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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연달아 알려지면서 한반도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한국 내 사드 기습배치 문제로 어지럽기 그지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사태 반전이 놀랍다. 남북경협의 가장 큰 장애물인 정치적 긴장이 해소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남북경협으로 눈길이 쏠린다. 더구나 올해는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 ‘7·7 선언’(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 선언)이 발표되면서 북방정책이 본격 추진되고 남북경협이 첫발을 뗀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한반도 정세의 해빙무드는 한국경제가 지긋지긋한 ‘안보절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임과 동시에 남북경협 복원을 위해 무척 다행스럽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현실적 제약조건이 있지만 남북경협 재개 문제는 앞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랐던 남북경협의 싹을 다시 틔우고, 가꿔나가기 위해서는 ‘줄탁동시’의 지혜가 요구된다.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안에서 병아리가 두드리는 동시에 어미가 밖에서 알을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 어미가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쪼아주는 것을 탁(啄)이라 하며 동시(同時)에 이뤄져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남북경협에 적용한다면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북한의 노력과 한국의 대북지원 및 협력이 잘 맞아 돌아가야 남북경협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북한이 폐쇄적 경제체제임은 분명하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에서 시장화가 진척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결과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시장화는 ‘돈주’라 불리는 거대자본이 공장, 무역회사, 상점 등 여러 분야에 개입하면서 시장을 확대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외국자본유치를 추진했고, 나진·선봉 등 기존 5개 중앙급 경제특구 개발과 별개로 19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도 신설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위성사진 판독을 통해 지난 2월 현재 북한의 공식적인 시장 숫자가 1년 동안 46개가 증가하면서 482개에 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화의 바람은 북한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본이 내부에서 형성될 여지가 없는 북한으로서는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이나 한국의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하다. 북한 지도부는 시장경제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외부로 보내야 한다. 이것이 북한의 줄이다.

 

한국의 탁은 무엇이어야 하나. 북한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협애한 시각에서 벗어나 개혁·개방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경제적 교류확대에 나서야 한다. 밖에서 두드려주지 않는다고 하면 북한 경제가 자생적으로 활로를 찾긴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보수정부가 북한의 변화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고 남북경협의 소중한 싹을 밟아버린 것은 잘못된 일이다. 2003년 개성공단 착공으로 남북경협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지만 박근혜 정부가 2016년 개성공단 가동중단을 선택한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문재인 정부는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 원칙하에 교류협력을 이끌어 온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관계를 본보기로 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서로의 가치와 삶의 방식은 존중돼야 한다는 양안의 안목은 한반도에도 유효하다. 양안관계는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이 처음 열렸을 때 얼어붙어 있었다.

 

남북관계 개선에 자극을 받은 양안은 지속적으로 소통, 교류했고 결국 2010년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을 맺기에 이르렀다. 2016년 초 대만 독립파인 차이잉원(蔡英文)이 집권한 후에도 양안관계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이런 노력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일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 북한을 흡수통일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통일이 한국경제가 대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은 분명하나 성급한 통일 대박론을 거론해선 득이 될 게 없다. 꾸준히 북한 경제의 시장화를 촉진시키고, 북한 주민들에게 마음을 얻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정치·안보 문제는 지도자의 결단에 따라 어느 날 거대한 진전을 이룰 수 있지만 경제는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내긴 어렵다. 앞으로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가 돌출할 수도 있겠지만 남북 모두 정치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경협을 위한 의제발굴과 치밀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오관철 경제부장>

Posted by KHross

정부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12일부터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 파견해 방북 및 방미 결과를 설명한다. 정 실장은 12~13일 베이징과 모스크바를 차례로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면담할 계획이다. 서훈 국정원장도 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회담 성사 경과를 설명한다. 정 실장이 중·러 두 정상을 면담하지 못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이들과 전화 통화한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한반도 정세 진전에는 주변국의 지지가 필수적인 만큼 이들 국가에 정상회담 성사 경위와 취지를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과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대미특사 자격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고 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중국의 입장이 특히 중요하다. 중국은 남북 및 북·미 간 정상회담 성사에 환영을 표시했으나 내심 불만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북한과의 관계에 손상을 입으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제재에 동참했는데도 북한을 충분히 압박하지 않았다고 비판받아왔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미국이 중국을 건너뛰어 직접 북한을 상대하겠다고 나섰으니 한반도 문제에서 주변화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법하다. 이런 중국의 우려가 불식되지 않으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 세계 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하면서 북한을 완충지대로 여기는 중국이 북·미 간 접근에 불안해한다면 양측 간 실질적인 관계 진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중 두 나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는 해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내건 체제 안전보장 및 경제적 보상도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일본 또한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되는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사정권에 있는 자신을 배제하고 북·미가 정치적 타협을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남북 및 북·미 관계개선 움직임이 궁극적으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설명해 일본이 동참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의 당사국인 러시아 역시 한반도 정세 진전에 소외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한반도 상황이 급진전하고 있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어떤 돌발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단단한 국제적 협력의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 북·미 및 남북 관계개선에 대한 주변 강국의 협력은 향후 북한의 정상국가화 작업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작업에도 필수적이다. 정 실장과 서 원장 등 특사는 지난 5일부터 숨가쁘게 이어진 강행군에 피로가 누적됐겠지만 한반도 평화의 초석을 쌓는다는 각오로 주변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KHross

독일 ‘제3제국’ 시절인 1933년 아돌프 히틀러 총리와 폴 힌덴부르크 대통령은 베를린 부근 포츠담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했다. 이들의 의기투합으로 독일 군대와 나치즘이 손을 잡았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됐다. 독일은 참담하게 패했다. 1945년 미국·영국·소련의 3개국 정상들은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포츠담에 모였다. 나치가 깃발을 올린 곳이 퇴출 결정의 장소가 된 것이다. 또 이 회담의 결정 사항인 무조건 항복을 거부하는 일본에는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일본은 두 손을 들었다. 항복 조인식이 열린 곳은 도쿄만 요코하마에 정박 중이던 미국 전함 미주리호 선상이었다.

 

제주도. 경향신문 자료사진

 

동서냉전의 전환기인 1972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주석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다.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과 덩샤오핑 주석은 미국 워싱턴에서 만났다. 정권을 이어가며 양국 수도에서 만났다. 핵군축의 주역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서기장 간 회담 장소는 3국인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였다. 서로에게 부담되는 곳은 피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장소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서는 비무장지대(DMZ)와 판문점, 제주도 등이 거론된다. 비무장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방한 때 가려 했으나 기상이 나빠져 포기했다. 판문점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장소로서의 상징성이 있다.

 

제주도. 경향신문 자료사진

 

제주도는 김 위원장의 외가 쪽 고향이다. 북한에 감귤 보내기 운동으로 ‘평화의 섬’이란 이미지도 갖고 있다. 제주도는 도민들이 회담장 유치홍보에 나섰다. 국외의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꼽히는 스웨덴은 남북 수교국으로, 북한에서 미국의 영사업무를 대행해왔다. 방북했다가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송환을 위한 북·미 교섭도 스웨덴에서 열렸다. 스위스 제네바는 김 위원장이 유학한 곳이자 북·미 제네바합의가 성사된 장소다. 중국 베이징도 거론된다. 모두 북·미 양국과 역사적 인연이 있거나 평화의 상징이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역사적 장소가 된다. 세계 각국이 유치경쟁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는 가급적 한국에서 열렸으면 한다.

