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형 쓰레기통’ ‘말하는 쓰레기통’ ‘태양열 쓰레기통’….

한 해 2억t에 가까운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는 중국은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분리수거를 강제로 시행하고 2020년까지는 주요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0년부터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분리수거를 시행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강제 시행이 다가오자 중앙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각 지방정부는 갖가지 쓰레기통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주민들의 비판도 나온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나비 쓰레기통(위 사진)은 모양은 예쁘지만 청소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장성 닝보시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점수를 적립해 준다. 중국 닝보망

신식시보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시에는 ‘화분형 쓰레기통’이 등장했다. 위쪽에 녹색 식물을 심어 놓아 멀리서 보면 마치 화분으로 보인다. 지역 환경위생관리감독 기관이 직접 디자인한 쓰레기통은 현재 안개꽃 등 3가지 식물을 심었지만 향후 1∼2개월에 한 번씩 바꿔 심을 계획이다.

 

항저우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말하는 쓰레기통’이 놓였다. 센서가 설치돼 사람이 다가가면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녹색, 기타 쓰레기는 황색 쓰레기통에 넣어주세요. 분리수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안내말이 나온다.

 

앞서 충칭시는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한 에너지 절약형 쓰레기통을 선보였고, 닝보(寧波)시는 QR코드를 이용한 쓰레기 재활용 제도를 실시해 정확히 분류하면 점수를 적립해준다.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 등장한 나비 모양 쓰레기통은 비싼 가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흰색 몸체에 야광 나비 모양으로 설계된 쓰레기통은 외관은 아름답지만 내부를 청소하기 어렵다. 지역 언론은 개당 5000위안(약 82만원)이나 하는 쓰레기통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우창구 당국은 “새 쓰레기통을 소중히 아껴 쓰자는 마음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걸 강조하려다 잘못된 보도가 나갔다”며 개당 1400위안(약 23만원)이라고 밝혔다.

 

지방정부들은 벌금 부과 등 제도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독려에도 나서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중국 246개 중대형 도시 연간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1억8564만t에 이른다.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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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의 청핀(誠品)서점 둔난점은 낮보다 밤이 더 활기차다. 24시간 문을 여는 이 서점의 ‘골든타임’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부터 데이트를 하는 커플,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 등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좋은 책은 외롭지 않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좋은 책 주변에 모여든다. 책을 보러 왔다 커피를 마시며 얘기도 나누고, 문구나 생활용품을 사기도 한다. 인파를 쫓아 서점 입구에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들어섰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과 문화와 경제 활동이 선순환한다.

 

이 서점이 특별한 이유는 24시간 문을 열기 때문만이 아니다. 도서관처럼 꾸며진 서가 곳곳에 수백개의 의자가 있다. 잡지나 화보 같은 고가의 서적도 밀봉해놓지 않는다.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잘 팔리지 않아도 좋은 책이라고 판단되면 잘 보이는 진열대에 배치한다. 3개월간 팔리지 않는다고 창고에 넣지도 않는다. 서가를 15도 정도 기울여 위쪽에 꽂힌 책을 편하게 꺼낼 수 있게 했다. 책을 파는 것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을 중시하는 이 서점의 경영 방식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다.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이곳을 아시아 최고의 서점으로 선정했다.

 

청핀서점을 창립한 우칭요우(吳淸友) 회장이 지난 18일 타이베이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사업가 정신을 되새기는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 회장은 중화권 최고 재벌이 아니다. 지명도도 높지 않다. 그러나 서점을 인문학 공간으로 창조해냈다. 애도 움직임은 대만보다 중국 본토가 더 뜨겁다. 조급한 성공과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시대에 고귀한 정신을 가진 사업가라는 이유에서다.

 

우 회장은 생전 “돈이 없으면 청핀서점이 살아갈 수 없죠. 그러나 문화가 없다면 나 또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모여 책에서 값진 보석을 발견하게 하겠다”고 했다.

 

서점 이름은 우 회장의 아버지가 지었다고 한다. 재물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정성(精誠)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 담겼다.

 

청핀서점에 대한 대만인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대만 작가인 룽잉타이는 “청핀서점의 성공은 우리가 인문학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룽 작가는 “서점은 책과 문구를 파는 상점으로 전락할 수 있지만 우칭요우는 생활의 미학과 문화의 지표로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몇 년 전 우칭요우는 한 강연에서 “뭔가를 진정 이해하려면 최소 20년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7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28년간 청핀서점에 정성을 들였다.

중국 본토인들은 우칭요우 같은 사업가가 없는 점을 애석해하고 있다. ‘대만에는 우칭요우가 있지만 우리에겐 뤄전위(羅振宇)밖에 없다’는 한탄도 나온다. 인기 인터넷 방송인 ‘로직사유’의 진행자인 뤄전위는 문화와 인문학을 내세우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문화 장사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최근 무인 편의점을 선보였다.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 세워진 이 편의점은 종업원 대신 인공지능이 관리한다.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고, 센서와 위치 추적 시스템으로 고객을 관리한다. 물건 값은 휴대전화 속 전자페이로 자동 결제된다. 무인 편의점은 손쉽다.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는 번거로움도 없다. 그러나 사람은 사라지고 거래만 존재한다. 문화는 없고 기술만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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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문재인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 이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 중 하나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다. 한국에 사활적 문제인 북핵·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한국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 확보’를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는 데 별로 이견이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주도적 역할’을 한국 외교의 금과옥조이며 최대 가치인 것처럼 여기는 인식이 만연하는 상황은 왠지 불편하다.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실제 내용은 빈약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남들이 다 잘했다고 하는 것을 한번 비틀어 보고 싶은 삐딱한 신문쟁이 근성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북핵·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데 주력한 나머지 내용 면에서는 손해를 본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주함부르크 미국총영사관 에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일 3국 정상만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예나 지금이나 국내에서 가장 부정적인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통미봉남(通美封南)’이다. 북한이 한국을 상대하지 않고 미국과 직거래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는 합의문에 한국의 요구 사항인 ‘남북대화를 재개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북·미가 충돌해 다 된 협상이 거의 결렬 직전까지 갔다.

 

북핵 문제 해결 바이블로 불리는 9·19 공동성명에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한·미·중·일·러 등이 북한에 에너지 지원을 한다는 내용 뒤에 따라붙은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200만킬로와트 전력 공급에 관한 2005년 7월12일자 제안을 재확인하였다”는 대목이다. 당시 정부가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재가동시키기 위해 북한에 제시한 이른바 ‘중대제안’에 대한 언급이다. 이 제안은 북한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협상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9·19 공동성명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과시하기 위해 자칫 에너지 지원 덤터기를 쓸 수도 있는 위험한 내용을 ‘재확인했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삽입시켰다. 이 문구를 넣기 위해 쏟아부은 외교적 자산과 문안 협상에서 ‘트레이드오프’ 등을 감안하면 이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알 수 있다.

