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국회 해산과 총선 일정을 발표하면서 일본이 선거 정국으로 돌입했다. 성장률 급락으로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봉착하자 민심을 묻겠다고 역공에 나선 것이다. 출혈이 있더라도 야당에 정권을 넘겨줄 만큼은 아니라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것이지만 경제 실정을 국회 해산으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도 커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아베노믹스의 한계 노정은 일본을 흉내 내는 한국에도 음미할 대목이 많다. 일본의 총선 돌입은 그제 발표된 3분기 성장률(-1.6%)이 계기가 됐다. 2분기 성장률(-7.3%)은 4월의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3분기 마이너스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아베 스스로도 “안타깝지만 좋지 않은 수치”라고 말할 정도다. 당장 돈 푸는 정책의 한계가 명확해졌다. 무제한 양적완화→엔저 유도→수출 대기업 이익 증가→임금 인상→내수 자극→경기확장의 선순환 예측도는 비용 증가를 우려한 기업이 임금 인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어그러졌다. 여기에 무역적자가 25개월째 지속되면서 엔저가 수출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전제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오히려 엔저는 수입 물가를 밀어올리면서 소비를 위축시키는 양상이다. 내수·중소기업도 엔저 후폭풍으로 고통받고 있다. 더구나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기업 경쟁력 전체를 갉아먹고 있지만 성장론에 밀려 지지부진한 상태다.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베 총리 (출처 : 경향DB)


총선의 직접 빌미가 된 소비세 인상 연기는 방만한 재정운영이 훗날 국가경제에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은 1990년 거품 붕괴 뒤 건설 위주의 단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늘어 1038조엔(약 1경)에 달한 상황이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2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베 총리는 기존 5%였던 소비세를 지난 4월 8%로 올린 데 이어 내년 10월 10%로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증세가 인기 없는 정책이고, 소비를 위축시키지만 후대를 위해 의미있는 시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결국 두번째 증세는 연기됐다. 증세를 강행하면 경기회복이 어렵다는 현실론을 앞세우지만 재정건전성을 위해 증세에 거부감을 갖는 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정권 유지를 우선한 정치인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이다. 일본경제의 침체는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기업 성장동력 부재 등 여러 경제사회적 요인에 선심성 재정투입 등 잘못된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다. 한국의 상황 역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문제는 돈을 쏟아붓고 기업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경제에서 배워야 할 것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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