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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집으로 신문대금을 받으러 오는 신문 배달원이 있다. 신문을 구독한 지 반년이 넘다보니 안면이 꽤 익숙해졌다. 신문대금을 전해주는 짧은 시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예전에는 한국인 신문 배달원도 많았는데, 지금은 몽골이나 네팔 출신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다가 필자가 한국 기자라는 것을 알자마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북한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최근 일본인을 만나면 이런 질문이 어김없이 나온다. 북한의 긴박한 정세가 일본인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난 8월과 9월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을 잇달아 통과했다. 일본 정부는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 등을 통해 홋카이도 등 12개 현 주민들에게 피란을 권고했다.

 

이런 북한 정세를 ‘국가 존립의 위기’를 뜻하는 ‘국난(國難)’으로 끌어올린 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다. 그는 북한 정세를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함께 ‘국난’으로 꼽고, ‘꼼수 해산’으로 비판받는 조기 중의원 해산을 ‘국난 돌파 해산’이라고 강변한다. 거리 유세의 3분의 1 이상을 북한 문제에 할당한다. 10일 시작된 12일간의 공식 선거전에도 “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아베 정권이 ‘한반도 위기론’을 부채질해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줄곧 제기돼왔다. 그 정점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발언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북한 비상사태 시 대량난민 유입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무장난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자위대가 출동해 사살할지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처럼 ‘한반도 위기론’을 강조해온 아베 정권이 정치공백을 발생시킬 수 있는 조기 총선을 감행한 건 실소를 자아낸다. 북한 대응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큰 이론(異論)이 없는 북한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아베 정권의 장기인 ‘편 가르기’다.

문제는 북풍 활용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아베 정권은 2년 전 헌법 해석을 억지로 바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관련법을 통과시켰다. 자민당 내에선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론’은 물론 ‘핵 무장론’까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전쟁 포기와 전력(戰力)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겠다고 표명하고 있다. “북한이 이런 상황에서 자위대는 최전선에서 애쓰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선거에서 승리하면 ‘국민의 선택’을 이유로 이런 움직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전쟁가능한 국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아베 대항마’로 꼽히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가 선전해도 마찬가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은 ‘전쟁을 염두에 둔 국가 만들기’에 이해가 일치한다.

 

정치권이 당파적 목적을 위해 북한 위기론을 부채질하면서 일본 사회 전체도 ‘개전 전야’ 같은 분위기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상공을 통과한 홋카이도에서 700㎞ 넘게 떨어진 나가노(長野)현까지 피란 경보가 발령됐다. 미사일이 홋카이도에서 2200㎞ 떨어진 태평양에 낙하한 뒤에도 방송국은 정부 발표를 반복해 내보냈다. 정부와 언론이 주거니 받거니 위기를 부추기면서 사회 전체의 불안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

 

한때 한국에서 보수·수구세력의 ‘전가의 보도’로 쓰였던 북풍이 바다 건너 일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게 아이러니다.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뒤 “비상시국이니 국민은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비판 여론에 족쇄를 채우고, 태평양 전쟁을 향해 돌진했다. 역사의 망령이 현대 일본에서 되살아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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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0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이 갈수록 태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군 수뇌부와 북한·이란 문제를 논의한 직후 “(지금은) 폭풍 전야”라고 말했다. 7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대북 대화 및 협상 무용론을 거론하며 “단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위기가 가라앉을 만하면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는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트럼프가 언급한 ‘한 가지 방법’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대북 군사옵션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군사옵션 직전 단계로서 최대한의 대북외교·경제 압박을 의미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의 추가도발 징후에 대한 사전경고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분명한 것은 그의 발언이 충분한 숙고 끝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즉흥적으로 툭툭 내던지는 발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거친 한마디라도 온몸으로 떠안아야 하는 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위험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3월 “매우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하더니 지난 8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후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뒤인 지난달 19일 유엔 연설에서는 ‘북한 완전 파괴’ 발언으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 고위인사들이나 전문가들과 깊이있는 논의를 거치지 않은 즉흥적인 것이 많다고 한다. 당연히 그런 발언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으로 가치도 없고 실제로 북핵 저지에 효과적이지도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그의 발언이 하나같이 북한의 맞대응을 유발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 위기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무분별한 발언은 미국 내에서도 혼란과 분열의 핵이 되고 있다.

