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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원료·생산·기업정신… ‘상품 이면’까지 생각한다

특별취재팀|국제부 박지희·김유진·정환보 기자



소비의 기준과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값싸고 좋은 물건이면 산다는 기존의 '합리적' 소비 개념에서 '좋은 기업이, 좋은 뜻으로, 정당한 대가를 주고 만든' 상품을 사겠다는 '윤리적 소비'로의 변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신조와 정치적 의식에 따라 상품을 선택함으로써 기업의 생산활동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매우 적극적인 행동이다.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공정 무역'도 윤리적 소비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윤리적 소비 개념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하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이 영국과 미국 등 윤리적 소비운동 현장과 소비자들을 찾아 실태를 취재했다. 한국의 적용사례와 제언 등 6회에 걸쳐 글을 싣는다.







최근 암울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독 연일 상승을 누리며 잘 나가는 주식이 있다. 주황색 봉지라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 행진을 기록하며 2주새 200%가량 급등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두달간 이어진 촛불 정국에서 가장 큰 수혜주로 꼽힌다.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 언론의 논조에 반대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대대적인 ‘삼양식품 구매 운동’이 벌어졌다. 보수 언론에 반대하기 위해 광고주에 대한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가운데 삼양식품이 네티즌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양식품을 살리기 위해 라면이나 주식을 사자”는 흐름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삼양 살리기’ 새 소비행태



삼양의 라이벌인 농심의 경우 촛불 정국의 직격탄을 맞은 경우다. 70%를 넘나들던 농심의 라면 업계 시장점유율은 촛불의 불길이 거세진 6월을 전후해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론 올 초부터 과자나 벌레 등 이물질이 발견된 탓도 있다. 하지만 네티즌 사이에 퍼진 ‘불매 운동’도 농심의 굳건한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삼양과 마찬가지로 광고 중단을 요구받았지만 보수 언론에 광고를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자 네티즌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들 네티즌이 삼양을 선택하고 농심을 거부한 모습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착한 소비’의 새로운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다. 착한 소비, 즉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는 자본주의의 ‘합리적’ 소비를 거부하고 ‘윤리적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행위다.



정치·사회적 영향도 고려


 


뉴욕 브루클린의 ‘고릴라 커피(Gorilla Coffee)’에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 고릴라 커피는 100%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커피와 차를 취급하는 독립적인 공정무역 카페다. <뉴욕/김유진기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를 하려면 상품의 가격과 질, 양 등 수치화할 수 있는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 기본이다.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면 그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소비 행동은 마무리된다. 회사 이름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 역시 회사의 유명도가 품질을 보증한다는 믿음에서 나온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윤리적 소비는 상품 결과만을 놓고 고르지 않는다. 상품의 원재료에서부터 제조와 완성, 유통 등의 과정과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정신까지 하나하나 점검하고 꼼꼼히 따진 후 선택하는 것이다.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공정 무역은 대표적인 윤리적 소비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 무역은 제3세계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직한 유통과 기업 정신을 살펴보는 윤리적 소비다.



커피에서 시작된 공정무역은 이제 초콜릿과 허브 같은 식·음료품에서 의류와 도자기 같은 수공예품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에 걸쳐 뿌리내리고 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파크 슬로프 5번가에 위치한 ‘고릴라 커피’ 역시 공정 무역이 자리잡고 있는 현장이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모든 커피와 차는 100% 공정 무역을 통해 거래된 제품들이다. 카페 내부에 걸린 세계 지도에는 공정 무역을 통해 이곳으로 온 커피 원두들의 생산지가 표시돼 있다.



공정무역 자리잡는 선진국



공정무역 외에도 온실 가스를 줄이는 로컬푸드·푸드 마일리지 운동, 아동을 착취하는 비양심적인 대기업 제품을 거부하는 보이콧 운동 등 착한 소비는 소비자 운동의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윤리적 소비가 앞서 나타난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꾸준한 홍보와 캠페인 덕에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의식이 소비자 사이에도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다. 의식 변화가 실제 소비 생활의 실천으로 이어지면서 윤리적 소비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영국 코퍼레이티브 은행(Co-operative Bank)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영국의 윤리적 소비 시장 규모는 323억파운드에 달한다. 1999년 96억파운드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는 기업의 윤리적 생산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다국적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경쟁의 새 규칙 형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윤리적 소비자층의 증가세를 보면 기업 이익적인 관점에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에티스피어 매거진과 포춘이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포춘의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성장세가 평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의 성장률보다 더 높았다. 착한 소비의 수요가 공급의 흐름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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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호프 | 최명애기자

ㆍ잭 셰이퍼 부족회의 대표

포인트호프 부족회의 대표 잭 셰이퍼는 “우리에겐 우리의 바다에서 사냥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1993년부터 사실상의 ‘부족장’ 역할을 해온 그는 최근 추크치 해의 석유 개발에 맞서 부족을 대표해 싸움에 나섰다.



-석유 개발과 관련해 여러 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다.
 
“모두 5건이다. 지난 1월 말 환경단체들과 함께 ‘석유 개발 관련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내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북극곰 등 야생동물과 원주민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다. 5월 초에는 ‘석유 시추 지진 테스트가 해양 동물의 생태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는 소송을 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크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추크치해는 우리의 텃밭이다. 석유 시추가 우리의 주식인 북극고래, 흰돌고래, 바다사자나 물범 같은 해양 동물의 개체수를 감소시키거나 이동 경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 기름 유출도 문제다. 해저에 송유관을 묻어 기름을 이동시킨다는데, 빙산 바닥이 해저를 스치면 송유관은 박살날 것이다. 정유업체들은 해빙에서 방제하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부분이 개발에 반대한다. 최근 시 정부·부족 회의 등이 중심이 돼 석유 개발에 반대하는 위원회를 결성했다. 5월12일에는 포인트호프 최초로 ‘환경 인식 페어’를 열었다. 주민 71명이 참여하고 8명이 위원으로 등록했다.”

-석유 개발로 주민들에게 이득도 있지 않나.

“정유업체들은 사냥용 기름을 공짜로 주겠다고 한다. 일자리도 약속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고래가 더 소중하다. 사실 이 땅과 바다는 ‘그들’(미국)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다. 100여년 전 그들이 훔쳐가지 않았나. 우리는 예수가 세상에 오기 전부터 여기서 자연과 동물과 함께 살아왔다. 우리는 북극의 마지막 프런티어들이다. ‘우리의 권리를 지켜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 해외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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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호프·앵커리지(알래스카) | 글·사진 최명애기자

ㆍ석유 개발로 ‘고래 사냥터’ 생태 교란

“얼음 아래로 그림자처럼 녀석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작살을 던졌지. 고래를 잡아오는 날이면 동네 사람 모두가 축제를 벌였는데…. 올해는 겨우 세 마리뿐이야. 예전처럼 고래가 오지 않는다고.”

 


포인트호프 마을 묘지의 모습. 고래 뼈와 십자가가 공존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알래스카 북부 포인트호프 마을의 고래 캡틴 루크 크누크(80)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13살 때 부친을 따라 처음 고래 사냥을 나간 그는 평생을 바다에서 보냈다. 1970년대만 해도 봄이면 마을 전체에서 고래 10~14마리를 잡았는데, 올해는 세 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그나마 한 마리는 얼음이 깨져 놓쳐 버렸다. 그는 “얼음이 얼지 않고 자꾸만 얇아진다. 고래의 이동 경로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포인트호프는 고래 사냥이 공식적으로 허가된 알래스카 에스키모 10개 마을 가운데 한 곳이다. 해빙(海氷·sea ice)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4월부터 6월까지 고래를 잡아 한 해를 난다. 그러나 고래 사냥철인 5월30일 마을은 조용했다. 주민들은 고래잡이를 나가는 대신 집안에 앉아 ‘빙고 게임’을 하며 백야를 보내고 있었다. 고래 선원 헐버트 키니바크는 “고래잡이 시즌이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두 달이었는데, 요즘은 5월 초 2주면 끝나요. 바다가 미쳐가고 있어요.”


# 고래잡이 시즌 2개월서 2주로

마을엔 아직까지 눈이 쌓여 있었다. 포인트호프는 추크치 해를 사이에 두고 시베리아와 마주보고 있다. 1만년 전 몽골로이드가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 북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이다.

60~70년 전만 해도 땅을 파서 지은 뗏집(sod house)에서 살았다. 고래 뼈로 입구를 지지하고 카리부(순록) 가죽으로 문을 대신했다. 뗏집은 북극의 거센 바람을 피하기 위한 에스키모 고유의 가옥 형태다. 흔히 알려진 이글루는 사냥 때 임시로 짓는 일종의 ‘텐트’다.

포인트호프 외곽엔 아직 뗏집 10여채가 남아 있다. 마을 묘지에는 십자가와 함께 고래 늑골이 잔뜩 꽂혀 있었다. 나무가 자라지 않아 예전에는 고래 뼈로 무덤을 표시했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는 고래 뼈를 쌓아두는 ‘칼르기’가 있다. 마을의 상징이자 성스러운 장소다. 현관마다 고래 수염이 걸려 있고, 마당에서는 고래 사냥용 카약 ‘우미아크’가 말라가고 있었다. 4000년 이상 고래에 기대 살아온 이들에게 고래는 단순한 먹거리 이상이다. 마을 사람들은 “우리가 고래를 잡는 것이 아니라 고래가 스스로를 우리에게 준다”고 했다. 마을에는 고래 비린내가 안개처럼 깔려 있었다.