 

북·미가 뭔가 접촉을 가질 기미가 보이면 한국이 소외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국내에서 어김없이 고개를 든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이 북한과 고위급 접촉을 통해 탐색적 대화를 시작하려 하자 정부는 남북대화가 먼저 선행되지 않으면 북·미 접촉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아무 의미도 없는 억지춘향식 남북대화를 형식적으로 가진 뒤에야 북·미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발목을 잡지 않고 몇 개월만 빨리 북·미 접촉이 시작됐더라면 2012년 ‘2·29 합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전에 나왔을 것이고 북핵 문제 양상도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통미봉남은 최근들어 ‘코리아 패싱’이라는 약간 변형된 형태로 많이 유통되고 있지만, 한국이 북한 문제 논의에서 어떤 식으로든 소외되거나 판을 주도하지 못하면 큰일난다는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문제에 주인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은 백번 지당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이 판을 좌지우지하면서 끌고 나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은 그만 한 외교적 역량이 없다. 특히 한반도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변하면서 한국 입지는 더 좁아졌다. 미·중·러 등은 한반도 문제를 서로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한반도 사안은 강대국 패권 전략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란 정확히 말하면 강대국의 논의 구조 속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실종되지 않고 국익에 반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다자구도의 속성상 어느 한 나라가 주도권을 잡으려 하면 그 논의는 반드시 깨진다.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자가 다자외교에서는 진정한 승자다. 한국처럼 강대국에 둘러싸인 외교 현실 속에서는 이 같은 태도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에 끌려다니면 안되겠지만 우리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면 북한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한국의 목표는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 문제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평화를 정착시키고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는 방향으로 한반도 문제가 진행될 수만 있다면 그 과정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를 비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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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공화당의 새 건강보험법안, 일명 ‘트럼프케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1호 행정명령으로 ‘오바마케어’ 폐지와 대체를 선언했다. 이후 공화당은 하원에서 새 건강보험법안을 통과시켰고, 이제 상원에서 자체 건강보험법안을 만들어 표결을 앞두고 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는 집권 한 달 만에 오바마케어를 폐지할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건강보험 제도는 ‘러시아 스캔들’이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에 비해 미국인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다. 게다가 공화당이 추진하는 건강보험법안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크게 축소하는 데 맞춰졌다. 건강보험 재원 마련을 위한 부유층에 부과하는 세금은 감면해주고 정부 재원을 통한 메디케이드 지원은 삭감, 폐지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가입 강제조항도 사라지고, 기존 질병 보유자에 대한 보험사의 차별도 인정된다. 의회예산국(CBO)은 이미 공화당 법안으로 10년 안에 2300만명이 보험을 잃을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건강보험법안 때문에 “매년 9·11 테러보다 더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이라고 비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쇼케이스’에 참석해 텍사스에서 생산된 카우보이 모자를 써보고 있다. 워싱턴 _ AP연합뉴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좀비 법안’이란 비아냥까지 들으며 법안 수정을 거듭하고 있지만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52명의 공화당 의원들 중 3명만 반대하면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17일(현지시간) 이미 4명이 반기를 들었다. 메인주가 지역구인 수전 콜린스 의원과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73%의 지지를 보냈던 캔자스주가 지역구인 제리 모란 의원은 타운홀미팅에서 유권자들의 거센 항의를 경험한 후 법안 반대를 선언했다. 결정타는 강경파들이 날렸다. 마이크 리, 랜드 폴 의원은 수정안이 오바마케어의 완전한 폐기가 아니라며 반대를 선언했다.

 

외국인 입장에서 미국의 오바마케어 폐지 논쟁을 지켜보면서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특수성이다.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나라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케어는 보편적 복지와 미국적 현실의 절충이었다. 공공보험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전 국민을 민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만든 게 오바마케어의 기본 발상이다. 하지만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 OECD 국가들 중 “미국의 기대 수명은 이미 고소득 국가들에 뒤지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미국의 의료복지는 열악하다.

 

현실이 이런 데도 미국의 집권당은 국민 건강보험을 국가가 아닌 시장에 맡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바마케어 방어에 주력하고 있을 뿐 보편적 복지로서의 건강보험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칭하는 샌더스 상원의원이 정부 차원에서 운영하는 단일 건강보험제도인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를 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울림이 약하다. 몇몇 주에서도 자체적으로 공공보험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성공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주정부가 보험료 징수와 의료혜택지급을 일괄담당하는 단일보험체계 도입 법안이 상원 통과 후 하원에서 막혔다. 뉴욕·콜로라도·네바다주도 최근 보편적 복지 개념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세이무어 마틴 립셋은 <미국 예외주의>란 저서에서 미국은 유럽에 비해 훨씬 덜 복지 지향적이고, 덜 국가주의적이며, 더 방임주의적이고, 더 권리지향적이고, 더 애국적이며, 더 도덕주의적이고 종교적이란 점에서 ‘예외적’이라고 평가했다. 사회주의 경험이 없는 미국의 예외주의는 립셋의 평가처럼 양날의 칼이다. 미국의 장점이자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의미다. 특히 건강보험 개편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논쟁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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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2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깊이 반성한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겸허하게 일을 추진하겠다”.

지난 2일 도쿄도의회 선거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 말들이다. 야당의 추궁에 “신문에 자세히 나와 있다” “그러니까 (야당)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맞받아치던 사람이 한 말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바싹 몸을 낮춘 모습이다. 자민당의 ‘역사적 참패’로까지 표현된 선거 결과와 지지율 추락이 어지간히 뼈아프긴 했나 보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존 57석의 절반도 안되는 역대 최저인 23석을 얻었다. 지난 10일 발표된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30%대 중반으로 2012년 12월 2차 내각 발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베 총리가 8월 초 ‘대폭 개각’을 서둘러 천명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돌아선 민심을 붙잡기 위해 면모를 일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반성’이니 ‘겸허’니 하는 단어에 얼마만큼의 성심성의가 담겨 있을까.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선거 이후 잇따랐다. “자위대로서 잘 부탁한다”는 발언으로 선거 참패의 원인 제공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지난 6일 규슈 북부에 폭우 피해가 발생했을 당시 약 1시간 청사를 떠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위대가 실종자 수색 및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상황에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베 1강’ 체제의 해이가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

 

아베 1강 체제의 ‘혼네(本音·본심)’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또 있다. 자민당 구도 쇼조(工藤彰三) 중의원 의원은 지난 1일 지원 유세에 나선 아베 총리에게 야유를 보낸 청중에 대해 “조직범죄처벌법(공모죄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쓴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11일 시행된 공모죄법은 인권 탄압과 비판여론 봉쇄 등 ‘감시사회’ 우려가 줄곧 제기된 법안이다.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도 야유를 보낸 청중을 두고 “프로활동가에 의한 방해”라고 쓴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따지고 보면 당시 지원 유세에서 아베 총리의 언행부터 문제가 있었다. 그는 가케(加計)학원 특혜 의혹, 공모죄법 강행 처리, 도요타 마유코(豊田眞由子) 중의원 의원의 비서관 폭언·폭행 파문 등 연일 터지는 불상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선거 전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두연설에 나섰다. 그런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야유를 보내는 청중들에게 “이런 사람들에게 질 수 없다”고 말했다. 울분과 분노를 표출하는 청중들을 향해 ‘이런 사람들’이라면서 국민·비(非)국민으로 편 가르기를 한 것이다. 이런 인식과 태도가 ‘반성’ ‘겸허’ 같은 말들로 가려질 수 있을까.