 

한반도 위기의 1차적 책임은 북한 김정은에게 있다. 하지만 트럼프 역시 그 못지않은 책임이 있다. 더구나 지금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 상태에 있다. 한국인으로서 트럼프의 혼란스러운 발언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트럼프에게 신중하게 발언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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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9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중국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공단 내 19개 의류공장을 은밀히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선전매체들도 가동 사실을 숨기거나 부인하기는커녕 “공장들이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어제 “개성공업지구는 명백히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지역으로,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 괴뢰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 기업들의 자산인 공단 내 공장시설을 몰래 운영하는 것도 모자라 자기네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성공업지구는 남측 기업들이 자본과 설비를 투자해 북한의 노동자를 종업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예외로 인정한 공업지구이다. 최초의 남북합작 공단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과 화해의 보루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 2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한국 정부가 가동 중단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가동 중단은 어디까지나 고육지책의 임시적 조치였다.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으면 남측 기업들이 다시 들어가 정상 가동할 남측 시설인 것이다. 그럼에도 가동 중단 기간이 길어지는 틈을 타 북한이 주인 몰래 공장을 제멋대로 가동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적 행동이다. 북한은 한국의 공단 가동 중단 조치 후 공단 내 자산 동결을 선언하고 관리·운영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공장 가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일방적 선언으로 남의 재산을 탈취한 행위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한은 공장 가동 중단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북한이 공장을 재가동하려면 남북 간 합의에 의해 한국과 먼저 상의하도록 돼 있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공단 내 공장들이 북한 소유라는 억지 주장을 그만두고 남한 당국 및 입주 기업들과 협의해야 한다. 우선 할 일이 이들 공장이 한국의 재산임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 금강산 관광특구 내 한국 자산도 멋대로 빼앗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을 무시한 채 재산을 몰수하는 막무가내식 행위는 북한의 불량국가 이미지만 심화시킬 뿐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협력에 기여한다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도록 책임있게 행동하기 바란다. 한국 정부는 입주 기업들의 재산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고 없이 공단 폐쇄를 결정해놓고 해당 기업들의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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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9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핵무기 폐기 운동을 펼쳐온 비정부기구 연합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선정됐다. 핵무기 감축과 궁극적인 폐기가 인류의 목표라는 점에서 이 단체의 수상은 환영하고 축하할 일이다. 우리가 이 단체의 수상을 주목하는 이유는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위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듯이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구하려고 시도하는 실재적 위협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의 북한 언급은 북핵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수상 단체 사무총장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핵무기 보유는 물론 핵무기 사용 위협도 불법”이라며 “둘 다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벨위원회와 수상 단체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달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미 간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반핵 단체의 평화상 수상이 북핵 위기를 해소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수상 단체는 지난 7월 유엔이 채택한 핵무기금지협약에 도움을 주었지만 2007년 창립 이래 핵무기 감축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핵 없는 사회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미국 정부는 이 단체의 평화상 수상에 대해 “그 협약은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지 못할 뿐 아니라 단 하나의 핵무기도 없애는 결과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달가워하지 않았다. 미국은 핵무기금지협약에 동참하지 않았다. 기존의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대체하는 이 협약이 핵무기 개발과 비축은 물론 기존 핵무기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식 핵보유국인 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는 물론 비공식 핵보유국인 인도·파키스탄·북한·이스라엘 등도 불참했다.

 

핵보유국이나 핵우산 속에 있는 나라들은 핵 균형 유지,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핵무기 폐기에 반대한다. 그렇다고 북핵이나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폐기 등이 야기할 수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은 북핵 위기를 틈타 전술핵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제기하는 핵 없는 사회를 위한 비전이 한반도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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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9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통상압력을 전방위로 행사하고 있다. 지난 4일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양측이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상호 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개정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재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의 ‘협정 전면개정’ 요구에 한국은 “FTA의 효과 분석을 먼저 하자”고 맞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FTA 파기’라는 ‘미치광이 전략’에 놀라 서둘러 협상테이블을 마련하고 미국의 요구에 응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동차, 철강, 농산물, 서비스 분야 등에서 개정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이들의 요구가 관철되면 해당 분야의 일자리 감소는 물론 농업에서 생계마저도 위협받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런데 재협상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지난 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미국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삼성·LG전자를 겨냥해 제기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청원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과 LG전자의 미국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세계 각국이 한국을 상대로 한 수입규제 24건 가운데 미국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은 단골메뉴인 철강제품에 이어 최근에는 화학제품까지 한국 제품 규제를 늘리고 있다.