바닷가에서는 지난달 24일 잡은 북극고래를 해체하고 있었다. 지방이 약간 붙은 고래 껍질 ‘마크탁’은 에스키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살과 지방은 먹고, 뼈는 표지석으로 활용하고, 수염으로는 바구니를 만든다. 북극고래의 길이는 10~18m, 몸무게는 1t으로 ‘집채’보다 크다. 고래 한 마리면 900명이 넘는 마을 전체가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옆에서는 다이언 오크토힉(58·여)이 반달 모양의 전통 칼 ‘울루’로 턱수염물범의 가죽을 벗겨내고 있었다. 오크토힉은 “고기는 먹고, 지방은 끓여 소스를 만들고, 가죽은 말려 8마리씩 기워 ‘우미아크’에 씌운다”며 “물범, 고래, 바다사자 같은 해양 포유류가 우리의 주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 변화로 해양 포유류 사냥은 예전만 못하다. 물범의 휴식처이자 사냥꾼의 사냥터인 해빙의 결빙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10월이면 얼기 시작하던 바다가 이번 겨울의 경우 1월에야 겨우 얼기 시작했다. 해빙뿐만이 아니다. 포인트호프 부족회의 수석 매니저 릴리 투츨루유크는 “북극이 기후변화에 있어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고들 말하는데, 우리야말로 바로 그 카나리아”라며 “지구 온난화로 최근 몇년 동안 마을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마을과 외부를 잇는 공항이 가장 큰 문제다. 해빙의 결빙이 늦어지면서 활주로 앞 땅이 폭풍에 깎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1.5~2.4m씩 깎여 이제는 활주로와 바다 사이가 겨우 24m 남았다. 실제 포인트호프로 착륙하는 순간 비행기는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영구 동토층이 녹아 내리면서 주민들이 고래 고기를 보관해 온 땅 속 저장고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고래 고기 냉장고’를 별도로 구입해야 할 형편이다. 몇 대째 마을에 살아왔다는 팝시 키니바크(54)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던 이곳에 버드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온난화로 결빙 석달이나 늦어져

포인트호프 주민들은 5월 초 미 내무부와 광물관리국 등을 상대로 “셸 등 정유업체의 석유 시추 지진 테스트를 중단시켜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2007년 7월 포인트호프 앞 추크치 해와 보퍼트 해 7200만에이커에 대해 석유 개발을 허용했다. 광물관리국은 이 일대에 240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셸, 코노코필립스 등 5개 사가 올 여름 석유 시추 테스트를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추크치해의 석유 시추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들은 석유 개발로 삶의 방식이 바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환경단체 태평양환경(Pacific Environment)에 따르면 추크치 해는 전 세계 북극고래의 20%, 흰돌고래의 40%가 이동 경로로 이용하는 지역이며, 회색고래·혹등고래와 바다사자의 사냥터다.

포인트호프 시 정부 환경프로그램 담당자 에마 키니바크는 “석유 지진 테스트가 시작되면 음파로 교신하는 고래와 물범의 생태가 교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머리 없는 물범 시체들이 잇달아 바닷가로 떠밀려왔다”며 “시범 지진 테스트로 인한 충격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기름이 유출될 경우 바다 위를 덮고 있는 해빙으로 인해 방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 시추 작업 편의를 위해 일부 해빙을 인공적으로 제거할 가능성도 있다.


# 전통적 사냥 어려워져 생존 위협

릴리 투츨루유크는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겪고 있는 우리들이 이제는 삶의 방식까지 바꾸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앞서 포인트호프 부족 회의는 2006년 미 의회와 대통령에 대해 “기후 변화로 인한 날씨·눈·얼음의 변화가 전통적인 사냥을 어렵게 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31일 주민 헐버트 키니바크는 저녁식사로 ‘마카로니 앤드 치즈’와 함께 ‘흰돌고래 수프’ ‘마크탁’을 준비했다.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를 갖고 놀던 아이들이 냉장고에서 콜라를 하나씩 꺼내 들고 식탁에 앉았다. 에이미 아퉁아나(9)가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보다는 마크탁이다. 에이미는 10년 뒤면 물범 가죽을 벗겨 우미아크를 만들 것이다. 에마 키니바크가 말했다. “고래잡이와 사냥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아는 길이에요. 우리 아이들에겐 마크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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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리지(알래스카) | 최명애기자

ㆍ리처드 스타이너 알래스카대 교수

리처드 스타이너 알래스카 대학 교수(사진)는 “알래스카는 기후변화의 ‘그라운드 제로’ ”라고 강조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데다 각종 피해 보상 소송, 캠페인 등이 어느 곳보다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대학에서 해양 동물을 가르치는 그는 30여년간 알래스카 구석구석을 누빈 현장 학자다.



-왜 북극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나.

“북극의 빙하는 태양열을 반사시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기온 상승으로 빙하 면적이 줄어들면서 반사율이 낮아져 기온이 급속히 오르고 있다. 기온 상승 정도가 열대 지역의 2~3배다. 열대 지방에 비해 공기층이 얇고 단단해 똑같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더라도 온실효과를 더 크게 느끼게 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무엇인가.

“기온이 어는 점 이상으로 올라가는 날이 많아지면서 해빙이 줄어들었다. 결빙 시기가 한 달 이상 늦어졌고, 두께도 1960년대의 10피트(3.1m)에서 1990년대 6피트(1.8m)로 얇아졌다. 해빙은 물범의 서식처이자 북극곰의 사냥터다. 시스마레프의 침식 문제도 해빙이 원인이다.”

-기후변화로 알래스카에 발생한 현상들은 어떤 것이 있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숲이 내려앉는 ‘술 취한 숲’이 늘어나고 있다. 북극곰이 내륙에 출몰하고,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어족이 바뀌고 있다. 빙하의 후퇴나 기온 상승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중에서도 해안 침식이 가장 심각하다.”

-석유를 적게 쓰는 에스키모들이 기후 변화의 첫 피해자가 되고 있다.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기후 부정의(Climate Unjustice)’의 사례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입고 있다. 에스키모들도 태평양 섬지역 주민들처럼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해 현장을 증언하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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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시스마레프·앵커리지 | 최명애기자

ㆍ얼지 않는 바다… 모래해안 야금야금

“바로 여기예요. 아침에 산책했던 길이 저녁에 오니 없어졌더군요. 저 쓰러져가는 전봇대 앞에 도로, 집, 절벽이 차례로 있었어요. 지금은 모두 바다로 변해버렸지만요.”


                               해안 침식으로 무너진 주택의 잔해가 눈 덮인 바다에 흩어져 있다.
                               알래스카 시스마레프 섬 남쪽 해안은 지구 온난화로 매년 1~1.5m씩 깎여나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알래스카 서북부 시스마레프 섬. 에스키모 딘 코즈쿡(49)의 손가락은 눈 덮인 바다를 가리키고 있었다. 2003년 11월 폭풍으로 몇 시간 만에 해안 2m 정도가 깎여 나간 자리다. 무너진 흙더미에는 판자, 싱크대, 깡통, 심지어 변기 뚜껑까지 굴러다녔다. 위태롭게 해안가에 걸쳐 있던 집들이 땅과 함께 무너진 흔적이다.

1970년대 시작된 해안 침식으로 시스마레프 남쪽 해안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폭풍 강도가 거세진 97년부터는 해마다 1~1.5m씩 깎여나가고 있다. 큰 폭풍이 불어닥친 97년, 2001년, 2002년 등에는 평균 6~15m가 깎였는데 한번에 38m가 깎여나간 적도 있다. 이 섬의 최대 폭은 400m에 불과하다.

‘미군 엔지니어 연합’의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시스마레프에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5년이다. 주민 615명은 2002년 투표를 거쳐 알래스카 본토로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400여년간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땅이 사라지고 있는 시스마레프는 북극의 투발루(지구 온난화로 가장 먼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되는 남태평양 섬나라)다.


# 결빙 시기 늦어지면서 거센 폭풍

시스마레프의 해안 침식이 본격화한 것은 해빙(海氷·Sea Ice)의 형성이 늦어지면서부터다. 마을 앞 추크치 해는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결빙 시기가 늦어졌다. 10월이면 얼기 시작하던 바다가 11월이 돼도 좀처럼 얼지 않았다. 10월마다 폭풍이 불어닥쳤다. 천연 방어벽이던 해빙이 사라지면서 모래로 된 땅은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시스마레프 섬의 어린이가 영구 동토층이 녹아 생긴 물구덩이에 발을 담그고 있다.

북극권 8개국 공동위원회가 2005년 발간한 ‘극지방 온난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알래스카의 연 평균 기온은 화씨 3.6도에서 5.4도로 올랐다. 해빙의 면적은 지난 30년간 최대 20%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해빙뿐만이 아니다. 시스마레프 부족회의 위원 로버트 이유투아나(48)는 “얼음 위에서 사는 물범과 바다코끼리의 수가 줄어들고, 상태나 냄새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물범은 시스마레프 주민인 에스키모들의 주 식량이다. 시스마레프 학교 과학교사 켄 스티넥은 “유럽이나 미국 본토에 사는 유럽형 참새 2마리가 지난달 말 학교에 둥지를 틀었다”며 “기후 변화로 새들의 이동 경로가 교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동네 곳곳에는 물구덩이가 패었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하나씩 더 생길 정도다. 영구 동토층을 덮고 있는 미세한 모래가 물과 뒤섞이면서 진창이 생겨 고무 장화가 생활필수품이 됐다. 유일한 포장도로인 비행기 활주로도 울퉁불퉁 파인 지 오래다. 주민들은 자동차 대신 ‘포 휠러(4-wheeler)’라고 부르는 ATV나 스노 머신을 이용한다. 포휠러가 물구덩이를 달릴 때마다 물보라가 튀었다. 콧물을 입에 문 아이들은 장화를 찰방거리며 까르르 웃어댔다.