 

아베 총리는 ‘당장의 소나기부터 피하고 보자’는 생각일지 모른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지리멸렬함이 계속될 것이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돌풍도 예전 민주당(민진당 전신)처럼 한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와 외교로 점수를 딴 뒤 다시 논란 많은 법률이나 정책을 밀어붙이면 된다.’ 아베 총리가 개헌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을 보면 이 같은 추측이 억측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미 이런 꼼수를 꿰뚫어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런 사람들’이라고 했던 이들이 ‘아베 1강’ 독주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아베 총리는 9일 “하나하나 결과를 내가는 방법밖에 신뢰 회복의 길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만큼 중요한 게 과정이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비롯,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신뢰 회복의 길이다. 그런데 아베 총리에게 이런 ‘주권재민’은 눈엣가시가 아닐까. 그러니까 난폭한 방법으로 헌법을 바꿔 전전(戰前)으로 회귀하려는 게 아니겠는가.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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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오후 5시17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 위해 바티칸에 도착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헬무트 콜 전 총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뉴스 보도를 통해서였다. 메르켈은 급히 조용한 장소를 찾아 콜의 부인 마이케 리히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도를 표하고 장례 절차를 논의해야 했다. ‘독일 통일의 설계자’ 콜에게는 국장이 마땅했다. 리히터는 유럽장(葬)을 말했다. 리히터는 이미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얘기를 끝낸 뒤였다. 다음날 융커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장을 거론하며 운을 띄웠다. 콜이 유럽통합에 기여했고, 세 명뿐인 EU명예시민이기에 자격은 충분했다. 그렇게 콜은 지난 1일 치러진 사상 첫 유럽장의 주인공이 됐다. 콜의 영결식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치러졌다. 그가 안치된 관은 라인강을 따라 고향 인근 독일 남서부 슈파이어 성당으로 옮겨져 장례미사 후 묘지에 묻혔다.

 

1일(현지시간) 첫 유럽연합(EU)장으로 치러진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장례식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앞줄 왼쪽에서 두번째부터)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콜 전 총리의 시신을 실은 관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라인강을 따라 배로 이동해 고인의 고향 인근 독일 남서부 슈파이어의 아데나우어 공원묘지에 묻혔다. 슈파이어 _ EPA연합뉴스

 

정작 독일 국민들은 콜의 업적을 제대로 기리고 애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콜의 부인은 독일 땅에서 이뤄지는 어떤 국가 의식도 거부했다. 리히터가 생각한 유럽의회 영결식 초대 명단에는 당초 독일 정치인이 한 명도 없었다. 나중에 주변에서 리히터를 설득해 메르켈만 간신히 추도사를 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메르켈은 ‘정치적 아버지’를 보내는 ‘상주’가 아니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여러 연사 중 한 명일 뿐이었다.

 

의도는 명백했다. 콜은 말년에 메르켈을 “배신자”라 불렀다. 콜은 동독 정부의 부대변인이던 메르켈을 중앙 정계에 발탁했지만, 1998년 기독민주연합의 정치자금 스캔들 때 메르켈에 의해 당 대표에서 물러나야 했다. 콜은 메르켈이 등에 칼을 꽂았다고 여겼다. 콜의 분노를 샀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도 초대받지 못했다. 콜의 후임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콜 임기 말년의 자료 파기문제를 조사할 때 슈타인마이어가 총리실 실장이었다.

 

콜의 두 아들은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국장을 치르길 원했다고 한다. 또 아버지가 2001년 불행하게 자살한 어머니 하넬로어 옆에 묻히길 바랐지만 리히터는 거부했다. 콜이 1990년대 중반부터 가깝게 지내던 35살 연하의 총리실 직원 리히터와 2008년 재혼한 뒤 부자는 의절하다시피 했고 가까운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도 단절됐다. 큰아들 발터는 콜의 별세 후 콜의 자택을 찾았지만 들어가지도 못했다. 콜의 가족은 슈파이어 장례미사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는 독일인들의 마음은 극도로 불편한 듯하다. 오늘의 독일을 만든 주인공에게 오늘의 독일이 부정당하는 모양이 됐기 때문이다. 콜은 그저 이름난 정치인이 아니라 말 그대로 독일 역사의 한 장(章)이었다. 메르켈의 말대로 “콜이 없었다면 나를 포함해 1990년 전까지 베를린 장벽 뒤편(동독)에 살았던 수백만명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노와 적대로 말년을 보낸 콜의 마지막 가는 길은 상처로 얼룩졌다. 콜의 정치적 유산은 콜만의 것도, 특정 유족의 것만도, 독일인의 것만도 아니다. 콜의 삶은 자신에 의해서도,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도 윤색되거나 삭제될 수 없는 공공의 기억이다. 콜은 기록 파기를 강력히 부인해 왔지만 그의 총리 재임 16년 동안의 총리실 기록에는 상당한 공백이 있다. 특히 독일 통일을 추진한 1989~1990년 당시 기록들이 없다고 한다. 콜의 자택에는 그가 남긴 방대한 자료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리히터가 ‘권리’를 주장한다는 이 기록은 누구의 것일까.

 

개인의 영욕 앞에 역사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정치인의 마지막은 씁쓸했다. 시대가 기록하는 이의 족적은 묘지에도 찍혀야 한다.

 

국제부 이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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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이비리그 학교를 다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자주 한 말이다. 멍청하지 않고 똑똑하다는 것을 반대자들에게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는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스쿨 출신이다. 뉴욕에 있는 포드햄대를 다니다 3학년 때 편입해 1968년 졸업했다. 와튼 스쿨은 우리에게 MBA 과정이 유명한 비즈니스 스쿨로 알려져 있다. 시카고대·컬럼비아대·하버드대·노스웨스턴대·MIT·스탠퍼드대 비즈니스 스쿨과 함께 M7으로 불린다. 그런데 와튼 스쿨에는 MBA 과정만 있는 게 아니다. 학부(경제학) 및 박사 과정도 있다. 트럼프는 학부를 마쳤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와튼 스쿨 졸업생임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그의 장남 트럼프 2세, 딸 이방카와 티파니도 와튼 스쿨을 나왔다. 트럼프의 위의 말은 “나, 와튼 나온 남자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대 나온 여자’의 미국판쯤 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확대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_ 연합뉴스

 

트럼프의 와튼 스쿨 출신 발언은 졸업생·교수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지난해 대선 때 와튼 스쿨 졸업생 수천명이 트럼프를 반대한다는 공개편지에 서명한 적이 있다. 트럼프의 이슬람 혐오와 성폭력 발언에 대한 반대 표시였다. 지난달에는 와튼 스쿨 교수가 학교의 교육관을 트럼프가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트럼프는 와튼의 교육을 지성과 사업 감각의 증거라고 하는데, 우리 학교는 책임감과 의무를 포함한 전문가 및 도덕적 가치를 옹호해왔다.” 트럼프에게 와튼 출신이라고 이름 팔지 말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2011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학력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을 하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문제학생인데, 어떻게 컬럼비아대에 들어가고 하버드대에 진학할 수 있었을까.”

 

“오, 와튼 스쿨! 똑똑한 분.”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 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미국 측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이야기하겠다고 하자 트럼프가 던진 농담이라고 한다. 장 실장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형적인 외교적 언사이지만 언제나 와튼 출신임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는 성격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은 아닐까.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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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9살인 류루이링은 2년 전 세계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역사교사가 꿈인 그는 고향인 산시성 뤼량시 직속 교육기관의 모집공고를 발견하고 흥분했다. 열심히 준비했고, 200명 넘게 응시한 필기시험을 가뿐히 통과했다. 면접 대상자 6명 중 2명을 뽑는 3 대 1의 경쟁률. 석사학위 소지자는 류루이링뿐이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 인사과에서 갑자기 면접시험 자격 취소를 통보해왔다. 모집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역사학 전공자만 응시할 수 있는데 당신의 전공은 세계사이지 역사학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했다. 역사학의 세부과목인 세계사가 역사학에 속하지 않는다니.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너무 당연한 이치라 세계사가 역사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관련 보도가 나온 후 중국 누리꾼들은 ‘법률 석사는 법학 전공이 아니다’ ‘중국언어문학부는 중국언어문학 전공이 아니다’ 같은 패러디를 하며 부당한 처분을 비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해당 기관은 업무상 착오였다고 해명하고 류루이링에게 다시 면접시험 자격을 부여했다.