 

<박종성 논설위원 p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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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걸어왔다. 자유무역협정 당사국들에 딴지 걸기로 시동을 걸더니 본격적으로 무역담장 높이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가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설득력이 없고 거칠다. 대상은 적대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았다. 고율관세로 인한 타격은 중국과 러시아보다 캐나다, 브라질, 한국, 멕시코 등 동맹국가들이 더 크다.

 

트럼프의 선전포고에 당사국들이 요동치는 것은 당연하다. 유럽연합은 보복조치로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에 대한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로 나선다면 유럽연합도 미국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제품들에 대해 관세를 물려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인접국인 캐나다는 배신감에 떨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연합의 반발에 물러서지 않고, 유럽이 보복에 나서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세금을 올리겠다고 한걸음 더 나갔다. “친구든 적이든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들로부터 속아왔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세계를 대상으로 한판 싸움을 벌이겠다는 뜻을 굳힌 것 같다.

 

취임 이후 트럼프의 경제정책의 모토는 ‘미국 제일주의’ 이외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에 나간 미국 기업에는 고국으로 돌아올 것을, 외국 기업들에는 미국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것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일으키겠다고 한다. 말을 듣지 않는 국가의 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유무역주의를 신봉하면서 세계의 보편적인 가치추구에 동참하는 이전의 미국’과 결별하고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바 있다. 미국은 고율관세라는 높은 성벽을 쌓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고립의 길로 나섰다. 보호무역이라는 깃발 아래에 유아독존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무역전쟁의 결과가 어떤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입증된 바 있다. 1922년 미국 워런 하딩 대통령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외국 상품에 대해 38%에 달하는 세금을 매겼다. ‘포드니-매컴버 관세’다. 그러나 관세부과가 생산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상대국의 보복관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곧이어 대공황이 찾아왔다. 고관세는 대공황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대공황 기간 중인 1930년 더 강력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만들어졌다. 수입품에 대해 평균 59%, 최고 400%에 이르는 초고율의 관세가 골자다. 이를 통해 대공황 쇼크로부터 미국산업과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멍청함과 탐욕에서 나온 끔찍하고 해로운 결과물’로 끝났다. 유능한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훌륭한 경제대통령으로 기대를 모았던 허버트 후버는 ‘부지런하고 머리가 나쁜 최악의 케이스’라는 혹평을 남겼다. 그 교훈은 자유무역의 확장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세계무역기구가 탄생했다.

 

트럼프가 철강과 알루미늄을 첫 번째 타깃으로 정한 것은 장기간 침체에 있는 일리노이주 등 철강·자동차 산업중심지(러스트벨트) 주민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 제조업의 상징인 러스트벨트를 지원해 중간선거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철강산업에서 유효할지 모르나 세계무역의 위축을 가져오고 결국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에 미국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치열하다.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은 공개성명을 통해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를 넘어 당차원의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할 정도다.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도 무역전쟁은 전 세계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릴 것이라며 보복의 악순환이 현실화돼선 안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지난 70년간 자유무역을 통해 연결해 놓은 가치사슬을 끊고 있다. 이는 중국의 확장을 용인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50년까지 중심이 되겠다는 일대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협력을 통한 연대의 확장으로 중국은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미국은 고립의 대가로 국제적인 입지위축과 성장동력 소실로 가는 길로 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64.5%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의존도가 높다. 미·중·유럽연합은 수출액의 46%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 대상이다. 작금의 상황은 선무당이 작두 타고 칼춤 추듯 아슬아슬하다. 넓고 길게 보고 위기를 넘겨야 할 때다.

 

<박종성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표명 등 한국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해 트위터로 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우리는 뭔가를 할 것”이라며 “필요한 어떤 길이라도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북특사단 합의에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머지않아 북·미대화가 열릴 것임을 기대하게 한다.

 

북·미대화의 환경은 최근 한 달여 사이에 확 바뀌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 강경대치가 이어져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면서 기류가 달라지더니 대북특사단을 만난 김 위원장의 대담하고 전향적인 입장 선회로 외견상 대화의 걸림돌은 제거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대북특사단을 통해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며 이는 변함이 없다”면서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온 미국의 입장에 부합한다. 김 위원장은 또 대화가 지속되는 한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포함한 전략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역시 ‘북한이 일정기간 동안 전략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이를 실천하면 대화한다’는 미국의 대화 조건에 들어맞는다.

 

여기에 대북특사단은 “김 위원장이 미국에만 전달해달라는 입장이 더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북·미대화는 물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 큰 결단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대화에 나설 수 없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과 진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됐느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대화를 할 만한 인적·물적 여건이 구비돼 있지 않다.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대북접촉 경험과 안목을 갖춘 인물들은 실무에서 배제되거나 공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오랫동안 대북접촉을 해온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마저 최근 사임했다. 더구나 북·미 간 오랜 강경대치로 불신이 가득하고 6자회담 같은 대화틀도 마련돼 있지 않다. 대화준비를 가장 서둘러야 할 쪽은 미국이다.

 

미국은 북핵 문제의 최고 당사국 가운데 하나다. 남북이 어렵게 만들어준 떡을 앉아서 먹기만 하면 되는 나라가 아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도 미국은 북·미대화의 여건을 조성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특사단의 김 위원장 면담 결과에 대해 남의 일처럼 논평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공은 미국에 넘어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허한 원칙론에서 벗어나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하에 구체적인 북핵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Posted by KHross

지난 1월31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공동주택 ‘소셜하임’에서 화재로 40대부터 80대의 남녀 1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소셜하임’은 빈곤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시설로, 입주자는 경제적으로 곤궁하거나 돌봐줄 친·인척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8월에는 아키타현 요코테시의 맨션 ‘가테야미나미초 하이츠’에서 화재가 발생해 50~70대 입주자 5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모두 중·고령의 독거 남성들이었다.

 

앞서 지난해 5월엔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의 맨션 ‘나카무라소’가 전소해 50~80대 6명이 숨졌다. 나카무라소는 임차료를 하루씩 내고 살 수 있는 곳으로, 일용직 노동자들이나 생활보호를 신청한 노숙인들이 머무르는 장소로 이용했다고 한다.

 

3건의 화재에서 공통되는 것은 피해자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독거노인들이었다는 점이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모두 낡고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다. ‘소셜하임’은 원래 3층짜리 목조 여관 건물을 개조한 것으로, 1층과 2층에 10㎡ 정도의 개인실이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불이 빨리 번져 몸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대피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소셜하임’ 참사 한 달여를 맞아 일본 언론들은 이번 사고가 ‘방재선진국’ 일본의 방재·피난 대책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셜하임’이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는 시설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들어 법의 ‘사각(死角)지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독거·빈곤 문제 등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배경으로 드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화재가 발생한 3곳은 모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독거노인이나 빈곤층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일본에선 2000년대 들어 비영리법인(NPO)을 중심으로 빈곤층의 생활보호자 신청을 지원하는 활동이 활발해졌다. 하지만 복지 행정은 이들을 받아들일 곳을 정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열악한 주거 환경에 고액의 이용료를 징수하는 ‘빈곤 비즈니스’ 시설이 생겨나게 됐다. 행정 측도 빈곤층이 살 수 있는 공영주택을 줄여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NPO 등은 직접 건물을 확보해 빈곤층에게 거처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들의 자금력에는 한계가 있어 활용할 수 있는 건물은 노후화된 목조 건물이 대다수였다.