# 전통 고수 에스키모 이주 불가피

시스마레프에는 아직까지 상·하수도 시스템이 없다. 물은 빗물을 모으거나 눈을 녹여 만든다. 수세식 화장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집집마다 요강을 사용한다. 숙소였던 비상응급센터 뒤에 큰 연못이 2개 있었는데, 거기가 하수를 모으는 곳이다. 하수를 처리하기 어렵다보니 1회용품을 많이 쓴다. 종이 접시, 스티로폼 컵, 플라스틱 수저가 보편적이다.

그래도 전기는 들어온다. 마을 공동 발전기로 각 가정에 공급한다. 위성 안테나로 케이블 방송을 보고, 무선 인터넷도 사용한다.

일상 생활은 상당 부분 서구화됐지만 시스마레프 주민 대부분은 여전히 ‘사냥꾼’이다. 얼음이 풀리는 6월부터 보트를 끌고 나가 물범을 잡고, 봄·가을에는 카리부(순록)나 새를 잡는다. 동네 곳곳에서는 카리부의 가죽이 말라가고 있었다. 일찌감치 물범 사냥을 다녀온 집들은 고기를 얇게 저며 현관에 걸어 말렸다. 물범 지방을 끓여 만든 물범 기름은 에스키모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스 가운데 하나다.


# 최대 2억 달러 이전비용 걸림돌

“우리는 수백년 동안 바다의 물범과 땅의 작은 포유류에 의존해 살아왔습니다. 알래스카 227개 부족 가운데서도 가장 독특한 생활 방식과 문화를 갖고 있어요. 이주가 불가피하다면 조상 대대로의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시스마레프 침식·이주 연합 대표 토니 웨이오우아나(49)는 “해발 고도가 높고 영구 동토층이 많지 않으면서 바닷가에 면한 지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주 정부가 2006년 본토의 틴 크릭 지역을 추천했지만 주민들은 “해빙이 적어 전통 생활방식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2009년 4월 목표이던 이주 시작 시점은2012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막대한 이주 비용도 걸림돌이다. ‘미군 엔지니어 연합’ 등에 따르면 시스마레프의 이주 비용은 1억~2억달러로 예상된다. 주·연방 정부는 이주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2700만달러를 투자해 시스마레프 남쪽 해안에 914m 길이의 방파제를 세우는 중이다. 환경단체인 ‘알래스카 보존 연합’의 대외협력 담당자 마가렛 매누소프는 “상처는 치료하지 않고 1회용 반창고만 붙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알래스카 기후영향평가위원회가 펴낸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해안 침식 문제를 겪고 있는 알래스카의 마을은 모두 162곳이다. 특히 시스마레프, 뉴톡, 키발리나 3곳은 10~15년이 지나면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으로 평가됐다. 키발리나 부족회의는 지난 2월 엑손 모빌 등 24개 정유·전력·석탄회사를 상대로 “화석연료 업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해안 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7일 밤 코즈쿡이 2003년 폭풍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들고 기자를 찾아왔다. “화석연료를 가장 적게 쓰는 우리가 지구 온난화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 사람이니 유엔에 이 사실을 알려달라”는 이유였다. 영상 속의 파도는 해안가 집을 삼킬 기세로 밀어닥치고 있었다. 눈 쌓인 바다에 버려져 있던 판자가 바로 이 집 지붕이었다.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프레드 데이비스(50)가 중얼거렸다. “저 앞에 우리 할머니가 고기 말리던 덕장이 있었어. 할머니가 그랬어. 언젠가 바닷물이 시스마레프를 삼킬 거라고. 정말 그렇게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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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래스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도움이 되려면 작은 실천에 더 힘써야겠어요.
  2. 정말 안타깝습니다. 지구의 역사 속에 몇번의 해빙과 빙하기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알래스카나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 뿐만아니라, 북극곰, 고래, 물개 등 얼음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으니까요.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가 변하는 등의 연쇄 효과들도 있고 말이죠.

    그래서 말인데, 만약 결빙이 되어야 하는 시기에 꼭 필요한 동토층 혹은 얼음을 얼리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어떤 시설물이나 장비를 적용하게 되면 안될까요?

    인류의 건축의 역사중에 런던 지하의 진흙 등 연약 지반에 지하철을 내기 위해, 그리고 또 지금 검토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막으려는 동토층 계획 등.

    지하에 동파이프 등을 연결해서 박고, 액화 질소? 등을 부어서 냉각시키는 방법들도 있는것 같은데.
    물론 자연에 인위적으로 손을 댄다는 게 무리일수도 있지만, 저렇게 온난화가 발생하게 된 것도 인위적인 부분이고, 저 삶의 터전에, 자연의 공간에 사는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들어가는 이주 비용, 환경 보호 비용 등을 생각한다면, 그런 시설들이 완전히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은 못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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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 이나래 미디어다음 블로거기자


“환경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할 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스톡홀름 환경청의 에릭 함머휄트 환경대사(사진)는 친환경정책의 성공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기업들을 상대로 개발과 환경보전이 상충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가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머휄트 대사는 “1980년대 정부에서 기업들에 환경문제에 신경써줄 것을 주문했는데 처음에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문에 대한 보조금 정책, 친환경 제품에 대한 대국민 홍보 등 정부의 노력이 쌓여가면서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환경을 염두에 두는 것이 이롭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고 밝혔다.

그가 강조한 두번째 방안은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소비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돈을 더 내고라도 친환경 제품을 사겠다는 인식이 있어야 기업들도 그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환경청을 중심으로 다양한 캠페인도 진행해 왔다고 한다. 결국 정부의 각종 보조금과 면세 혜택,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 등이 어우러지면서 환경정책이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권이 바뀔 경우에도 일관적으로 환경정책이 추진되도록 독립적인 위원회를 두고 정책을 추진한 덕에 기업과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스웨덴 정부는 자동차·비행기 여행 등을 자제하고 자전거나 기차 여행 등을 실천해 지구 환경 개선에 나서자는 이른바 ‘친환경 여행’을 독려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함머휄트 대사는 “장기적으로 풍력·수력 등 자연을 이용한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아 석유 의존도를 더 낮춰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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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스톡홀름 | 글·사진 김정선기자

ㆍ제7부 3 ‘2020 석유 제로’ 스웨덴의 실험

북유럽에서도 친 환경 정책을 가장 선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스웨덴은 친 환경 국가로 완전히 정착한 모습이었다. ‘2020년 석유 독립 프로젝트’라는 야심찬 계획을 2006년에 내놓은 스웨덴의 실험은 이론이 아닌 현실이 돼가고 있었다. 석유·원자력 발전 대신 신·재생 에너지가 실생활에 직접 쓰이는 것은 물론 그 비중도 전체 연료의 30%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스웨덴 주민들은 “석유 에너지로부터의 독립은 더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했다.

분뇨·쓰레기 ‘바이오 에너지’
예테보리…친환경 난방 시스템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는 친 환경 난방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도시였다. 기자 일행이 묵은 아파트는 모두 중앙난방식이었는데, 숙소 주인은 “예테보리에서는 난방에 거의 100%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예테보리 시청의 도움을 받아 예테보리 난방 시스템 취재에 나섰다.

 


                        스웨덴 예테보리 시내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스웨덴에는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보관소 등 편의시설이 잘 마련돼 있다.

난방 부문에서 석유 의존도를 1% 미만으로 낮출 수 있게 된 대체 에너지원은 놀랍게도 분뇨 등 배설물과 쓰레기였다. 취재진은 우선 분뇨를 에너지로 만들어내는 기업 그리야브를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예테보리 시에서 모여진 분뇨는 이곳에서 에너지로 전환된다. 분뇨를 20일 정도 발효시키는데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연료가 되는 것이다.

그리야브는 이 에너지를 지역난방 회사인 예테보리 에너지에 판매한다. 2006년 기준으로 60.4기가와트의 바이오 가스를 생산했다고 한다. 그리야브의 에릭 진은 “메탄가스의 정제와 압축을 통해 난방이나 차량 에너지 공급원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쓰레기를 이용해 연료를 만드는 기업 ‘레노바’였다. 건물 내부는 거대한 쓰레기 소각장이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이 쏟아지고, 거미손 같은 기계들이 쓰레기를 집어올려 소각장으로 전달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폐열은 예테보리 지역난방에 필요한 에너지의 30%가량을 생산하는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 된다고 현장의 크리스찬 캘러델이 설명했다. 폐열을 버리지 않고 다시 사용함으로써 지역난방 에너지 공급원으로 석유류는 급격히 줄고 폐열 이용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중 연료 자동차. ‘플렉시 퓨얼(flexi fuel)’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예테보리 시는 건축 분야에서 에너지 고효율 주택 건설에 힘을 쏟고 있었다. 시가 중심이 돼 세운 ‘에코 하우징 프로젝트’ 단지를 찾았다. 예테보리 도심에서 남쪽으로 20㎞ 떨어진 이 곳은 건물 20여채가 모여 있는 친환경 공동 주택 지역으로 별도의 난방 시스템이 필요 없도록 돼 있었다. 거주자들에게서 나오는 열이나 전기 기구, 조명 기구 등에서 나오는 열을 버리지 않고 열 밀폐 장치, 절연 장치 등을 이용해 모은 뒤 이를 난방에 필요한 열로 바꿔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주택 건설 비용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열 교환장치 때문에 난방비가 거의 들지 않아 비용이 상쇄된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혼잡료·속도제한 자가용 ‘뚝’
스톡홀름…친환경 자동차의 천국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거리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플렉시 퓨얼 카(flexi-fuel car)’라는 표지를 단 채 달리고 있었다. 우리 말로 옮기자면 ‘이중 연료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을 위해 경쟁적으로 이중 연료 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정부에선 친 환경 자동차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각종 세금 감면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행의 안내를 맡은 조영호씨는 ‘한국에 비해 거리에 차가 턱없이 적다’고 하자 “교통 혼잡료 때문”이라고 답했다. 스톡홀름 시내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전면 도입된 자동차 교통 혼잡료는 10크로네(1800원)~30크로네(5300원) 정도. 값비싼 주차료까지 포함하면 비용이 만만찮아 자가 운전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실제 취재진은 단 몇 시간 주차비로만 100크로네(1만7000원)를 지불했고, 그나마 주차장 찾기도 어려워 한참을 헤매야 했다. 게다가 자동차 속도는 시속 40㎞로 제한돼 있어 운전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아예 자동차를 모는 일 자체를 불편하게 해놓은 셈이다.

