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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워싱턴의 최대 화제는 북·미 정상회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직 포르노 배우의 성추문, 그 뒷정리를 하던 트럼프 개인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도 북한 뉴스에 묻혔다. 트럼프가 해고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회고록도 북한 이슈만 없다면 더 팔릴지 모른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핵미사일을 개발하기 직전이니 북핵 문제는 이제 미국인들에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북핵 외교전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을 통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 트럼프의 전격적인 정상회담 수락과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김정은 면담으로 이어지면서 상황은 대화모드로 급전환됐다. 북한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기 카드를 던지며 본격적인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갔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이어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일정도 정해질 것이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해석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트럼프는 전직 대통령들이 못 푼 난제를 풀겠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이슈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의 기대감이 급상승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부분 조심스럽다. 특히 워싱턴 싱크탱크 북한 전문가들의 회의론은 일관된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 선언을 “핵보유국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김정은이 이성적이며 책임감 있는 핵보유국 정상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비핵화는 미국과의 군축 대화로 실현될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을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희망적 관측은 경계해야 한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노벨 평화상은 트럼프, 문재인, 김정은 중 누가 받아야 하는지를 벌써부터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 듯하다. 전문가라면 이들과 달라야 한다. 평정심, 신중함, 명확한 현실감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전문가적 회의론도 현 시국을 이해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된다. 회의론자들은 북한의 평화공세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핵 개발의 시간을 벌고, 한·미관계도 이간질하려는 의도라고 확신한다. 틀을 벗어난 파격적 현실을 해석하기는 어려운 사고다. 이들은 김정은의 선제적 북·미 정상회담 제안과 트럼프의 전격적 수락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들의 분석보다 북·미 간의 협상은 이미 한참 더 나갔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북한과 협상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전문가들이 온갖 곳에서 나에게 북한과 협상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게 우스울 뿐”이라고 비웃을 정도다.

 

논리로 무장한 회의론은 외교의 역할을 무시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김정은이 어느날 갑자기 핵을 폐기하기로 결단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추론은 현실적이다. 다만 김정은은 이제 핵이 아니라 경제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이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체제안전 보장 등 미국의 합당한 조치가 있으면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북·미의 상호작용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이뤄갈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을 열어둬야 한다. 김정은은 믿을 수 없고, 트럼프는 불안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의 압박 작전, 한국의 중재 외교, 북한의 노림수가 맞물려 관련국들은 이제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입구에 서 있다. 섣부른 희망적 관측은 물론 지나친 회의론도 경계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말하는 ‘조심스러운 낙관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두고 확률 계산을 하던 몇 달 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