 

일본에선 독거노인들이 집을 빌리기란 쉽지 않다. 집주인들이 ‘고독사’ 등을 우려해 집을 빌려주길 꺼리기 때문이다. 결국 재해에 가장 취약한 곳에, 재해에 가장 취약한 사회적 약자가 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소셜하임’을 운영하는 업체 대표는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여력이 안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소셜하임’은 유료노인홈이나 무료저가숙박소에 해당되지 않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 해도 수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지금까지의 ‘선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생활보호 급여자 2명 이상이 이용하고, 법적 지위가 없는 시설이 2015년 6월 현재 전국에 1236곳이 있다.

 

최근 일본에선 추위로 인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실내 동사(凍死)’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역시 노인 고립과 빈곤 문제가 배경인 것으로 분석된다. ‘소셜하임’ 사고가 정부의 규제 강화로만 끝날 게 아니라, 노인·빈곤 문제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소셜하임’ 사고 같은 화재 참사가 발생하면 여론은 떠들썩해지곤 한다. 하지만 빈곤 노인의 고독사에 대해선 그 정도 반응이 없는 것은 왜일까. 비단 일본에만 해당되는 질문은 아닐 것이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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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은 전 세계 인구의 4.3%지만 전 세계 민간인이 가진 총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1968년 이후 미국에서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은 남북전쟁과 수많은 해외 참전에서 죽은 사람보다 많다. 비극적인 총기 난사 사고가 반복돼도 미국은 총기 규제로 좀체 나아가지 못했다. 총은 자기방어라는 미국적 신념의 결정체인 전미총기협회(NRA)는 너무도 거대했다.

 

그런 미국에 요즘 균열이 보인다. 지난달 14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17명이 숨진 후 일어난 총기 규제 여론은 종전과 좀 다르다. 총기를 규제하자고 외치다 거듭 좌절된 절박함이 임계점을 넘은 것일까. 총기를 규제하자고 하는 이들은 이제 ‘행동’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해시태그가 있다. 해시태그는 이제 ‘총기규제(#guncontrol)’를 넘어 ‘보이콧NRA(#boycottNRA)’로 진화했다. NRA에 투자하거나 NRA 회원에게 할인을 제공하거나 NRA의 홍보 채널을 가진 모든 연관기업이 보이콧 리스트에 올랐다.

 

‘#보이콧NRA’는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고 이틀 뒤 은퇴한 교장 주디스 피어슨이 트위터에 “내용 없는 애도에 신물이 난다. 이제는 (총기 난사의 주범인) 반자동 소총 AR-15를 불법화하고 이에 응하는 모든 이에게 상을 주자”고 제안하면서 해시태그를 단 것이 시작으로 꼽힌다. 여기에 사고에서 살아남은 10대들과 운동가들이 가세하면서 거대한 캠페인으로 번졌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연방법원 앞에서 17일(현지시간) 학생들이 ‘돈이 내 친구들을 죽였다’ 등 팻말을 들고 총기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포트로더데일 _ 로이터연합뉴스

 

6년 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정치인들에게 NRA의 후원을 거절하라는 운동이 벌어졌지만 아예 NRA의 돈줄을 끊겠다는 전략은 새로운 양상이다.

미국의 거대 민영은행 내셔널 뱅크 오브 오마하를 시작으로 델타항공,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트루카, 허츠, 에이비스, 알라모, 시만텍 등이 불매운동에 손을 들고 NRA와 연을 끊었다. NRA가 24시간 총기를 홍보하는 방송을 내보내는 TV 채널을 아마존에서 내리라는 청원에는 5일 현재 28만여명이 참여했다. 아마존이 계속 침묵하자 이들은 #보이콧아마존(BoycottAmazon)과 #가입취소아마존(CancelAmazon)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회원가입을 철회한 뒤 이를 인증하는 화면사진을 찍어 서로 공유하자, 모든 포스팅에 아마존 보이콧 해시태그를 달라는 주문은 구체적이다.

 

해시태그가 사회운동의 핵심 도구로 쓰이면서 ‘해시태그 행동주의’라는 말을 낳았다. 해시태그는 소셜미디어에 흩어진 목소리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준다. 내 목소리가 거대한 파도의 일부임을 느끼게 한다. 

 

#미투(MeToo)는 고립돼 있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줬고 #미퍼스트(MeFirst), #위드유(WithYou) 같은 공감으로 확산됐다. 인종차별적 공권력 남용에 저항하는 ‘#흑인의생명도중요하다(BlackLivesMatter)’는 흑인의 분노를 거리로 불러냈다. 

 

하지만 해시태그 행동주의는 ‘소심하고 게으르다’는 비판도 받았다. 아무리 해시태그가 널리 퍼져도 실제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미셸 오바마가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납치한 여학생들을 석방하라며 ‘#우리소녀들을돌려달라(BringBackOurGirls)’는 해시태그를 달고 수많은 사람이 리트윗을 해도 보코하람이 트위터를 보고 ‘아, 우리가 마음을 바꿔야겠다’고 하지는 않는 것처럼.

‘미투’의 종착점은 성폭력을 낳는 뿌리 깊은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이어야 한다. ‘흑인의생명도중요하다’도 시위를 넘어 흑인을 차별하는 제도를 바꾸는 일로 나아가야 한다. 

‘#NRA보이콧’이 총기 규제라는 미국의 수십년 묵은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소셜미디어와 현실의 무력한 괴리를 좁히는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이인숙 뉴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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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0도의 하얼빈 겨울을 견뎌온 장인어른에게 베이징의 추위는 대수롭지 않았다. 그날도 감기에 걸릴까 걱정하는 아내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볕이 좋다며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웃옷도 입지 않은 채였다.”

 

수많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뒤흔든 글 ‘유행성 독감 아래 베이징의 중년’은 이렇게 시작된다. 장인이 감기가 든 ‘그날’부터 사위가 써내려 간 29일간의 기록이다. 공개된 지 3일 만에 8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클릭 수는 2000만 건에 달한다.

 

콧물로 시작된 장인의 감기는 점점 심해져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다. 동네 병원에서 링거를 맞을 때만 해도 그저 심한 감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상태가 악화돼 큰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야 유행성 독감 판정을 받았다. 장인은 중환자실에서 기관 삽관, 인공 폐 이식까지 했지만 결국 한 달도 안돼 지난달 24일 세상을 떠났다.

 

이 글은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극한 슬픔을 묘사하지 않고 일기 형식으로 객관적 서술에만 충실하다. 이런 차가운 글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기록 속에 드러난 중국 의료제도의 문제점 때문이다. 중국 의료보험은 전국적으로 통합 운영되지 않는다. 호적 주소지가 아닌 다른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환자가 치료비를 우선 부담하고, 각종 서류를 챙겨 호적지에 신청해야 한다. 치료비를 지급받는 데 보통 1년쯤 걸린다.

