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은 시기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말이 공론화지 사실상 사드 배치 여론몰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국내 일각에서 ‘미국에 대한 미안함’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바람 불 때 연 날리자’는 심산이다.

종북세력의 리퍼트 대사 공격으로 미국이 긴장해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안보에 문제가 생겼으니 미국이 원하는 사드 배치를 추진해 한·미동맹을 단단히 하고 안보를 지키겠다는 논리는 허망하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지극히 불순하다. 사드 배치는 단순히 한·미 간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안보 질서, 강대국의 군비경쟁과 관련된 중대 사안이다.

주한미군이 9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키 리졸브 연습 첫날인 지난 2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란 내용의 서한을 안보리에 보냈다. _ 연합뉴스


사드 배치를 주장하기에 앞서 과연 이 무기체계가 북한 미사일 위협을 차단할 수 있는지, 사드 배치로 얻을 수 있는 실익과 리스크는 무엇인지, 이로 인한 국제정세 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극단적 사고를 가진 개인의 행동이라고 해도 외교사절이 공격당한 것은 충격적이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안보가 불안해졌다는 주장은 지나친 정치 공세다.

지금 우리는 ‘리퍼트 대사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부채춤을 추거나 큰절을 하고 ‘석고대죄’를 하는 등 과공(過恭)이 난무하는 괴이한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여기에 집권여당마저 미국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드를 병문안 갈 때 들고 가는 황도복숭아 통조림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국익을 한·미동맹과 동일시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 요구를 들어주는 것으로 인식하는 단순한 안보관을 가진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춤추고 큰절하는 일부 인사들로 족하다. 집권여당까지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유신모 정치부 기자 simon@kyunghyang.com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