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트럼프는 어제 트위터에서 “틸러슨에게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린 글에서는 “로켓맨을 잘 대해주는 것이 25년간 효과가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효과가 있겠느냐”고 했다. 틸러슨 장관이 전날 “북한과 2~3개 정도 채널을 열어두고 대화하고 있다”며 북·미 간 막후 접촉 사실을 밝힌 지 하루 만에 그를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의 말이 과거 정부와 같은 유화적인 북핵 해법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한편 협상에 나선 틸러슨과 역할을 분담했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등을 향해 대북 압박과 제재라는 해법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역할분담이라는 말로 미화할 수 없을 만큼 부적절했다. 트럼프는 북한과 대화에 나서려는 국무부와 틸러슨 장관을 공개 조롱했다. 이렇게 대통령으로부터 하루 만에 면박당하는 장관의 말을 어느 나라가 의미 있게 받아들이겠는가. 틸러슨의 해임 또는 사임설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또한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불신과 실망감을 안겼다. 자신은 멋대로 발언하면서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한국을 비판하는 것은 동맹을 모독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일관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북한과 협상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일관성이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다르고, 대통령 자신의 말이 오락가락하는데 협상이 제대로 성사될 리가 없다. 북한이 핵개발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데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 협상에 진지하게 임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방침으로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고 나올 수 없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폄훼한 트럼프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트위터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적 시각을 보인 점은 분명하다. 한·미 당국은 트럼프의 발언으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가 깨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미 간 대화 채널 유지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쟁을 초래할 수 있는 전략적 오판을 막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 대화를 통해 북핵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돌출발언을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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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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