 

글쓴이는 전형적인 베이징의 중산층이다. 금융계에 종사하는 그는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저축액도 넉넉했지만 하루 350만원에 달하는 중환자실 비용을 계속 감당하기는 버거웠다. 그가 느낀 고충에 환자와 환자 가족뿐 아니라 의료계, 법조계까지 공감하고 허술한 의료보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해 온 의법치국은 법에 의한 통치를 강조한다. 허술하고 모호한 법을 단단히 세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을 보호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유행성 독감 아래 베이징의 중년’과 함께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글이 ‘신시대 장커우커우 열전’이다. 장커우커우는 실존 인물이다. 30대 퇴역군인인 그는 춘제 연휴 첫날인 15일 22년 전 어머니를 죽인 왕씨 부자 3명을 찾아가 살해했다. 두 집은 토지 경계 문제를 두고 싸움이 붙었고 그 과정에서 장커우커우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왕씨의 셋째 아들이 살해범으로 지목됐고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판결을 받았다. 엄중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살인범으로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지만 조사부터 판결까지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법으로 원한을 풀 수 없었던 장커우커우는 군에 입대해 특공무술을 배웠고 복수를 결행한 후 자수했다. ‘열전’에서는 장커우커우가 어머니의 죽음을 복수한 효자, 허술한 사법 체계에 항거해 악인을 단죄한 신시대 영웅으로 묘사돼 있다.

 

법을 근간으로 한 시진핑 신시대가 시작됐지만 법은 여전히 인민들의 편이 아니다. 제때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치료비까지 걱정해야 한다. 법의 심판이 허술해 개인이 징벌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도 중국 공산당은 의법치국을 내세워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3연임 제한을 규정한 헌법 규정 삭제에 나섰다. 언론들은 의법치국을 내세워 개헌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당의 영도에 따라야 한다’는 붉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댓글은 차단되고 인터넷 방화벽은 높아졌다. 개정안이 통과될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에 맞춰 시 주석 업적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대단하다 우리나라>가 개봉된다.

 

민중은 마음의 ‘독감’을 앓고 있는데 지도자들은 이상한 약만 처방하면서 권력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은 헌법에서 인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 1장 2조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있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바꿀 게 아니라면 충실하게 지켜야 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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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계 남성 인사들의 성폭력 전력을 폭로하는 증언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누가 더 충격적인지 경중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명제는 만고불변의 진리였음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시기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이 권력을 행사해 여성에게 성적 관계를 강제하는 일은 지역과 문화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된 미국을 포함해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도 일부 남성의 성의식 수준은 한국보다 나을 게 없다.

 

가장 최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유력 인사는 바너비 조이스 전 호주 부총리다. 조이스는 그의 공보 비서였던 여성과 내연 관계임이 보도된 데 이어 별도의 성폭력 의혹까지 받고 있다. 2주간 비판 여론이 들끓자 결국 그는 소속 국민당 대표직과 부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부총리가 일으킨 스캔들은 내각 조직문화에 대한 토론에 불을 댕겼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장관과 부하직원의 성관계를 금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장관 윤리강령에 매우 분명하고 명백한 조항을 추가할 것”이라며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장관들은 직원과 성관계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간 개인의 양심과 도덕에 맡겨뒀던 사안을 윤리강령에 넣어 당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총리가 이렇게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것은 정치인이 직원에게 성적인 관계 맺기를 요구하는 일이 그만큼 만연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치인과 부하직원 간에 사랑이 싹트는 상황도 없지는 않겠으나, 대다수 직원들은 상급자의 심기를 거슬렀을 때 닥칠 불이익이 두려워 불쾌한 언행을 간신히 참아주고 있을 것이다.

 

정치인과 부하직원의 성적 관계라면 미국도 일가견이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당시 백악관 인턴이던 모니카 르윈스키의 염문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과거 그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여성들의 폭로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는 호주보다 먼저 의원들과 직원 간 관계 단속에 나섰다. 이달 초 미 하원은 의원과 직원의 성적 관계 맺기를 금지하고, 의원이 성추행 등으로 송사에 휘말렸을 때 합의금을 세비가 아닌 사비로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정치권에도 경각심을 일으킨 셈이다. 결의안이 정식 발효되려면 상원의 표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지만, 의회가 자정 움직임을 보인다는 사실은 평가할 만하다.

 

영국 의회도 미투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데이미언 그린 부총리가 성추문으로 낙마한 뒤 의회 내 성폭력조사위원회가 발족해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의회 직원 5명 중 1명이 성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조사위는 의원의 성폭력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의원직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린 전 부총리에게 성희롱당한 사실을 폭로한 칼럼니스트 케이트 말트비는 최근 일간 가디언 기고문에서 영국의 한 의원실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A의원 사무실에 들렀다가 25세 여성 직원을 발견한 B의원이 A의원에게 “자네가 갖지 않겠다면 내가 가져도 되겠느냐”고 공공연히 물었다는 얘기다.

 

말트비는 “의원들은 자신을 신이라고 여긴다”며 “그들은 하급 직원들과의 직업적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가르쳐주지 않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 직원에게 지켜야 할 선을 지키지 않는 게 어디 영국 의회만의 일일까. 한국 국회의원들의 성의식 수준이 미국이나 영국 의원들보다 높다는 근거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현재 문화·종교계에 번진 미투의 들불이 언제 정치권으로 옮겨붙을지 노심초사할 국회의원이 다수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국제부 | 최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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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중국 헌법에 규정된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10년 임기를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헌법 개정안은 다음달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추인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시진핑 주석이 당초 임기인 2022년을 넘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헌법상 근거가 마련된다. 26일 베이징에서 개막된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는 이런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중국 상하이 거리에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왼쪽)과 마오쩌둥 전 주석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상하이 _ 로이터연합뉴스

 

국가주석 임기 제한이 사라지면 시진핑 주석은 마오쩌둥을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시진핑은 집권 당시부터 후진타오 전 주석으로부터 당 총서기, 국가주석, 군사위원회 주석을 한꺼번에 물려받아 당·정·군 권력을 일거에 거머쥔 바 있다. 헌법 개정이 이뤄지면 시진핑 1인 체제가 15년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종신집권도 가능하다.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19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 헌법에 삽입, ‘마오쩌둥 사상’에 버금가는 반열에 올리고, 후계자 지명도 하지 않음으로써 장기집권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시진핑의 권력강화 이유에 대해 중국 언론과 관변학자들의 설명은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를 발전시키고 안팎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시진핑은 당대회에서 중국을 2050년까지 미국에 맞서는 세계적 강대국으로 만들겠다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제시했다. 하지만 절대권력은 중국의 번영과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 국민당을 패퇴시키고 중국을 장악한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이라는 역사적 대오류를 범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 반성으로 구축된 집단지도체제를 ‘1인 체제’로 되돌리겠다는 것이어서 ‘역사적 퇴행’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의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정치적 슈퍼파워로 마오쩌둥 시대와는 비교조차 어렵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국제사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웃국가인 중국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한국은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을 통해 한국은 ‘중국이라는 숙명’의 존재감을 뼈저리게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핵심이익을 지켜가면서 변화하는 중국에 어떻게 슬기롭게 대응할 것인지를 깊이 모색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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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에 전방위적 통상 압박을 가해오면서도 매우 당당하다. 마치 맡긴 물건 내놓으라는 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4일 “공정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16일에는 한국산 수입 철강 등에 대한 고강도 수입규제안을 발표했다.

