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동(東)구타 지역에서 지난 7일 화학무기 공격으로 수십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시리아 반군 활동가와 구조단체들은 최소 40명에서 많게는 100명이 화학무기 살포로 인한 호흡곤란 등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가 1000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제구호단체와 의료진이 공개한 영상에는 현지 건물 바닥과 계단에 어린이들을 포함한 시신들이 쌓여 있고, 입과 코에서 하얀 거품이 나오는 장면도 등장한다.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피해자들은 또 호흡곤란, 눈 화상 등의 증상을 보였고, 산소 부족으로 피부가 푸른색으로 변하는 청색증 증세도 나타난다고 한다. 아비규환의 참상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올해로 7년째인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무기로 인한 인명살상이 빈발하고 있다. 2013년에도 사린·염소 가스 공격 등으로 1400명이 숨졌고, 지난해 4월에도 반군 장악 지역인 칸 셰이쿤 지역에서 사린가스 공격이 발생해 8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2013년 9월 시리아 내 화학무기를 전량 폐기하기로 한 합의가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화학무기가 남용되자 세계는 수많은 희생을 초래한 데 대한 반성으로 1925년 사용을 금지하는 제네바 의정서를 채택했다. 1993년에는 화학무기의 사용은 물론 개발·생산·저장을 전면 금지하고, 폐기를 의무화하는 화학무기금지협약을 채택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인명살상을 위해 화학무기를 동원하는 만행이 계속되고 있다.

 

유엔은 이르면 10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화학무기 사태의 진상 조사를 위한 결의안 채택에 나설 계획이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사드 정권을 비호해온 러시아의 거부로 부결되면 미국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반군들이 동구타에서 철수하기로 정부군과 합의하면서 막바지로 접어드는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돌출한 화학무기 공격이 미·러 대결구도를 촉발시켜 사태를 더 꼬이게 할까 걱정스럽다. 미국과 러시아는 화학무기를 지구상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내전이 종식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