도시 대부분의 차량을 친 환경 자동차로 바꾸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환경청의 에릭 함머휄트 대사는 2006년 스웨덴 정부 산하 ‘석유 독립 위원회’가 제안한 ‘2020 석유 독립 프로젝트’에 따라 교통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2020년까지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사용을 현행보다 40~50% 줄이자는 정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함머휄트 대사는 “처음엔 기업에서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투자, 고유가 추세는 기업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었다. 에릭 대사는 “유가가 높아지고 소비자들이 세금이 적은 자동차를 찾자 기업들이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통부문은 여전히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환경부의 스벤 올로브 에릭슨 차장은 “여전히 석유 의존도가 높은 분야”라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석유 의존도를 많이 낮춘 난방부문과 달리 교통부문은 여전히 석유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곡물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만드는 바이오 연료가 최근 전 세계 식량 가격 폭등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웨덴 정부는 풍력·수력 등 자연을 이용해 친 환경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 개발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궁극적으로 환경 친화적 생활습관이 몸에 배도록 다각적인 캠페인도 병행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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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선기

ㆍ국제환경단체들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를 전 세계적 의제로 끌어올린 데는 여러 환경단체들의 노력이 있었다.

대표적 단체로 ‘지구의 친구들(foei.org)’이 있다. 핵 실험이나 고래잡이 등에 반대하는 각국 환경 활동가들이 연대해 1981년 세웠으며 현재 69개 지부를 두고 있다. 5000여명의 활동가들이 각 지역에 흩어져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후원자도 200만명에 달한다. 유전자 조작(GMO) 식품 반대, 유해 음식물 조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내놓는 기업들을 압박해왔다. 무역·인권·농업 단체 등과 네트워크를 맺어 활동하고 있다.

 

'지구의 친구들’ 호주 지부 활동가들의 모습.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WWF·panda.org)도 널리 알려진 단체다. 1961년 아프리카 지역의 야생동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운동가들이 설립했다. 초기에는 아프리카 지역 야생동물 보호에만 머물렀으나 차차 영역을 넓혀 현재는 전 세계에서 2000여개 환경 보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WWF는 주로 지역 운동에 기반을 두고 발전해왔다. 예를 들어 작은 시골 학교에 정원을 만들어주거나 마을 슈퍼마켓에 친환경적인 포장을 권고하고 독려하는 방식이다. 전통적 활동인 야생동물 집 만들어주기 등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들이나 정부 관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에라클럽(sierraclub.org)은 미국의 환경운동가들이 자원의 책임있는 사용을 촉구하기 위해 1982년 발족한 환경단체다. 박물학자 존 뮤어가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1972년부터 국제 조직으로 발전했다.
미국 그랜드캐니언 댐 건설 저지로 성가를 얻었으며, 북아메리카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공공정책 결정, 입법, 행정, 사법, 선거 등을 통한 활동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 60여개 지역 조직이 있고 회원이 60만명에 이른다.

풀뿌리 환경단체인 CHEJ(chej.org)도 있다. CHEJ는 미국의 주부 환경 운동가 로이스 깁스가 세운 단체로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산업 폐기물로 고통받는 지역민들을 이끌고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환경 캠페인을 벌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주로 어린이들에게 유해한 화학 약품을 연구하고 기업에 시정을 권고하는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86년에는 CHEJ의 권고로 맥도널드가 스티로폼 포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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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 김정선기자 kjs043@kyunghyang.com

ㆍ‘과격’ 벗고 ‘과학’으로 무장한 환경 보루

창문 밖에 내걸린 ‘오염을 멈추라(Stop Pollution)’는 포스터를 보지 못했더라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프랑스 그린피스는 파리 시내에서 동쪽으로 한참 떨어진 교외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프랑스 그린피스의 기후·에너지 캠페인 담당관 카린 가반트는 “독립성 유지를 위해 정부나 기업에서 전혀 기부를 받지 않기 때문에 땅값이 비교적 싼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환경단체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반핵 해상시위로 전세계 명성 # 길고 외로운 투쟁

그린피스는 프랑스의 ‘환경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었다. 카린 가반트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 세계를 강타하기 전부터 그린피스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외롭게 싸워왔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지부가 들어선 1977년부터 그린피스는 핵실험과 원자력 발전소 설치 반대, 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 유전자 조작(GMO) 식품 유통 반대 등을 목표로 활동해왔다.

본부를 네덜란드에 둔 그린피스는 1971년 미국 알래스카 암치카 섬 핵실험에 반대하는 해상 시위를 계기로 탄생했다. 해상 시위를 위해 이들이 탄 배의 이름이 ‘그린피스’였다. 프랑스 지부 활동 역시 초창기에는 핵실험 반대가 주를 이뤘다. 핵연료 수송을 막기 위해 철길 위에 눕거나 핵실험에 항의하려고 개선문에 매달렸다.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집단”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 같은 활동을 통해 환경단체로서의 평판을 착실히 쌓아갔다.

환경운동 과정에서 안타까운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무지개 전사호 (Rainbow Warrior)’ 폭파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린피스는 85년 프랑스 핵실험장인 폴리네시아 모로루아 섬을 봉쇄하고 프랑스 지배를 받는 폴리네시아인의 독립을 위해 시위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 정부는 정보요원을 보내 그린피스 요원들의 배 ‘무지개 전사호’에 폭탄을 장치했다. 배가 폭발하면서 그린피스 활동가 1명이 사망했다.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면서 프랑스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휩싸였고 국방장관은 해임됐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사임 위기에까지 몰렸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보요원들의 협박과 공격이 계속돼 그린피스 프랑스는 87년 문을 닫아야 했다. 활동은 2년 뒤에야 재개됐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이후에도 끈질긴 시위로 96년 모로루아 프랑스 핵실험장을 폐쇄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린피스는 또 프랑스 정부가 인도에 수출한 석면 유발 해군함의 리콜을 이끌어내는 등 국제 환경운동사에 굵직한 획을 긋는 사건들을 여럿 만들어냈다.



테러·탄압 딛고 41개국에 지부 # 노력…성과

목숨을 담보로 한 이들의 활동을 바탕으로 그린피스는 짧은 기간에 거대 환경단체로 성장했다. 프랑스 지부 회원만 11만명이며 상근 직원이 50여명, 2008년 예산이 750만유로(121억원)에 이른다. 프랑스와 같은 국가 지부는 전 세계적으로 41개에 이른다.

핵 반대에서 시작했던 활동 영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에너지·포경·해양오염 등 환경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안을 두루 포함한다. 명성을 쌓은 뒤에는 급진적이고 과격적인 활동 방식 대신 과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인공위성을 통해 핵 폐기물을 버리는 현장을 찾아내는 등 다양한 첨단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자료를 수집한 뒤 런던 지부에 있는 분과로 넘기면 이곳에서 정밀 분석한다. 긴밀한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수집한 자료를 보내 분석을 의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영국이나 우크라이나에 자체적인 환경 연구소를 세워 과학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유엔환경계획(UNEP),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생물 종의 국제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 국제포경위원회(IWC), 런던(해양투기)협약, 자연과 천연자원 보호를 위한 국제 연맹(IUCNNR), 유독물질의 투기와 처리에 관한 오슬로 및 파리 협약, 남극조약 체제를 위한 회의 등 다수의 국제 기관과 협약에 참여하면서 회원국과 기구들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간 환경정보지 ‘그린와이어’ 등 각종 매체와 보고서를 통해 시민들에게 환경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회원감소·정치세력화는 숙제
# 한계…미래

그러나 그린피스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때 500만명에 육박하던 회원 수가 2000년대 들어 280만명으로 감소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영국, 미국 등에 몰려있는 개인 기부자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꼽힌다. 결정적 순간에 이들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환경 이슈가 산업화 경향을 띠면서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린피스의 정치세력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린피스 공동 창설자였다가 중도에 결별한 패트릭 무어는 언론 인터뷰에서 “과학에 근거한 환경 감시운동으로 시작한 그린피스가 지금은 극단주의와 정치 의제를 앞세운 운동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핵실험 반대, 고래보호 운동 등 그린피스의 초기 의제는 철저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제기됐지만 지금은 (의제가) 정치운동가들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그린피스의 카린 가반트는 “초심으로 돌아가 환경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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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라멘토 | 정민건 다음 블로거 기자

ㆍ스탠리 영 州기후변화대책팀 대변인

스탠리 영 캘리포니아 주정부 기후변화대책팀 대변인(59·사진)은 “갈수록 더워지는 ‘이산화탄소의 여름’은 환경은 물론 사람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온난화 대책은 생활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매년 봄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눈이 녹는 속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면서 “눈이 천천히 녹아야만 관개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 대변인은 “기온이 섭씨 2도만 올라가도 눈이 빨리 녹아 지역에 따라 홍수와 가뭄의 고통을 당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대기오염까지 겹쳐 주민들의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대책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환경재앙에 대비하는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의 두가지로 구분했다. 그

는 특히 “해수면보다 6m 정도 낮은 샌 호아킨 삼각주의 홍수관리는 수위의 상승에 따라 자동적으로 제방을 보강하는 시스템”이라면서 “제방이 무너지면 일대 농경지는 물론 삶의 터전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쟁에 대비한 국가비상계획의 용어를 온난화에 사용하고 있는 것에서도 캘리포니아의 위기감을 감지할 수 있다.

