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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형식 (봄내, 벨기에 리에쥬대학 사회적경제센터 박사과정 연구원, hseom73@hanmail.net)


벨기에는 인구 1,000만 명의 인구가 경상도만한 면적에 와글대면서 사는 유럽의 작은 나라입니다. 나라는 작지만, 사회적 경제 또는 시민사회라는 면에서 살펴보면 대단히 역동적인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살라먼 등의 비영리부문(non-profit sector)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벨기에는 비영리부문이 국민경제, 특히 고용과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입니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비영리부문 노동력 (유급+자원활동) 네덜란드 13%, 벨기에 12%, 한국은 4%).
비영리부문이 일정한 수익을 배분한다는 이유로 협동조합을 제외시키고, 통상적으로 사회적경제의 부문으로 간주되지 않는 공익법인(사립학교법인이나 병원법인 같은)을 포함시키고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나라의 시민사회 또는 사회적경제의 규모를 상당한 정도로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벨기에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제가 인상적으로 관찰한 것은 19세기 후반 근대적 시민사회 형성과정에서 나타난 가톨릭 교회와 노동운동-사회주의운동의 경쟁입니다.
오래된 국가기구의 역사를 가진 영국이나, 공화주의에 기반한 프랑스와는 달리, 1830년에야 독립된 나라로서의 역사를 시작한 벨기에는 강력한 국가기구가 존재하기 어려운 나라였습니다. 심지어, 왕도 독립이 된 이후에, 당시 독일 귀족가문이면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외삼촌이었던 외국인을 스카우트해왔고, 그나마도 국왕으로서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헌법을 인정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크게 두 사상적 축을 중심으로 삶을 조직해갔습니다
.

그 한 축이 오랫동안 민중들의 삶
그 자체였던 가톨릭 교회입니다.
교회의 교구는 그 자체가 마을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종교적인 의례뿐만 아니라, 축제, 장례, 교육, 구제, 상호부조, 그리고 생산을 함께하는 공동체였습니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인해 노동자계급이 등장하고,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세속주의가 성장하면서 그리고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던 길드 등 직업조합의 전통 속에서 사람들은 교회가 아닌 다른 삶의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주의자들과 노동조합주의자들은 마을마다 민중의 집을 세우고,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빵집을 운영했습니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상호공제기금이 형성되고, 노동자들의 축제와 여가를 위한 클럽들이 성장했습니다.


그리하여
, 20세기 중반까지 벨기에는 가톨릭교회를 삶의 중심에 놓고, 가톨릭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가톨릭 상호공제조합을 이용하며, 가톨릭이 운영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기독교민주당에 투표하는 사람들과 사회주의 노동조합과 사회주의 상호공제조합에 가입하고, 공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면서 사회당에 투표하는 사람들의 두 시민사회가 공존하게 됩니다.
양 진영은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경쟁적으로 민간단체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내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로에게 우호적인 시민사회 진영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사회 조직들을 지원했고, (제가 보기에) 이것이 전체적으로 시민사회의 총량을 키우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사회당 메이데이 행진 - 100년이 넘은 사회당 계열 동네 악대가
'인터네셔날'을 연주하며 행진합니다. (리에쥬, 2008)]



2
차 대전 이후의 경제성장과 복지국가의 형성은 사회적경제의 지형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전통적인 상호부조제도였던 상호공제조합(mutual)들은 공공의료보험에 편입되었습니다. 오늘날 양대 상호공제조합인 기독교 상호공제조합(Mutualité Chrétienne)과 사회주의 상호공제조합(Mutualité Socialiste et Syndicale)를 포함하여, 5개의 주요한 상호공제조합들이 민간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의료보험 기금의 하위인프라로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상호공제조합]                        [사회주의-노동조합 상호공제조합]



협동조합들, 특히 상당한 규모로 성장한 은행협동조합들은 금융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다른 일반은행으로 통폐합되면서 본래의 공동체적이고 운동적인 성격을 상당부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CBC (플랑드르 지방에서는 KBC라고 불리는) Dexia 등이 협동조합 은행을 흡수하거나 통합한 은행들입니다.
이외에도 많은 협동조합들이 시장환경에 적응하면서, 정체성을 잊을 만큼 규모가 커지거나, 또는 반대로 시장경쟁에 밀려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벨기에에서는 흔히 ASBL(Association Sans But Lucratif, 비영리민간단체)로 불리는 민간단체는 전통적으로 주로 카톨릭 진영에 가까운 것으로 간주되어 사회주의자들이나 자유주의자들에 의해 견제를 받아오긴 했지만, 사회주의나 자유주의에 기반한 민간단체들도 점차 증가했습니다.
1960
년대까지 벨기에의 사회적 경제는 이렇듯 복지국가의 틀 속에서 제도화되는 동시에 가톨릭과 사회주의라는 양대 이데올로기 축을 중심으로 안정화되게 됩니다
.

그렇다면, 벨기에에서 새로운 사회적 경제는 언제, 왜 등장하게 되었을까요?



[원문은 http://eurojinbo.net/?document_srl=81064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