 

이 뉴스가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홍당무 채용’ 관행 때문이다. 홍당무나 무를 땅에서 뽑고 나면 딱 맞는 구멍 하나가 생기는 것을 빗대, 내정자를 뽑기 위해 자격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정부 산하 교육기관이나 사업 단위에서 ‘관시(關係)’가 얽힌 지원자를 채용하기 위해 쓰는 꼼수다. 지난해 푸젠성의 핑난현 재정국 직속 유가증권관리소가 모집공고에서 내건 지원 자격이 대표적인 예다. ‘학사학위 소지자(석·박사 불가), 외국학교 학위, 국제회계 전공, 대학 영어 4급, 여성, 25세 이하, 핑난현 호적.’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영국에서 국제회계를 전공하고 귀국한 재정국장의 딸뿐이었다.

 

졸업 시즌을 맞아 취업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은 795만명에 달한다. 대학 졸업 후 창업하는 이들 중 3년 내 성공할 확률은 1%. 수백만의 졸업생은 좁은 취업문으로 몰린다. 마오타이주로 유명한 마오타이그룹은 최근 술 제조 등 업무에 337명의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그룹 측은 서류전형과 면접뿐 아니라 남성은 1000m, 여성은 800m 달리기에서 4분30초 내에 들어와야 한다는 체력검정 항목까지 넣었다. 그러나 구직자 수십만명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됐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 본점 관리직 691명의 간부 중 221명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관련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시’로 무장한 일부 계층이 기회를 선점해 다른 지원자들은 기회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계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는 기회의 제공은 모든 이들의 공감을 얻는다. 대표적 빈곤 지역인 간쑤성 딩시시에 사는 장애인 웨이샹은 대입시험인 가오카오에서 750점 만점에 648점을 받아 원하던 칭화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선천적 척추장애로 거동이 불편해 어머니의 돌봄 없이는 대학 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는 칭화대 측에 어머니와 함께 거처할 기숙사를 마련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에도 ‘간쑤성 대입 고득점자의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올렸다.

 

사연을 들은 칭화대는 웨이샹에게 편지를 보내 “무료 기숙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인생은 고달프지만 믿음을 갖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중국장애인협회에서 전동휠체어를 선물하고 생활보조금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칭화대가 웨이샹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에 박수를 보냈다. 웨이샹에게 무료 기숙사를 내주기로 한 칭화대의 결정에 특별대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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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드 배치와 한·미동맹에 대해 논쟁하는 동안 미국 학계에선 조용히 주한미군 철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중국과 거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미국 내 여론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직접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논쟁은 올해 3월 카네기 평화연구소의 마이클 스웨인 박사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칼럼으로 점화되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한반도 통일 후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보장을 해줘야만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의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북핵 문제를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유하며 케네디가 소련과 협상하기 위해 터키에서 미국의 미사일을 철수한 것처럼 트럼프 정부도 주한미군의 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포기하고 한반도 통일과정을 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의 로버트 켈리 교수도 내셔널인터레스트 칼럼에서 중국에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언약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물론 반론이 뒤따랐다. 미국 국방대의 제임스 프리스텁 박사는 주한미군 철수가 사실상 한국인들의 운명을 패권지향적인 중국 손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철수는 중국이 오랫동안 바라온 대로 아시아 지역 내 미국 동맹체제가 와해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앤드서 코어는 포브스 칼럼에서 엘리슨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단순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통일 한국을 중국 영향권에 방기하는 것은 미국이 수호하려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면서, 엘리슨 교수의 주장은 하버드대 내에 확산되는 중국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공개적인 토론은 새로운 현상이다. 그 이면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제재와 대화의 양분법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이전엔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만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통일이 오히려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이런 사고의 연장선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보장해서라도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간 한국의 외교전략을 논할 때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언제나 상수로 다뤄졌다. 그런데 최근 논의는 주한미군이 오히려 가장 큰 변수로 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또다시 강대국의 손에 결정되는 상황의 전조라고 볼 수도 있다. 만약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미·중 간 타협으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결정된다면,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악몽이 재현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통일 후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하여 현재 한국은 미국에 자신의 의사 반영을 요구할 만큼 명확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야 할지, 계속 주둔을 요청해야 할지, 38선 이남에만 주둔할 것인지, 중국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에서 공개적 논의를 장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통일을 논하려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선 미국 내 여론 동향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면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조용한 외교를 펼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민간 전문가들은 토론에 참여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한국의 관점이 진지하게 고려되도록 국제무대에서 의견 발표와 언론 기고를 통해 미국 내 여론 조성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는 정답이 없는 문제다. 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자신들끼리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때 수수방관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서로 이견이 있을지언정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 전문가들과의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 논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조성민 미국 조지타운대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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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소프. 열흘 전까지만 해도 그를 잘 알지 못했다. 언젠가 미국 언론에서 그의 이름을 언뜻 본 것 같지만 관심 밖이었다. 어느 누가 남의 나라의 보궐선거와 이름 없는 정치인에게 관심을 가질까. 그런데 알고 보니 무시해도 될 보궐선거가 아니었다. 두 후보 진영에는 사활이 걸린 선거였다. 투입된 선거자금만 5500만달러가 넘었다. 보궐선거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투표율도 역대 최고였다. 이제껏 이런 선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의 박진감도 있었다. 그 중심에 오소프가 있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끝난 미국 조지아주 6선거구 보궐선거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후 하원의원들의 정부직 진출로 보궐선거를 치른 4곳 중 한 곳이었다. 트럼프 심판이 쟁점이었지만 네 곳 모두 공화당 아성인 탓에 민주당은 전패했다. 그럼에도 유독 조지아주 선거에 관심이 집중됐다. 유일하게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북부 외곽지역을 아우르는 조지아주 6선거구는 민주당에 결코 만만한 지역구가 아니다. 1979년부터 공화당의 텃밭이었다. 지난해 하원선거에서도 현역이던 공화당의 톰 프라이스(현 보건장관)는 23%포인트 차 승리를 거뒀다. 2000년 이후 대선에서도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공화당 후보가 압승했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1%포인트 남짓한 표차로 힘겹게 이겼다.

 

존 오소프 민주당 후보가 미국 조지아주 6구역 보궐선거 후 열린 자축연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소프는 민주당 후보였다. 앳된 외모를 지닌 만 서른 살 새내기 정치인이다. 정치 경험은 의원 보좌관 5년이 전부다. 풋풋함과 참신성이 그의 최대 무기였다. 상대는 주 국무장관을 지낸 뒤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 도전 경험이 있는 여성 정치인 캐런 핸들(55)이었다. 오소프는 출마 선언 이후 돌풍을 일으켰다. 버락 오바마식 풀뿌리 소액 선거자금 모금전략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 결과 4월18일 1차 투표에서는 48.1%를 득표해 2위 핸들(19.8%)을 압도했다. 결선투표 승리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언론 평판도 좋았다. 창당 1년 만에 대선과 총선에서 압승하는 선거혁명을 일으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비유됐다.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 민주당은 1만명이 넘는 자원봉사대를 모아 유권자 50만명의 집을 직접 찾아가 표를 호소했다. 광고 홍보비로만 1100만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미국판 마크롱’ 바람은 불지 않았다. 득표율도 1차 때와 비슷한 48.2%에 그쳤다. 오소프는 왜 졌을까.

