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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소도시에서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일이 있었다. 열흘이 지났지만 흑인들의 반발 등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데. 먼저, 어떤 사건인지. 

사건은 지난 9일 미주리주의 퍼거슨시에서 거리를 지나던 흑인 마이클 브라운(18)이 백인 경찰의 총에 여러 발을 맞아 숨지면서 비롯됐다. 당시 브라운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는데도 경찰은 여러 발의 총을 쐈다. 도로에 시신이 한동안 방치된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이 지역 흑인 수백명은 이튿날부터 항의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집회가 이어지면서 점점 격렬해졌다. 일부는 상가에 불을 지르고 물건을 약탈해가기도 했다.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이들을 해산했다. 미국 최대 유색인종 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가 나서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연방정부와 연방수사국(FBI)이 별도 조사에 들어갔다. 18일에는 시위 진압에 주방위군까지 동원했다.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은 사람을 여러발 쏘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브라운과 함께 있었던 친구는 경찰이 인도가 아닌 차도로 걸었다는 이유로 브라운에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브라운이 특별히 범법행위를 하다가 이런 일을 겪은 게 아닌 것은 확인이 됐다. 하지만 총격 과정에 대한 진술은 엇갈린다. 경찰은 브라운이 경찰관을 밀치고 총을 빼앗으려고 해 총을 쏘게 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목격자들은 브라운이 도망치다가 총에 맞았고, 한 발을 맞은 뒤 두 손을 들었지만 총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퍼거슨 시 경찰서장은 브라운이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은 인정했다. 브라운은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지난 11일 커뮤니티칼리지에 입학하기로 돼 있었다. 브라운의 부모는 “내 아들은 이런 일을 당할 아이가 아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된 데는 경찰의 수상쩍은 발표도 한몫을 했다던데. 

퍼거슨시 경찰은 사건 6일 뒤인 15일에 브라운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청년 2명이 담배를 훔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 TV 화면을 공개했다. 마치 브라운이 강도용의자라서 추격하다가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쐈다는 인상을 주려 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몇 시간 만에 절도와 총격 사건은 무관하다고 물러섰다. 경찰이 브라운을 범죄 용의자로 만들려 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흑인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www.voanews.com


-사건이 벌어진 퍼거슨 시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고. 

제이 닉슨 미주리주 주지사는 지난 16일 사건이 발생한 세인트루이스 교외 일대에 야간 통금령을 내리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통금 중에도 일부 시위대는 해산을 거부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레스토랑에 있던 시민 한 명이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LA 등 미국 곳곳으로 시위가 확산됐다. 

미국에서는 2012년 플로리다주의 흑인 청년 트레이본 마틴이 백인 자경단원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 때문에 흑인들이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경찰은 해법을 찾기보다는 진압에만 급급한 모양이다. 

-진압경찰이 전쟁터에 나가듯 무장한 것도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는데. 

사건 이틀 뒤부터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시위 현장에 투입됐다. 스와트는 인질극이나 총격전 같은 긴급작전에 투입되는 특수부대다. 완전무장한 경찰뿐 아니라 경장갑차까지 동원됐다. 퍼거슨 시는 인구 2만1000명의 소도시다.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 스와트까지 동원하니 반발이 더 커졌다.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침략군처럼 군다’는 비판이 나왔고, 경찰이 군대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실 미국 경찰의 무장이 강화된 데에는 배경이 있다. 1997년 미 연방정부가 경찰 무장 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991년 걸프전 이후 남아도는 군 무기와 장비를 경찰에 무상으로 지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관총 등 중화기는 물론 경장갑차, 지뢰방호차량까지 경찰에 지원됐다. 이렇게 경찰의 무장을 강화하는 데에 쓴 돈이 1997년 이후 43억달러(약 4조3900억원)에 이른다. 경찰의 군대화가 오히려 폭력 수위를 높이고 시민 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경찰의 무장화가 흑인 등 유색인종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미국시민자유연맹 보고서를 보면 2011~12년 SWAT가 출동한 800여건 가운데 79%가 단순히 수색영장을 집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출동한 사례를 보니, 백인과 관련된 사건은 20%였고 흑인(39%)과 라틴계(11%)가 관련된 사건에 출동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2005~2012년FBI 통계에 잡힌 경찰의 총격 사건은 연평균 400건인데 이 중 4분의 1은 백인 경찰이 흑인을 쏜 경우였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경찰은 이웃과 전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보호하고 봉사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유색인종을 대하는 경찰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이번에 시위가 확산된 것은 결국 뿌리 깊은 인종차별 정서 때문 아닌가. 

미국 트위터 사용자들이 이번 사건 뒤 의미 있는 게시물들을 올리고 있다. ‘내가 만약 총에 맞았다면(#IfTheyGunnedMeDown)’이라는 해쉬태그(주제어)를 달고 올라오는 게시물들인데, 내용은 이런 거다. 게시자는 사진 두 장을 올리는데, 한 장은 정장 차림이나 학사모를 섰거나 군복을 입은 사진이다. 말하자면 모범적인 이미지의 사진이다.

또 한 장은 얼굴을 찡그리고 불량스럽게 찍은 사진이다. 게시자들은 “내가 만약 총에 맞았다면 경찰이나 언론은 내 사진 중 어떤 사진을 공개할까”를 묻는다. 흑인이 누군가의 총에 목숨을 잃었을 때, 분명 피해자인데도 불량하고 폭력적인 사진들이 유통되면서 흑인은 범죄와 관련 있다거나 흑인은 폭력적이라는 이미지를 은연중에 심어준다는 것이다. 브라운이 숨진 뒤 미국 언론들의 보도태도도 그런 문제점들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많다. 

-흑인 시위가 이렇게 격화된 이면에는, 인종차별 정서와 함께 경제적 불평등 문제도 있다고. 

퍼거슨시가 속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는 인구의 75%가 백인이지만, 브라운이 사망한 퍼거슨시는 흑인이 3분의1다. 도심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흑인들이 변두리로 밀려나 퍼거슨에 밀집한 것이다. 하지만 시 경찰 중 흑인은 5% 뿐이다. 백인 경찰이 흑인 주민들을 검문하고 범죄용의자로 다루는 구조인 것이다. 

퍼거슨의 빈곤율은 2000년 10.2%에서 2012년 22%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경제잡지 포천에 따르면 카운티 내 백인 실업률은 6.2%인 반면 흑인 실업률은 26%에 이른다. 이번 시위가 약탈 방화로 번진 것은 이런 불평등이 쌓여온 데 따른 결과라고 미국 언론들도 분석하고 있다.


손제민 워싱턴 특파원,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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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