 

최근 미국이 한·미간 통상 문제와 관련해 보인 일련의 행태는 ‘미국 제일주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본질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FTA 폐기 서한’까지 작성한 것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에 우방은 정치적인 이해가 일치할 때만 적용되는 한시적인 관계인 것 같다. 미국이 FTA 같은 양국의 이해가 엇갈리는 민감한 사안에 온정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었던 것이다.

 

이제 곧 양국에서 FTA 개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된다. 한국 정부는 “여러 가지 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신감을 보이다가 허를 찔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은 협상이 의도대로 진척되지 않을 때마다 ‘협정폐기 카드’를 들이댈 것이다. 이리저리 끌려다녀서는 국익을 지킬 수 없다. 동시다발적인 통상압력 문제에 대한 대응을 통상교섭본부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야 한다. FTA가 미국에 적지 않은 혜택을 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를 근거로 협상하되 미국의 무리한 요구로 협정폐기만도 못할 최후의 상황을 상정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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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트럼프는 어제 트위터에서 “틸러슨에게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린 글에서는 “로켓맨을 잘 대해주는 것이 25년간 효과가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효과가 있겠느냐”고 했다. 틸러슨 장관이 전날 “북한과 2~3개 정도 채널을 열어두고 대화하고 있다”며 북·미 간 막후 접촉 사실을 밝힌 지 하루 만에 그를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의 말이 과거 정부와 같은 유화적인 북핵 해법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한편 협상에 나선 틸러슨과 역할을 분담했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등을 향해 대북 압박과 제재라는 해법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역할분담이라는 말로 미화할 수 없을 만큼 부적절했다. 트럼프는 북한과 대화에 나서려는 국무부와 틸러슨 장관을 공개 조롱했다. 이렇게 대통령으로부터 하루 만에 면박당하는 장관의 말을 어느 나라가 의미 있게 받아들이겠는가. 틸러슨의 해임 또는 사임설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또한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불신과 실망감을 안겼다. 자신은 멋대로 발언하면서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한국을 비판하는 것은 동맹을 모독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일관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북한과 협상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일관성이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다르고, 대통령 자신의 말이 오락가락하는데 협상이 제대로 성사될 리가 없다. 북한이 핵개발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데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 협상에 진지하게 임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방침으로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고 나올 수 없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폄훼한 트럼프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트위터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적 시각을 보인 점은 분명하다. 한·미 당국은 트럼프의 발언으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가 깨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미 간 대화 채널 유지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쟁을 초래할 수 있는 전략적 오판을 막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 대화를 통해 북핵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돌출발언을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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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독일 총선 결과가 나온 후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SPD) 대표는 ‘씁쓸한 승리’를 거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향해 “이번 총선의 최대 패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슐츠가 메르켈 총리를 비웃을 처지는 아니다. 이번 총선의 최대 패자는 다름 아닌 슐츠 자신이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지금 존폐 기로에 놓였다. 사민당은 한때 굳건한 ‘노동자의 정당’이었다. 진보적 성향의 청년층과 중산층의 지지까지 더해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슈미트가 이끌던 1960~1980년대는 40%가 넘는 지지율을 자랑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신승한 2002년에도 38.5%로 연정을 끌고 나가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20.5%로 주저앉아 1933년 이래 최악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다.

 

사민당의 텃밭이던 구동독지역, 북부 함부르크, 브레멘과 서부 루르의 산업 지역 등에서 대거 지지층을 잃은 것이 컸다. 독일 주간 디자이트는 “사민당이 더 이상 노동자들에게 기댈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썼다. 여론조사기관인 인프라테스트디맵과 선거연구그룹(FGW)의 분석을 보자. 노동자 계층의 사민당 지지율은 1998년 49%에서 올해 25%로 반토막이 났다. 4년 전 총선과 비교해보면 사민당 지지자 중 여전히 사민당을 지지한 사람은 절반(53%)밖에 안된다. 사민당을 지지했던 이들의 9.2%는 이번에 아예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고, 이념좌표에서 매우 오른쪽에 있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자유민주당에로 4.5%, 4.9%씩, 사민당보다 더 왼쪽에 있는 좌파당으로 6.2%가 이탈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뒤에 ‘앵그리 화이트’가 있었다면 AfD의 약진 뒤에는 ‘성난 오시(Ossi)’들이 있었다. 오시는 구동독지역 사람을 말한다. AfD는 구동독지역에서 전국 지지율의 2배 가까운 22.5%를 득표했다. 인구개발베를린연구소의 라이너 클링홀츠는 디벨트에 “좌절한 사람들이 AfD를 시위용 정당으로 선택했다”며 “이들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 일자리가 없어진 변화의 루저”라고 말했다. ‘오시’들은 실업자 사회보장제도 개혁과 밀려드는 난민으로 ‘뭔가를 빼앗겼다’고 느꼈다.

