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지 8일 만에 평양으로 돌아갔다. 최 비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만나 정치·군사·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에 합의했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은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만일 김정은 제1비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 먼저 회담을 한다면 북·중 및 북·러 관계의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북·러 관계 진전이 새로운 사건은 아니다. 1991년 한·러 수교로 최악이었던 북·러 관계는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완전히 회복된 바 있다. 2011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철도 연결 등 경제협력에 합의하는 진전도 있었다. 북한은 유류 100%, 생필품 90%를 의존하는 대중국 편향 관계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러시아의 경제 지원을 필요로 한다. 대미 협상력 제고를 위해서도 대러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러시아 역시 낙후된 극동 시베리아 개발과 한반도 영향력 확보를 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이런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가령 북·러간 가스관·철도 연결 합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를 연결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남·북·러 3각 협력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 수도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왼쪽)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오른쪽)과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회담을 갖기 위해 함께 걸어가고 있다. _ AP연합


그러나 그 반대도 가능하다. 러시아가 북한을 오도하고, 북한이 러시아의 잘못을 뒷받침해줌으로써 양측의 실패를 상호 정당화해줄 수도 있다. 이번에 러시아는 북핵 및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 편을 들어주었다. 북한은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 개입으로 국제적 고립 상태인 러시아의 응원군을 자처했을지 모른다. 북한은 북핵과 인권 침해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각각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국제적 고립 상태에 처해 있다.

그 때문에 두 나라의 협력이 각각 자국의 실책을 정당화하고 국제적 규범에 맞서는 동맹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북한은 대러 관계가 남북관계는 물론, 대중 및 대미 관계를 대신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러 모두 한반도 평화, 동북아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협력관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