 

우선 민주당의 선거전략 실패에 있다. 지역구민 문제보다 러시아 게이트와 탄핵을 앞세운 트럼프 심판론에 집중했다. 이는 공화당의 결집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화당은 지지자들의 투표심리를 파고든 전략으로 판을 뒤집었다. 이들의 동력이 상대 후보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오소프는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아바타’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호소가 먹혀들었다. 오소프도 스스로 한계를 드러냈다. 기성 정치판을 뒤엎을 만한 자생력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오소프는 26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지역 발전과 기회에 중심을 둔 경제 우선주의 선거전략을 썼다고 밝혔다. 동시에 여성의 (임신중절) 선택권이나 이민 개혁, 성소수자 권리,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지도력 등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다고도 했다. 중앙당과 차별된 전략을 썼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도 그가 중앙당과 거리를 둔 선거운동을 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인들이 마크롱을 선택한 것은 기성 정치와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프랑스가 아니었다. 양당 정치의 벽은 오소프가 넘기에는 높고 견고했다. 실제로 민주당 선거전략이 오소프를 망쳤을지도 모른다. 이 점은 민주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중간선거의 가늠자로 여겨졌다. 현재로서는 반트럼프 카드가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고무된 트럼프는 오바마를 끌어들여 러시아 게이트 수렁에서 탈출을 시도 중이다. 28일 저녁에는 2020년 재선을 위한 첫 번째 모금활동을 할 예정이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던 오바마가 백악관 입성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는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이었다. “진보 미국도, 보수 미국도 없다. 미합중국만 있다.” 이 연설로 그는 통합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오소프에게 그런 기회가 올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민주당의 운명이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기회를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오소프의 몫이다. 오소프는 선거판에서 명멸하는 많은 정치인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오소프라는 이름을 기억하련다. 언젠가 미국의 마크롱, 제2의 오바마가 되길 기대하면서.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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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뿐 아니라 서점 직원들도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다. 일본에서 서점발(發) 베스트셀러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책의 일부를 가리고, 서점 직원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드는 등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을 널리 읽히기 위한 서점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효과를 보면서다. ‘독서광’ 서점 직원들의 열의와 자신감이 불황 속 출판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 고토구의 기노쿠니야서점 라라포트도요스점의 특설 판매대에는 책 말미의 해설을 필름으로 가린 문고본이 늘어서 있다. 하야미 가즈마사의 미스터리 소설 <이노센트 데이즈> 문고본의 가려진 해설 부분에 삽입된 종이에는 “소설을 다 읽고 난 뒤 해설을 읽지 않으면 소설의 충격이 절반 또는 제로가 될 것”이라는 이 서점 문고담당자의 홍보글이 쓰여 있다. 지난 3월 이 실험을 시작한 뒤 이 책은 두 달 동안 1000권 넘게 팔렸고 서점 매출은 10배로 뛰었다. 아이디어를 낸 직원 히라노 지에코는 3년 전 이 소설의 양장본을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으니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문고판 발매를 계기로 행동에 옮겼다고 아사히신문에 설명했다.

 

책의 내용물을 숨기는 마케팅은 지난해 7월 이와테현 모리오카의 사와야서점에서 시작됐다. 이 서점 직원이 가장 추천하는 책을 ‘문고X’로 정해 제목과 저자를 알 수 없도록 포장지에 싸서 판매했다. 이벤트는 대성공이었고 전국 650개 이상의 서점으로 확대됐다. ‘문고X’는 18만부 넘게 팔렸다. 한국의 은행나무·북스피어·마음산책 출판사도 지난 4~5월 ‘개봉열독 X 시리즈’로 이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산세도서점은 도쿄 도내 점포에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 수상작과 함께 ‘아라이(新井)상’ 수상작도 나란히 배치한다. 아라이는 이 회사 영업본부의 문학담당 직원 아라이 미에카(新井見枝香)다. 선정 기준은 아라이가 반 년간 읽은 책 중 제일 재미있었던 책이다. 아라이는 “선정은 완전히 주관적이지만 책임과 열의를 가지고 추천한다는 뜻에서 상에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아라이상 이벤트 기간 중에는 나오키상 수상작보다 더 많이 팔리는 작품도 나온다. 이 서점은 지난 4월 시대소설을 다뤄온 작가 다카다 가오루가 선정하는 ‘다카다 가오루상’도 만들었다.

 

아라이상 외에도 일본에선 서점 직원들이 선정하는 ‘서점대상’이 있다. 2004년 창설된 이 상은 전국 서점 직원들의 투표로 선정한다. 각 지역에서 만든 ‘서점대상’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쿄 옆 지바현에서는 책과 술을 좋아하는 서점 직원과 출판사 영업직원들이 술집에서 의기투합해 2005년 ‘사케노미(술꾼) 서점원 대상’을 만들었다. 출판된 지 1년이 지난 문고본을 발굴한다. 시즈오카 서점대상, 오사카 혼마(진짜) 책 대상, 교토 미나즈키(水無月)대상, 오키나와 서점대상 등 서점 직원들이 선정하는 상들이 적지 않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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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언제까지 계속 질까. 한국이 아니라 미국 이야기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조지아주 6지구와 노스캐롤라이나주 5지구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치러진 네 번의 보궐선거에서 모두 공화당을 꺾는 데 실패했다. 몬태나주에서는 기자를 ‘보디슬램’한 그레그 지안포르테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고, 조지아에서는 민주당의 30세 젊은 후보 존 오소프의 바람이 통하지 않았다.

 

보궐선거 4연패가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네 곳 모두 공화당의 전통적 우세지역이었다. 특히 톰 프라이스가 트럼프 정부 보건부 장관으로 가면서 자리가 빈 조지아 6지구는 40년간 공화당 텃밭이었다. 대표적 우파 정치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지역구였다.

 

문제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2018년 선거에서 하원의 다수당이 되겠다는 민주당의 희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공화당 의석 24개는 빼앗아와야 한다. 조지아 선거가 전국적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그런 흐름의 시작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공화당 신예 스콧 브라운이 민주당의 텃밭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공화당 연승의 첫번째 물결을 일으킨 바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로 휘청거리며 40%도 안되는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은 48%까지 올라갔다. 공화당은 가난한 이들의 건강보험을 빼앗아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며 정치적 자살에 가까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게 민주당에 유리한 환경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다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싫어하지만, 민주당을 대안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게 보궐선거의 교훈이다. 현재 민주당 브랜드로는 더 이상 유권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지 못한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선거 패배 후의 모습만 봐도 민주당은 ‘안되는 정당’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 성찰은 없고 노선 다툼에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트럼프의 가장 큰 결점이 거울 앞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라면 민주당의 문제는 차마 거울을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앞세운 트럼프의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은 언제쯤 제동이 걸릴까.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을 회복하고, 2020년 대선에서 권력을 되찾아 올 것이라고 낙관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비관론이 더 현실적이다. 샘 스타인 허핑턴포스트 정치에디터는 “민주당은 지금부터 영원히 모든 선거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정도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패배할 운명에 처해졌다”고 논평했다. 한번 신뢰를 잃은 정당이 유권자의 지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의 예를 봐도 그렇다.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내준 한국의 민주당은 다양한 형태로 이름을 바꾸며 혁신을 외쳤지만 선거 때마다 습관성 패배를 계속했다. 2016년 총선에서야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미국 민주당의 보궐선거 4연패는 본격적인 패배 행진의 신호탄일지 모른다. 반트럼프 여론에 취해 유권자들이 왜 자신들을 외면했는지 성찰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와 차기 대선에서 더 처절하고 충격적인 패배를 경험할 수도 있다. 깅리치는 예언했다. “네 차례 보궐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도 (민주당의) 망상과 환상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재선될 것이고, 2024년에는 아마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 트럼프 탄핵을 논할 처지가 아니다. 트럼프 재집권이라는 악몽만은 피할 수 있게, 유권자들에게 외면받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기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할 상황이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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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라크 침공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시사주간) 타임 표지로 14번 또는 15번 나왔다. 타임 역사상 전대미문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인 지난 1월21일에 한 말이다. 둘 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트럼프는 이라크 침공을 찬성했다. 트럼프가 타임 표지에 나온 횟수는 11번이며, 가장 많이 표지에 등장한 인물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다. 닉슨은 55차례나 타임 표지를 장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뉴욕타임스가 그의 거짓말 목록을 지난 23일 공개했다. 취임 첫날부터 지난 22일까지 총 154일을 분석했다. 거짓말을 한 날은 114일이다. 4일 중 3일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특히 취임 당일부터 2월 말까지 40일 연속 거짓말을 했다. 신문은 거짓말을 ‘명백한 거짓말(lie)’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falsehood)’로 구분했다. 명백한 거짓말을 한 날은 취임 다음날부터 53일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트럼프가 한 거짓말 횟수는 모두 99건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한 날은 취임 당일을 시작으로 61일이나 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은 날은 40일이다. 이유가 있다. 주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위터 글쓰기를 하지 않거나, 자기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골프 치는 날이다. 거짓말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거짓말하지 않은 최장 기록은 5월에 세웠는데, 총 17일이었다. 트럼프가 매우 바빴던 시기다. 그의 대선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터졌고, 첫 해외순방(20~27일) 일정이 있었다. 특히 15일부터 20일 사이에는 거짓말을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15일)와 뉴욕타임스(16일)가 연속으로 ‘러시아 게이트’ 연루 관련 특종을 터트리자 대책회의에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업가 기질 탓인지 트럼프의 말에는 근거 없는 주장이 많다.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는 언론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깎아내린다. 이 때문에 그의 주장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가 미국 언론들의 고민이었다. 뉴욕타임스 분석은 이 같은 논란에 쐐기를 박는, 의미 있는 일이다. 트럼프의 말을 검증하는 일은 언론의 기본 역할이기 때문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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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의 ‘워싱턴 발언’은 새삼스럽지 않다. 발언 내용은 상식적이고 처음 나온 이야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곧 국가 안보가 무너질 것처럼 과도한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야당과 보수층의 공격이 일제히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북한 핵·미사일 활동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규모 축소를 교환해 북핵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문 교수의 발언은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고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기의 심각성은 북한이 얼마나 진전된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지금처럼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핵·미사일 실험을 할 수 있는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다는 것이 진짜 위기이며 안보 위협이다.