연방환경청(EPA)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자동차 오염방지대책에 대해 그는 “항소심에서 안되면 대법원에까지 간다는 게 주의 방침”이라면서 “우리에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산불과 폭염, 대기오염 탓에 대기중 맹독성 물질인 다이옥신 수치가 높아지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2020년쯤 6억매트릭t을 방출하게 된다.”

그는 그러나 미래에 대해 비관하지 않았다. “개인과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시장시스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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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특파원/ 샌프란시스코·새크라멘토

오늘의 캘리포니아를 만든 단초는 ‘황금을 향한 욕망’이었다. 1848년 1월 아메리칸 강에서 사금이 발견된 이후 30만명에 이르는 ‘일확천금의 꿈’들이 몰려들었다. 허황되게 시작한 이 꿈들이 인구 3800만명에 세계 7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미국 속의 ‘또 하나의 국가’로 캘리포니아가 성장하는 출발점이 됐다. 그런 캘리포니아는 이제 또 다른 ‘독립’을 꿈꾸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위기에서 탈출하는 외로운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면 상승 등으로 주정부 내 강 유역에 있는 생활기반이 침수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진은 새크라멘토강과 샌 호아킨강이 만나 삼각주를 이루는 지역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
│캘리포니아 주정부 제공

#연례행사 된 산불과 홍수

지난 1월24일 해질 무렵 도착한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교통 지옥 같은 퇴근길 풍경이 펼쳐졌다. 허위허위 둥지를 찾아가는 주민들. 그들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캘리포니아가 150년 가까운 황금으로의 여정 끝에 목도한 것은 음울한 종말의 서곡이었다. 덥고 건조한 대기로 발생하는 산불은 캘리포니아의 연례행사다.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잦아진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14.57도로 인류 역사상 두번째로 더웠던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 주민 100만명은 산불을 피해 흩어져야 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몇 주 빨리 찾아온 불청객 탓에 지난 4~10일을 산불예방주간으로 선포했다.
비앙카(38)는 “산불과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면 정말 바보”라며 기후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교포학생 허경씨(27·UC버클리대)는 “몇 년 전 뉴욕에서 이사했을 때만해도 여름이 시원해서 좋았는데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날씨가 뉴욕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 주변의 설괴빙원(雪塊氷原)의 녹은 물을 사용하고 있는 위태로운 수자원은 ‘물지옥’을 예고한다. 1800㎞의 해안선은 해수면 수위가 0.5m만 높아져도 재앙을 부른다. ‘대기지옥’은 더욱 절박하다. 엄격한 오염관리에도 불구, 대기는 갈수록 탁해지고 있다. 새크라멘토의 주정부 건물에서 만난 주정부 환경고문인 마거릿 킴(46)은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전국 10대 공해도시 중 6개가 캘리포니아에 몰려 있다”며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을 하고, 조기사망의 원인도 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 정부는 물과 불, 가뭄, 갈수록 더워지는 기온에 따른 오염증가 등 총체적인 위기의 주범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했다. 지구온난화는 먼 장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환경재앙이 아니라 당장 주민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이 현안을 푸는 열쇄는 바로 온실가스 감축. 주 정부는 2004년 6월 ‘청정대기법’을 통과시키고, 2016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까지 줄이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환경에 앞서 비즈니스를 앞세운 연방정부는 되레 어깃장을 놓고 나섰다. 워싱턴의 연방환경청(EPA)은 공해를 줄이기 위한 ‘청정대기법’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가뜩이나 경쟁력을 잃어가는 자동차산업 등 미국 재계의 호소에 귀를 기울인 탓이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공화당 출신이면서도 조지 부시 행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외롭고 고단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여전히 밀어붙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온난화 대책은 총력전의 양상이다.

#온실가스 줄이기와 전쟁중

연방정부의 허락이 필요한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오염방지 차량 제조 의무화를 당장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 정부는 주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부터 착수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공기’도 자원이다. 주 정부 대기자원위원회는 산업과 에너지, 농경, 정유, 차량운행 등 분야별로 올해 말까지 행동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업체별로 탄소배출량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탄소 교역시장’에서 크레디트를 구입하게 했다.
 
낡은 주택의 벽을 두껍게 개조, 열 효율을 높이는 가정은 3년, 5년, 7년 단위로 공사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2002년 취임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아예 “지구온난화 대책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면서 환경 재앙과의 전쟁에서 ‘터미네이터’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린테크놀로지 선도 꿈도

캘리포니아는 유엔과 연대해 태평양 건너 중국, 인도와도 환경연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개월 간 베이징에 머물면서 현지 환경전문가 교육을 하고 돌아왔다는 킴 고문은 “우리가 사용하는 중국·인도산 상품들이 현지에서 오염을 배출하면서 만들어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25%가 수출산업에서 나온다는 점에 착안한 노력이다. 그는 “중국이 멀다고만 할 수 없다”며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인 골드 러시의 본향(本鄕)이 반 자본주의적인 온난화 대책에 앞장서는 것은 모순처럼 보인다. 캘리포니아는 그러나 온난화 대책도 돈이 된다는 생각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들이 기술개발로 이어져 또 다른 시장을 창출한다는 논리다. 주민들이 자동차 운행시간을 줄이고, 주택을 개량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불편을 겪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그린테크놀로지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캘리포니아에 또 다른 황금러시를 예고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가진 환경기술시장의 선도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미국 속에서 유럽의 환경 기준을 적용하려는 캘리포니아의 노력은 미 대륙 반대 쪽에서도 미미하나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워싱턴의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지난해 11월 ‘결과의 시대’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가 외교정책 및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에는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존 포데스타 빌 클린턴 행정부 백악관 비서실장, 커트 캠벨 전 국방부 차관보 등 거물들이 참여했다. 온난화가 캘리포니아 리버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집필에 참여한 리언 푸어스 조지 워싱턴대 연구교수는 향후 30년 내에 평균 온도가 3.6도 증가하고 해수면이 0.52m 높아졌을 경우를 가상해 “미국 서부의 강줄기가 말라가면 멕시코 북부의 물부족으로 이어져 카트리나 사태에서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난민’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난민의 증가로 미국 내 사회적, 정치적 구조가 바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어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푸어스 교수는 “온난화 대책보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거액의 예산을 쏟아붓는 지금의 외교정책으로는 향후 수십년간 미국의 국제적 지위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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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 모르즈비 | 글·사진 김주현기자

ㆍ물고기 없는 ‘뜨거운 바다’ 도시로 간 부족 강도 전락

지난 3월27일 파푸아뉴기니(PNG) 수도인 포트 모르즈비 시내. 국가재난센터를 찾아가는데 동행인 제임스 김이 “차량 문을 잠그라”고 말했다. “치안이 불안해서 신호 대기 때나 외진 길을 갈 때 갑자기 ‘라스콜(무장강도)’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해가 지면 밖에 다니는 것도 위험하다”고 했다. 실제로 모르즈비의 은행이나 호텔, 음식점 등은 철문으로 닫혀 있고 일일이 방문객을 확인하고 나서야 열어줬다. 전시(戰時)도 아닌데 경비원들이 총기를 들었다.



                              파푸아뉴기니 듀크 오브 요크 군도의 한 섬마을에 짓다 만 집이 을씨년스럽게 서있다.
                              집 주인은 지붕으로 올릴 양철 슬레이트 값 2만원가량이 없어 나머지 부분을 야자 잎으로 덮을 예정이다.


라스콜은 풍부한 천연 자원을 가진 자원부국 PNG를 빈국에 머물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수십 명씩 몰려다니며 은행과 상가를 습격하는 등 강도 행각을 벌이는 이들은 원래 부족전쟁의 전사였다고 한다. 원시적으로 살던 부족들이 별다른 경제적 수단 없이 도시로 나온 뒤 생존을 위해 라스콜로 변한 것이다.
이들은 도시 주변 야산 등에 빈민가를 형성하면서 공동 소유와 약탈로 살아가던 정글 생존의 법칙을 도시에 투사하고 있다. 도심 호텔이 대낮에 라스콜의 습격을 받거나 PNG 경찰청장이 권총 강도를 당하는 등 극도의 치안 부재가 빚어지는 이유다.

이 모든 게 가난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미 중앙정보국(CIA) 등에 따르면 PNG의 실업률은 1.9%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농촌 지역을 포함하면 80%(2004년 기준)를 넘어선다. 도시에서 하루종일 일하면 10키나(약 4000원)가량을 받는다. 콜라 4캔을 살 돈이 하루 일당이다. 섬 지역이나 농촌 지역은 사실상 소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요즘 들어서는 기후변화 취재를 온 신문사나 방송사 관계자를 안내하고 받는 수고비가 주 수입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기력해진다.

라바울 인근 듀크 오브 요크 군도에 사는 아르니는 “화산과 침수 때문에 걱정이다. 바닷물이 뜨거워져서 고기가 안잡힌다”며 먹거리 걱정을 하면서도 “미노사베(Minosave)”라고 말한다. 미노사베는 “나는 모르겠다.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파푸아뉴기니 카타렛 군도의 한(Han)섬에서 부카로 가는 보트에 탄 모자. 
                                    배가 고파 보채던 아기가 지쳐 멍한 눈빛을 하자 10대로 보이는 엄마가 안쓰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가난은 섬 지역에서 더 심하다. 섬 지역은 죄다 야자 등 나무로 집을 지었다. 양철 지붕은 고급이라 엄두도 못내고 야자잎으로 엮어 사용한다. 비가 심하게 오거나 바닷물에 침수되면 그나마 물이 덜 차는 곳으로 옮겨 짓고 그저 살아갈 뿐이다.

