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에서는 항저우에 사는 60대 부부의 ‘동거’가 뜨거운 화제다.

 

교사였던 왕 여사와 공장 책임자로 일하던 남편은 은퇴 후 3층짜리 전원주택에서 생활해왔다. 마당에는 연못이 있고, 채소를 심을 텃밭도 있다. 여유로운 삶이지만 이들 부부는 자주 외로웠다고 한다. 자녀들이 직장일로 바빠 자주 찾아오질 않으니 큰 집은 썰렁하게만 느껴졌다.

 

왕 여사 부부는 지난 7월부터 처지가 비슷한 5쌍의 노년 부부와 할머니 등 13인의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최연소 막내가 62세, 최고령이 77세인 이들은 서로 도와가면서 재미있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특별한 동거가 보도된 후 ‘가장 이상적인 노년 생활’로 세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중국에서 ‘바오퇀(抱團) 양로’라고 부르는 노인 공동거주 형태가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2008년 허베이 한단시의 한 시골마을에서 ‘서로 돕는 행복한 마을(互助幸福院)’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고, 2014년에는 산둥성 옌타이시가 바오퇀 양로 시범 도시로 지정됐다. 그러나 ‘첫 성공’이라는 타이틀은 왕 여사 부부가 차지했다.

 

성공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두루 필요했다. 이들이 사는 방에는 각각 화장실이 딸려 있어 독립된 생활이 보장된다. 13인의 동거인들은 의사, 노동자, 목수, 통신 분야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가사 분담이 가능하다. 사생활이 보호되면서도 서로 돕는, ‘각자 또 같이’ 생활이 가능하다.

 

중국에는 ‘한 가족이 아니면 한 대문을 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피붙이가 아니면 같이 살지 말라는 뜻이다. 성격, 입맛, 가치관이 다르니 함께 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들은 “자녀 문제 등 각 집안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식비는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짜에 납부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를 작성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취미 공유다. 입주한 동거인들은 모두 마작을 즐긴다. 공동의 취미이다 보니 시끄럽다고 타박하는 이가 없다. 왕 여사는 행복한 동거를 위해 그동안 20쌍이 넘는 노인 부부들을 면접 봤다고 한다.

 

중국은 부유해지기도 전에 노령화 사회에 접어든(未富先老) 나라다.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2억3000만명을 넘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10월 19차 당 대회 보고에서 인구 노령화와 관련해 양로, 경로 대책의 시급성을 언급했다.

 

사회보장제도가 갖춰져 있긴 하지만 빠른 고령화로 연금을 납부할 인구는 줄고 받아갈 노령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기금 규모를 늘리기 위해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7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실행 중이다.

 

당국이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중국 현실을 따라잡기는 힘들다. 중국은 때때로 아래로부터 대안을 찾았다.

 

1978년 11월 안후이성 샤오강촌 시골마을의 비밀 계약이 대표적이다. 이 마을의 18가구는 국가 소유의 경작지를 나눠 가구별로 생산 책임을 지기로 약속했다. 일정량은 국가에 납부하고 여분은 각 가구가 나눠 가졌다. 당시 분위기에선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져 사형까지 가능한 위험한 계약이었다.

 

그러나 이 실험으로 생산량이 5배 이상 늘어나고, 정부 당국이 이를 추인하면서 개혁·개방 초기 농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준 다바오간(大包幹) 제도가 싹텄다. 그렇게 시작 발전된 개혁·개방이 내년에 40주년을 맞는다.

 

왕 여사 부부의 동거 실험은 반 년밖에 되지 않았다. 구성원도 60대에서 70대로 젊은 편이라 앞으로 문제점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빠르게 나이들어가는 중국에서 의미 있는 대안으로 지켜볼 만하다.

 

<박은경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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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