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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오와의 북서부를 대표하는 연방 하원의원인 스티브 킹은 최근 서슴없이 인종주의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백인만의 미국’을 강조하는 킹의 발언과 이에 대한 백악관과 공화당의 둔감한 반응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빨간불이 켜진 미국 사회의 인종주의적 현실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를 지지하면서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빌더르스는 문화와 인구가 우리의 운명임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다른 누군가의 자식들과 함께 우리 문명을 복구할 수는 없다.” ‘우리’는 서구인 즉 백인을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이민자들을 지칭한다. 이민자들이 없는 백인만의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백인들 자체가 원주민이 살던 땅에 온 이민자들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에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백인 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의 대표였던 데이비드 듀크는 곧바로 트위터에서 “스티브 킹에게 은총을”이라고 화답했다. 킹은 13일에는 “출산율을 높이지 않으면 유럽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라고 말했고, 14일에는 곧 백인 인종이 소수가 될 것이란 지적에 “히스패닉과 흑인들이 서로 싸우게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킹의 화법에서 주목되는 표현은 바로 ‘문화’와 ‘문명’이다. 그가 말하는 문명은 서구, 즉 백인의 미국을 말한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백인들이 다른 어떤 인종보다 문명 발전에 더 많이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인식에는 백인은 문명이고 이민자들은 반문명이란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출산율 발언은 현대판 우생학에 다름아니다. 아리안족의 인종적 우월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나치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의 인식이다.

 

킹이 말하는 ‘문명의 회복’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강조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호와 그대로 겹친다. 보수 백인 유권자들에게 트럼프의 구호는 “잃어버린 백인의 미국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이었다. 트럼프는 취임 연설에서 ‘자유 세계’라는 관례적인 표현 대신 이슬람과 대결할 “문명화된 세계”를 언급했다. 킹 같은 인물이 백인우월주의를 내놓고 주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트럼프 정권 출범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언론이 연일 문제 삼자 정치인들도 킹 비판에 동참하고 있지만 공화당과 백악관의 반응은 영 뜨뜻미지근하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킹의 발언을 인종주의적이라고 비판하고 하원 법사위 소위원장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백악관 입장은 션 스파이서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가 공유하는 관점이 아니다”라고 밝힌 게 전부다.

 

온갖 일에 참견하던 트럼프의 트위터가 이럴 때는 조용하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은 대변인을 통해 “동의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이러다가 정말 미국에서도 인종주의를 노골적으로 표방하는 정치인들이 활개를 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