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탐욕스러운 자본가나 기업가를 비난할 때 ‘살찐 고양이(Fat Cat)’라는 말을 쓴다. 이 말은 192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할 때부터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거액을 기부하는 부자를 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현재 의미로 굳어졌다. 당시 금융위기를 극복해야 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임기 동안 월가 은행가들을 자주 ‘살찐 고양이’에 비유했다. 그는 2009년 CBS 방송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월가의 살찐 고양이 은행가 무리를 도우려고 출마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의 후계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월가 고액 강연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살찐 고양이’ 비난이 오바마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오바마가 오는 9월 월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가 주최하는 보건 관련 회의에서 오찬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대가로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받기로 계약했다고 미 언론들이 25일 보도했다. 오바마에게 위선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백악관을 떠난 뒤 95일 만에 공식 활동을 시작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24일(현지시간) 시카고대학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시카고 _ UPI연합뉴스

 

강연료 40만달러는 전임자들과 비교해도 고액이다. 퇴임 대통령으로 고액 강연료를 처음 챙긴 이는 제럴드 포드였다. 그의 몸값은 4만달러였다. 가장 몸값이 높았던 빌 클린턴은 20만~50만달러였다. 특히 클린턴이 부인과 함께 챙긴 강연료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CNN에 따르면 이들은 2001년부터 2015년 5월까지 총 729회 강연을 해 1억5367만달러를 벌었다. 논란이 된 월가 투자은행을 대상으로 한 것도 39차례 770만달러나 됐다. 이 가운데 클린턴 전 장관도 골드만삭스 3회 등 5개사에서 8차례의 강연으로 180만달러를 받았다. 이 사실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드러나면서 클린턴은 곤욕을 치렀다.

 

백악관을 떠나기 전부터 오바마의 몸값이 퇴임 대통령으로서 최고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월 맺은 그와 부인의 회고록 계약금은 6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은 그의 천문학적인 몸값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다. 하지만 퇴임 대통령으로서 공식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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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은 먼저 한반도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북한을 향해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북핵 문제에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던 트럼프 정부가 대화 가능성을 천명한 것은 다행이다. 지난 3개월 동안 한반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미국의 최첨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조성된 현실을 고려하면 미국의 대화론은 반길 일이다. 북핵 문제에서 압박과 대화의 병행 접근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북·미 및 남북 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핵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동결한 적이 많았다. 반면 대화가 끊기고 일방적 제재가 이뤄지는 기간에는 어김없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하고 핵능력을 고도화했다.

 

대북정책 설명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빌딩에서 상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대북정책 설명회를 마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최고의 압박과 개입’을 기조로 하는 대북정책 원칙을 밝혔다. 워싱턴 _ UPI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은 이번 발표에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원칙만 제시했을 뿐 북한을 대화로 유도할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그 때문에 현재 가시적인 것은 오직 대북 압박뿐이다. 이런 식이면 대화의 문을 열기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북핵 능력 고도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북한이 대화의 무대로 나오기를 마냥 앉아서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공조 강화는 필수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원칙을 천명해왔기 때문에 공조를 위한 환경은 마련된 상태이다. 이런 점에서라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는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과 공조하겠다면서 중국을 자극하는 사드를 끝까지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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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오전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전날 저녁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행사에서 이마무라가 2011년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을 두고 “도호쿠여서 다행”이라고 말했다가 비판이 쇄도하자 서둘러 수습한 것이다. 부흥청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후 도호쿠의 재건을 위해 설치됐다. 이곳의 수장이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망언을 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부흥상으로서 피해자의 신뢰를 잃는, 지극히 부적절한 언동”이라며 사과했다. 그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후쿠시마를 지역구로 둔 요시노 마사요시(吉野正芳) 중의원 의원을 부흥상에 임명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도호쿠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망언은 이뿐이 아니다. 이마무라는 지난 4일에도 원전사고로 고향을 떠난 피난민의 귀향에 대해 묻자 “그것은 본인 책임”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책임은 없냐는 질문에 “재판이든 뭐든 하면 될 거 아니냐”고 했다. 기자가 끈질기게 국가 책임을 묻자 “시끄럽다. 당신, 나가라. 다시 오지 마라”며 핏대를 올렸다.

 

지난달 8일에는 차관급인 무타이 슌스케(務台俊介) 부흥정무관이 “내 덕분에 장화업계가 상당한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했다가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9월 태풍 피해를 입은 도호쿠 이와테(岩手)현을 시찰할 때 장화를 준비하지 않아 수행원의 등에 업혀 물웅덩이를 건너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2014년 6월에는 자민당 소속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환경상이 원전사고로 생긴 오염토의 중간저장 시설 건설과 관련해 “결국 가격이 얼마냐일 것”이라고 말했다가 ‘돈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사죄했다. 민주당 정권의 하치로 요시노(鉢呂吉雄) 경제산업상은 피해지역을 ‘죽음의 거리’라고 불러 사임했다.

 

아베 총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후쿠시마는 거의 수습됐다”고 했다. 이날도 “도호쿠의 재건 없이 일본의 재생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도호쿠 재건에 2조6896억엔(약 27조1600억)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무라의 발언은 후쿠시마의 현실을 최대한 숨기고 싶은 정치인들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 버렸다.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치인의 망언은 사회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전사고로 피난한 학생들은 ‘세균’이라고 불리며 집단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도호쿠 지방의 한 주민은 아사히신문에 “잘려 버려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도호쿠의 재건을 향한 여정은 아직 멀어 보인다.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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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오전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이마무라 부흥상이 전날 저녁 2011년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을 두고 “도호쿠에서, 저쪽이었기 때문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가 비판이 쇄도하자 서둘러 조치를 취한 것이다. 잇따르는 각료들의 설화가 정권에 타격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가 발생한 도호쿠지방을 바라보는 속내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무라 마사히로 부흥상이 26일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한 뒤 사죄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지진 도호쿠여서 다행”... 아베, 부흥상 경질에 사과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 관저에서 이마무라 부흥상이 낸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의 부흥은 아베 내각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피해지의 모든 이들의 마음에 다가가면서 부흥에 전력을 다하는 게 내각의 기본 방침”이라면서 다시 한번 사과했다. 그는 “이마무라 부흥상의 언동은 극히 부적절한 것으로, 부흥상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피해자의 신뢰를 잃는 언동”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마무라 부흥상은 전날 저녁 도쿄 도내에서 열린 자민당 내 파벌 ‘니카이(二階)파’의 파티에서 동일본대지진의 피해와 관련해 “아직 도호쿠에서, 저쪽이었기 때문에 다행이다”면서 “(대지진이) 수도권에서 가까웠더라면 막대한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흥청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도호쿠지방의 부흥을 목적으로 설치됐다. 이런 부흥청의 수장이 동일본대지진 피해자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망언을 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후임 부흥상으로 자민당 소속 요시노 마사요시(吉野正芳) 중의원 의원을 임명했다. 마사요시 의원은 후쿠시마가 지역구로, 현재 중의원 재해부흥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도호쿠 지방의 성난 민심을 달래 이번 사태를 빨리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과 기대를 외면하는 정치인들의 속내가 또다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일본대지진이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한 정치인들의 망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는 망언들

