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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만큼 당사자에게 더 큰 조롱이 있을까. 일흔 살이 넘은 한 나라의 대통령, 그것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어떨까. 한국이라면 ‘불경스러운 일’이라는 비난이 쇄도할 만하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버젓이 다뤄진다. 그것도 최고 신문 뉴욕타임스(NYT)에서 말이다.

 

지난 5월 중순 ‘트럼프가 어린애냐 아니냐’는 논쟁이 NYT를 달궜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어린이가 세계를 이끌고 있는 시대’라는 글이 발단이었다. 브룩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동안 한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그를 ‘유아기에 머문 어른’을 일컫는 미성숙자(infantilist)라고 규정했다.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대부분의 성인들이 차분히 앉아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는 교실에서 뛰어다니는 7세 초등학생 같다. 둘째, 성인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지만 트럼프는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셋째, 성인은 상대의 미묘한 생각을 이해하는 법을 알지만 트럼프는 ‘마음이론’을 발달시키지 못했다.

 

이틀 뒤 NYT 오피니언면에 발달심리학자들의 반박 편지가 실렸다. 제목은 ‘아이들을 트럼프와 비교하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고, 끊임없는 인정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공감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는 심리학 교수의 ‘4살짜리도 트럼프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반박 글이 이어졌다. 글쓴이는 4살 아이의 특징들을 열거하면서 트럼프와 어린애를 비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 국장

‘트럼프=어린애’ 비유는 대통령이 된 후 트럼프가 한 결정이나 행동을 어린애의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취임 전 트럼프 대선 캠프 관계자들이 러시아 측과 내통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 책임자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사례를 보자. 마치 화난 아이가 맘에 들지 않는 장난감을 던져버리는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쌓는다는 발상은 어떤가. 자기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심술꾸러기의 심보를 빼닮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에 분담금을 더 내라고 한 것은 골목대장이 나약한 아이에게 “내 말 안 들으면 알지?”라며 협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물론 미국의 안보 우산에 기대어 무임승차만 하려는 회원국들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는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나토 정상회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몬테네그로 총리를 밀치거나 새파랗게 젊은 프랑스 대통령과 힘겨루기 악수를 하는 모습은 어떤가. 떼를 써서라도 원하는 걸 가지려는 어린애의 행동 아닌가. 이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행태는 친구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못되어 먹은 아이와 뭐가 다를까.

 

심리학자들이 꼽는 어린애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충동 조절을 잘 못한다,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한다, 인간의 행동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 못한다 등이다. 이 기준을 트럼프에게 적용하면 꼭 들어맞는다. 아무리 고삐 풀린 말처럼 날뛰고 자기만족에 빠진 나르시시스트이지만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을 터이다. 부유층으로 자란 트럼프는 어릴 때부터 우월감과 승부욕이 넘쳤다. 그런 기질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교사에게 주먹을 휘둘러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 이유였다. 트럼프는 “어릴 때부터 자립심이 있었으며 폭력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내 생각을 알리고자 했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트럼프 부모는 아들의 고약한 기질을 바로잡기 위해 13세 때 규율이 엄격한 군사학교에 보냈다. 거기서는 어땠을까. 해병대 출신의 거칠고 엄격한 선생을 만난 트럼프는 존경과 환심을 사는 행동으로 매질을 피하는 영악함을 보였다고 한다.

 

울며불며 대드는 아이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감정을 추스르도록 다독이며 다정하게 안아주는 일이다. 그러고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트럼프는 공인이 된 이후 어른다운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지금부터라도 어른처럼 행동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이다. 그럼에도 지금 그에게 성숙함이라는 덕목이 필요하다. 자신은 물론 미국과 전 세계를 위해서도 그렇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트럼프는 다시 ‘러시아 게이트’ 스캔들을 마주하고 있다. 탄핵 이야기가 나올 만큼 스캔들은 미국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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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