 

한국은 트럼프의 이 같은 거침없는 압력 행사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이 문제는 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한·미관계의 기본구조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과 협력이 절실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통상 압박에 제대로 저항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안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감수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안보 현안과 통상 문제 분리 접근’을 내세우며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것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원들을 만나 무역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매우 나쁜 무역협정으로 미국에 손실만 낳았다며 재협상을 통해 '공정한 협정'으로 바꾸거나 폐기하겠다고 밝혔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실 안보와 통상을 분리해 대응한다는 것은 그동안 난감한 외교적 사안을 우회하고 봉합할 명분이 필요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었던 ‘투트랙 접근법’을 또 한번 적용한 정치적 수사일 뿐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법은 아니다. 특히 미국과의 경제·통상 문제를 논할 때 외교안보 요소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당겨 추진한 것도 순수하게 경제적 효과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후순위에 있던 미국을 앞으로 끌어당겨 FTA를 추진한 것은 한·미관계와 안보협력, 경제동맹의 효과 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 등으로 미국과 소원해진 틈을 한·미 FTA로 메우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아예 노골적으로 외교·안보 논리를 미국에 들이대면서 한·미 FTA 의회비준 절차에 소극적이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설득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4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군사·경제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한·미 FTA 비준은 단순히 양국 경제 협력의 차원이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미 FTA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안보와 통상의 분리 접근’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안보는 안보 논리로, 통상은 통상 논리로 대응한다는 취지”라며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과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보와 통상을 분리한다는 개념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는 자국에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동맹국과의 관계는 안중에 없다는 식의 인식을 이미 대선후보 시절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취임 초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엄포를 놓다가 중국이 북핵 문제에 미국과 공조할 뜻을 비치자 “중국이 북핵 문제를 우리와 협력하는데 왜 내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부르겠느냐”고 자랑스럽게 말한 적도 있다.

 

한·미 간 사안에서도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 안보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통상 압박은 이미 오래전에 예견된 일이다. 트럼프처럼 ‘약탈적 거래’에 능한 장사꾼이 한·미관계의 우월적 지위라는 호재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한국은 지금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앞에 ‘경제동맹’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망하고 가소로운 개념인지를 실감하는 중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통상과 경제 분야에만 적용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미국의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된 상황에서 트럼프가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뤄나갈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지금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미대화가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막상 북·미대화가 현실화되면 트럼프가 북한과 어떤 합의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에 빠질 것이다.

한·미관계를 호혜적이고 평등한 관계로 만들어 가는 것은 미국 선의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한·미관계의 구조적 문제를 바꿔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시급히 착수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현 의지이며 이를 진행시킬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이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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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에 전방위적 통상 압박을 가해오면서도 매우 당당하다. 마치 맡긴 물건 내놓으라는 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4일 “공정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16일에는 한국산 수입 철강 등에 대한 고강도 수입규제안을 발표했다.

 

한국은 트럼프의 이 같은 거침없는 압력 행사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이 문제는 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한·미관계의 기본구조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과 협력이 절실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통상 압박에 제대로 저항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안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감수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안보 현안과 통상 문제 분리 접근’을 내세우며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것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원들을 만나 무역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매우 나쁜 무역협정으로 미국에 손실만 낳았다며 재협상을 통해 '공정한 협정'으로 바꾸거나 폐기하겠다고 밝혔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실 안보와 통상을 분리해 대응한다는 것은 그동안 난감한 외교적 사안을 우회하고 봉합할 명분이 필요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었던 ‘투트랙 접근법’을 또 한번 적용한 정치적 수사일 뿐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법은 아니다. 특히 미국과의 경제·통상 문제를 논할 때 외교안보 요소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당겨 추진한 것도 순수하게 경제적 효과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후순위에 있던 미국을 앞으로 끌어당겨 FTA를 추진한 것은 한·미관계와 안보협력, 경제동맹의 효과 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 등으로 미국과 소원해진 틈을 한·미 FTA로 메우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아예 노골적으로 외교·안보 논리를 미국에 들이대면서 한·미 FTA 의회비준 절차에 소극적이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설득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4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군사·경제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한·미 FTA 비준은 단순히 양국 경제 협력의 차원이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미 FTA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안보와 통상의 분리 접근’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안보는 안보 논리로, 통상은 통상 논리로 대응한다는 취지”라며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과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보와 통상을 분리한다는 개념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는 자국에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동맹국과의 관계는 안중에 없다는 식의 인식을 이미 대선후보 시절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취임 초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엄포를 놓다가 중국이 북핵 문제에 미국과 공조할 뜻을 비치자 “중국이 북핵 문제를 우리와 협력하는데 왜 내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부르겠느냐”고 자랑스럽게 말한 적도 있다.

 

한·미 간 사안에서도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 안보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통상 압박은 이미 오래전에 예견된 일이다. 트럼프처럼 ‘약탈적 거래’에 능한 장사꾼이 한·미관계의 우월적 지위라는 호재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한국은 지금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앞에 ‘경제동맹’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망하고 가소로운 개념인지를 실감하는 중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통상과 경제 분야에만 적용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미국의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된 상황에서 트럼프가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뤄나갈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지금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미대화가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막상 북·미대화가 현실화되면 트럼프가 북한과 어떤 합의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에 빠질 것이다.

한·미관계를 호혜적이고 평등한 관계로 만들어 가는 것은 미국 선의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한·미관계의 구조적 문제를 바꿔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시급히 착수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현 의지이며 이를 진행시킬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이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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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2차 개정협상에서 미국이 백화점식 요구를 쏟아냈다고 한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기업의 방어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참고인 교차신문권과 증거자료 접근권을 요구했다. 공정위로부터 특허권 갑질로 1조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퀄컴이 소송을 제기하자 이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디지털교역, 약가제도,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등 다양한 이슈를 테이블에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태도는 자동차 부문에서 실익을 얻기 위한 성동격서식 협상 전술일 수 있지만 일련의 상황을 감안하면 무차별적 통상압박의 일환으로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미국은 세탁기·태양광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에 이어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 철강제품에 대한 고관세를 예고했다. 미 무역위원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특허 침해를 조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도 사정권에 들어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이 강화될수록 그에 비례해 미국 내에서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판의 주체가 공화당 진영의 보수성향 경제학자와 언론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철강 관세 폭탄 검토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무역을 무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엊그제는 월스트리트저널이 2002년 당시 부시 행정부가 수입 철강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한 뒤 미국의 철강노동자보다 많은 20만명의 연계노동자가 실직한 점을 들어 고관세가 되레 미국 내 일자리를 더 많이 없앨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인 러스트벨트에 있는 디트로이트뉴스조차도 “보호무역이 미국 내 제조업자의 생산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이런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극적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는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자리가 급한 상황을 감안하면 통상압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결국 한국 입장에서는 총력 대응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안이 없다. 현재로서는 세계무역기구 제소는 물론이고 같은 처지에 있는 국가들과의 연대도 필수적이다. 미국에 양국 간 무역 실상을 정확히 알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에 더 손해라는 설득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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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회사원들도 백팩을 메고 출근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지만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백팩은 주로 등산용이나 여행용이었다. 1980년대 중반 대학가에서 학생운동이 본격화되던 무렵 백팩 차림의 대학생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당시엔 얇은 천으로 만든 꾸러미에 목을 죄는 끈이 달린 신발주머니 같은 ‘원시적’ 백팩도 있었는데 운동권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학교 강의를 제대로 듣지 않았으니 책 한두 권 넣을 정도의 용량이면 충분한 데다 기동력이 있어 편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생, 회사원은 물론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 대기업 총수들도 메고 다닐 정도로 백팩이 대중화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초등학생용 란도셀 같은 큼지막한 백팩에 자료와 책은 물론 치약·칫솔, 물티슈, 휴지 같은 비상용품까지 챙겨 다닌다. 김병관(민주당), 채이배(바른미래당) 의원도 ‘백팩파’다. 김동연 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백팩 차림으로 출근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백팩은 짐을 많이 넣을 수 있어 실용적인 데다 딱딱한 이미지의 서류가방과 달리 경쾌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 ‘탈권위’ 이미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 연세대에서 열린 토론회에 자동차 시트를 재활용해 만든 백팩을 들고 참석했다. 사회적기업 모어댄이 만든 이 백팩은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착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척추보호 기능을 갖추거나 물에 뜨는 ‘재난대비용’ 백팩이 등장하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총기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미국에서 학생용 방탄백팩까지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매사추세츠주의 ‘불릿 블로커’사는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 참극 다음날인 지난 15일 하루에만 500개의 ‘강화’ 백팩을 판매해 평소보다 30%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 강화 백팩의 소재는 나일론보다 가볍고 강도는 강철의 5배나 돼 방탄복 제작에 사용되는 ‘케블러’ 섬유다. 하지만 권총 탄환 정도만 막을 뿐 이번 참극에서 사용된 반자동소총은 막지 못한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방탄백팩이 아니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총기를 규제하는 법령일 것이다.