이번에 사임한 이마무라 부흥상은 지난 4일에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스스로 고향을 떠난 피난민의 귀향 여부에 대해 “그것은 본인 책임”이라고 말했다. 국가 책임은 없냐는 질문에 “재판이든 뭐든 하면 될 거 아니냐”고 했다. 그는 기자가 끈질기게 국가 책임을 묻자 “당신, 나가라. 다시 오지 마라” “시끄럽다”면서 핏대를 올리기도 했다. 

 

앞서 2014년 6월에는 자민당 소속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환경상이 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오염토의 중간저장 시설 건설에 관해 “최후는 가격이 얼마나 되느냐일 것”이라고 말했다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발언을 철회하고 사죄했다. 

지난달 8일에는 차관급인 무타이 슌스케(務台俊介) 내각부정무관 겸 부흥정무관이 자신 덕분에 “장화업계가 상당한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사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태풍 피해를 입은 도호쿠지방의 이와테(岩手)현을 시찰할 때 장화를 준비하지 않아 수행원의 등에 업혀 물웅덩이를 건너 비난을 받았는데, 이를 소재로 농담을 한 것이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당시 민주당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마쓰모토 류(松本龍) 부흥상은 2011년 7월 이와테현을 방문해 “지혜를 내지 않는 놈은 도와주지 않는다”고  등 막말을 했다가 임명 7일만에 물러났고, 같은 해 9월 하치로 요시노(鉢呂吉雄) 경제산업상은 후쿠시마 원전 피해지역을 ‘죽음의 거리’라고 불러 논란 끝에 사임했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배신하는 정치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6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인해 1만8000명을 넘는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생겼다. 지금도 약 7만명이 가설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피난살이로 인한 사망자수도 2000명을 넘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다른 지역으로 피난한 학생들에 대해 “후쿠시마로 돌아가라” “세균”이라고 부르면서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호쿠의 부흥 없이 일본의 재생은 없다’를 기본 방침으로 부흥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흥청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 2조6896억엔(27조1600억)의 특별회계를 편성해 부흥 작업에 투여할 예정이다. 부흥청에선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지역에서 떨어진 후쿠시마현 내 다른 지역의 방사선량이 전 세계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높지 않다고 강조하는 등 ‘풍평(風評) 피해(풍문으로 입는 피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홍보 활동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적 근거’로 판단해 달라는 얘기들도 하고 있다.

 

하지만 부흥청 수장의 망언으로 이 같은 노력은 빛이 바랬다.

앞서 아베 총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후쿠시마는 거의 수습이 됐다”고 했다.

 

후쿠시마의 현실을 최대한 숨기고 싶은 게 정치권의 솔직한 심정일 지도 모른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기대를 외면하는 정치가들의 잇따른 망언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에도 영향을 준다. 도호쿠지방의 한 주민은 아사히신문에 “잘려 버려진다고 해야 할까, 차별당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도호쿠의 부흥을 향한 여정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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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은 한국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굵직한 일들이 벌어졌던 해이다. 신년 벽두에 베를린에서 날아온 크리스토퍼 힐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양자접촉 소식은 ‘파란의 1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양측은 이 접촉으로 꽉 막혔던 협상 재개의 물꼬를 텄다. 이어 ‘2·13 합의’가 나오면서 북핵 문제는 급진전됐다. 3월에는 김 부상이 뉴욕을 방문해 미국과 관계정상화 논의를 시작했다. 북한은 6월에 북핵 시설 불능화 작업을 모니터링할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단 방북을 수용했고, 7월에는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북한은 연내에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신고서를 제출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 시기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2007년 한 해에만 4번의 6자회담이 열렸고 비핵화, 경제·에너지 지원, 관계정상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그룹회의는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곧이어 북한이 핵신고서를 제출하고 검증·폐기에 착수하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지금 한국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의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일어났다. 이 문제를 거론하려면 북핵 문제의 마지막 ‘깔딱고개’를 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던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그해 10월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인식 차이 등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비핵화에 발맞춰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기반을 놓으려 했다. 이를 위해 추진한 것이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비밀리에 추진하면서 외교부에는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등 주변국들이 남북정상회담 추진 소식을 알게 되면 성사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한·미는 북핵 문제에 적극 공조하면서도 상대를 경계했다.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외부로 나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송 총장은 이날 오전 총장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미국은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매우 놀라면서 국제공조로 진행되는 비핵화 작업에 변수가 될 것을 우려했다. 중국은 남북정상선언에 포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의 종전선언’ 구상에 분노했다. ‘3자 또는 4자’라는 야릇한 문구는 중국을 배제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만들었지만 미국과 중국의 축복을 받지는 못했다.

 

당시 외교부는 이 같은 상황을 우려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필수인데 임기가 몇 달 남지도 않은 정부가 미·중이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 남북정상회담을 기습적으로 가진 것이 국제공조를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하려고 하자 외교부는 더욱 난처해졌다. 불과 1년 전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인권결의안에 찬성했던 한국이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을 이유로 다시 기권하면 국제사회로부터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이 국내정치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당시 송 전 장관이 ‘장관직을 걸고’ 대통령에게 저항한 배경에는 이 같은 상황이 있었다. 회고록에는 그 내용이 비교적 소상히 담겨 있다.

 

이 책을 읽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노력을 조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남북관계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것과 전략적 유연성을 갖는 것 중 어떤 것이 우선적인 가치인지 등을 생각한다면 ‘글의 요지’를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오자마자 당시 새누리당과 보수층은 유력 야당 대선후보를 흠집낼 거리가 있는지부터 찾았다. 그러곤 “인권결의안 표결 문제를 북한에 결재를 받아 처리했다”는 저열한 ‘색깔론’을 집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응도 실망스럽다. 그동안 보수 정치세력이 그에게 씌워온 지긋지긋한 ‘종북 프레임’에 위축돼 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사안은 정공법으로 대처했어야 한다. 외교 카운터파트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당시에는 무수히 열려 있는 남북채널로 긴밀한 대화가 오가던 시절이어서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당당히 맞서지 못한 것은 그의 잘못이다.