그나마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대책으로 PNG 정부가 내세우는 해법은 ‘이주’다. 보건빌 행정부지사 레이몬 마수노는 “기후변화 대책으로 섬 주민들의 정착촌 건설, 식량 보조 등 지원, 비상시 대처 등을 세웠다”면서 “가족 단위로 한 부족을 특정 지역에 이주시켜 야자 농사 등을 짓고 살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내년 1월 40가구를 시작으로 10년에 걸쳐 섬 주민들을 ‘소개’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레이몬 부지사는 그러나 “고립되고 교통수단도 없는 섬에 잔류하겠다는 사람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도시로 와 봐야 뭍사람들과의 마찰이 예상되는 데다 라스콜로 변할 가능성도 있어 이주를 꺼린다는 얘기다.

PNG 국가재난센터 마틴 모세 사무국장은 “내륙에 대형 농장을 만들어 섬 주민을 정착시키려 한다”면서 “우선 카타렛과 모토록 등 지역에서 부족 단위로 이주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정확한 규모나 예산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예산은 연간 500만~600만키나(약 20억~24억원)가 들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는 200만키나(약 8억원) 정도만 쓸 수 있다”고 했다. 모자라는 예산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에 성공해도 문제다. 보건빌 부카지역 섬 담당 행정관인 폴 토바시는 “성인식 등 부족들 고유의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것도 큰일”이라고 지적했다. PNG에는 900여 부족이 869종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 3000여개 언어 중 3분의 1이 한 나라에서 사용된다. 그만큼 각 부족들의 문화는 비슷하면서도 제각각이다.
폴은 “노래나 어로, 음식 등 거의 모든 전통 생활양식은 보통 유치원에서 부족어를 가르치며 배우게 되지만 이주 땐 정체성 상실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섬 주민들의 이주와 함께 PNG 정부가 고민하는 것은 사라지는 산호섬들의 보존 문제다. 마틴 사무국장은 “맹그로브 나무를 심어 침수를 막으려 한다”고 말했다. 맹그로브 나무는 바닷가 소금물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다. 얼마전 버마의 사이클론 피해도 맹그로브 숲을 없애 피해가 더 커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나무는 해안 토양의 유실 방지에 유용하다. 그러나 이 문제도 쉽지 않다. 섬이 수천 개나 되는 데다 묘목 확보를 위한 예산도 빈약한 재정상 엄두를 못내고 있다. 정부나 국민이 자력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

앞서 찾은 카타렛의 한 주민은 “두렵다”고 했다. 물이 섬을 자꾸 ‘잡아먹는’ 것도 두렵고, 그렇다고 뭍으로 나가 사는 것도 두렵다고 한다. 그는 “그렇다고 앉아서 죽을 수도 없는데…. 정부는 이주시키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섬이 잠기면 ‘미노사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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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모르즈비 | 김주현기자

“기후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시대가 오고 있어요. 파푸아뉴기니(PNG)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미래가 좋지 않습니다. 가뭄과 섬들의 침수, 쓰나미, 사이클론 등 ‘물 문제’에다 화산 폭발도 겹쳐 있어 걱정입니다. 산호섬 지역뿐 아니라 내륙에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삶이 도전에 직면한 것이죠. 식량 문제가 가장 급해요.”



국가재난센터 마틴 모세 사무국장(사진)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침중한 표정으로 걱정부터 털어놨다. 카타렛 군도, 마당주 만암섬, 듀크 오브 요크, 마누스 등이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이주 준비가 한창이다. 마틴 국장은 “해안선이 변하고 육지도 가뭄으로 물이 사라지며 더이상 볼 수 없게 되는 섬이 는다”면서 “PNG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의 종합판”이라고 말했다.

국가재난센터는 PNG대학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다가 올해부터 정부기구로 출범했다. PNG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 현상을 연구하고 현황을 파악해 대응책을 내놓는 곳이다. 조만간 PNG 지역에 섬이 있던 곳과 10년 후 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지도를 제작해 기후변화의 심각성도 널리 알릴 계획이다.

그에게 “막상 섬 주민들을 만나서 기후변화를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며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실감을 못하는 것은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섬이 가라앉으면 안쪽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하루 먹거리만 겨우 낚시를 하는 정도라 어족이 사라지는 것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남태평양 최대의 참치어장이던 PNG는 수온 상승으로 참치가 줄어 참치선단들이 솔로몬 제도 쪽으로 이동한 상황이다.

마틴 국장은 “PNG 사람들은 생존하는 법을 알고 있어 가뭄이 오면 야자로 해갈하는 등 물 사용량을 줄이며 적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석하면 기후변화로 삶의 질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하루 하루 생존이 PNG 섬 사람들의 당면 목표라는 말이다.

국가재난센터는 내륙에 대형 농장을 만들어 섬 단위나 부족단위로 야자농장 등을 지을 수 있는 토지를 제공하는 이주대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는 “수백만키나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마틴 국장은 “기후변화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그는 “남태평양의 섬나라가 어느날 갑자기 고통 받는 것이 선진국 때문인 것은 알고 있지만 누구 책임이냐는 복잡한 문제”라며 “원인 제공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좋은 것은 PNG 정부가 자력으로 기후변화에서 ‘살아남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전세계적인 공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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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카 | 김주현기자

ㆍ레이몬 보건빌州 행정부지사

“파푸아뉴기니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는 공업 선진국들이 저지른 문제입니다. 섬들은 20년 이내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국제적인 도움이 절실합니다.”

부카 섬에서 만난 보건빌 주 레이몬 마수노 행정부지사(사진)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약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몬 부지사는 “극심한 기후변화로 가라앉고 있는 카타렛 섬 지역 주민들의 이주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가난한 정부’ 형편에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파푸아뉴기니는 금·은·동·천연가스·목재·어류 등 천연자원은 풍부하지만 제대로 개발을 못해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2900달러(2007년 추정치)에 불과해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기후변화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레이몬 부지사는 “매년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는 섬이 늘 물에 잠기는 게 연례 행사”라며 “섬들의 침수가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됐는데 그때는 기후변화가 원인이란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국가재난센터가 설립되고 파푸아뉴기니 대학 등과 섬의 침수와 가뭄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파푸아뉴기니가 겪고 있는 극심한 변화가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의 여파라는 점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나오루, 투발루 등과 함께 대표적인 기후변화의 사례로 언급되는 카타렛 군도의 경우 예전에는 한국이나 대만서 참치잡이 선단이 찾아오던 곳이나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솔로몬 군도 등으로 어장이 이동하는 바람에 어업허가로 인한 수입도 격감한 상황이다. 보건빌 독립 전쟁으로 폐쇄됐던 동 광산 개발이 조만간 재개되면 그나마 재원 마련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현재 “개발정책위원회를 구성해서 부카에 섬 이주민 정착촌을 건설하고 식량을 보조하며 비상 사태에 대처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재원 확보를 위해 파푸아뉴기니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널리 알려 국제사회의 지원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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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시티 | 정민건 다음 블로거 기자

ㆍ미드호수 국립공원 대변인 록산


미 네바다주 볼더시티에 있는 미드호수 국립 레크리에이션 공원의 대변인 록산(32)은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바람을 쐬러다녔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가뭄이 시작된 뒤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언젠가 호수 바닥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태어나서 보는 가장 긴 가뭄”이라면서 “얼마전 미드호와 수계가 연결되어 있는 콜로라도 덴버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려 이곳까지 물이 흘러 들어오길 기대했지만, 측정 결과 생활 폐수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온난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아 바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지만, 반대로 미드 호수 같은 인공호는 수분 증발과 가뭄으로 갈수록 물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록산은 호수 한가운데의 작은 산맥을 가리키면서 “어린시절 저 산봉우리들은 섬처럼 떨어져 있어서 ‘미드호의 섬’이라고 부르곤 했었다”면서 “누구도 지구온난화 탓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하지만 호수에 들어오는 물보다 나가는 물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원 당국은 물 절약 홍보와 관광객 유치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가뭄으로 허옇게 속을 드러낸 언덕배기들이 물 절약의 광고판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로 인해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 것에 대한 걱정이다. 실제로 1999년 가뭄 소식이 전해지면서 첫 해엔 100만명 정도 관광객이 줄어들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호수”라면서 “미래세대에 넘겨주기 위해서는 물을 아껴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막의 식물과 동물들은 생존의 지혜를 알고 있지만 인간만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후버댐 건설 노동자들의 거주지역으로 출발한 볼더 시티는 사막 위에 지어진 또 다른 오아시스였다. 1만5000명의 주민들은 도시가 확대되면서 미드 호수의 환경이 파괴될 것을 우려해 ‘작은 도시’로 남기로 결정했다고 록산은 소개했다. 토지 자체를 시 정부의 소유로 하고 1에이커 이상을 구입할 경우엔 주민위원회 승인을 거치게 함으로써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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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볼더시티 | 글·사진 김진호특파원

ㆍ9년째 가뭄…호수 수위 30m나 낮아져

지구온난화의 피해는 물난리로 온다. 부족하거나, 넘쳐서 화를 부른다. 뜨거워진 지구는 바닷물의 수위를 높이지만 정작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강물은 줄이기 때문이다.

뉴올리언스 주민들이 바람과 홍수 피해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면, 사막 위에 세워진 라스베이거스는 물이 귀한 곳이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처럼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한 발 앞서 받고 있었다. 9년째 계속되는 가뭄 탓이다. 세기말(1999년)에 시작된 가뭄은 생활용수의 90%를 의지하는 인근 미드 호수의 수위를 30m나 낮췄다. 가뭄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라스베이거스의 영화는 사막의 신기루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최대 인공호수인 미드호수와 후버댐(왼쪽). 호수가의 언덕이 9년째 계속된 가뭄으로 허리를 허옇게 드러내고 있다.

# 말라가는 라스베이거스 ‘젖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48㎞ 떨어진 볼더 시티에 위치한 미드 호수. 로키산맥의 서쪽 사면에 쌓인 눈이 녹아 만든 콜로라도강의 물을 가둬두는 곳이다. 후버댐이 1935년 완공되면서 조성된 인공호수다.

