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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거침없이 진한 애정표현을 주고받는 연인들. 눈앞에서 그런 광경이 펼쳐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제 갈 길 가는 지극히 쿨한 사람들의 모습은 파리지앵들의 자유로움과 개인주의를 상징하는 풍경이었다. 센강변에서, 카페에서, 거리의 벤치에서, 움직이는 조각처럼 ‘연인’을 형상화하던 그들은 그러나 약 10년 전부터 조금씩 사라져가는 파리의 풍물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남성의 섹슈얼리티>를 펴낸 정신분석학자 자크 앙드레는 지난 10년간 남성의 성에서 드러나는 뚜렷한 한 가지 현상을 ‘남성의 성이 여성화된 점’이라고 지적한다. 여성의 해방에서 성해방은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며, 이는 또한 남성 내의 여성성에 대한 해방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남녀의 관계 맺기에서 일어난 변화의 주범으로 인터넷을 지목한다. 인터넷은 소위 혼자서 성을 즐기는 중독자들을 양산해 냈고, 그런 사람들은 점점 더 현실 속에서의 관계 맺기에 나서지 못하게 된다는 것. 


파리의 연인들 (경향DB)


수줍어진 남성들, 사라지는 거리의 연인들의 현상과 더불어 생겨난 건 수많은 인터넷의 만남 사이트들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10년 전부터,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만남 사이트들이 1~2년 전부터 지하철에 대형광고를 싣기 시작하면서, 프랑스에서 짝짓기 산업이 본격화되었음을 알렸다. 현재 100여개를 헤아리는 만남사이트들이 있고,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의 대다수는 독신남자들이다.


10년 전부터 이러한 만남 사이트를 열심히 드나들며, 여기서 사랑을 만나기도 했고, 쓰라린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스테판 로즈는 자신의 만남사이트 사용보고서를 책으로 펴냈다. 거기서 일생 일대의 사랑을 만날 수도 있으며, 하룻밤의 상대를 만날 수도,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고 그는 경험에 비추어 말한다. 그러나 무한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신세계처럼 보이는 이 사이트들에서도 모두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단 한 달에 최소 30유로(4만5000원)의 회비를 내야 하므로, 무일푼인 사람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흔히 그런 것처럼, 돈도 있고, 매력도 있으며, 글도 잘 쓰는 한 줌의 특권층이 이 만남의 파라다이스가 주는 혜택을 누리며, 여기서도 사람들은 사회적, 문화적 계급을 뛰어넘지 못한다. 거짓말은 일종의 게임의 룰이다. 남자와 여자 모두, 서로를 유혹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프로필을 자신의 것인 양 올리게 마련이다. 스테판 로즈는 거의 매번 여자들이 나이와 몸무게를 속이는 것을 경험했다. 직업이나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거짓말도 흔하다. 10년 전 사진은 기본이다. 


이 사이트들의 목적은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실제 연인관계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만난 연인들이 진지한 관계를 시작하여 회원 탈퇴의사를 알리면, 사이트에서는 축하하는 의미에서 한 달 무료 회원권을 제공하는 식. 이미 상대를 찾은 사람도 끊임없이 곁눈질을 하도록 사이트가 부추겨서, 연인들 사이에서 불신이 발생한다. 사이트에 중독이 되어서, 새로운 누군가를 계속 찾아 나설 뿐, 지속적인 관계 맺기에는 이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만남 사이트들이 만들어내는 부작용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던 만남사이트는 따라서 밝은 미래를 예고하지 않는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100여개의 사이트 중, 10개 미만의 사이트들만이 활성화되어 있고, 나머지들은 점점 개점휴업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살아남은 소수의 사이트들은 오프라인상에서 회원들 간의 파티를 주선하는 방식으로, 웹사이트가 가졌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고 있기도 하다. 컴퓨터 뒤로 사라져간 연인들은 다시 거리로 돌아올 것인가.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