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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이 두 사람은 국적이나 직업에서 별 공통점이 없지만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의 전 지구적 파급력과 대안적 전망의 제시라는 차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특히 지금 이곳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이들이 전하는 단순하면서도 일관된 메시지, 그리고 우직한 실천은 경제 영역의 단기적 변화나 향후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2013년 교황의 자리에 오른 프란치스코는 자신의 연설과 인터뷰를 통해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다”라는 메시지를 꾸준하게 전달하고 있다. 오늘날의 경제적 불균형은 시장의 절대적 자율성과 투기매매를 장려하고 국가가 공동선을 위한 감독을 방임하는 이데올로기에서 기원한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보이지 않는 폭정에 법이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다고 일갈한다.

교황은 2014년 여름 방한해, 정치·경제·사회의 영역에 뿌리내린 모순에 관해 솔직하게 발화해 우리 사회에도 큰 반향을 주었다. 특히 교황의 세월호 유가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와 관심에서 대중은 무책임하고 성찰성이 결여된 지도자와 리더십의 부재를 보상받고, 한시적이나마 일종의 힐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달 초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인 샌더스 상원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0.3%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뒤졌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힐러리에게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어 열린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이러한 샌더스의 선전은 누구도 예상 못했고 3월 초 이른바 ‘슈퍼 화요일’로 승부를 미뤄지게 했다. 처음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정치적 기반이나 자금, 이름도 없던 샌더스가 아이오와 코커스 후 지지자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이는 미국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혁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 경선, 그리고 미국 대선의 결과와 무관하게 샌더스의 약진이 의미심장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첨병이자 새로운 형태의 제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비주류 정치인이 정치경제적 주류, 그리고 이와 공모관계에 있는 주류 미디어에 보낸 경고 메시지와 이에 대한 대중의 화답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_연햡뉴스

이러한 샌더스의 돌풍은 SNS와 구전 홍보에 의존하는 특유의 선거운동이나, 힐러리가 장관 시절 기밀 정보가 포함된 공무 수행에 있어 개인 e메일 계정을 사용했다는 등 상대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 즉 선거공학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또 이는 단순히 선거유세에 모인 사람들의 수나 규모, 지지율만으로 설명되기도 어렵다. 네바다 여론조사에서 40%포인트 이상 앞서던 힐러리가 4%포인트라는 차이로 신승한 것은 보수 언론들이 규정하는 ‘샌더스의 패배’와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변화는 샌더스에 대한 열기와 지지 방식이 여느 정치인의 그것과는 확연히 구별된다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정치 실험은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억만장자의 캠페인이 아니라 국민들이 후원하는 캠페인”이며 “우리가 피부색이나 성, 성적 취향, 국적에 관계없이 함께할 때 이루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샌더스가 말할 때 대중은 이를 선거용 레토릭이 아니라, 40년이 넘는 정치 여정에서 그가 보여준 일관된 메시지와 실천, 좋은 사회에 대한 밑그림과 비전, 이를 견인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으로 보고 있다.

샌더스는 돈의 힘에 좌우되는 경제와 정치 시스템의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고, 보편적 의료보험, 최저임금 인상 등 대다수 미국인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삶의 문제를 용기 있게 발화해왔다. 일례로 그는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금융자본주의와 대기업의 폐해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대형 캠페인 기부자들의 영향력이 막대한 부패 선거 시스템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 모두 신자유주의와 국가의 공모로부터 비롯된 구조적 폐단의 근본적 해결보다 이러한 모순이 낙수효과 등 그럴듯한 담론으로 정당화되고, 종국엔 거대한 폭력이 되어버리는 현상을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 이들을 급진적이거나 과격하게 묘사하는 미디어와 평자들은 보통 사람들이 처한 피폐한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거나 그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새로운 정치와 사회를 상상할 수 있는 지적, 실천적 전망과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프란치스코의 건강과 샌더스의 성공을 기원한다.


류웅재 | 한양대 교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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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