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거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선거의 의의는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권교체와 같은 극적인 드라마가 없는 선거였으며 총리 자신의 국가관과 정책운영의 환경정비를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이번 선거결과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같은 것이었다.

둘째, 아베 총리가 철저히 계산한 선거로 제2기 내각에서 진행된 정책을 제도화·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명분 없는 의회 해산 이후 치러진 선거는 일본 정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선거를 통해 정당의 이념과 정책 전환 등 정당 관련 ‘개혁’이 전혀 논의되지도 않았으며 ‘정권교체’와 같은 효과를 가져오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총선거의 승리로 다음과 같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먼저 일본은 경제성장 전략을 계속하면서 외교와 안전보장 분야에서 약화된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전략적 외교를 전개할 것이다. 즉 아베노믹스를 기초로 ‘아베의 안보법률’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베 총리는 아시아에서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다. 아베 총리의 꿈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 구축과 자립,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다. 단순한 미·일동맹이 아니라 피곤한 동맹관계를 치유하면서 ‘대가’를 얻는 것이다. 바로 외조부 기시 전 총리가 희망한 대국 일본의 꿈을 이루는 것이 아베 총리의 목표다. 마지막으로, 제3차 내각에서는 야스쿠니 참배 등 역사인식 부분과 관련하여 적극적인 정책을 선택할 것이다.

한국, 미국과 동맹국관계를 중요시한다고 하면서 우익적인 정책들을 내셔널리즘이라는 틀 속에 넣어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아베 정권이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2016년까지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국내외적으로 유연전략을 전개하고, 그 이후부터 적극적인 아베정책을 완성시켜 나갈 것이다.

문제는 한국과의 정상화에 장애가 되는 역사인식과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한 아베 총리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역사수정주의에 기초한 일본의 전쟁 침략성 부정, 위안부의 강제연행 부정, 무라야마·고노 담화 수정 등과 같은 잘못된 역사인식과 정책(복고적인 국가주의 정책)이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하고 ‘공유하는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자세가 바로 글로벌한 국제사회에서 바람직한 역사인식이다. 그리고 이것이 한·일 간의 역사를 둘러싼 긴장완화를 위한 환경 조성의 첫걸음이다.

총선거에서 자민당은 승리했고, 아베 총리는 아베 노믹스는 심판받지 않은 채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_ AP연합


우리는 앞으로 한·일 간의 긴장을 완화시켜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것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며, 한·일관계를 협력할 수 있도록 재가동시키는 기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 문제의 긴장완화’는 자국의 역사논리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신뢰 구축을 통하여 접근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긴장요인을 제공한 것은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 문제였다. 그러면 아베 총리가 스스로 풀어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한·일관계를 재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긴장완화 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우리의 중견국 외교의 능력이며 통일한반도를 위한 준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호적인 일본 국민과 공공외교의 행위자들을 대상으로 대일외교의 ‘다층화’와 ‘다각화’를 전개하는 지혜를 발휘하여야 한다. 이것은 또 다른 한국발 ‘K-정책(Policy)’이 될 것이다.


이종국 |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