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봉합되는 듯했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어 “무역법 301조에 따라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첨단 기술제품에 대해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기존 계획을 원래대로 실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중 협상단이 워싱턴에서 제2차 무역협상을 벌인 뒤 지난 19일 합의한 ‘상호관세 부과 보류’ 방침을 열흘 만에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다음달 15일 고율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을 공표하기로 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고율관세 부과 대상으로 바이오 신약·통신장비·항공우주·산업로봇·반도체 등 1300개 품목을 지목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또 주요 산업기술을 획득하려는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조치까지 내놨다. 아울러 중국의 차별적인 기술허가 요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기한 분쟁해결 절차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고, 기술이전을 막으려는 것은 중국의 이른바 ‘기술굴기’를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그동안 ‘중국 제조 2025’ 로드맵에 따라 인공지능·산업로봇·전기차 등 미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 기업의 첨단기술에 눈독을 들여온 게 사실이다. 백악관은 이날 고율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 ‘중국 제조 2025’ 로드맵과 같은 산업정책이 미국과 전 세계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담화문을 통해 “미국 백악관의 ‘책략성 성명’은 워싱턴에서 이룬 합의에 위배된다”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세계 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교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은 25%, 미국은 12%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산 중간재로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기도 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한국의 대중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는 미국이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총수출은 2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치밀한 대응 전략을 짜는 데 주력해야 한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편중되지 않는 통상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도 있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