 

<서의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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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의 영화관 AMC를 찾았다. <블랙팬서> 개봉 이틀째였다. 극장 입구부터 꽤 긴 줄이 있었다. 흑인 관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감격한 듯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여운을 즐기는 관객들도 많았다. 큰 극장의 한가운데 자리에 앉은 덕분에 영화가 끝나고도 밖으로 나오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먼 곳까지 찾아가 <1987>을 본 후 감정의 정리가 어려웠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영화<블랙 팬서> 포스터.

최근 미국에서 <블랙팬서>가 열풍이다.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 와칸다를 배경으로 하는 흑인 히어로 영화다. 흑인 히어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에도 시드니 포이티어가 살인사건 전문 형사로 열연한 <밤의 열기 속으로>가 흑인들을 극장으로 몰려들게 했다. 하지만 이번 바람은 다르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블랙팬서>는 미국 흑인 문화사의 분기점이 될 작품이란 평가도 나온다.

 

여배우 옥타비아 스펜서는 미시시피의 극장을 통째로 빌려 어린이들에게 단체관람을 시키고 있다. 사업가 로저 잭슨은 시카고에서 극장을 대여했다. 교회와 사업가, 시민운동가들도 단체관람을 진행 중이다. 애틀랜타 교외의 한 AMC에서는 개봉 당일 이 영화만 총 84회 상영됐다. 극장의 모든 스크린에 <블랙팬서>만 비춘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흑인 74%가 이 영화를 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온라인에서는 ‘블랙팬서는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해시태그가 유행이다. 각종 흥행기록도 갈아치울 기세다.

 

<블랙팬서>는 미국 흑인들의 자부심을 일깨우는 영화인 듯하다. 19세 흑인 고등학생 오스틴 매시야는 CNN에서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견줄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블랙팬서>는 그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블랙팬서> 팀을 격려하고 “당신들 덕분에 젊은이들이 마침내 극장에서 자신과 닮은 영웅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영화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영웅이 될 수 있는 용기를 발견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와칸다는 아프리카의 에덴동산 같은 곳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한 와칸다의 초원에서는 코뿔소와 스텔스 우주비행선이 공존한다.

 

블랙팬서라는 이름은 미국 흑인의 역사와도 연결된다. 1942년 구성된 흑인들만의 탱크부대가 사용한 별명이 바로 블랙팬서였다. 1966년에는 앨라배마의 유권자운동 단체가 상징으로 블랙팬서를 채택했고, 같은 해 오클랜드에서 경찰폭력 등 백인의 억압에 저항하기 위해 결성된 조직이 ‘블랙팬서당’이었다. 이들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비폭력 운동을 실패로 평가하고 주거, 교육, 시민권의 평등을 위한 혁명전쟁을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블랙팬서>는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운동이란 주장도 들린다. 언론인 자밀 스미스는 타임지 기고에서 “백인 이민배척주의자 운동에 의해 추동된 문화적, 정치적 퇴행의 한가운데에서 <블랙팬서>의 존재는 일종의 저항과도 같다”고 적었다. 다양성의 존중이 마치 자선인 것처럼 비치는 현실에서 <블랙팬서> 같은 영화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흑인들은 자부심을 일깨우는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뒤틀린 세상에 저항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블랙팬서>는 미국에 정착한 흑인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비현실적인 동경을 담았다는 지적도 있는 게 현실이다. 영화 관람 말고도 수많은 저항의 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 흑인들의 대선 투표율은 오바마를 당선시킨 2012년에는 66.6%였지만, 2016년에는 59.6%로 떨어졌고 백인 우월주의자를 옹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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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이 부쩍 줄었다. 최근 20일 동안의 북핵 언급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하다”는 지난 1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발언이 전부다. 끊임없이 설화에 휘말리면서도 입놀림을 쉬지 않던 그의 갑작스러운 신중한 태도가 예사롭지 않다. 큰 틀의 정책 변화를 앞두고 입조심한다는 인상이 든다.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특사로 남한에 파견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승부수다. 북한판 북핵 출구 전략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남한과 미국의 보수층은 위장 평화공세에 속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김정은의 카드가 너무 크고 무겁다. 지금 북한이 핵무기 대신 언어와 외교를 대외 정책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은 명백한 대화 신호다. 트럼프의 선택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북한 삼지연 악단의 공연에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에게 북핵은 숙명이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미국 본토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핵문제를 회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핵은 또한 그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한민족의 생존과 미국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는 위기이지만 해결한다면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다. 그런데 나는 트럼프에게 북핵이 제공하는 또 다른 기회를 잡으라고 권하고 싶다. 바로 노벨 평화상이다.

 

북핵이 왜 트럼프의 노벨 평화상 수상 기회가 되는가. 그것은 북핵이 노벨 평화상의 ‘메달밭’이기 때문이다. 45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시어도어 루스벨트, 우드로 윌슨, 지미 카터, 버락 오바마 등 4명이 노벨 평화상을 탔는데 이 중 북핵과 관련해 상을 탄 사람이 카터와 오바마 등 2명이나 된다. 북핵 문제가 심각할수록 미국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은 노벨상과 인연이 없었다. 평화에 대한 열망이 절실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기회가 주어진 탓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는 운이 좋다. 북핵은 전 세계적인 평화 이슈로 부각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평화파괴자’ 이미지의 트럼프에게 노벨 평화상이라니 가당치 않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이해한다. 이란 핵합의 파기, 인종차별적 이민정책 등 반평화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패권국으로서 제공해야 할 국제 안보와 자유경제질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패권국 지위는 유지하려는 대외정책도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의 일탈적 대외정책을 트럼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측면도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시작된 미국의 쇠퇴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노벨 평화상 수상 자격 문제에도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 루스벨트부터 보자. 그는 사냥을 나갔다가 아기곰을 살려준 ‘테디 베어’ 일화의 그 루스벨트가 맞지만 대외정책에서는 철저히 약육강식 논리를 신봉했다. 그의 수상 이유는 러일전쟁 뒷마무리 중재였지만 이는 사실상 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 묵인해준 것이었다. 만약 한국인들이 노벨상 심사에 관여할 수 있었다면 목숨 걸고 그의 수상을 반대했을 것이다.

