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나아가 전 세계는 6번째 핵실험으로 한껏 높아진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즉각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결정,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제 트위터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언급한 뒤 “내가 한국에 말했듯,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북핵 대응책을 협의하기도 전에 평화적 해결을 주장한 동맹국을 공개 비판한 것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책임전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부인은 트럼프 강좌에 참석 한 후 북한 공격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의 한국 비판은 부적절한 수준을 넘어선 적전분열로까지 비칠 수 있는 심각한 전략적 실패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에서 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북·미 간의 일이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핵개발에 나섰고, 협상력 제고를 위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트럼프 자신도 미국의 역대 정권들이 북한을 잘못 다뤄 북핵 위기가 고조됐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할 일은 정책을 재점검하고 한국과 함께 북핵 문제를 풀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엉뚱하게도 북한의 핵실험 책임을 한국 정부 탓으로 돌렸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한·미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어 이득을 취하려는 북한의 전술에 놀아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들은 ‘협상가’ 트럼프가 북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보고받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금까지 보여준 북핵 대응은 실망스럽다. 군사적 해결 방안과 대화를 통한 해법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일관성을 잃었다. 북핵의 본질을 잘못 파악했을 뿐 아니라 자칫 호도하려는 태도마저 엿보였다. 북한의 도발 와중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언급한 것은 정상적인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 그의 잘못된 북핵 인식에 모험적 대응이 겹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북핵은 확고한 대북정책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접근해도 풀기 어렵다. 군사적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북한을 압박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려면 미국과 그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인식하는 게 먼저다. 트럼프가 진정 책임있는 지도자가 되려면 동맹국을 탓하고 엉뚱하게 압박하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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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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