지난 1월22일 찾아간 미드 호수는 지구온난화의 운명을 보여주는 또 다른 현장이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낚싯대를 드리우던 자리가 허공에 떠 있고, 주차장과 화장실 등 행락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호수에서 200m쯤 떨어진 곳에 유적처럼 남아 있었다. 1126㎞에 달하던 호숫가 둘레가 885㎞로 줄어든 탓이다. 가뭄은 라스베이거스 일대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사막 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주고 있다.

미드 호수 레크리에이션 휴양지에서 안내를 하고 있던 자원봉사자 메어리(66)는 “과거에도 가뭄이 지속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오래 계속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수 전체가 물 부족의 미래를 홍보하는 교육장이 됐다”며 흉물처럼 버려진 과거의 편의시설들을 가리켰다.

9년 전에 비해 담수량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미드 호수 주변은 여전히 한 해 80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휴양지다. 이들을 위해 공원 당국이 새로 만든 편의시설과 옛 편의시설들은 가뭄의 세월을 나이테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지구온난화는 이곳에서도 불길한 풍문으로만 떠돌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남부 네바다 수자원관리청(SNWA)의 스콧 헌틀리 대변인(51)은 “미드 호수의 유량이 줄어든 것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라면서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는 가뭄에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무부 산하 콜로라도 유역 수자원관리 사무소의 책임자 로버트 웰시(61)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주기적인 가뭄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콜로라도 강 수계가 말라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가뭄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기는 마찬가지였다.


# “온난화의 극적 신호” 불안감 팽배

갈수록 낮아지는 미드 호수를 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진위를 따질 여유가 없었다.
 
라스베이거스 주택가에서는 최근 몇년 전부터 사막의 풍경이 되살아나고 있다. 주 당국이 벌이는 급진적인 물절약 정책의 결과다. ‘사막계획(Desert Plan)’이란 작전명의 정책은 주민들에게 ‘풍경을 바꿀 것(change your landscape)’을 권고하고 있다. 마당마다 조성된 잔디밭을 없애고 사막의 풍경 그대로 복원하는 계획이다. 잔디 2.8평을 없애면 주정부가 150달러를 현금으로 지원한다.

한 가구당 정원을 개조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3000달러. 하지만 잔디 1평방피트당 한해 평균 55갤런의 물이 빨아들이는 것을 막는 대가로는 비싸지 않다는 게 주당국의 판단이다. 지난 한해 동안 21만평의 잔디밭을 없앴다. 주민들의 호응이 없이는 불가능한 성과였다. 신축 주택의 경우 앞뜰에는 잔디를 허용하지 않고 뒤뜰의 절반 면적에만 잔디를 허용하고 있다. SNWA 공보실의 로버트 부에러(61)는 “주민들에게 즐기지 말라는 게 아니다”라면서 “즐기되 약간 다르게 즐겨달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말라가는 미드 호수는 라스베이거스 주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있었다. 욕망을 좇는 라스베이거스는 적어도 물 문제에서만은 가장 절제된 생활을 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수영장·세차장·골프장은 물론 모든 생활용수를 수거, 정화한 뒤 미드 호수로 돌려보낸다. 옥외수영장은 증발되는 물이 아까워 덮개를 씌운다.

최근엔 물 없이 세차 하는 서비스 업체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에코워시(Ecowash) 업체의 후안 마누엘 볼라노스 사장은 “세차장을 두지 않고 출장 서비스 방식으로 차를 씻어준다”면서 “고객들은 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청결도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로선 극단적으로 보이는 물절약 노력 덕에 2002년 이후 라스베이거스의 인구는 30만명이 늘었지만 물 소비량은 되레 줄었다. 시 전체 인구는 현재 200만명을 웃돈다.

# ‘욕망의 도시’에 부는 물절약 바람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에 대한 주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부족한 물을 통해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려는 노력을 말해준다. 저수지 물펌프의 동력으로는 태양열 또는 풍력발전기를 사용한다. 에너지의 85%를 대체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2015년까지 태양열과 풍력 등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사용률을 100%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콜로라도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구는 2300만명. 강의 허리를 끊어 후버댐을 만들고 미드 호수를 조성한 것은 사막에 사람이 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흔히 후버댐이 라스베이거스의 밤을 밝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과 달랐다. 발전량의 3%만을 제공할 뿐이다. 웰시는 “후버댐 건설 당시부터 전력은 일종의 부수입이었다”면서 “처음부터 목적은 홍수방지와 물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미드 호수의 물은 남부 네바다와 남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주의 용수로 배분된다.

특히 이들 3개주에 흩어져 사는 인디언 보호구역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멀리 멕시코까지 전기를 제공한다. 토건사업도 하기 나름이다. ‘성장’이 아닌 ‘분배’를 위해 이뤄졌을 때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콘크리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후버댐은 증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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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 | 정민건 다음 블로거 기자 (blog.daum.net/minguni)


“미국의 한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진다는 생각에 달려왔다.” 뉴올리언스 어퍼 나인스워드 지역 ‘음악가들의 마을’의 주택 복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던 대학생 젭 프리드먼(21·캘리포니아 세인트 메어리대3·사진)은 카트리나 지역 봉사활동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재즈의 본향인 뉴올리언스 거리의 음악가들이 집단 거주하던 마을에서는 주택 147채를 건설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비정부기구 ‘인류를 위한 거주지(Habitat for Humanity·해비타트)’의 사업으로 지붕 설치 작업을 제외하고는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빌려 짓는다. 해비타트의 주택건설 사업은 연소득 1만8600달러(약 18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다.


프리드먼은 “과학적인 데이터를 읽을 전문지식은 없지만, 기후가 잘못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알래스카를 방문하는 길에 줄어드는 빙산을 목격하기도 했다”면서 “뭔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루이지애나 주의회의 해안선 복원 구상에 대해 “이 나라는 건설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개발업자들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안선을 복원하면서 땅값을 올려 이득을 취하려는 또다른 비즈니스를 찾고 있다”면서 토건업계가 주도하게 될 복원사업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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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배턴루지 | 글·사진 김진호특파원

ㆍ뉴올리언스의 허리케인 악몽

“바람이 세졌다. 뭔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18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지나간 지 3년이 돼가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 강의 민물과 멕시코만의 바닷물이 몸을 섞는 습지대에 건설됐다. ‘물과 바람의 도시’다. 주민들에게 허리케인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삶의 일부분이다. 럼주에 오렌지주스 등을 혼합한 이곳 특유의 칵테일을 ‘허리케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뉴올리언스의 한 해는 축제와 크고 작은 허리케인들이 갈마들면서 저문다. 2월 사육제(mardi gras)로 시작한 축제는 5월 말까지 계속되며, 7월부터 12월까지는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축제 등으로 한 해를 닫는다. 그중 6~11월이 허리케인 시즌이다. 주민들은 태어나 노인이 될 때까지 평생 여러 개의 허리케인을 기억에 담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익숙했던 허리케인이 언젠가부터 끝모를 두려움의 원천이 된 것은 비단 카트리나 탓만은 아니다.


 

 
뉴올리언스 폰차트레인 호수변의 도로와 시설이 물에 잠겨 있다. 습지대에 건설한 뉴올리언스는 약간의 비바람에도 물에 취약하다.

 

# 카트리나 보다 큰 허리케인 빈발

뉴올리언스 토박이 팻 뒤퓌(64·여행가이드)는 “수십 년 동안 크고 작은 허리케인을 경험했지만 앞으로는 카트리나보다 더 큰 허리케인이 자주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8월29일 오전 10시 카트리나가 덮쳤던 로 나인스워드 지역은 유령마을로 변했다. 정든 집터를 종종 찾아온다는 에드나 스미스 할머니(76)는 “갈수록 바람이 거세진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시시피 강과 석유·가스업계의 로비로 1965년 건설된 미시시피 강 출구운하(MRGO) 사이에 위치한 이곳에는 고등학교 건물의 형태만 남아 있을 뿐 가옥들은 흔적도 없다. 전파 또는 반파된 가옥 200~300채를 철거했기 때문이다. 스미스 할머니의 집터는 집 앞 도로 위에 페인트로 적어놓은 ‘테네시가 2608번지’라는 주소에만 남아 있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산화탄소 증가 수치와 복잡한 기상도로 설명되는 지구 온난화의 위협이 막연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어퍼 나인스워드에서 도로 표지작업을 하고 있던 제임스 알바레스(38)는 “지구 온난화와 관련성에 대해 이야기들을 하지만 말보다 행동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면서 식자층 사이에서 오가는 지구 온난화 논란에 반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의 경고가 맞는 것 같지만, 문제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허리케인의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강해졌으며, 이에 동반되는 폭풍해일(storm surge)이 높아졌다는 주민들의 전언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온도 상승 탓이다. 지난해 대서양에서 발생한 15개의 폭풍 가운데 6개가 허리케인 급으로 발전했으며 그중 2개가 강력한 규모였다. 콜로라도 주립대 기상관측팀에 따르면 올해는 17개의 돌풍 가운데 9개가 허리케인으로 발전하고, 그중 4개가 강력한 규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았다. 뉴올리언스 주민들이 카트리나를 지구 온난화와 직접 연결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상당부분 인간의 탐욕 탓에 수마(水魔)를 초대한 인재(人災)였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하산 마시리키 교수(해안복원공학)는 인공운하(MRGO)와 역시 석유업계의 강력한 요청으로 1949년 건설된 걸프 해안선 수로(GIWW)를 원흉으로 지목했다. 뉴올리언스 동쪽 습지를 가로지르는 122㎞의 MRGO와 플로리다주 캐러벨에서 뉴올리언스를 지나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까지 이어지는 전장 1700㎞의 수로가 해안가 습지대를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미시시피강 출구운하(MRGO)가 생기기 전인 1950년(위)과 생긴 이후인 2005년(아래) 뉴올리언스의 해안선을 복원한 그림. 인공운하 탓에 습지(하얀 부분)가 많이 소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하산 마시리키 교수 제공



# 해일 완충지대 습지 급속 사라져


뉴올리언스에서 내륙 쪽으로 200㎞ 정도 떨어진 주도 배턴루지의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두 개의 물길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폭풍해일의 완충역할을 하던 해안가 습지대가 급속도로 소실됐다”면서 “특히 MRGO는 유속을 3배 이상 증가시켜 폭풍해일의 고속도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카트리나 발생 몇 달 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확하게 피해를 경고했던 마시리키 교수는 “바닷물로 인한 침식으로 당초 198였던 운하의 폭이 최대 1219로 넓어져 원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배의 운항이 늦어질 것을 우려한 선주들의 의견을 감안해 수문을 적게 만들어 들어온 물이 빠져나갈 길도 충분치 않았다.


