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이비리그 학교를 다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자주 한 말이다. 멍청하지 않고 똑똑하다는 것을 반대자들에게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는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스쿨 출신이다. 뉴욕에 있는 포드햄대를 다니다 3학년 때 편입해 1968년 졸업했다. 와튼 스쿨은 우리에게 MBA 과정이 유명한 비즈니스 스쿨로 알려져 있다. 시카고대·컬럼비아대·하버드대·노스웨스턴대·MIT·스탠퍼드대 비즈니스 스쿨과 함께 M7으로 불린다. 그런데 와튼 스쿨에는 MBA 과정만 있는 게 아니다. 학부(경제학) 및 박사 과정도 있다. 트럼프는 학부를 마쳤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와튼 스쿨 졸업생임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그의 장남 트럼프 2세, 딸 이방카와 티파니도 와튼 스쿨을 나왔다. 트럼프의 위의 말은 “나, 와튼 나온 남자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대 나온 여자’의 미국판쯤 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확대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_ 연합뉴스

 

트럼프의 와튼 스쿨 출신 발언은 졸업생·교수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지난해 대선 때 와튼 스쿨 졸업생 수천명이 트럼프를 반대한다는 공개편지에 서명한 적이 있다. 트럼프의 이슬람 혐오와 성폭력 발언에 대한 반대 표시였다. 지난달에는 와튼 스쿨 교수가 학교의 교육관을 트럼프가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트럼프는 와튼의 교육을 지성과 사업 감각의 증거라고 하는데, 우리 학교는 책임감과 의무를 포함한 전문가 및 도덕적 가치를 옹호해왔다.” 트럼프에게 와튼 출신이라고 이름 팔지 말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2011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학력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을 하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문제학생인데, 어떻게 컬럼비아대에 들어가고 하버드대에 진학할 수 있었을까.”

 

“오, 와튼 스쿨! 똑똑한 분.”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 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미국 측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이야기하겠다고 하자 트럼프가 던진 농담이라고 한다. 장 실장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형적인 외교적 언사이지만 언제나 와튼 출신임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는 성격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은 아닐까.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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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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