 

송민순 회고록에서 제기된 남북관계와 비핵화 논의의 선순환, 남북관계 접근법에 대한 딜레마 등은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서 북핵 문제를 다루더라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비핵화를 논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피할 길은 없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공방을 보고 있으면 다음 정부에도 북핵 문제 해결에 관한 한 별로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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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문제 대응 방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소위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4일 평양에서 외국 언론들을 불러모아 “미국이 군사작전을 한다면 우리는 선제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오히려 미국을 위협했다. 그러면서 “최고 지도부가 결심하는 때, 결심하는 장소에서 핵 실험이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면 미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대응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배치에 맞서 ‘절대병기’ 수소폭탄까지 거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실 벼랑 끝 전술의 특허권은 미국에 있다. 냉전시대 미국이 소련과의 협상에서 주로 동원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는 대표적 사례다. 1956년 존 포스터 덜레스 국무장관은 이 전술을 예술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쟁에 이르지 않고 벼랑에 이르는 능력은 필요한 예술이다. 이 예술을 정복하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전쟁에 이르고 말 것이다. 전쟁을 피하려고 하거나 벼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전쟁에 지게 된다.” 냉전 이후에도 이 협상 기술을 발전시킨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벼랑 끝 전술은 이제 북한의 협상 전술의 전형을 일컫는 용어가 됐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협상을 막다른 상황까지 몰고가는 초강수로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협상 전술이다.

 

 

 

그런데 북한의 ‘치킨게임’ 전술을 무색하게 하는 상대가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특유의 대응 덕분에 ‘광인전략(madman strategy)’이란 용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69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북베트남과의 평화회담을 위해 핵전쟁 경계령을 내린 데서 유래한 용어다. 미국 대통령이 비이성적이고 ‘미친 X’여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관측을 의도적으로 퍼트려 상대방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 전술이다.

 

실제 트럼프식 대응은 두려움을 확산시키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한·미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실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타격하는 등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연일 떠들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정세 불안정을 우려하며 유례없는 북한 경제 조이기에 나섰다.

 

트럼프 정부 들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 이유는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과 미군의 막강한 군사력 때문이다. 트럼프는 하루아침에 시리아 정책을 뒤집어 미사일 공격을 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재래식 폭탄 중 최대 폭발력을 가진 ‘폭탄의 어머니’를 투하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근해로는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급파했다. 트럼프는 북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지만 그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겠다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군사적 타격 가능성을 두고 백악관 대변인과 국가안보보좌관이 다른 말을 한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가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행태를 두고 ‘북한보다 더 북한스럽다’고 지적할 정도다.

 

하지만 트럼프의 광인전략은 북핵 해법이 될 수 없다. 북핵 문제에 대한 예측불가능하고 무계획적인 대응은 관련 국가들의 정책 혼란을 야기하고, 자칫 화약고 같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오판’에 의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한국 시민 수백만명의 목숨이 걸린 선제타격 같은 군사적 대응 이슈를 전술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더불어 김정은이 ‘미친 뚱보 아이’(존 매케인 상원의원)라서 똑같이 대응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오판이다. 트럼프 정부가 지금 같은 대외 정책을 고수한다면 국제무대에서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벼랑 끝 전술은 북한처럼 정권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나라들이나 최후의 수단으로 동원할 만한 전술이다. 말 한마디, 정책 하나가 전 세계 정치·경제 질서에 영향력을 미치는 초강대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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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대통령이 된 이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였다. 1901년 9월 전임자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암살되자 부통령이던 그가 직을 이어받았다. 만 42세였다. 1904년 대선에서 당선된 그는 선출된 사례로도 미 대통령 가운데 2번째로 어렸다. 선출된 최연소 대통령은 만 43세의 존 F 케네디다. 현재 국가 지도자 가운데 가장 어린 이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다. 1982~84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최고지도자가 됐으니 당시 20대 후반~30대 초반이었다.

 

독재국가나 세습왕국에서는 김정은보다 어릴 때 승계한 이가 제법 있다. 아버지 ‘파파 독’(프랑수아 두발리에)이 사망하자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아이티의 독재자 ‘베이비 독’(장 클로드 두발리에 대통령·사망)은 19세에 대통령이 됐다. 스와질란드 국왕 음스와티 3세(49)는 1986년 18세 나이로 즉위했다. 부탄 국왕(37)은 26세에 왕위를 계승했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해 다음달 7일 결선에 진출한 ‘앙마르슈(전진)!’의 중도파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사진)과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이 각각 파리와 에냉보몽의 선거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과 손키스로 감사를 나타내고 있다. 파리·에냉보몽 _ AP연합뉴스

 

프랑스에서 30대 대통령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23일 치러진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중도정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로 39세다. 여론조사 결과 그는 다음달 7일 치러질 결선투표에서 극우정당 민족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를 누를 것으로 점쳐진다. 그럴 경우 현대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자 서방 주요국 가운데 가장 젊은 지도자가 탄생하게 된다. 마크롱은 유럽연합(EU) 내 경쟁자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3)나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61)보다 20살 이상 젊다. 현재 EU 내 최연소 지도자는 2015년 43세에 대통령이 된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45)다.

 

프랑스 역사상 30대에 최고 지도자에 오른 유명인으로는 나폴레옹이 있다. 프랑스혁명 후 1804년 제1제정 때 황제가 된 나폴레옹의 나이는 만 35세였다. 마크롱을 나폴레옹과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나폴레옹의 등장이 시대의 산물이었듯 마크롱의 부상도 그러하다. 프랑스의 좌우를 대표하는 기존 정당은 국민들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가 4선에 도전하는 메르켈 독일 총리나 ‘럭비공’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어떻게 맞설지 벌써 궁금하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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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일 한반도 쪽으로 이동한다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열흘이 지나서야 선수를 돌렸다고 한다. 한반도 4월 위기설의 한 축이었던 칼빈슨호의 한반도 조기 배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칼빈슨호가 긴급히 항로를 변경했다는 소식에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걱정한 한국민으로서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미국은 거짓 정보로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킨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칼빈슨호의 한반도 이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최고당국자들이 확인해주면서 기정사실화됐다. 미 태평양사령부가 처음 거론한 뒤 지난 10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재확인, 12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등이 이어졌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비하기 위해 호주로 향하던 뱃머리를 긴급히 돌렸다는 메시지가 분명했다. 그러나 칼빈슨호의 한반도 조기 배치는 지난 15일 이 항모가 인도양에서 호주와 연합훈련 중인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미 언론들은 칼빈슨호의 항로 논란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소통 부재를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백악관은 “오도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양을 지나고 있다. ㅣ미 해군

 

칼빈슨호 항로 논란이 미 행정부의 착오인지, 의도된 전략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한반도뿐만 아니라 미국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수행 능력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나아가 트럼프의 행동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이는 북한을 오판하게 만들어 최악의 실수를 초래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이번 소동에 대해 “북한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후 미국의 전쟁 위협에 더 많은 의심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의 거짓 정보에 속지 않게 북한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경고까지 보냈다.

