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거대한 풍선을 띄우려고 한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입니다. 옥스포드와 캠브리지, 브리스톨 대학 등의 지구공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있습니다. 스파이스 프로젝트라는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팀인데, 지름이 100~20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풍선을 하늘에 띄워서 지구의 열을 식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거대한 풍선을 지표면에서 20km 떨어진 성층권에 띄우고, 풍선에 파이프를 연결해서 성층권에 화학물질을 뿌려 온도를 낮춘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은 이달 중으로 지표면 1km 위에 풍선을 띄운 뒤, 화학물질 대신에 물을 뿌리는 실험을 해볼 계획입니다.
호수의 물을 파이프로 끌어올려 1km 위 풍선에 전달하고, 거기서 상공에 물을 뿌리는 실험입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건지.

지난해 전세계적인 항공대란을 일으켰던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기억하실 겁니다. 화산재가 유럽 대부분 지역을 덮으면서 항공기가 못 뜨고, 난리가 났었죠.
화산이 폭발할 때 터져나오는 화산재가 성층권으로 올라가면, 그 입자 때문에 햇빛이 우주 밖으로 반사되면서 지구 온도가 낮아진다고 합니다.
지난해 아이슬란드 폭발 때엔 그런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지만,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이 대폭발했을 때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황 분자와 먼지가 대기 중에 퍼졌습니다. 그해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은 0.5도 내려갔습니다. 화산먼지 때문에 지표면에 닿는 일조량이 줄어든 탓입니다.
또한 과학자들은 공룡의 멸망도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먼지가 하늘을 덮어 지구가 식으며 빙하기가 다가왔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무리 풍선을 크게 만든다 하더라도 초대형 화산폭발이나 운석 충돌 같은 충격과 비교를 할 수는 없겠죠. 아무튼 연구팀은 성층권에서부터 지구의 열을 식히는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미사일, 비행기, 거대한 굴뚝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성층권에 냉각재를 뿌리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게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풍선이었답니다.

-공상과학 소설 같은 실험인데...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연구팀은 영국 정부와 왕립협회 등으로부터 이 실험을 위해서 160만 파운드(약 27억 원)를 지원받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이 아직 많습니다. 하늘에서 물을 뿌릴 수 있는 풍선이라면 거대한 기구의 형태로 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그 무게만 수백톤은 돼야 한다는 거죠.
또 이것이 성공한다고 해도 지구온난화를 막는 효과보다 오히려 지구환경에 피해만 줄 수도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인공적으로 화산재나 물 같은 냉각물질을 하늘에 뿌리면, 인공강우와 같은 효과를 냅니다. 구름씨를 만들어 뿌리는 것과 같다는 거죠. 그래서 강수량에 변화가 올 수도 있고요.
작은 움직임이 연쇄 효과를 일으키며 크게 증폭되는 것, ‘나비효과’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 지 모릅니다.

성층권에서 햇빛을 반사시켜 지구를 식힌다는 구상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햇빛이 지구 대기권에 들어왔다가 이산화탄소 구름에 갇혀 못 나가면서 그 에너지로 지구가 더워진다는 게 이른바 온실효과잖아요. 햇빛을 반사를 하든 말든, 이산화탄소는 그대로 지구 상에 있는 겁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서 지구를 식히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라는 얘기입니다.
스파이스 프로젝트처럼 기술을 이용해 지구적인 차원의 거대 프로젝트를 실시해서 기후변화를 막자는 의견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만, 거기에 대해선 여러 견해가 엇갈립니다.

-그런 거대 프로젝트 연구사례로는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과학자들은 대기-땅-바다로 이어지는 지구의 온도 순환 시스템에 조작을 가해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런 대규모 환경공학을 지오엔지니어링(geoengineering), 플래닛 엔지니어링(Planet engineering) 등으로 부릅니다.
미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는 지오엔지니어링 연구에서 선두를 달리는 곳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 장관인 스티븐 추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기도 한데, 바로 이 연구소 출신입니다.

지구공학자들은 지구의 에너지 순환시스템 같은 거대한 흐름에 인간이 조작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방법으로 흔히 얘기되는 것은 태양복사 관리, 온실가스 가둬놓기 같은 것입니다.
태양복사 관리는 말 그대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의 복사열을 줄이는 겁니다. 이번 영국 연구팀의 거대 물풍선도 그 일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기 중에 황 화합물을 뿌리자, 바닷물을 분무해서 흰 구름을 만들어서 태양광을 반사시키자, 초대형 거울을 설치해서 햇빛을 되돌려보내자는 등 여러 아이디어들이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지구적인 차원에서 가둬놓는 방법은 어떤 게 있나.

이산화탄소는 한 번 방출되면 수십~수백년 동안 대기 중에 남습니다. 각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고 해도,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이상화탄소 양을 짧은 시간에 줄이기는 힘들죠.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퍼지지 않도록 어딘가에 가둬두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영국 요크셔의 한 발전소에서는 방출된 이산화탄소를 북해의 사암 밑에 저장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폐광의 지하 암반에 이산화탄소를 묻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고요.
또 하나는 바다를 이용하는 겁니다. 바닷속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그런데 식물성 플랑크톤이 자라려면 철 성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다에 철가루를 뿌리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지구의 흐름을 바꾸려다가 더 큰 재앙을 부르는 것 아닌지.

사실 날씨를 바꾸는 연구가 시작된지는 오래됐습니다. 1940년대부터 미국과 옛 소련은 전쟁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날씨를 인공적으로 바꾸기 위한 연구를 경쟁적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76년 유엔은 환경기술을 군사적·적대적 용도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헌장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규모 기후공학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습니다.

그러다가 기후변화가 지구적인 관심사가 되면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차원의 지오엔지니어링에 다시 눈길이 쏠렸습니다. 각국이 온실가스를 줄이자, 줄이자 하면서도 실제로는 잘 되지 않다보니, 정치적 해법 대신 기술적 해법을 찾자는 과학자들 목소리가 커진 것이죠.
특히 이런 지구공학은 거대 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데다가, 온실가스를 줄이라는 압박 대신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거니까 이런 아이디어에 귀가 솔깃해지는데요.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1972년 미국 플로리다 주정부가 인공 산호초를 만들어 물고기 집이 되게 해주면 좋겠다면서 해안에 폐타이어 200만개를 뿌렸습니다. 하지만 폐타이어 더미를 묶은 나일론과 철사가 풀려 나와 낫처럼 바다 밑을 휩쓸며 생태계를 초토화시켰습니다. 19세기 호주에 백인 주민이 유럽산 토끼를 들여갔는데, 그 결과 호주 생태계 전체가 교란됐습니다.

작은 행동도 이런 나비효과를 불러오는 판에 지구적인 규모로 실험을 하자고 하니 반론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지구를 상대로 한 실험은, 다시 돌이킬 수도 없는 거니까요.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