동 요령을 숙지시키는 것이 훈련의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따금 자원자를 받아 평택기지에 집결시킨 뒤 항공기로 부산 또는 일본으로 소개한다. 지난해 북핵 긴장 고조 시 일본 요코다 공군기지로 대피 훈련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 7년 만의 해외 소개 훈련으로 새로울 것은 없었다. 

 

주한미군이 다음달 16일부터 닷새 동안 이 훈련을 실시한다고 미군 기관지 성조지가 보도했다. 훈련 시기와 내용이 미묘한 것은 사실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데다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기간이 겹친다. 게다가 미국인 100명을 처음으로 미국 본토까지 철수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주한미군에서 40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영규 공보관은 “새삼스러울 게 없는 훈련이다. 너무 과장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대북 경각심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곧 전쟁이 날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할 일은 아니다. 북한이 ‘북침 연습’이라고 주장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는 연례 행사라고 하면서 미국인 철수 훈련은 전쟁의 전조라고 하는 이중적 태도는 곤란하다. 지난해처럼 주한미군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는 식의 가짜뉴스로 시민 불안을 조장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중근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