 

전쟁은 때로 어처구니없는 과정과 동기에 의해 촉발되기도 한다. 민감한 군사 정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번 사례로 ‘트럼프 리스크’는 빈말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미국을 믿고 한·미 공조만 앞세우는 외교안보 당국에 불안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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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 누리꾼들이 가장 뜨겁게 지지하는 공무원은 다캉(達康) 서기다. 한둥(漢東)성 징저우(京州)시 서기인 그의 머릿속은 온통 GDP(국내총생산)로 가득 차 있다. 원리원칙주의자인 데다 다혈질이라 뜻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리해라” “이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냐”며 목에 핏대를 세운다. 누리꾼들은 그의 이런 모습이 귀엽고 인간적이라며 열광한다.

 

다캉 서기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한둥성 징저우시도 가상의 도시다. 지난달 말부터 방송 중인 반부패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가 창조한 인물이다. 이 드라마는 방송 일주일 만에 온라인 조회수가 10억뷰를 넘었고, 전국 시청률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2%를 넘었다. 1%만 넘어도 국민드라마급 인기로 치는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다캉 서기가 수시로 차를 마시는 컵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다캉 서기 물컵’이라는 이름으로 팔려 나가고, ‘다캉 서기의 GDP는 우리가 지킨다’는 팬들의 구호까지 등장했다. 엄숙한 지도자가 아니라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정치드라마를 보지 않던 1980~1990년대생 젊은층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2004년 미디어산업을 총괄하는 광전총국은 반부패를 소재로 한 드라마 방송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비슷한 소재가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함량 미달작이 많아 공산당에 대한 인민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이후 10여년 동안 사라졌던 반부패 드라마가 다시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반부패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후다. <인민의 이름으로>는 공직자의 뇌물수수를 중점 조사하는 최고인민감찰원 반부패총국을 배경으로 중국의 정치세계를 다룬다. 시 주석 집권 2기에 접어드는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방송돼, 시 주석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한 고도의 선전술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 선전에 TV 같은 매체를 동원한 건 오랜 전통이다. 최근 관영 CCTV는 문화대혁명 당시 시 주석의 하방(下放) 생활을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 <초심(初心)>을 방송하며 시 주석 선전에 나섰다. CCTV는 지난해 6중전회 개막에 맞춰서는 황금시간대에 반부패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원히 길 위에서>를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들은 젊은층까지 끌어당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민의 이름으로>는 트렌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후난위성TV에서 만들면서 젊은 시청자들을 흡인했다. “중국 젊은이들은 후난TV에서 만든 것은 뭐든지 본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산당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청바지 차림 영국인이 출연한 4분 남짓한 홍보 동영상을 공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랩을 가미한 ‘나의 양회’라는 동영상을 내놓았다. 인민해방군도 힙합스타일의 랩을 넣은 모병 동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이런 동영상에는 공산당의 정책이나 구체적 성과는 없고 공허한 이미지만 맴돈다. 가장 절박한 스모그 문제, 부동산 가격 상승, 취업 정책 중 주효한 정책은 찾기 힘들다. 성과가 변변치 않으니 이미지 같은 허상 만들기에만 몰두하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식에서 표창을 받은 모범 당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창당 후 가장 큰 성과를 묻는 질문에 “잘살게 됐다”는 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공산당 지지율이 몇 퍼센트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다캉 서기가 <인민의 이름으로>에서 연기한 장면을 캡처한 이모티콘과 대사를 편집한 랩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인기다. 앞뒤 맥락은 알 수 없고 ‘말해봐’ ‘해결해라’ 같은 단문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반복된다. 보고 나면 재미있는 표정만 머릿속에 남는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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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서 지도자를 뜻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칼리프와 술탄이다. 흔히 칼리프는 종교지도자, 술탄은 정치지도자로 통한다. 칼리프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 사후에 그를 대리하는 인물에게 부여된 칭호다. 술탄은 칼리프가 통치하는 지역의 통치자를 의미하며, 칼리프보다 나중에 등장했다. 다시 말하면 술탄을 임명하는 지위에 있는 자가 칼리프다. 그러나 오스만제국(1299~1922) 시기 두 지위가 역전됐다. 이때부터 술탄은 이슬람 최고 지도자를 뜻했다. 보통은 1922년 터키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에 의해 무너진 오스만제국의 군주를 의미한다. 623년 동안 36명이 이 칭호를 받았다. 오스만제국이 무너지면서 술탄이라는 용어도 사실상 사라졌다. 지금은 오만과 브루나이가 정부 형태로 술탄제를 유지하고 있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의 일부 부족 지도자들이 술탄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국민투표로 대통령 권한 강화 개헌안이 통과된 16일(현지시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 사진)이 이스탄불의 정의개발당 본부에서 승리선언을 하자 한 여성 지지자(오른쪽 아래 사진)가 환호하고 있다. 반면 이스탄불 광장에서는 개헌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항의시위를 했다. 이스탄불 _ EPA연합뉴스

 

21세기 들어 두 용어가 부활했다. 우선 칼리프였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주인공이다. IS는 2014년 6월 칼리프가 통치하는 국가건설을 목표로 내세우고,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칼리프로 추대했다. 술탄은 지난해부터 터키에서 본격적으로 회자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군부의 쿠데타를 좌절시킨 뒤 비상사태를 선포할 때 술탄 부활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제왕적 대통령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터키 헌법 개정안이 16일 국민투표에서 가까스로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에르도안은 의회 해산, 총리직 폐지, 사법부 장악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릴 수 있다. 그가 2029년까지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2003년부터 총리 3선을 거친 그는 이미 2019년까지 대통령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다. 세계는 곧 21세기 술탄의 등장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에르도안은 그동안 모스크 건설, 히잡 사용 확대, 이슬람 학교 활용 등 종교적 색채를 강조하는 정책을 강요해왔다. 그가 앞으로도 시대착오적인 성속(聖俗) 일치를 강행한다면 1923년 탄생한 터키 공화국은 94년 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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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작하는 행위를 ‘더티 플로트(dirty float)’라고 한다. 반면 환율 변동을 외환시장 흐름에 맡겨두고 방임하는 것은 ‘클린 플로트(clean float)’라고 일컫는다. 환율 조작은 ‘더티’, 방임은 ‘클린’이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외환시장에서 자국의 교역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는 행위는 ‘반칙’으로 간주된다. 미국은 각 국의 환율 조작 여부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심판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매년 4월과 10월에 내놓는‘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한다.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이상, GDP 대비 2% 이상 달러 매수 개입 등 세 가지이다. 세 가지 요건 중 두 개를 충족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모두를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는 법적인 근거는 외환시장의 슈퍼 301조로 불리는 ‘교역촉진법(일명 BHC법)’이다. 법안을 발의한 베니·해치·카퍼 등 세 명의 상원의원 이름을 딴 교역촉진법은 환율조작국에 대해 미국 기업 투자 제한, 조달시장 진입 금지 등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주말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우려했던 환율조작국 지정은 피한 것이다. 중국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미국발 환율 불안’의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진적 성향과 미·중 관계의 변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 정부가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기 직전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양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합의하는 등 특이 요인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지속되고,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면 미국은 오는 10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관찰대상국인 한국도 덩달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 