 

윌슨 역시 노벨 평화상 취지에 부합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주창한 민족자결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이 패전국의 식민지를 가로채는 수단이 되었을 뿐이다. 언젠가는 국제사회가 지원해 줄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안고 풍찬노숙하며 일제와 싸우다 스러진 수많은 독립투사들을 생각하면 그의 노벨상 수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노력을 평가받은 오바마 역시 ‘전략적 인내’ 대북정책으로 북핵을 사실상 방치했다. 사실 노벨 자신도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던 세계 최대의 무기상으로, 인류 평화를 거론할 자격이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더구나 트럼프는 임기가 3년 남은 현직 대통령이다. 앞으로 얼마든지 고쳐나갈 수 있다.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받으려면 대전제가 필요하다. 반드시 평화적인 북핵 해결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군사적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라면 평화상의 취지에 반한다. 그러자면 ‘힘을 통한 평화’ 같은 대외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갑작스러운 노선 전환이 쉽지 않겠지만 이는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대외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트럼프의 정치적 지지기반이나 성향을 고려할 때 그의 노벨 평화상 도전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역사적 성취나 업적은 망상적 도전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다. 나라면 트럼프의 유독 강한 인정욕구와 명예욕에 걸겠다. 트럼프라고 노벨 평화상을 못 탈 이유가 없다. 마침 평창 올림픽 덕에 그 기회의 문도 열려 있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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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한국인을 그냥 자기 아래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 아니 도요토미 히데요시 때부터 그랬어요. 이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최근 저녁 자리에서 만난 재일동포 2세가 한 말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얘기까지 나오나 싶었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70년 넘게 살아온 그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재일동포들이 겪은 일상적인 차별과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른다. 또 다른 재일동포는 “일본인의 ‘분풀이’ 대상이 일본 사회 내의 힘없는 사람, 특히 재일동포”라고 했다.

재일동포들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남북 분단의 고통을 누구보다 절감해온 이들이다. 그래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의미는 남다른 듯했다. 본국에 평화와 통일의 불씨가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하는 일본 사회의 야멸찬 시선에 대한 우려가 더 커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평창 블리스 힐 스테이트에서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차 방한한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현안에 대해 논의 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실제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일본 정부와 일부 언론 등 일본 사회의 대응은 편향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일본의 위기감이나 대북 압박 정책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대응책이나 관련 언급들을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 방한 전부터 아베 신조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조속한 실시를 요구할 것이라고 대놓고 공언했다. 일부 언론에선 ‘만일의 경우’라면서 평창을 노린 북한 미사일 공격을 버젓이 거론하는 등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도 위기론을 부채질했다. 한국 일부 보수단체의 시위를 반복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2일자에 북한 응원단이 쓴 남성 가면 논란을 보도하면서 아예 ‘김일성이 200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인터넷은 더 심하다. 유튜브에 ‘평창오륜’으로 검색해보면 아연실색하게 된다. 한국은 북한의 꼭두각시 나라고, 평창은 한국민들에게도 외면받아 당장 망할 것 같다. ‘헤이트스피치(차별·혐오 발언)’에 저촉되는 단어만 쓰지 않았을 뿐, ‘한국 조롱’과 ‘혐한(嫌韓) 정서’가 넘쳐난다.

 

문제는 이런 퇴행적 인식들이 일부 누리꾼을 넘어 TV 방송과 출판 등 전체 미디어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후지TV에 나온 한 패널은 ‘오사카에 북한 테러리스트가 대량 잠복해 있어 위험하다’는 내용의 언급을 했다. 오사카에는 재일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사회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가 처한 상황을 진지하게 살펴보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일본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白井聰)는 <영속패전론>에서 일본의 보수 세력들이 1945년 패전 뒤 미국에 깊이 굴복하는 반면, 좌절된 내셔널리즘의 스트레스를 아시아에서 온 힘을 다해 패전을 부인하는 방식으로 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뒤틀림이 일본과 주변국에 실질적인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어 파국을 부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전후 70년이 지나도록 과거의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역사·영토 왜곡 주장을 강화하고, ‘전쟁가능한 국가’를 향한 개헌을 서두르고 있다. 뭐든 트집을 잡아 ‘재일동포 탓’으로 공격하려는 움직임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상당수 일본인은 이에 무관심하다.

 

일본 TV의 와이드쇼 진행자는 올림픽 직전의 한국 사회 ‘혼란상’을 전하면서 “한국 사회의 폐색감(꽉 막힌 느낌)”을 원인으로 들었다. 최근 일본의 과도한 ‘한국 때리기’가  패전 이후 일본의 ‘뒤틀림’ ‘폐색감’의 분출이라고 한다면 편향적이라고 할 것인가.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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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날, 외신은 문재인 대통령,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문 대통령과 김 부부장의 악수 장면은 긴급뉴스로 타전됐고, 개회식장 안팎에서 펜스 부통령과 김 부부장이 서로 외면하는 장면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남북선수단 동시입장을 포함한 이날의 풍경은 “한 달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고, 거기에는 엄중한 한반도 상황이 있다.

 

펜스 부통령과 김 부부장이 모두 돌아갔다. ‘평창 외교전’의 1라운드는 끝났다. 북한의 문 대통령 방북 요청은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주일 전 “평창 올림픽은 아주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후는 누가 알겠느냐”고 했다.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전개될지는 안갯속이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경기에서 펜스 미국 부통령과 쇼트트랙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강릉 _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요즘 미국의 대북 메시지가 ‘북핵 문제’보다 ‘북한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북한 문제는 북한 정권과 체제, 인권 등을 말하는데 북한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이를 주도하고 나섰다. 특히 올림픽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잇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잔혹한 독재정권”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탈북자 지성호씨를 국정연설에 초대해 소개했고, 이튿날 백악관으로 탈북자들을 초청해 북한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올림픽 납치(hijacking)를 막겠다”며 한국에 와선 평택 해군 2함대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해 북한을 “감옥 국가”라고 맹비난했다. 펜스 부통령의 2박3일 언행은 그가 강경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인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대북 강경론자인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북한 핵개발이 미국으로부터의 체제보전용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남한을 통일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북한 문제와 북핵 문제를 구분하지 못할 리는 없다. 그러면 북핵이 아닌 북한 문제 해결로 방향을 잡았는지, ‘인류 평화의 제전’에 ‘불량국가’ 북한이 끼어드는 게 못마땅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현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리면 북핵 논의의 초점을 흐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공동 제시한 ‘4노(No) 원칙(북한 정권 교체와 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 38선 이북 공격)’도 북한에 당면 과제는 체제가 아니라 핵·미사일이니 안심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의미다.