 

핵·미사일 제거는 나중 문제고, 일단 더 이상 실험을 못하게 함으로써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역주행하는 열차를 제 방향으로 되돌리려면 우선 열차를 멈춰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핵·미사일 활동 동결’과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제만 확보될 수 있다면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것보다 더 큰 ‘상응조치’를 제공하더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핵화든 평화체제든 시간이 걸리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문 교수 발언은 그가 평소 강연·언론기고 등을 통해 제시했던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월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이 말을 했다. 지난달에는 미국의 고위 관계자 입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지할 때까지는 대화할 수 없다”는 발언이 나왔다. 문 교수 발언은 이처럼 한·미 양측에서 수차례 제시됐던 내용을 한번 더 반복한 것뿐이며 미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보수층의 느닷없는 비난은 합당한 근거가 없는 전형적인 정치공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안보를 위협하는 친북 행위로 규정하고 미국이 이에 분노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공갈을 퍼뜨리는 것은 이성을 잃은 행태다.

 

보수인사와 야당, 보수언론까지 합세한 대정부 공세는 뿌리 깊은 친미 사대주의와 색깔론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대미관·안보관을 ‘약한 고리’로 본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를 반미·친북으로 몰아세워 한·미 갈등을 부각시키고 정권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보인다.

 

문 교수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과 같다. 하지만 청와대는 보수층의 공격에 정면 대응을 피한 채 이번 사태가 한·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문 교수 발언은 개인적 견해’라며 거리를 두고 문 교수에게 엄중하게 경고했다는 해명까지 곁들였다. 지난 세월 문 대통령에게 씌워졌던 지긋지긋한 ‘종북·좌파·반미 프레임’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를 통해 집권한 정당한 권력이 야당과 미국을 너무 의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청와대는 당초 염두에 둔 인물을 국가안보실장에 기용하지 못했다. 그 자리가 돌고돌아 결국 외교안보 경험이 많지 않은 정의용 현 실장에게 간 것도 미국을 의식한 결과다. 하지만 ‘사드 보고 누락’ 사태와 이번 문 교수 발언 파동에서 청와대 안보실이 보여준 미숙한 대응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조기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해 외교부담을 자초한 것도 대미외교 공백을 서둘러 벌충하려는 조급함에서 빚어진 실책이다.

 

문 교수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정하고 공약을 만든 인사들은 지금 모두 물러났다. 외교부 장관도 이 분야에 경험이 없는 인물이다. 정부가 ‘개문발차’한 탓에 외교부와 주미대사관 등 관련 부처·기관에는 여전히 전 정부 관료들이 고위직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정체성을 찾으려면 전열 재정비가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는 다른 정치세력과 손잡지 않은 촛불혁명의 산물이며 8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가진 강력한 정부다. 야당이든 미국이든 정공법으로 상대해도 거리낄 것이 없다. 한·미동맹은 국가 간 동맹이지 정권 동맹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달라졌다고 해서 흔들릴 체제가 아니다. 동맹이라고 해도 정책 우선순위와 안보 환경이 다른 개별 국가 간 관계에서 이견이 없을 수는 없다. ‘빛 한줄기 샐 틈 없는’ 동맹관계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건강한 동맹관계는 한 치의 이견도 없어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이견이 생겼을 때 신속히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한·미 간 견해는 언제나 일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국정과 대외정책을 펴 나가기를 바란다.

 

유신모 |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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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웰다잉(Well Dying)’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시신 기증이나 유언장 작성 등 지금까지 걸어왔던 삶을 되짚으면서 ‘잘 죽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웰다잉’ 바람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 먼저 불었다. 임종(臨終)을 준비하는 활동인 ‘슈카쓰(終活)’는 문화 현상, 나아가 산업으로까지 성장했다. 일본 노인들은 간병, 종말 의료, 장례 준비, 재산 상속 등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엔딩노트’라는 공책도 팔린다. 자신이 묻힐 납골당이나 묘지를 둘러보는 ‘슈카쓰투어’도 성행하고 있다. 무덤 친구인 ‘하카토모(墓友)’라는 말도 생겼다.

 

‘슈카쓰’의 배경으론 일본인 특유의 철저한 준비성이 꼽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초고령사회를 넘어 ‘독거노인 사회’ ‘고독사 사회’로 가는 현대 일본의 그늘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슈카쓰에선 생전(生前) 정리나 생전 계약이 성행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효고현 니시노미야에 있는 ‘릴리프’라는 회사는 연간 1000건의 생전 정리를 해주고 있다. “물건들을 방치한 채 죽으면 주변에 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비용은 35만엔(약 356만원). 신원보증과 간병부터 화장이나 납골까지 대신해 주는 생전 계약도 인기를 끈다.

 

‘고독사보험’이라는 금융상품도 나왔다. 독거노인이 임대주택에서 홀로 사망할 경우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고 임대주택 정리에 비용이 많이 들어 이에 대한 집주인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일본에선 고독사 우려 때문에 집주인들이 노인들에게 주택 임대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집주인의 65%가 독거노인에게 주택 임대를 꺼린다는 조사도 나왔다. 고독사보험은 이런 집주인을 안심시킬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일본 사회의 문제는 노인 인구가 많다는 것을 넘어선다. 혼자 사는 사람이 증가하고, 가족·친지간의 관계는 옅어지고 있다. 2014년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65세 이상 독거노인이 2035년에는 762만명으로, 2010년 498만명보다 53%나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노쇠하고 병이 들어도 혼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슈카쓰의 최근 동향에는 ‘웰다잉’보다 ‘불안’의 요소가 더 강해 보인다. 죽기 직전까지, 혹은 죽고 나서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과 걱정이 투영돼 있는 게 아닐까.

