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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남북 간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던 시절 장관급회담을 포함한 각종 남북 간 교류현장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경험은 핵 문제 관련 북한 대남사업 관계자들의 질문이었다. “1994년 제네바합의에서 2002년까지 지어주기로 약속한 경수로건설이 2002년 합의 파기까지 공정률이 얼마인지 아십네까?”(실제 공정률은 40%가 안된다), “2005년 9·19공동성명이 발표된 다음날 미국이 취한 BDA(방코델타아시아은행)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네까?” 자신들이 핵개발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입장, 즉 미국은 절대 신뢰 못할 존재라는 것이다.

 

지난해 핵미사일 실험에 ‘올인’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키더니 금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를 시작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김여정 특사의 방남, 우리 측 특사 방북 이후 4월 정상회담과 5월 북·미회담이 개최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강화된 유엔과 미국의 제재 때문에 결국 북한이 굴복하고 나섰다는 설명은 북한을 너무나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제재압박이 전혀 무용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본질은 북한이 이젠 자신감을 갖고 대화모드로 전환해도 되겠다는 전략적 판단, 나아가 남쪽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런 판단을 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은 아마도 2차례 정상회담의 대화내용을 숙독했을 것이다. 두 정상의 정치철학과 문재인 대통령의 삶의 족적에 대한 관찰을 통해 자신들 정권체제안보를 남쪽과 함께 논의해도 좋겠다는 판단이 섰으리라 생각된다. 역지사지 관점에서 북한이 핵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한 공감 표시, 나아가 우리의 책임도(사실은 미국이지만) 크다는 점을 언급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생각된다.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핵 없는 한반도 나아가 신뢰와 평화를 회복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자는 뜻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우리 측이 10·4선언과 2005년 정동영 특사가 북측에 약속했던 내용 등 그간 남북 간 합의된 사항들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제안하다면 북의 핵포기와 경제협력을 포함한 남북교류협력의 재개와 확대,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한 인도적 사안들도 어렵지 않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문제는 5월의 북·미대화에서 북이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임할 것인가가 관건이라 생각된다. 미국은 동맹관계인 한국의 입장과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란 점에서 북의 정상회담 제의를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심 선 비핵화 조건을 포기한 것이 아님은 여러 가지 징후에서 알 수 있다. 미국 주요 언론의 한반도전문가 기고문의 논점이나 신임 국무장관과 안보보좌관의 인물 면면을 들여다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 간 만남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포기 외에 다른 길이 없음을 직접 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굴복은 죽음이라는 북의 핵정책과 대립될 것은 분명한 사실.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북·미대화에서 인내가 필요함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북이 원하는 평화체제 전환과 북·미수교를 위해 한국 정부는 각별히 노력할 것임을 약속할 필요도 있다. 물론 외교파트의 혼신의 노력으로 미국을 설득함도 필요하다. 이번 북·미회담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원칙적 선언과 구체적 프로세스는 6자회담에서 논의한다는 선에서 합의하면 어떨까. 사실 9·19공동성명 내용이 지켜졌다면 한반도는 비핵화, 나아가 진전된 남북교류 상황을 맞이했을 것이다.

 

<이성원 한라대 초빙교수>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