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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지난달 27일 워싱턴 카네기평화재단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동북아 문제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한·중·일 간 과거사 갈등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 한·중 지도자가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일본 때리기로 민족주의 감정에 불을 붙이는 경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교평론가가 그걸 지적하는 것과 미국의 고위 외교 당국자가 비판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더구나 한·중·일 간의 갈등 사안에 대해 한·중을 하나로 묶어 비판하며 일본 편을 드는 것은 발언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하나의 외교적 사건이다.

그는 민감한 외교정책에 관한 발언을 하면서 한·중의 일본 비판을 ‘도발’이라는, 편견이 배어 있는 단어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그는 일본의 퇴행적인 과거사 인식을 지적하는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갖추지 않고 미국 정부가 한·일 갈등을 보는 시각의 일단을 드러냈다. 게다가 그는 중국과의 대일공동보조에 신중했던 한국을 중국과 같은 편으로 밀어 넣었다. 일본이 아무리 아시아에서 미국을 대리하는 최고의 동맹이라 해도 그런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일본의 태도는 거론하지 않은 채 한·중 양국 비판으로 미·일 대 한·중의 구도를 만드는 게 과연 미국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익인지도 의문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장관실을 방문한 웬디 셔먼 전 美대북정책조정관을 접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동안 미국은 일본의 태도를 온건하게 지적했고, 아베 신조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마당에 미국이 이렇게 은근히 편들기까지 한다면 아베 총리가 뭐가 아쉬워서 과거사 태도를 바꾸겠는가. 미국이 미·일 동맹 때문에 과거사에 발목 잡힌 일본을 방치하는 한 아시아에서 미·일 동맹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동맹으로는 아시아 평화에도 기여하기 어렵다.

셔먼 차관의 발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비판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진의도 의심케 한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과거사 문제는 역사적 정의에 관한 문제인 것은 물론 한·일 관계의 올바른 미래, 한·미 관계의 발전을 위한 과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셔먼 차관의 발언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