 

문제는 슈카쓰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본종합연구소는 2035년에는 고령자 세대의 27.8%가 수입이나 저축이 부족해 생활보호 수준을 밑돌 것이라는 추계를 최근 내놓았다. 죽음을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간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실버산업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국가가 정책적으로 나서서 품위 있는 죽음을 맞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독거노인 주거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세계에서 장수(長壽)는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고령화나 노인 문제를 듣다 보면, 모두들 노인들을 ‘주변에 폐를 끼치는 존재’로 여기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경제발전의 장애물도 고령화고, 국가재정 위기의 이유도 고령화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여줬다. 이를 능가하는 게 한국이다. ‘웰다잉’은 둘째치고, 고독사나 독거노인 문제가 얼마나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노쇠한 부모를 낯선 곳에 유기하는 ‘고려장’은 설화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현대판 고려장이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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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100도(약 38도)를 넘나드는 한낮 폭염을 뒤로하고 미국 워싱턴의 의사당에 들어서자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사진)의 증언을 취재하기 위해 13일(현지시간) 찾아간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장 하트빌딩 216호. 입구에는 방청객들이 이미 수십m의 줄을 이루고 있었다. 청문위원들과 마주 보는 기자석의 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예정보다 10여분 지난 오후 2시40분쯤 세션스가 입장하자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공화당 소속 리처드 버 정보위원장과 민주당 간사 마크 워너 의원의 모두발언 이후 세션스가 선서를 했다. 그는 10여분의 모두발언에서 “나는 지난 20년간 상원에서 여러분의 동료였다”면서 “러시아 내통 의혹에 내가 연루됐다는 주장은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거짓말”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인준 청문회 때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두 번 만났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메이플라워호텔에서 한 차례 더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션스는 이번 증언에서 “러시아 대사나 러시아 관리들과 대화하거나 만난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법무부의 오랜 관행상 대통령과의 비밀대화를 지켜야 할 의무를 저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와의 대화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선수를 친 것이다. 의혹은 부인하고 불리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겠다는 예고였다.

 

앞서 8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라는 압박을 했다고 증언했다. 버는 세션스에게 코미의 이 증언에 대해 물었다. 세션스는 “대통령과 FBI 국장 간의 대화에는 전혀 잘못된 게 없다”고 답했다. 세션스는 민주당 첫 질문자인 워너의 질문까지 자르며 공격적으로 답변했다. 코미가 트럼프와 독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상의해왔을 때 법무장관으로서 어떻게 조치했느냐고 묻자 세션스는 “코미는 그게 부적절하다는 세부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과는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코미에 관해 트럼프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일절 답변을 거부했다. 민주당 마틴 하인리히 의원은 “의회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공격했고, 론 와이든 의원도 “의사진행 방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세션스는 “법무부의 역사적 정책을 따르는 것일 뿐”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출신인 카말라 해리스 의원은 ‘법무부 관행’을 들며 답변을 거부하는 세션스를 몰아붙이다 위원장의 경고를 듣기도 했다.

 

키슬랴크 대사와의 만남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세션스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스스로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다른 이유가 있느냐고 와이든이 몰아붙이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나한테 말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 의원들은 세션스 방어에 나섰다. 톰 코튼 의원은 “미국의 현직 상원의원과 외국 대사가 수백명이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스파이 역사상 최대의 범죄를 공모한다는 웃기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물었고, 세션스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며 웃었다.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희화화한 것이다.

 

2시간30여분에 걸친 청문회가 끝났지만 트럼프 측과 러시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트럼프가 무엇을 감추려 했는지 선명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트빌딩을 나설 때도 숨막히는 더위는 여전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프랭크 브루니는 “세션스는 여러 질문들을 쳐냈고, 대답을 했다 하더라도 얄팍하고 무용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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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시의 한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중국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을 본 이들은 분노했고 학생들의 마음에는 생채기가 났다.

 

청두 룽취안(龍泉)고등학교 고3 학생들은 지난 5월 졸업 앨범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인화된 사진 속에는 촬영할 때는 없던 교장의 모습이 박혀 있었다. 사진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으로 교장의 사진을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학생들은 “교장선생님, 그렇게 바쁘세요? 이거 졸업 사진인데 어떻게 조작할 수 있죠?”라고 분개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학교 측은 재단에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있다 보니 교장이 반마다 다니며 단체사진을 찍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올해 졸업하는 고3 학생들만 28개 반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장은 이 중 2개 반인 엘리트반 학생들과는 직접 사진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 ‘촬영 차별’을 한 것이다. 가장 순수해야 할 학교에서 숭고한 교육의 정신이 무너졌다는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교육계도 성적 우선주의냐 인성을 중시하는 인재 양성이냐 하는 고민에 부딪혀 있다. 난제를 풀기도 전에 취업난이 심화되고 경쟁이 격화되자 성적 우선주의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가 됐다는 사실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뜻의 중국 속담인 ‘까마귀 둥지에서 봉황이 난다’는 실현되기 힘들다. 지난달 상하이의 유명 사립초등학교인 양푸(陽浦)소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은 지능(IQ) 테스트를 치러야 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양육 상태를 상세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또 다른 형태의 ‘연좌제’다.

 

상하이의 또 다른 사립학교인 칭푸(靑浦)세계외국어학교는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조부모의 직업과 학력을 조사했다. 학부모들에게는 최종 학력이 아니라 최초 입학 대학을 따로 물었다. 정부기관이나 기업체 임원이 되면 명문대 대학원에 쉽게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학력은 변별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좋은 집안 자제를 가려 뽑기 위해 학업 능력 파악과는 무관한 질문에 몰입했다. 교육의 기회는 균등해야 하지만 초등교육부터 부모의 지능, 학력, 직업, 재력으로 갈라진다.

 

올해로 중국 수능인 가오카오(高考)가 회복된 지 40년이 됐다. 대학 입학시험은 문화대혁명(1966~1977년) 10년간 사라졌었다. 당시 학생들은 지식 청년을 노동 현장으로 보내는 하방(下放) 정책에 따라 농촌에서 일하는 것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 쉽게 갈 수 없었고 추천제만이 유일한 입학 통로였다. 학업 성적보다는 당에 대한 충성이 우선시됐다.

 

신경보는 “가오카오는 펜으로 찬란한 미래를 그릴 기회”라면서 “4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 가오카오란 사치스러운 희망에 불과했다”고 했다. 환구시보는 “가오카오가 수천, 수만명의 중국 청년들에게 운명을 개척할 기회를 줬다”고 평가했다. 1977년 입시제도가 되살아난 후 대학에 들어간 이들은 현재 중국을 이끄는 지도자가 됐다. 시진핑 주석도, 리커창 총리도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칭화대, 베이징대에 입학해 대학 교육의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40년간 중국이 경제적으로 무섭게 성장하면서 교육은 운명을 개척할 기회가 아니라 또 다른 부의 상속 방법으로 변형되고 있다. 교육은 인간의 존엄을 세우고 국가의 명맥을 이어가게 한다. 교육이라는 공정한 계층 이동 통로가 사라진 사회는 암울하다.

