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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소니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소니픽처스의 영화 <인터뷰>를 본 사람들은 ‘당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에서 본 사람들은 대략 우리 돈 6000원, 영화관에서 본 사람들은 1만1000원을 내고 두 시간 가까이 투자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 개봉을 둘러싸고 지난 한 달간 미국에서 벌어진 일들은 현실이라기보다 차라리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 같다. 애초 연말 개봉작들 사이에 명함을 내밀 수 없었던 수준 이하의 저질 코미디 영화가 ‘북한 지도자 암살’이라는 소재를 택하고, 마침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며 위협했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 수호라는 시민적 의무의 외피를 두른 채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것은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다. 매우 ‘미국스러운’ 또는 ‘할리우드스러운’ 모습이었다. 기자는 영화를 본 뒤 소니가 애초 개봉 철회 결정을 한 것이 의도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질 정도였다. 결코 이렇게까지 뜰 영화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연말 미국 내 최대 화제작이 됐다. 25일(현지시간) 개봉한 이 영화는 거의 전회가 매진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고 언론들이 무료로 광고해준 덕분이다.

24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공개된 소니픽처스의 영화 <인터뷰>. _ AP연합


복기해보니 소니는 별로 손해본 것이 없다. 영화 개봉 철회 직후 소니의 고문 변호사 데이비드 보이즈는 NBC 방송에 나와 이번 해킹 같은 사이버 공격은 국가가 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이번 사건은 국가안보 현안”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거론했다. 기업이 자기 비용으로 응당 책임져야 할 정문 앞 경비를 납세자들 돈으로, ‘군대’가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 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해 국가의 자원 배분을 더 늘릴 계획을 밝혔다.

이 영화 같은 현실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북한이다. 북한은 영화 제작 사실이 알려지자 기를 쓰고 개봉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은 영화 개봉을 막는 데 실패했고, 미국 내 이미지도 더 안 좋아졌다.

기자는 이번 사건이 ‘미국판 안보상업주의 소동’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소동의 승자는 소니라는 대자본과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해커들이다. 패자는 북한 정부와 휴일에 아까운 시간과 돈을 허비한 관객들이다. 영화 <인터뷰>의 표어는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한 것 같다. “이 무식한 미국놈들을 믿지 마십시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