 

“환율은 외교이고, 외환시장은 총칼 없는 전쟁터”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외환시장의 승패는 공정한 룰이 아닌 심판 마음먹기에 달렸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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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그제 김일성 탄생 10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두 종의 전략미사일을 공개했다. 어제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 미사일 시험발사는 실패했지만,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무력시위는 다 한 셈이다. 미국 역시 군사적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항모 칼빈슨호와 로널드 레이건호에 이어 니미츠호까지 서태평양 해역으로 추가 투입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이어 북한의 ICBM을 요격하기 위해 SM-3 대공미사일을 한반도 해역에 실전배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한반도 주변에 미 항모 3척과 SM-3 미사일 등 첨단무기가 한꺼번에 배치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독자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그는 특히 독자 행동의 의미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AP연합뉴스

북한의 이번 태양절 도발은 예상보다 강도가 낮았다. 6차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신형 미사일을 공개하는 선에서 멈췄다. 미국에 대한 항전 의지를 과시하면서도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가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중국을 통한 우회 압박이 먹히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라고 촉구하고, 실제 중국은 그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다. 중국의 국적항공사가 베이징~평양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중국 여행사들이 북한 관광을 전면 중단한 것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군사적 압박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체제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20년 넘게 핵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어온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외부 위협에 굴복해 하루아침에 폐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북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는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미 양쪽 모두 무력 시위는 충분히 했다. 북한이 오는 25일 인민군 창건일에 즈음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서면 이후 상황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강도 높은 대북·대중 압박이 다소 효과를 발휘한다고 이를 새로운 북핵 해법이라도 되는 양 착각해선 안된다. 미국의 SM-3 미사일 배치는 역설적으로 한반도 주변의 미사일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도 대북 선제타격 대신 외교를 통한 해법을 권고했다. 오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회담도 대화를 통한 해법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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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사행동 망설이지 않아’ ‘일본, 미 군사행동시 사전 협의 요구’ ‘미·북 충돌 대비 본격화’.

 

최근 며칠 간 일본 언론들이 쏟아내고 있는 ‘한반도 위기론’ 기사의 제목들만 보면 당장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이 일어날 것 같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일본 측의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한반도 위기론’에 편승해 일본 무장론의 명분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주일 미군기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본과 사전협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미국이 북한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고, 일본이 그럴 경우 사전 협의를 요청했다’는 보도를 부인한 바로 다음날이다. 앞선 보도들과 마찬가지로 요미우리는 익명의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했다. 일본 정부가 이중 플레이를 하는 양상이다.

 

미국이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한다면서 7일(현지시간) 새벽 시리아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한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날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일본 정부는 화학무기의 확산과 사용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결의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또 "평화와 안정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관여를 일본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도쿄 AP=연합뉴스

 

이런 이중 플레이는 11일 외무성의 주의령에도 드러난다. “안전에 바로 영향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한국에 머물고 있거나 방문할 계획이 있는 일본인에게 주의령을 내린 것이다. 정작 미국 정부는 아무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과도 대조된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개헌을 추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북한 위협론은 무장을 강화할 명분을 키울 기회다. 집권 자민당은 자위대 강화의 근거로 북한 위협론을 거론해왔다. 아베 정권이 ‘테러 등 준비죄(공모죄)’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게다가 아베는 부인 아키에(昭惠)여사와 관련된 우익 학교 스캔들에 휩싸여 있다. 일각에선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대사의 한국 복귀와 한일 위안부 합의, 한국 대선 등을 둘러싼 일본 측의 불편한 속내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과의 협력’ 운운하지만 결국 우방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아베 총리는 “지구의(地球儀)를 내려다보는 외교”를 내세웠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북 강경책만 편든다는 지적이 많다. 도쿄신문은 13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가 비군사적 해결을 호소하는 선두에 선다면 지구의를 내려다보는 외교도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아베는 이날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북한이 사린가스를 미사일 탄두에 장착해 발사할 능력을 이미 갖췄을 수 있다”면서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그의 머리 속엔 ‘비군사적 해결’ 따위는 없는 모양이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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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했을 때 지도자들의 언행은 신중해야 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끔찍한 일도 없다. 북핵 위기가 고조된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딱 그 짝이다. 위기를 관리하고 극복해야 할 지도자가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는 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 후 “중국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몇 시간 뒤엔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중국을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을 설득하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미국의 독자 행동 가능성을 강력 시사하기도 한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 배치를 명령해 대북 선제타격설이 돈 이틀 뒤에는 군사적 조치보다 정치·경제적 제재에 초점을 맞춘 대북 정책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어느 게 진짜인지 헷갈린다. 이러니 그의 참모들도 모순된 발언을 내놓기 일쑤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모든 군사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말했지만 얼마 안 가 “북한의 정권교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뉘앙스가 다른 말을 꺼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을 배치한 것은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면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달했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은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 하는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외교 사안을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다. 아침에 한 말을 저녁에 뒤집고, 즉흥적으로 군사적 조치를 한 뒤 정작 후속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아버린다. 전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무턱대고 응징 공격부터 한 시리아 문제가 그렇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로서 기본적인 통찰력과 판단력을 제대로 갖췄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오락가락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북핵 해결에도 적신호다.

