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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촉발시킨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우방국인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등이 생산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자 상대국들도 무역보복 조치를 내놓고 있다. 국제사회 일각에선 대공황 이후 공고하게 구축돼온 자유무역 질서가 70여년 만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는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1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EU도 이날 WTO에 미국이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고율관세에 대한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양자 협의는 WTO가 분쟁에 개입하기 전 당사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로 최장 60일간 진행된다. EU와 캐나다, 멕시코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은 230억달러어치로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수입량(480억달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EU와 캐나다는 WTO 제소와는 별개로 미국에 무역보복 조치를 취할 것을 예고했다. EU는 철강·모터사이클·농산물 등 64억유로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캐나다는 7월1일부터 미국산 철강·알루미늄·맥주·농산물 등에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을 벌이고 있는 멕시코는 미국산 철강과 램프, 과일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도 철강 수입제한조치와 관련해 미국을 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앞뒤 가리지 않는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다자간 무역체계의 틀을 뒤흔드는 비이성적 행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는 있겠지만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와 물가급등, 일자리 창출 부진 등의 역효과를 낼 게 분명하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우방국가를 타깃으로 삼는 관세정책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는 등 미국 내에서도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를 통해 “연간 800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보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공정무역이 아닌 ‘바보 무역’ ”이라며 “미국은 무역전쟁에서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무역전쟁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물릴 수 있을지 조사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했다. 수입 자동차에 고율관세가 부과되면 연간 85만여대를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해온 한국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글로벌 무역전쟁 여파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설 수 있는 국제 공조체제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통상정책의 패러다임 전환도 절실하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