천바오셩 교육부장(장관)도 문화대혁명이 끝난 이듬해인 1978년, 22세에 베이징대에 입학했다. 그는 중국의 교육이 상식, 본분, 초심, 꿈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기본’을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교육은 상식적이고 본분에 충실한가, 초심을 잊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이 없을 것이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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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최근 잇달아 치러진 프랑스와 영국의 총선 결과는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일으킨 돌풍은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마크롱이 지난해 4월 창당한 정당 리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공화국)는 지난 11일 치러진 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했다. 오는 18일 2차 결선투표에서 전체 의석(577석)의 3분의 2가 넘는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출구조사가 예측했다. 창당한 지 1년2개월밖에 안된 정당이 한 달 사이에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는 현상은 현대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가히 정치혁명이라 할 만하다. 반면 지난 8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은 예상과 달리 과반 의석조차 잃는 등 참패했다. 조기 총선을 강행한 테레사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졌다.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보수당으로서는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믿기지 않는 결과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19일부터 진행될 브렉시트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9일(현지시간) 잉글랜드 메이든헤드에서 총선 개표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롱의 잇단 돌풍은 기성 정당 및 정치인에게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을 반영한다. 그만큼 공화·사회당 중심의 기존 정당체제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열망을 읽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면 신생 정치인 마크롱은 유권자들의 기대와 시대의 요구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새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공천혁명을 이뤄냈다. 공천자의 절반을 여성과 시민사회 출신 전문가로 채운 것이다. 영국 보수당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은 메이 총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는 노인요양 지원 축소 공약(일명 치매세)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되자 철회함으로써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홀로 토론을 거부하는 오만도 부렸다. 그 결과 의석은 물론 신뢰도 잃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브렉시트에 대한 유권자의 태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으로 기사회생한 노동당은 보수당의 긴축정책과 불평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국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다.

 

두 나라의 총선 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변화하는 현실이나 유권자의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좌파든 우파든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크롱의 성공과 메이의 실패보다 이를 더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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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게이트’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미 전 FBI 국장은 8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가 자신에게 충성을 요구하며 이같이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제기돼온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을 ‘가짜뉴스’라며 책임을 회피해온 트럼프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특히 수사 중단 압력이 사법방해에 해당한다면 트럼프는 탄핵 소추 등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왼쪽 사진)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개입 등에 대해 증언했다.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 ‘사법방해’인지를 놓고 미 정가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미의 증언으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러시아 게이트 수사 방해와 그의 해임을 둘러싼 사태의 전모가 드러났다. 트럼프는 회유책을 먼저 썼다. 트럼프는 취임 일주일 뒤인 지난 1월27일 백악관에서 코미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미는 대통령이 “모종의 후원 관계를 만들려”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트럼프의 제왕적 대통령관을 드러낸 것으로, FBI 독립을 훼손하는 행위다. 회유에 실패한 트럼프는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 트럼프는 지난 2월14일 코미를 백악관에서 만나 러시아와 내통한 의혹을 받고 있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수사에 대해 “나는 플린을 놔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코미는 “대통령이 플린 수사를 멈추라고 요구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트럼프는 코미와 단둘이 대화하려고 다른 참석자들을 내보냈다. 지난 3월30일에는 코미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구름’이라며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물었고, 빨리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답을 얻어냈다. 회유와 압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트럼프는 지난 5월9일 코미를 전격 해임했다.

 

코미의 증언에서 탄핵 소추의 사유가 되는 사법방해에 해당할 수 있는 대목은 2월14일 대화와 3월30일 전화 통화다. 트럼프의 행위가 사법방해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법방해로 탄핵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집권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탄핵은 쉽지 않다. 코미의 증언으로 트럼프에 대한 미국 내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중동의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열흘여 남은 한·미 정상회담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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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월27일 저녁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수도 알제 시내가 갑자기 캄캄한 암흑이 됐다. 전기가 나갔다. 전기가 부족해서도, 전력회사의 실수도, 천재지변이 온 것도 아니었다. 정부가 일부러 끊은 것이다. 정부가 수백만명의 불편과 바꾼 것은 알자지라 방송이었다. 이날 알자지라는 알제리 반정부 인사의 토론을 내보낼 예정이었다. 알제리군의 민간인 학살 같은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그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카타르 도하 알자지라 본사를 방문했다. 무바라크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 모든 소란이 이 작은 성냥갑에서 나온단 말이냐.” 개국한 지 3년밖에 안된 카타르의 방송사는 그렇게 중동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무바라크는 2년 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의 시민혁명으로 30년 독재를 내려놓고 대통령에서 물러났다.

 

지금 알자지라는 다시 걸프국이 주도한 카타르 ‘왕따’ 사태의 최전선에 섰다. 이웃 나라 쿠웨이트 군주 셰이크 사바가 중재를 자처하며 왕따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갔지만 갈등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걸프국들이 원하는 건 뭘까. 걸프 안팎에서는 카타르와 이란의 친밀한 관계, 카타르의 ‘얄미운’ 개혁 등 여러 배경이 복잡하게 얽힌 이번 사태의 희생양으로 알자지라가 거론된다.

 

3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우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수개월의 외교분쟁 끝에 카타르 주재 자국 대사를 모두 소환했다. 그때도 알자지라가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팔레스타인 하마스 같은 저항조직의 창구 역할을 하면서 지역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카타르의 특사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난 직후 카타르는 알자지라의 이집트 채널을 폐쇄하겠다는 양보안을 내놨다. 단교까지 치달은 상황을 볼 때 카타르는 이번에 더 큰 양보를 해야 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UAE의 유명 지역 평론가인 술탄 소우드 알카세미는 지난 4일 트위터에 “카타르의 첫 화해 제스처는 알자지라 폐쇄가 될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1996년 4월 영국 BBC방송이 사우디 정부와 공동 소유하고 있던 ‘BBC아랍’이 사우디의 검열을 둘러싼 갈등 끝에 문을 닫았다. 이곳에서 일하던 인력과 카타르의 셰이크 하마드 전 국왕이 ‘빌려준’ 5억 카타르 리얄(약 1500억원)이 합쳐져 그해 11월 알자지라가 탄생했다. 알자지라는 철저한 정부의 보도 통제에 익숙하던 중동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물주’인 카타르 왕실과 정부를 빼면 알자지라의 보도 대상이 아닌 게 없었다. 알자지라는 아랍권 TV로는 처음으로 히브리어를 하는 이스라엘인을 방송에 내보낸 언론이었다. 알자지라가 선보인 라이브 토크쇼 <반대방향(The Opposite Direction)>은 늘 논쟁거리였다. 알자지라의 모토는 ‘의견 그리고 또 다른 의견’이다. 종래 언론에서 볼 수 없던 다른 목소리와 금기들이 전파를 탔다. 그들은 서방 언론과도 달랐다. 알자지라만 내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BBC, CNN 등에서 재방송됐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개국 후 첫 10년 동안 카타르 정부에 450건이 넘는 외교적 항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지난해 개국 20년을 맞은 알자지라는 400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확보한 중동의 1위 방송사가 됐다.

 

2010~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중동의 ‘알자지라 울렁증’은 더 극심해졌다. 당시 알자지라는 소셜미디어와 함께 ‘아랍의 봄’의 일등 공신으로 거론되며 ‘알자지라 효과’라는 말을 낳았다. 이집트 사상 최초 민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를 축출하고 들어선 엘시시 정권은 2014년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는 보도로 테러를 도왔다”며 알자지라 기자들을 가두고 추방했다. 사우디도 단교하자마자 알자지라의 리야드 사무소를 폐쇄해버렸다.

 

걸프국들과 카타르가 어떤 타협을 볼지 아직은 알기 어렵다. 만약 타협안에 휘말려 ‘다른 목소리’가 사라지게 된다면 불행한 일이다. 다른 건 원래 불편한 법이다.

 

국제부 이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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