 

트럼프의 엇갈린 외교행보가 북한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동맹인 한국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당장 한국에서는 ‘4월27일 대북 선제타격설’과 ‘4월 한반도 전쟁설’이 나돌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한국 대선도 안보 문제로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3개월이 다 돼 가는 지금껏 외교정책 방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인터뷰나 기자회견, 트위터를 통해 불쑥 한마디 던지는 것이 외교정책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런 지경이니 추측성 보도들이 쏟아지고 괴담이 유포되고 동맹국들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 언행과 일관성 없는 정책을 남발하는 한 북핵 문제의 가시적 해법을 도출하는 길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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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포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잠을 이룰 수 있는가.” 온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51)은 지난해 11월6일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하자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규칙적으로 자고 일하고 잘 먹고 운동도 한다.” 시리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느끼느냐고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테러리스트들의 잘못이다. 우리는 지금 자선이 아니라 전쟁을 얘기하고 있다.”

한때 아랍의 새로운 리더로 기대를 받았던 의학도는 ‘괴물’이 돼 있었다. 34살에 아버지 하페즈의 ‘30년 철권통치’를 이어받은 아사드는 당초 정치에 뜻이 없었다. 후계자는 카리스마 넘치던 장남 바셀이었다. 둘째 아사드는 1988년 다마스쿠스 의대를 졸업하고 시리아군에서 의사로 일하다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안과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속도광’ 바셀이 1994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하페즈는 그를 시리아로 불러들였다. 새 후계자를 위한 권력승계가 시작됐다. 아사드는 군에 들어가 권력 기반을 다지고 제2 권력자로 반부패 사정을 주도해 정적들을 제거했다. 2000년 하페즈가 사망하자 그해 7월 치러진 대선에서 아사드는 유일한 후보였다. 군, 정보기관, 집권 바트당을 장악한 아사드 세력은 헌법을 고쳐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이를 40살에서 34살로 낮췄다. 지지율은 99.7%였다.

 

아사드는 취임하면서 개혁, 경제 근대화, 우리만의 민주화 실험을 공언했다. ‘다마스쿠스의 봄’이 왔다. 그는 2000년 11월 인권탄압과 고문으로 악명 높던 메제흐 교도소를 폐쇄하고 아버지 치하에서 투옥된 정치범 수백명을 풀어줬다.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독립언론이 문을 열고 지식인들이 목소리를 내는 장이 허용됐다.

 

그러나 봄은 덧없이 짧았다. 해가 바뀌자 수백명이 다시 잡혀가고 언로는 막혔다. 서방 교육을 받은 젊은 지도자는 왜 돌변한 것일까. 시리아를 반세기 동안 지배한 아사드가(家)는 수니파가 다수인 시리아에서 10% 남짓 되는 소수인 시아파 분파 알라위파다. 시리아 정치는 1946년 독립 후 민주주의가 3년 만에 무너지고 이후 쿠데타가 거듭되며 줄곧 군이 좌우해왔다. 알라위파의 핵심 권력 기반도 군이었다. 아버지의 측근들과 아사드가문이 주축인 친위대 ‘공화국수비대’는 개혁에 세게 저항했다. 소수 권력집단의 강렬한 생존본능과 불안에 아사드는 쉽게 굴복해버렸다. 아사드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부를 새 엘리트들에게 몰아주는 데만 관심이 있었을 뿐 정치개혁은 당초 그의 리스트에 있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아사드는 2007년에도 유일한 대선 후보로 99.8%의 지지를 받아 임기를 7년 더 연장했다.

 

미완의 ‘다마스쿠스의 봄’은 10년 뒤 다시 왔다. 2011년 ‘아랍의 봄’이었다. 오랫동안 억눌린 분노와 절망이 터져나왔다. 시민들은 1963년부터 ‘숙적’ 이스라엘의 전쟁 위협을 빌미로 온 나라를 짓눌러 온 ‘비상사태’를 해제하라며 정치개혁을 요구했다. 아사드는 거대한 분노에 못 이겨 비상사태는 해제했지만 시위에 무자비한 탄압으로 맞섰다.

 

내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아사드를 멈춰 세울 기회는 시리아 정부군, 반군, 이슬람국가(IS), 미국, 러시아가 뒤얽히면서 멀어져 버렸다. 그 사이 32만여명이 목숨을 잃고 490만명이 시리아를 떠났고 630만명이 집을 잃었다. 아일란 쿠르디는 터키 해변에서 익사했고 오므란 다크니시는 건물에 깔려 피를 흘렸고 쌍둥이 아기는 화학무기에 싸늘한 주검이 됐다. 괴물이 된 지도자와 국제사회의 복잡한 게임 속에서 참혹한 희생을 치른 시리아인들의 바람은 이젠 너무도 소박할지 모른다. 그저 총성과 공습이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 ‘다마스쿠스의 봄’은 아직도 멀었나.

 

국제부 이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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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토마호크미사일 59발이면 충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자신의 리조트로 불러놓고 지중해 함대에서 시리아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이미 50만명이 넘게 희생됐지만 개입을 거부해온 트럼프였다. 이슬람국가(IS)를 척결하려면 시리아 정부와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트럼프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화학무기 공격 후 63시간 만에 트럼프의 정책은 180도 달라졌다.

 

대외 정책의 급변이나 전쟁은 국제 정세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도 북한 변수는 국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전쟁과 정치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결심은 실제 전쟁으로 이어진다.

 

트럼프의 시리아 공습은 다양한 정치적 효과를 내고 있다. 대외적으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을 향한 시위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집권 초반 지지율 추락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일 수 있다. 시리아 공습으로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해킹으로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의혹은 뒷전으로 밀렸다. 토마호크미사일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앗아갔다. 반이슬람 행정명령 무산, 오바마케어 폐지 실패 등 헛발질도 잊혀졌다. 공습 직후 여론은 긍정적이다. CBS가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공습 지지는 57%로 반대 36%보다 많았다. 트럼프에게 ‘까칠하던’ 존 매케인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그의 결단을 칭찬한다. 국정 발목잡기의 대표 선수였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번만은 반대할 수 없었다. 트럼프가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던 CNN마저 “트럼프가 처음으로 대통령다웠다”고 평가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왼쪽에서 두번째, 세번째)가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의 외손주 아라벨라(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조지프(세번째)가 중국 민요와 당시를 암송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팜비치 _ 신화연합뉴스

 

이번 공습이 역대 최저로 추락한 트럼프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전쟁을 통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은 ‘안보결집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라는 용어로 설명된다. 깃발 주변으로 흩어진 병사들을 다시 모은다는 의미로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불리던 노래 가사의 일부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를 지낸 윌리엄 사파이어의 정치학 용어사전에 따르면 미국의 7대 대통령을 지낸 앤드루 잭슨이 남북전쟁 당시 했던 말에서 유래했을 수 있다. 트럼프가 집무실에 초상화를 걸어둘 정도로 존경한다는 잭슨이 위기의 트럼프에게 정치적 조언을 해준 셈이다.

