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응을 두고 미·중 공조에 균열 조짐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잠잠하던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국 배치 문제가 부상했다. 한·미가 사드 배치의 특정 후보지를 두고 논의하는 단계이며 오는 10월 한·미안보협의회 이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의 경제적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서 정부가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드가 북핵 문제 해법으로 효용성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북 제재에만 올인하면서 자초한 결과다.

사드 문제에 불을 댕긴 건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의 지난 2일 발언이었다. 3~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에 앞서 “한국과 사드 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당초 한국 국방부는 사드가 한·미 국방장관 회담의 의제가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 4일 “사드 배치에 분명한 의지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처음엔 중국 눈치를 보다 미국 분위기를 읽어 태도를 바꿨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자 쑨젠궈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5일 “사드의 한반도 전개는 그들이 필요한 방어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중국군 고위 인사가 35개국 군 전문가가 참석한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반발의 강도를 읽을 수 있다. 한·미는 사드가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제한적 방어시스템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미국이 현시점에서 사드 문제를 꺼낸 것은 과연 사드의 한국 배치를 추진하는 근본적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북핵을 빌미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달 초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미국의 대중 봉쇄에 맞서 북한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왔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_AP연합뉴스


사드는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한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어서 사드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일이다. 동북아에서 미·중 간 전략적 균형을 깨면서 한반도 안보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이렇듯 심각한 사안임에도 정부는 미·중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북 제재 이행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어 정부가 대북 강경노선을 지속하는 한 중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오로지 북한을 옥죄어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사드가 초래한 아슬아슬한 미·중 줄타기 외교에서 벗어날 수 있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