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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9일 통일부·외교부·국방부 등 외교안보부처의 신년 업무보고가 있었다. 광복 70주년과 분단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통일준비의 방향이 화두였다. 통일부는 범국가적인 통일문화운동의 전개를 통해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를 결집하고 부처간,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통일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고하였다. 민생·환경·문화 등의 분야에서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들도 보고하였다. 북한에 대해서는 8·15 남북공동행사 개최와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적 문제 및 남북관계 현안 해결을 위한 당국간 대화의 호응을 촉구하였다.

지난해 12월29일 통일부와 통준위가 남북대화를 1월 중 개최할 것을 제의하였음에도 지금까지 북한의 대답이 없다. 북한은 대신 그동안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대북전단 살포 중지, 5·24 조치 해제 등을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조건들을 열거하여 향후 남북대화, 북·미관계 등에서 주도권을 자신들이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를 실기해서는 안된다. 지난해 말부터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집권 3년차를 맞이하면서 광복 70주년이라는 우호적 여건도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 말 대화를 제의한 것이나, 북한의 신년사에 통일부 장관이 즉각 화답한 것도 우리의 대화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북한이 제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협의해 나간다고 하여 대화의 전제요건을 명시하지 않았다. 모든 현안이 협상테이블에서 논의가 가능한 것이다. 내년에는 국회의원 선거 등으로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서서히 진입하게 된다. 올해가 박근혜 정부에는 대북정책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미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올해부터 여야간 치열한 정치 공방이 예상된다. 중간선거 이후 다수를 점유한 공화당은 말할 것도 없고 현 민주당 정부 내에서도 북한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못하다. 북한의 변화에 대한 미국 내 회의적인 시각은 대북제재만을 강화시킬 것이다. 근본적인 비핵화 없이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핵실험을 맞바꾸는 식의 아마추어적인 북한의 제의에 호감을 가질 미국 사람은 없다. 북한은 정확한 정세인식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북한 잠수함(위 사진)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로 실시된 공·해군 합동 해상목표물 타격 훈련에서 가상의 미 항공모함을 타격(아래 사진)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31일 이 사진을 게재하면서 시간과 장소를 밝히지 않았다. _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북한이 전제 조건을 걸지 말고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국제적인 고립을 풀기 위해서는 통남(通南)밖에 없다. 남북대화의 조건 제시를 통해 시간을 벌고 미국 변수까지 끌어들여 한·미공조를 이완시켜 보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나라는 아무도 없다. 적극적인 자세로 남북대화에 임하고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3인방 방남이나 김정은 육성 신년사에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제는 대화에 앞서 여건 조성을 운운하지 말고 직접 대화 테이블에 나와서 이러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우리는 업무보고의 내용에 맞게 남북대화와 협력사업들을 효과적으로 연결시키는 계획들을 잘 마련해야 한다.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의 개최, 드레스덴 구상, 3대 통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을 위해서는 북한의 협조와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다. 모처럼 맞는 남북대화 재개의 호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유연하고도 전략적인 입장에서 북한이 내세우는 전제조건들에 대해 검토해 나가야 한다. 독일은 상호 체제 인정과 불간섭, 실질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통일을 달성했다. 광복 70주년이 새로운 한반도 통일의 원년이 되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과 협력의 정신이 필요하다.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