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의 맹공과 미국의 연이은 공습에도 IS 테러조직은 아직 건재하다. 오히려 시리아 북부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IS 소탕은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후유증과 국제사회의 시리아 내전 수습 실패가 1차적인 원인이지만, IS 척결에 대한 터키의 소극적 태도가 2차적 배경이다. 나토의 주축인 터키는 IS 궤멸에 지상군 파견은 물론 군사적인 개입을 꺼림으로써 미국의 전략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급기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지난 10월2일 하버드대 강연에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IS와 협력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터키 정부는 바이든 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양국 간 외교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예멘 출신의 IS 핵심 지휘관인 알 마크다드 샤두리가 자신을 포함해 180명의 지하드 전사들이 9월 중순 모술의 터키 영사관 인질 49명과 교환, 석방되었다고 폭로함으로써 터키는 사면초가에 휩싸여 있다. 터키는 IS 궤멸을 위한 연합군에 동참하고 당초 지상군 파견까지 약속했음에도 왜 군사개입을 꺼리고 있는가?

첫째, 터키는 IS 소탕으로 자국 내 1200만명의 쿠르드인들과 이웃 이라크와 시리아의 쿠르드인들이 정치적 성장을 통해 강력한 위협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쿠르드 지역을 장악한 IS가 일정 부분 완충지대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과는 달리 터키의 최우선 정책이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붕괴이기 때문이다. 시리아 반군 핵심인 IS가 궤멸될 경우 이 지역을 시리아 정부군이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이런 점에서 터키가 그동안 IS에 대한 군사지원과 재정원조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셋째, IS 소탕을 위한 군사개입은 수많은 민간인 희생이 발생하고, IS 잔당과 피해자가 주축이 된 또 다른 급진 테러조직들이 터키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군사적 개입은 이란, 이라크 등 이웃 국가들과의 이해관계를 어렵게 하여 주변국들과의 문제 없는 외교정책을 추진해온 다우드오울리 총리의 노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넷째, 터키 국민과 터키 군부 모두 IS 궤멸을 위한 지상군 파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터키 국민들은 1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600년 오스만 대제국이 붕괴된 이후 중동지역에서 같은 이슬람 국가들끼리 총을 맞대며 피를 흘리는 전쟁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한 쿠르드 여성이 21일 터키 남부 수루츠에서 열린 쿠르드 전사들의 장례식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쿠르드족 전사들은 터키 국경과 접한 시리아 쿠르드인 거주 도시인 코바니에서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에 참전했다가 숨졌다. _ AP연합


그럼에도 IS 소탕에 가장 결정적 열쇠는 터키가 갖고 있다. 지리멸렬한 이라크 정부군에 대한 기대는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고 쿠르드 민병대 페슈메르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터키나 주변국들의 반발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터키는 IS 궤멸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수반인 마수드 바르자니와의 연대를 통해 시리아 쿠르드족들과 터키 내 쿠르드 테러무장조직인 쿠르드 노동당(PKK)을 바르자니가 통제하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주 미 중간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이 참패하자 중동정책에 변화를 보이면서 다시 이라크에 1만5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이 군대를 증파해도 IS 세력 확산 차단에는 일정 부분 기여하겠지만, 미국과 이라크 정부,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맞서겠다는 복수심에 불타는 수많은 저항세력들을 등에 업고 있는 IS 궤멸은 쉽지 않을 것이다. 3년 이상의 장기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결국 이라크 정부군이 제대로 전투태세를 갖추고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전폭적인 군사지원이 이루어져서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들인 그들로 하여금 IS를 궤멸하도록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도는 보이지 않는다.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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