 

실제 핵·미사일 고도화의 속도로 보면 지금은 북핵에 매달려야 하는 시기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북한 핵·미사일의 본토 또는 미국령 공격 가능 시기를 “곧”이라고 하지 않았나. 북한 문제 해결을 앞세우면 북한의 도발을 만류하는 게 아니라 부추기려는 의도로 읽힐 우려도 있다. 종합적으로 북한과 대화할 생각 자체가 없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평창 올림픽을 북핵 대화의 모멘텀으로 만들겠다는 한국의 ‘평창 구상’도 힘겹게 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거칠고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반면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만큼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충만하다. “내가 처리하겠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하지만 상호 불신이 깊어 대화의 계기조차 만들지 못하는 게 현재 상황이다. 어렵게 만나도 다시 불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 게 그동안 북핵 협상의 역사다. 이 과정에서 북한 문제가 부각돼 상황이 꼬인 경우도 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인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채택하던 날이다. 9·19 공동성명은 포괄적·단계적 접근, 병행적 해결 원칙으로 북핵 논의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미국 수석대표는 마지막 발언에서 돌연 북한 인권문제, 테러리즘, 불법행위 등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미국이 북한의 돈 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목한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로 북핵 논의는 미국이 ‘30일 내 BDA 문제 해결’을 약속한 2007년 2·13 합의 때까지 겉돌았다.

 

북핵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묘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지금 기술적 완성을 눈앞에 둔 북한의 핵 능력을 두고 무조건 협상이 만능일 수는 없다. 제재와 압박이 유일한 해결책일 수도 없다. 대북 군사옵션도 함부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북한을 선제 정밀타격하는 ‘코피 전략’은 미국 강경파조차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성을 경고하자 백악관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없다고 한발 빼는 분위기다. 결국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면서 국제사회의 힘을 모아야 하는데, 지금 논점은 북핵 문제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안홍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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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을 축하하러 왔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한 목적에 어긋나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 아베 총리는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며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 문제는 우리의 주권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며 “총리께서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전 강원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적절한 대처로 정상회담이 파행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베의 발언이 부적절한 발언이며 도를 넘은 내정 간섭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북핵 문제가 일본에도 중요한 현안이지만 한·미 군사훈련은 어디까지나 한국과 미국 사이의 일로 일본은 당사자가 될 수 없다. 남북대화의 진정성 역시 전적으로 한국이 판단할 일이다. 일본이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주제넘는 참견에 불과하다. 일본은 10년 만에 재개된 남북대화가 영 반갑지 않은 것 같다.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유사사태 발생 시 한국에 체류하는 일본인의 대피와 안전확보에 대해 연대하자고 말한 것도 불편하다. 한국의 어려움을 돕기는커녕 자국 잇속만 챙긴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아베 총리의 외교적 결례는 이뿐 아니다. 지난 9일에는 문 대통령이 주재한 평창 올림픽 리셉션에 30여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그는 올림픽 개회식에도 참석했지만 다른 하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낼 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평창 올림픽을 축하하러 온 건지, 방해하러 온 건지 알 수가 없다. 한국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다. 한국의 운명이 걸린 북핵 위기 국면에서 아베 총리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한국인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기억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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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옛소련 간 냉전이 한창일 때 ‘둠스데이 머신(Doomsday Machine)’이라는 게 있었다. 핵전쟁으로, 말 그대로 인류 파멸의 날이 왔을 때 작동하게 만든 행동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미국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쏴 옛소련을 궤멸시키면 옛소련의 둠스데이 머신 ‘죽음의 손(Dead Hand)’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남은 옛소련의 핵미사일이 미국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 미국의 둠스데이 머신이 작동한다. 문제는 실제로 작동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도 1945년 8월 인류의 첫 원자폭탄 투하 이후 70여년간 둠스데이는 오지 않았다. 물론 아찔한 순간은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미 행정부가 군비경쟁에 한창 열을 올리던 1983년 9월26일의 일이다. 옛소련의 핵 발사 관제센터 컴퓨터에서 미국이 ICBM을 발사했다는 경보가 울렸다. 옛소련 전역의 핵 발사대에 경보가 걸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 관제센터 당직자의 냉철한 판단 덕분이었다. 실제 상황이 아닌 컴퓨터 오류로 판단했던 것이다. 인류 절멸을 몇 차례나 가져올 수 있는 핵폭탄을 보유한 상황에서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그동안 둠스데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상호확증파괴(MAD)라는 억제전략 덕분이었다. 적이 핵 공격을 가할 경우 적의 미사일 등이 도달하기 전 또는 도달한 후 남아 있는 전력을 이용해 상대편도 전멸시키는 보복 핵 전략이다. 한마디로 핵전쟁이 일어나면 어느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지도자라면 핵 도발을 감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91년 냉전 종식은 둠스데이 악몽을 잊게 만든 사건이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악몽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지난달 말 미 핵과학자회는 핵 위기 등에 따른 지구 종말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를 ‘자정 2분 전’으로 앞당겼다고 발표했다. 1947년 자정 7분 전에서 출발한 이후 지난해는 지구 종말에 가장 다가간 해였다. 미·소 간 수소폭탄 경쟁이 한창이던 1953년에도 자정 2분 전이었다. 핵과학자회는 역사의 시계가 64년 전으로 돌아간 이유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응 등을 댔다.

 

지난해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은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를 핵전쟁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트럼프의 북한 선제공격 위협을 비롯한 압박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트럼프 스스로 둠스데이 가능성을 높인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8년 만에 발표한 핵 태세 검토보고서에서 소형 핵탄두 개발을 천명했다. 지난해에는 보유 핵탄두 숫자를 10배 늘리겠다고 한 바 있다. 미국발 신냉전이라는 분석이 틀린 말이 아니다. 각국의 군비경쟁을 부추겨 둠스데이 위기를 가속화할 게 뻔하다.

 

과거에도 북·미 사이에 현재 못지않은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다. 1968년 1월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1969년 4월 미 해군 정찰기 피격 사건,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1994년 1차 북핵 위기다. 운 좋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아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의 이성은 믿을 것이 못된다는 점이다. 과거에 일어난 숱한 전쟁들이 그 증거다. 더욱이 컴퓨터의 오작동이나 인간의 사소한 실수가 둠스데이의 방아쇠가 될 개연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 상황에 임하는 자세다.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해 10월 말, 미 상원의원 8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는 북한 선제타격을 할 수 없는 법안을 제출했다. 미국의 핵무기 운용을 담당하는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은 11월 “트럼프의 불법적인 핵 명령은 거부하겠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에 따른 북한의 보복 공격으로 초래될 재앙적인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미국 안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트럼프의 무모한 행동을 억제하는 실질적인 힘이다.

 

얼마 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북한 선제공습 반대 결의안 채택”을 주장했다. 미국에서조차 전쟁 반대 목소리가 높은 마당에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만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때마침 평창 동계올림픽의 시작으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국회는 주저 말고 관련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전쟁 위기 앞에 갈라진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전쟁은 결단코 반대한다’는 단호한 목소리만이 우리 위에 드리우고 있는 둠스데이 그림자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

 

<조찬제 국제·기획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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