 

미국 대통령들의 전쟁은 애국심을 자극하고, 야당의 반대를 무력화함으로써 결집효과를 내왔다. 물론 전쟁이 모두 대통령들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갤럽에 따르면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들 부시(조지 W 부시)의 지지율은 갤럽 역사상 최대폭인 35%포인트 급등, 86%를 기록했다. 2003년 대량살상무기 정보까지 조작하며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도 지지율은 13%포인트 올랐다. 아버지 부시(조지 H W 부시)의 지지율도 걸프전 직후 미국 역대 최고인 89%를 기록했다. 빌 클린턴은 섹스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렸던 1998년 아프가니스탄, 수단의 알카에다 조직과 이라크를 잇따라 폭격했지만 미국인의 관심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로널드 레이건의 1983년 그레나다 침공도 지지율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트럼프가 이번 공습으로 어느 정도의 정치적 이득을 취할지는 예단하기 이르다. 공습이 일회성으로 그칠지, 중동정책의 큰 그림이 마련될지, 야당의 초당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지 등등 변수가 많다. 아사드 정권 응징은 통쾌해 보였지만 시리아 내전의 늪에 빠져 헤맨다면 지지율은 더 추락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찰스 블로의 말처럼 시리아는 러시아, 아사드 정권, 이슬람국가(IS), 이란 등 미국에 적대적인 세력들이 모여 있는 ‘말벌 둥지’일 수 있다. 버락 오바마가 건드리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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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의 대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과 그 집행 과정을 종잡을 수 없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달 동안 한반도 정책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지만 그 내용은 오리무중이다. 트럼프가 최우선 과제로 꼽은 북핵 문제를 놓고 미·중 정상이 마주 앉았는데도 정리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집행하는 팀은 엉망진창 그 자체다. 외교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세 측근들에게 밀려 존재감조차 없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낙마했고, 어제는 캐슬린 맥팔런드 부보좌관도 자리를 내놨다. 불확실성이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9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 원’을 타고 워싱턴의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 _ EPA연합뉴스

 

미국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있자 호주로 향하던 미 핵항모 칼빈슨호의 항로를 한반도로 돌리고 전략자산을 잇따라 투입하고 있다. 군사 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라는 트럼프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 등을 강행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한국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국을 주요 당사자로 지칭한 적이 없다. 북핵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일본 하고만 상의했다. 한국 외교안보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화로 “사드에 대한 미국 입장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밝힌 것에 안도하는 눈치다. 그러나 20분간 통화하면서 얼마나 밀도 있는 협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할 채널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이 안갯속일수록 한국이 중심을 잡고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에 편승할 생각은 그만두고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해야 한다. 대북 압박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도 촉구해야 한다. 미국이 진정한 동맹국이라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북한을 공격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대선후보들도 안보불안을 씻을 수 있는 외교·안보 구상을 밝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미국과 중국을 향해 할 말을 하면서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방안을 내놓을 때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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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리비사(Trivisa·樹大招風)>가 9일 열린 제36회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5관왕을 차지하는 순간, 중국 본토에 생중계하던 온라인 사이트가 갑자기 끊겼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금상장 시상식도 중국 본토에서는 공식 중계되지 않았다. 영화제를 궁금해하는 중국 팬들의 수요에 맞춰 ‘비리비리(bilibili)’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비공식 중계를 했지만 최우수작품상 수상 장면은 차단됐다.

 

<트리비사>는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최우수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주요 상을 모두 휩쓸었다. 사실상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중국 귀속을 앞둔 1997년 홍콩을 배경으로 세 명의 범죄자 이야기를 담은 액션 스릴러다. 트리비사는 세 가지 독(毒)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로 탐욕, 분노, 무지를 뜻한다. 밀수꾼, 납치범, 금은방 털이범으로 살아온 전설적 범죄자들이 중국 귀속을 앞두고 어려움에 부딪히자 서로 만나 힘을 합치려 한다는 내용이다. 홍콩 반환이 갖는 사회적 불안과 의미를 잘 그려냈다는 평가다.

 

영화 <트리비사>의 한 장면

 

중국은 당연히 이 영화의 수상이 달갑지 않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트리비사>의 내용은 전혀 소개하지 않고 “본토 영화관에서 상영 허가를 받지 못한 영화”라고만 전했다. 행사가 생중계되지 않은 이유도 저작권 문제라고만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금상장은 중국 통치하의 암울한 홍콩을 그린 <10년>에 최우수작품상을 안겼다. 2025년 홍콩을 배경으로, 본토 말인 만다린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고통을 받는 택시기사와 마치 홍위병처럼 어른들을 감시하는 어린이 얘기 등 5편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환구시보는 터무니없는 불안과 비관론을 확산시킨다고 이 영화를 비난했다. 전년까지 계속되던 시상식 중계가 중단된 것도 이때부터다.

 

1990년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계를 휩쓸던 홍콩 영화는 막대한 중국 자본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한 지 오래다. 홍콩의 유명 감독과 배우들은 본토 영화나 드라마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올해로 중국 귀속 20주년을 맞는 홍콩의 복잡한 속내는 영화상 수상 소감에서도 잘 드러난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램 카퉁(49)은 “홍콩 배우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홍콩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역할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신인감독상을 받은 웡 춘(29)은 “상상력을 확장해 홍콩 영화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었던 홍콩 사회의 활기는 크게 사그라들었다.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던 우산혁명은 좌절됐고, 당시 시위를 강경 진압한 캐리 람(林鄭月娥·59)이 차기 행정장관으로 당선됐다. 여론조사에서는 크게 밀렸지만 1200명의 선거위원이 뽑는 체육관 선거에서 ‘중앙이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인 람의 당선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람은 9일부터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부를 예방하며 차기 행정부를 준비하고 있다.

 

1990년대 홍콩 영화는 독특한 색채의 누아르로 세계의 관중을 사로잡았지만 지금은 선거권조차 없는 홍콩 시민들이 유일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됐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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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핫한’ 베이커리 ‘파린(Farine)’이 문을 닫았다.

과거 프랑스 조계지였던 우캉루(武康路)에 위치한 이 베이커리는 프랑스 제빵사가 프랑스서 직접 공수해 온 재료로 최고의 빵을 만든다고 알려지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국의 블로거들도 상하이 맛집으로 여러 차례 소개한 집이다. 케이크 한 조각의 가격이 40위안(약 6500원)으로 웬만한 한 끼 식사 값을 넘지만 관광객들뿐 아니라 인근 국제금융센터의 고소득 화이트칼라들이 몰려 보통 30분씩 줄을 섰다.

