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도 서울에 거의 모든 힘이 몰려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 간사이 지역의 중심인 오사카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도 도쿄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세력을 갖고 있다.

일본 정계는 현재 수도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 1당이 거의 장악하고 있지만, 오사카는 다르다. 오사카는 현재 유신당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지배하에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오사카부 지사와 오사카 시장 자리를 옮겨가면서 오사카의 행정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지난 1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이 41개 광역의회 가운데 40개 의회에서 제1당을 차지했지만, 오사카부에서만은 유신당이 제1당 자리를 차지했다.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시장에게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두 사람 모두 일본에 불리한 과거 역사를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등의 강한 보수·우익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주변에 ‘사고뭉치’들이 많은 것도 비슷하다. 요즘 일본 정계에서 이른바 ‘사고 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시장 주변 인물이다. 아베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여성정치인 나카가와 유코 중의원은 최근 동료 남성의원과 거리에서 키스하는 장면이 주간지에 보도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치자금 비리 의혹으로 각료 자리에서 잇따라 물러난 정치인들도 모두 ‘아베의 사람들’이다.

몸이 아프다면서 국회에 진단서를 낸 뒤 남성 비서와 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유신당의 우에니시 사유리 의원은 이른바 ‘하시모토 칠드런’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최근 한 주간지는 계속 사고를 치고 다니는 ‘하시모토 측근들’의 명단을 보도하기도 했다.

도쿄와 오사카라는 양 거점을 배경으로 일본의 보수·우익 정치계를 이끌고 있는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시장의 또 다른 공통점은 현재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이루기 위한 ‘빅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아베 총리가 준비하고 있는 이벤트는 ‘개헌’이다. 그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을 바꿔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오사카부 산하의 오사카시를 없애고 특별구(區)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오사카도(都)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오사카도 구상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5월17일)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

일본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 총리(가운데)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오른쪽) _ AP연합


그러나 두 정치인의 이런 빅 이벤트는 국민(주민)들로부터 확실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이 찬성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누군가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에서 이들이 모색하고 있는 것은 ‘연대’다. 아베 총리는 올 들어 하시모토 시장의 오사카도 구상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고, 하시모토 시장은 개헌에 대한 협력 의사 표명으로 화답했다. 양측의 이런 연대 움직임에 대해 ‘묻지마식’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양측 모두에 큰 힘이 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하시모토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오사카도 구상이 아베 총리의 도움 속에 성공을 거둘 경우, ‘아베·하시모토 연합군’은 바로 개헌을 향한 진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감이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의 협력이 바로 개헌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두고봐야 안다. 그러나 일본의 양대 거점을 지배하고 있는 우익 정치인의 결합은 이미 브레이크를 상실해 가고 있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더욱 재촉하고, 우익 세력의 외연을 확장시킬 것이 틀림없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오사카도 구상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희일 도쿄 특파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