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미국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취임 이후 자국 내에서는 물론 세계 곳곳에 갈등의 씨앗을 뿌려온 트럼프 폭주를 사법부가 잠정 무력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27일 이라크·시리아·이란·수단·리비아·소말리아·예멘 등 테러위험 이슬람권 7개 국적자의 미국 입국 및 비자발급을 90일 동안 금지하고, 난민 입국을 120일 동안 불허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항의 시위와 줄소송을 불러왔다. 워싱턴주는 지난달 30일 대통령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되며 워싱턴주의 경제와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수정헌법 1조는 “종교, 발언, 출판, 집회의 자유와 탄원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고 돼 있다. 시애틀 연방 지방법원 제임스 로바트 판사는 3일(현지시간) 이를 받아들여 행정명령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 800여명 중 한 명인 로바트 판사가 구두로 내린 결정은 이민 정책을 전면 뒤집었고, 영향력은 세계로 번졌다. 미국 복귀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던 이민자들은 물론 심장수술을 받으려다 거부된 생후 4개월의 이란 아기 파테메 레샤드도 미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됐다. 난민들도 미국 입국과 난민 지위 획득 기회를 다시 얻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 행정명령 중지 결정에 대해 “이 ‘소위’(so-called) 판사의 의견은 터무니없으며 뒤집힐 것”이라고 공격했다. 미국 법무부도 이번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며 연방 항소법원에 항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비정상적 조치는 잠정 철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의회와 법원을 거치지 않고 서명만 함으로써 법률 제·개정 효력을 내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남발해왔다. 대체로 외국인과 소수자에 차별·억압적이며 갈등을 유발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70세의 노판사는 향후 다른 행정명령도 송사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결정은 입법·사법·행정의 3권 분립, 특히 사법부 독립의 필요성을 웅변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통치 원리는 제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의회와 법원을 무시하며 일방통행할 수 없게 만든다. 이게 바로 민주주의의 힘이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