 

사민당은 8년 대연정 속에서 존재감을 잃었다. 이번 총선 캠페인에서 뒤늦게 ‘사회정의’를 외쳤지만 유권자의 80%가 사민당이 사회정의를 이루기 위해 뭘 하려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슐츠는 메르켈의 연정 제안을 거부하고 야당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야당이 된다고 활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독일 사민당의 모습은 유럽 전통 좌파의 위기를 재확인해주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은 올해 대선에서 6%의 지지율로 결선에 나가지도 못했다. 6월 총선에서는 284석의 거대 정당에서 29석짜리 군소정당으로 몰락했다. 영국 노동당은 ‘제3의 길’을 주창한 토니 블레어 이후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러미 코빈을 중심으로 한 강경좌파가 당을 이끌고 있지만 재집권은 물음표다. 스페인의 사회당도 극좌 포데모스와 카탈루냐 민족주의자들에게 지지기반을 내줬다.

 

이들은 하나같이 노동의 변화를 읽지 못하거나 외면했다. 전통적인 노동자 계급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거대 노조로 결속돼 있지도 않고 삶의 수준과 노동의 조건도 제각각 달라졌다. 역설적이게도 1990~2000년대 좌파 정당들이 선택한 ‘뉴레프트’가 이렇게 파편화되고 분절된 노동을 도왔다. 블레어의 ‘제3의 길’이 그랬고 슈뢰더가 밀어붙인 ‘개혁 2010’이 그랬다.

 

그 결과 이제 민심은 ‘계급’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일련의 선거를 통해 왜 좌파 정당들이 우리의 문제를 더 이상 대변해주지 않느냐고 따지고 있다. 독일 총선은 노동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좌파 정당들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묻고 있다.

 

<이인숙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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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한반도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피했거나 일상에 묻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것이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상이란, 불편함도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마약 같은 것이다. 일상을 깨고 세상의 단면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사건, 특히 폭력적 사건이 없으면 일상에 가려진 본질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요즘 한반도는 상호 파괴를 장담하고 그것이 가능한 무기를 손에 쥐려는 폭력적 사건들로 가득하다. 이런 폭력 과잉이 일깨우는 것은 우리가 지금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던 가상현실을 벗어나 진짜 현실에 눈을 뜬다. 그때 그의 눈에 펼쳐진 풍경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황량한 세상이었다.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트럼프는 전략폭격기 B-1B 2대를 북한의 코앞에 들이밀며 도발할 테면 해보라는, 위험한 행동을 했다. 김정은이 좀 더 무모하다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을 터뜨릴 수도 있다. 이게 우리가 가짜 평화, 불안한 평화 속에 살면서 잊고 지냈던 정전체제의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한시도 이 정전체제의 불안과 불편함을 잊은 적이 없다. 남한은 정전체제의 수혜자였지만 북한은 정전체제의 피해자였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군은 남한에 잔류했고, 중국군은 북한에서 철수했다. 남한은 막강한 한·미연합전력, 미군의 전술핵으로 북한을 압도했고, 북한은 열악한 재래식 군비로 버텼다. 그런 대결 상황에서 남한은 경제적 번영을 했고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했다. 당연히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일에 남한은 소극적이었고, 북한은 적극적이었다. 북한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군사력 불균형을 일거에 깰 현상 변경을 준비했다.

 

그 역량을 다 갖추기까지는 남한 우위체제하에서 남북 대화, 다자회담하며 시간을 벌었다. 그런 인고의 세월은 수폭,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로 보답을 받았다. 북한은 곧 고삐가 풀릴 것이다. 몸집이 커졌다. 더 이상 군사력 열세를 전제로 한 기성 질서·기존 관계를 존중할 이유가 없다. 이제 군사적 긴장은 불가피해졌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정전체제 유지비용은 크게 상승할 것이다. 정전체제를 고수할지 고민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 정치·군사 문제에 집중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사드 조기 배치를 결정할 때부터 그에 합당한 집중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하는 결단을 했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의 이라크 파병 요청을 수락하고 부시가 북핵 협상에 나서도록 했듯이 트럼프에게 북·미 협상을 설득해야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무기쇼핑으로 그 카드를 소진했다.

