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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밀어붙이는 ‘테러 등 준비죄’(공모죄) 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정부·여당은 지난 23일 국회 중의원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회기 내(6월18일)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시민단체에선 “감시사회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에서 야당의 기록적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낳았던 테러방지법 논란의 ‘일본판’이다.

 

공모죄 법안은 조직범죄를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만 해도 계획에 합의한 전원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범죄가 실행돼야 처벌하는 현 일본의 형사법 원칙을 크게 바꾸는 것으로, 과거 세 차례 무산된 것을 아베 정권이 다시 추진하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야당·시민단체 등은 처벌 대상 범죄가 277개로 범위가 너무 넓고 불명확해서 일반시민이 억울한 죄를 뒤집어쓸 수 있고, ‘범죄계획 합의’ ‘준비 행위’를 판단하는 것도 수사기관의 자의에 달려 있어 공권력이 오·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법안이 실제 테러 방지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도 있다. 공중납치나 화학무기 사용을 사전 단계에 처벌하는 예비죄가 있는데 굳이 공모죄 법안이 또 필요하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테러방지’를 이유로 합법적으로 국민 모두를 감시하는 수단을 얻게 되는 것이 문제라는 우려가 크다. 공모죄 법안이 개인의 사상이나 양심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인권이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도통신이 지난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모죄 법안에 대한 정부 설명이 충분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가 77.2%에 달했다.

 

이는 2016년 3월 한국에서 통과된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수정안) 논란과 ‘닮은꼴’이다.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에 정보 수집 및 추적권을 주고 테러인물을 감시·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뒀다. 두 법안 모두 범죄를 모의하거나 의심이 가는 인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권력 남용 및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 정부가 전 국민을 합법적으로 사찰할 수 있어 ‘대국민 감시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유사하다. 온라인상에선 한·일 양국 ‘평행이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야당 측은 국정원의 무분별한 감청 및 금융정보 수집이 가능해져 민간인 사찰을 포함한 정치 탄압에 악용될 수 있다며 9일간 필리버스터를 펼치며 반대했지만 필리버스터가 끝난 직후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본의 무력한 야당을 볼 때 공모죄 법안 논란은 한국의 테러방지법 때보다 더 참담하게 끝날 듯하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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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