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가 이끄는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나치)은 집권 반년 뒤인 1933년 7월 ‘유전적 결함을 지닌 자손의 예방을 위한 법률’을 시행했다. 이 법으로 37만5000여명이 강제로 단종수술을 받았다. 1935년 9월에는 유전성 질환, 정신착란, 결핵, 성병환자의 결혼을 금지하는 ‘뉘른베르크 법’이 시행됐다. 이도 모자라 1939년부터는 ‘안락사’라는 이름의 장애인 집단학살이 시작됐다. 안락사 대상 장애인들은 회색버스와 밴에 실려 브란덴부르크 등에 위치한 안락사 센터로 이송됐다. 1941년 8월까지 최소 7만여명이 샤워실로 위장된 가스실에서 일산화탄소를 마시고 죽어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대량학살에 동원된 가스실의 원조다.

1940년 5월 유럽대륙의 중앙부인 폴란드 오비시엥침에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수용소가 세워졌다. 처음 사용된 살인무기는 자동차 배기가스였다. 엔진의 배기가스가 차량 내부로 유입되도록 한 밀폐트럭에 태워 소련군 포로와 공산주의자들을 질식사시켰다. 가스실 처형이 시작된 건 1941년 9월부터다. 공기와 접촉하면 맹독성 청산가스로 바뀌는 시안화계 화합물 ‘치클론-B’를 가스실에 주입해 학살했다. 단 50g의 치클론-B로, 5000명을 학살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42년부터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본격화되면서 유럽 각지에서 추방된 유대인들이 아우슈비츠로 밀려들었다. 하루 최고 9000여명이 독가스실에서 숨졌다.

최근 독일의 자동차 업체들이 인체를 대상으로 가스실 실험을 한 사실이 밝혀져 독일과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들이 지원하는 로비단체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이 건장한 젊은 남녀 25명을 매주 1회, 3시간씩 한 달간 질소산화물이 포함된 디젤 배기가스를 마시도록 한 뒤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실험에 동원했다고 30일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독일차 업체들은 인체실험을 하는 줄 몰랐다고 발뺌하지만 독일 정부가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과거 독일의 가장 어두운 역사로 남은 끔찍한 나치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논평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철저하다는 독일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놀라울 뿐이다.

<서의동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