같은 대학 허리케인센터 연구조교로 있는 양영석씨는 “MRGO로 인한 습지 훼손이 없었다면 최고 4.7에 달했던 해일을 1.3 정도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지펴 발생한 온실가스가 해수면의 온도를 높여 허리케인을 키웠다면, ‘비즈니스 마인드’로 건설된 인공운하는 폭풍해일을 높인 것이다. 양씨는 카트리나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블로그(blog.daum.net/serahabba) 등을 통해 설파하고 있다.


뉴올리언스는 힘겹게 되살아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카트리나 피해지역 답사 버스의 가이드를 하고 있는 뒤피는 “자연의 이치대로 재건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며 환경친화적인 그린하우스를 짓는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주민들의 경각심도 다소 높아졌다”고 말했다. 주 의회는 “MRGO는 없어져야 한다(MRGO must go)”는 여론에 밀려 인공운하를 내년 중 폐쇄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번 인간의 곁을 떠난 자연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더불어 인간의 삶 역시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 주민들 요구로 MRGO 폐쇄키로


미시시피 강이 뉴올리언스의 해안선을 만드는 데 필요했던 세월은 6000년이었지만 그 중 3분의 1을 잃어버리는 데는 최근 7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카트리나 난민’으로 전락해 고향을 떠난 주민 80여만명의 30%가량은 아직도 타향을 배회하고 있다. 돌아온 사람들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지역신문 더타임스 피커윤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7%는 “아직도 물에 잠겨 있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카트리나가 인류에 던진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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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 홍인표특파원

ㆍIFAW 中사무소 주임 화닝


“코끼리는 우리 인류에게 아주 이로운 야생동물입니다. 반드시 보호를 해야 합니다.”




미국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인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IFAW) 중국사무소의 화닝(華寧·여) 주임은 지난달 27일 베이징사범대학 구내에 있는 베이징 맹금류(매·독수리 등) 구조센터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중국 윈난성 시솽반나에 살고 있는 야생코끼리 250마리 보호가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IFAW는 2003년부터 시솽반나 자연보호구 관리국과 손잡고 코끼리 보호작업을 벌이고 있다.


화 주임은 “코끼리가 하루 130㎏의 풀을 뜯어먹기 위해 밀림을 돌아다니면서 잡초를 밟아죽이고, 이때 죽은 잡초가 퇴비 노릇을 하면서 삼림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구증가와 경제발전에 따라 숲이 사라지면서 코끼리가 먹거리를 찾기 위해 민가로 내려와 논밭을 해치면서 현지 주민들이 코끼리를 ‘귀찮은 이웃’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그러나 “시솽반나 현지 주민들에게 가구당 800위안(약 10만4000원)씩 보조금을 주면서 이들에게 코끼리의 동태를 현장에서 챙겨주는 감시원 역할을 맡기는 한편 코끼리가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화닝 주임은 “중국에서 코끼리가 멸종 위기에 몰려 있는 것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열대우림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데다 값비싼 상아를 노리는 밀렵꾼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녀는 “코끼리 외에 티베트 고원 일대에 살고 있는 티베트 영양도 털(샤투쉬)을 노리는 밀렵꾼들이 몰려들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며 “현지 단속요원들에게 통신장비 등을 제공해 밀렵꾼 단속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IFAW는 1994년 웅담 채취로 위기를 맞은 흑곰 보호를 위해 중국에 처음 진출한 뒤, 지금은 희귀동물 서식지 보호 운동과 함께 주인 잃은 개와 고양이 보호 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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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훙·샹그리라 | 글·사진 홍인표특파원


중국 최남단 윈난성 시솽반나. 행정 명칭은 ‘시솽반나 다이족 자치주’다. 다이족은 태국 사람들과 조상의 뿌리가 같은 중국의 소수민족이다. 이곳은 사시사철 영상 30도가 넘는 열대지방이다. 중국에서 열대우림 생태계 보호가 가장 완벽한 곳이기도 하다. 전체 국토 면적의 0.2%가 되지 않는 곳에 중국 전체 야생 동물의 4분의 1, 야생 식물의 5분의 1이 서식하고 있다. 동물의 왕국인 동시에 식물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시솽반나 자치주의 수도는 징훙. 도심의 동쪽으로 란창강(메콩강)이 흙탕물을 일으키며 유유하게 버마와 라오스 국경으로 흘러간다.
 

중국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종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티베트고원 커커시리 자연보호구역 내 티베트 영양들.

 

# 늘어나는 고무나무에 생태계 파괴


지난해 12월16일 오전. 열대식물이 많기로 소문난 중국 과학원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으로 떠났다. 40분 정도 구불구불한 2차선 포장 도로를 지나자 조그만 마을이 나타나면서 고무나무 숲이 한눈에 들어都? 간란바 농장이다. 이곳은 1948년 화교 6명이 태국에서 고무나무 2만그루를 들여와 심은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1740만평에 고무나무가 자라는 초대형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고무 농사는 시솽반나의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소수민족인 하니족 청년 피강(20)은 6000평의 땅에 1000여그루의 고무나무를 키우고 있다. 고무즙 1㎏에 17위안(약 2210원)을 받아 매달 1만위안(130만원)을 벌고 있다. 징훙에서 직장생활 할 때보다 훨씬 많은 수입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 되는 고무나무가 늘어날수록 생태계는 파괴된다는 데 있다. 고무나무 숲은 200평마다 매년 지하수 9.1㎥를 빨아들인다. 고무나무 재배가 늘어날수록 지하수는 모자랄 수밖에 없다. 피강은 “어렸을 때 주변 산은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이었고, 호랑이가 살고 있어 아이들은 무서워 산에 놀러가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고무나무 숲이 들어서 있고, 매미가 울거나 새가 지저귀지 않는다. 중국 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고무나무 숲이 들어서면 새는 70% 이상이 줄어들고 포유류 동물은 80% 이상 줄어든다.


# 포유류 80%, 새 70% 이상 감소


간란바 고무농장에서 40분 정도 더 가면 중국 최대 식물원인 중국 과학원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이다. 란창강 지류인 뤄터쑤오강이 둘러싸고 있는 넓다란 섬(900㏊)에 1만여종의 열대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식물원에 들어서자 갑자기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열대우림이 지구의 허파라는 말이 실감났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열대우림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식물원에 있는 열대식물조차 수량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식물원 안내를 맡은 다이족 여성 안내원(23)이 전했다.


징훙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야생 코끼리 생태원. 중국에 서식하는 코끼리 250여마리가 사는 곳이다. 중국의 코끼리는 한때 북부 허베이성이나 산시성 시안 등에도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시솽반나에만 살고 있다.


중국 서남부 티베트와 서북지방인 칭하이성에 걸쳐 있는 칭짱고원(티베트 고원). 평균 해발 4200m 이상이어서 티베트 영양을 비롯한 각종 희귀 동물들과 동충하초 등 희귀 식물이 자라고 있다. 그러나 칭짱고원도 생태계가 예전만 못하다. 해발 3500m 이상 고원 지대에만 살고 있는 야생 야크는 지구온난화로 먹거리가 줄어드는 데다 남획마저 심해 숫자가 줄고 있다. 2000년 2만마리였던 것이 지금은 1만마리 수준으로 줄었다.


# 동충하초 생산량도 갈수록 급감


지난 2월20일, 칭짱철로 열차가 쿤룬산(해발 4772m)을 지나 커커시리에 들어섰다. 드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던 노란 색깔의 티베트 영양 3~4마리가 기차 소리에 놀라 정신없이 달렸다. 티베트 영양은 해발 4600m 이상, 그것도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만 살고 있는데도 멸종 위기다. 영양 한 마리 가죽이 3만달러(3000만원)를 호가해 밀렵꾼들의 좋은 먹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 환경보호총국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척추동물 2700종 가운데 300여종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코끼리와 티베트 영양 외에 호랑이, 판다 등이 대표적인 멸종 위기 동물로 꼽히고 있다.


동충하초는 중국에서 손꼽히는 약재다. 고산지대에서만 나오는 희귀 식물이어서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동충하초 1㎏(고급 기준 40만위안)이 최고급 승용차인 BMW보다 비싸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동충하초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생산량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었다.


티베트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윈난성 샹그리라. 해발 3800m 고원지대다. 한약재 가게를 찾아 동충하초 값을 물었더니 30대 여주인은 “1g에 130위안(약 1만6900원)”이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지만 웰빙의 영향으로 찾는 사람들은 많아 값이 뛰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과학원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의 양다룽 연구원은 “1950년대 이전만 해도 중국 전역의 동충하초 생산량은 100t을 넘었지만 60년대에는 50~80t으로 감소했고, 90년대에 이르러서는 5~15t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동식물이 지구 온난화 영향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마구잡이 남획으로 씨가 마를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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