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라크 상황이 다시 심상찮다고.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지 어느새 11년이 지났고또 미군이 철수를 한 지도 몇 년이 됐는데 다시 내전 위기로 치닫는 양상이다이라크 상황지금 어떤지.

지난 10, 이라크 반군이 북부의 대도시 모술을 점령했다. 모술은 바그다드에 이어 이라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유전도시다. 이어 반군은 사담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를 점령했다. 이라크 북서부 거의 3분의1 면적이 반군 수중에 떨어지다시피 했다. 반군은 지금 바그다드 북쪽 110km, 길목에 있는 사마라라는 도시 부근까지 와 있다. 북동부 이란과 접경한 지역까지도 반군이 거의 점령했다고 한다. 반군은 또 15일에는 이라크 치안군 1700명을 처형했다고 주장했다.

-반군은 어떤 조직인가.

이라크 정부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활동해온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 ISIL이라고도 하고 ISIS라고도 하는 조직의 무장전투원들이 많은 걸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시리아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다면서 실제로는 이슬람 극단주의 통치를 주장해온 극악한 무장세력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라크 반군 중 이들은 일부일 뿐, 대부분은 이라크인들이다. 과거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미군과 새 이라크 정부에 맞서 싸웠던 잔당들, 그리고 현 이라크 정부의 부패와 종파주의에 반발한 수니파 주민들이 정부에 등을 돌리면서 반군이 됐거나 반군을 응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는데, 종파 분쟁이 이 정도로 심각한가.

이라크는 민족적으로는 아랍계와 쿠르드족, 종교적으로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다. 쿠르드족은 북동부 자치지역에서 살고 있고, 자치정부와 자치군을 보유하고 있다. 아랍계 중 수니파가 40% 정도, 시아파가 60% 정도다. 인구는 시아파가 더 많은데 사담 후세인 시절 시아파가 많이 탄압을 받았다. 

그러다가 미국의 침공으로 후세인이 무너지고,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출범했다. 실권자인 총리는 시아파가 하고, 부총리는 수니파가 하고, 명목상의 수반인 대통령은 쿠르드 정치지도자가 맡는 권력분점이 이뤄졌다. 2006년 알카에다 계열 수니파 무장세력이 기승을 부리면서 잠시 종파 간 내전이 벌어졌지만 그동안 많이 잠잠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알말리키 총리가 시아파들에게만 권력을 나눠주면서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고 한다.

-수니파 반군의 요구사항은 뭔가.

ISIL 같은 경우는, 시리아와 이라크 북서부를 잇는 대 수니파 이슬람국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지금의 시리아 정권과 이라크 정권은 시아파인데, 이들을 양쪽 옆으로 각각 내몰고 시리아와 이라크 한복판을 묶어서 이슬람 종교법에 따라 다스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의 목표일 뿐,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또한 이라크 수니파들 대부분은 나라를 두 동강 내려는 생각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알말리키 정부의 부패와 수니파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좀 더 공정하고 깨끗한 정부를 만들어 전후 재건에 박차를 가하는 걸 원할 것이다. 다만 수니파 젊은이들, 또 쿠르드 젊은이들까지 일자리도 없고 경제복구도 안 되는 현실에 좌절해서 이슬람 극단주의에 점점 경도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시아파는 시아파대로 세를 결집시키고 있다는데.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알리 알시스타니가 지난 13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나서라는 파트와를 내렸다. 파트와는 이슬람 고위 성직자가 내리는 일종의 포고령이다. 그 후 바그다드와 남서부 곳곳에서 시아파가 무기를 들고 집결하고 있다. 

하지만 알시스타니는 미군정 때에도 혼란을 막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을 시아파에 요청한 바 있고, 8년 전 종파분쟁 때에도 극렬 대립을 막으려고 애썼던 사람. 이번에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포고령을 내렸지만, 하루만인 14일에는 다시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하라고 시아파들에게 당부했다. 지금 상황의 열쇠는 시아파보다는 수니 반군이 쥐고 있는 것같다.

-이라크 정부는 결국 미국에 다시 군사개입을 요청했다고

지난주 뉴욕타임스가, 알말리키 정부가 미국에 비밀리에 공습을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미국이 어떤 식으로 개입할지는 아직은 불확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습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라크에 어떻게 개입할지 결정하는 데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이나 돼야 가닥이 잡힐 듯하다. 오바마는 지상군 투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앞서 오바마는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하면서 당신들은 아프가니스탄에도 이라크에도 파병되지 않을 대테러전 이후의 첫 기수라고 공언했다. 그러고 몇 주 만에 뒤집지는 않을 것이다. 10여년 전쟁으로 재정은 바닥났고, 국민들도 대테러전을 실패작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가 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추진한 것도 이라크에서 미군을 빼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벌써 미국의 항모가 걸프에 가 있다는데. 그럼 앞으로 미국의 시나리오는 뭘까.

마침 아라비아해에 있던 조지 H W 부시 항공모함이 걸프로 이동했다. 이 배는 핵추진 항모인데 미국이 갖고 있는 항모중 최대급, 최신형. 하지만 아직은 압박용으로 보인다. 다만 지상군은 들여보내지 않더라도, 전투기나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아주 제한적인 공습을 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런 공습이 반군을 억제하는 데에 효과가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또 반군이 지금 교전 중인 곳들은 대도시이고 인구밀집지역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리들도 반군 거점 등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습했다가 자칫 인명피해만 낼 수도 있다. 이라크 치안군이 지금 반군들 있는 도시를 무차별 공습하면서 벌써 시민들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라크 정부를 돕기 위해 이웃한 이란 군이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던데.

영국 가디언은 이란군 2000명 정도가 국경을 넘어 이라크에 들어가서 반군과 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이나 다름없고, 알말리키의 시아파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군 개입설을 전면 부인했다. 로하니가 지난 14일 마침 취임 1주년을 맞았는데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라크 안에 들어가 있는 이란 군은 없으며, 이라크 정부로부터 개입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란 정부의 공식 파병 명령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 일부가 들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전투조직은 아니고, 군사훈련과 전술자문 등을 담당하는 장교들이 이라크에 들어간 것 같다. 이란은 16일부터 서방과 핵협상을 재개했다. 이란은 핵협상과 경제제재 해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군사개입에 나설 여력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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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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