 

상하이 최고 베이커리 파린의 몰락은 내부자의 고발로 이뤄졌다. 한 직원은 이 가게가 유통기한이 지나 시퍼런 곰팡이가 핀 밀가루를 사용하고, 주방도구는 더러운 물에 대충 헹궈 쓰고 있었으며, 주방에는 쥐가 들끓었다는 사실을 알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상하이 식품안전당국에 이 동영상을 보냈고, 조사에 나선 당국은 곰팡이가 핀 밀가루 2800여 포대를 찾아냈다. 외국인을 포함해 관련자 8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베이커리 ‘파린(Farine)’

 

베이커리 문화가 발달하고, 품질도 세계 여느 대도시 못지않다고 여기던 상하이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이 가게의 이름인 파린은 프랑스어로 밀가루라는 뜻이다. 상하이시는 지난달 20일 가장 엄격한 식품안전법규라고 내세운 ‘상하이시 식품안전조례’를 실시했다. 이 조례에 따라 예전 같으면 벌금형으로 끝났을 이번 사건은 형사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화려한 명성에 가려진 추악함을 들춰낸 이 직원의 용기를 계기로 중국에서는 내부고발자라는 뜻의 ‘추이샤오런(吹哨人)’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영어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에서 따 호루라기 부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 직원은 아이들이 곰팡이가 핀 밀가루 빵을 먹는 모습을 보고 ‘호루라기를 불게 됐다’고 밝혔다.

 

시안(西安)시 지하철 3호선에 쓰인 불량 전기케이블 사건도 내부자의 호루라기 덕분에 알려졌다. 전선회사인 아오카이(奧凱)에서 생산된 불량 케이블이 시안시 지하철에 쓰였고, 시안뿐 아니라 다른 지역 지하철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의 발’ 지하철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중국인들의 분노는 더했다. 이 회사는 뒷배경도 수상하다. 이 회사는 설립 2년 만인 2014년부터 전기 케이블 생산을 시작해 굵직한 납품을 따냈다. 2년간 2억5000만위안(약 407억원)을 벌어들였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빠른 성장에는 검은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심증이 굳어진다.

 

가짜 분유, 가짜 계란, 가짜 소고기 등 파동을 겪어 온 중국에서 내부자들의 역할은 절실하다. 특히 언론이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못하고 있어 더하다.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소비자의 날(3월15일)을 맞아 고발 프로그램 <3·15완후이(晩會)>를 방송한다. 소비자 권익을 신장시킨 공로도 있지만 애플·금호타이어 등 외국 기업을 겨냥하는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이 프로는 올해 방송에서 일본 무인양품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무인양품은 방송 후 CCTV가 회사 소재지를 생산 지역으로 둔갑시켜 잘못 방송했고, 중국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상하이 식품안전위원회도 무인양품의 식품이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됐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 CCTV는 체면을 구겼다.

 

각 지방 정부는 내부고발 독려책을 내놓고 있다. 선전시 식품안전관리 당국은 보상금으로 최고 60만위안(약 9889만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시 식품안전관리 당국은 최대 30만위안(약 4890만원)의 보상금과 고발 전용 핫라인 ‘12331’을 만들어 내부고발자의 신변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내부자들의 호루라기 소리는 아직 미미하지만 중국 사회가 거는 기대는 크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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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한국의 정보기술(IT) 인재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다. 한국은 IT 인재가 풍부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고, 기술력뿐만 아니라 어학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래전부터 일본의 취업정보회사는 자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IT 인재에 관심을 보여왔고, 많은 인재들과 일본 회사를 연결시켜 왔다. 후생노동성의 ‘외국인고용상황’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2016년 10월 말 현재 전문적·기술적 분야의 한국인 취업자가 전년 동기에 비해 3352명이나 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귀국한 사람을 고려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취업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IT 회사에만 몇 명이 취직을 했는지는 그 보고서만으로 알 수 없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상당히 많은 인원이 일본 회사에 취직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특히 2014년과 비교해 2015년 1946명, 지난해 3352명으로 늘어난 점에서, 최근 일본 기업의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상태에 있다. 노동자에게는 일자리를 구하기 쉬우니까 최고의 상황일지도 모르겠지만,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구인에 차질이 생겨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한국은 젊은이들이 피를 말리는 취업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취업 준비생 10명 중 4명 정도가 공무원시험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은 아무래도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은 구직하기 어렵고 일본은 구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미국 트럼프 정권의 보호주의에 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무역 장벽을 낮추는 경제연대협정(EPA)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3월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하고 일본과 EU간 EPA를 연내에 조기타결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3월 22일 일본언론들이 전했다. 사진은 기자회견에서 회담 내용을 발표하는 아베 일본 총리(왼쪽부터),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한국의 취업 상황은,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는 것도, 좋은 스펙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것도,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도 모두 그 취직을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에는 일자리가 너무 적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도 너무 크다. 일단 비정규직에 취직을 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몹시 어렵다. 신종 신분제도가 우리 사회에 정착해버린 듯싶다. 청년들을 불안하게 하고,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지만 단기적인 일자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우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대학 내의 아이템 콘테스트와 그 아이템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노동력 부족으로 졸업예정자는 최종학년이 되면 거의 모두 취업이 내정되는 등 노동력 확보를 둘러싼 기업 간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취업 예정자가 내정을 거부하고 다른 회사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내정 통지서를 부모에게도 보내거나, 부모와 학생을 초대하여 식사와 선물을 제공하는 등 당사자와 부모의 마음 잡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는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매년 조사해 공개하고 있는 ‘유효구인배율’(월간 유효구인수를 월간 유효구직자수로 나눈 값)을 봐도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올 1월의 유효구인배율을 보면 1.51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1.51명분의 일자리가 있지만 취직을 원하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도쿄는 그 배율이 2.05를 보이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상태이다. 도쿄의 회사는 원하는 노동력의 절반도 고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바꿔 말해 취직을 원하는 학생은 전원 졸업과 동시에 취직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오랜 저성장과 저출산 인구감소, 고령화라는 사회적 문제가 있다. 자연재해가 거듭되면서 거대한 공공토목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큰 요인이다. 이에 아베 정권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가와 외국인 취업 촉진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기 쉽도록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고,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기본법을 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고용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고용 서비스센터를 설립하고, 유학생의 국내 취직을 촉진하기 위해 공공직업안정소에 유학생 코너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외국인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전문적·기술적 분야의 외국인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등 그들의 취업에 매우 적극적이다. 세계적으로 IT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미래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젊은이들의 도전이다. 한국의 인재가 일자리가 없어서 해외로 나가는 상황이 씁쓸하다.

 

최동술 | 일본 소비자사회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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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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