 

그 때문에 트럼프는 무기판매를 허락하는 아량 있는 인물이 된 반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신세지는 처지가 되었다. 북한이 이토록 빠르게 미국에 정치·군사적으로 종속되는 남한과 대화하고 싶은 의욕이 나중에라도 생길까?

 

문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 그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B-1B 단독 작전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도발을 중단하면 근본적인 해법이 모색될 것”이라고 했다. 도발을 막기보다 북한 스스로 멈추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대화의 계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완성을 선언하고 핵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대화하자고 나서는 경우다. 이건 양손에 떡을 쥐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북 압박에 굴복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대화로 선회하는 것이다. 한·미가 원하는 결과다. 하지만 전자의 대화는 거부하고 후자의 대화는 응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북한이 대화하자고 나올 때 실제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했는지 외부세계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대화할지 말지 혼선이 빚어지고 그 결과, 또 다른 대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다림의 끝은 무조건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때 상황을 지배하는 것은 대북 정책이 아니라 대남 정책일 것이다. 김정은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던질 것이고, 한·미는 그가 내준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문제는 전례 없이 도전적이다. 거칠고 위험하고 냉정한 세계의 한가운데 뛰어드는 일이다. 한때 문 대통령이 그걸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김정은과 협상할 인물이라며 대선 직전 ‘타임’이 표지 인물로 선정했을 때만 해도 문 후보는 그랬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을 꼭 다문 단호함과 결기가 넘치는 지도자. 거기에는 막연히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사람,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사람이 아닌, 정면을 응시하는 협상가가 있었다.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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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무료 인터넷 전화 애플리케이션인 위폰(WePhone)의 개발자 쑤헝마오(蘇享茂)가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위폰은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을 무기로 2000여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인기 앱이다.

 

쑤헝마오는 자살 직전 위폰의 메인 창에 “회사 대표가 악처에게 죽임을 당해 더 이상 위폰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잘나가는 프로그래머인 쑤헝마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쑤헝마오는 지난 3월 말 결혼정보 모바일 앱인 시지쟈위엔(世紀佳緣)에 가입했다. 이 회사는 전도유망한 쑤헝마오에게 VIP 회원자격을 부여했고, 현재 전처가 된 아름다운 ‘그녀’를 소개받았다. 6월에 백년가약을 맺고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운명 같던 사랑은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이혼 과정도 순조롭지 못했다.

 

위폰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다. 인터넷 전화를 쓰기 위해 외국에서 결제하는 사용자가 많은데, 위폰 측은 중국 당국에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세금을 탈루했다. 그녀는 이 사실을 공안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신혼집과 1000만위안(약 17억원)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전처의 협박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이 사실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쑤헝마오 본인은 괴로워하다 잘못된 선택을 했고, 부모는 생때같은 아들을 잃어버렸다. 위폰 사용자들도 피해를 봤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가장 큰 곤경에 처한 것은 쑤헝마오에게 전처를 소개해준 결혼정보회사 시지쟈위엔이다. 그녀는 쑤헝마오와 만나기 전에 이미 결혼했던 경력이 있었지만 이 회사는 이를 알리지 않고 미혼으로 소개했다. 그녀의 실명인증도 하지 않는 등 ‘검증’이 부족했다. 누리꾼들은 그녀가 결혼 전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쑤헝마오에게 접근했고, 시지쟈위엔이 이를 방조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모든 비난은 시지쟈위엔에 쏠렸다. 쑤헝마오가 자살 한 후 시지쟈위안의 모회사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모바일 세상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중국은 앱 천국이다. 지갑이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구매, 결제, 배송 등 거의 모든 경제생활이 가능하다. 음식 배달부터 결혼, 구직, 난치병 치료까지 인생이 걸린 중대사도 앱과 의논한다. 이런 현상에 기대어 중국의 사회문제가 모바일 앱의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

 

산둥의 한 농촌에서 태어난 리원싱(李文星)은 유명학교인 둥베이대를 졸업한 후 구직구인앱인 ‘보스지핀(BOSS直聘)을 통해 톈진에 있는 소프트 회사에 취업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소프트회사 껍데기를 쓴 다단계회사였다. 리원싱은 다단계회사에 시달리다 못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수차례 돈을 빌렸다.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누가 전화하든 절대 돈을 주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졸업생을 이용한 다단계회사에 1차 책임이 있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다단계회사의 횡포보다는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무책임한 보스지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지난해 희귀암에 걸린 대학생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가 추천한 병원에서 엉터리 치료를 받다가 숨지자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바이두의 검색 광고다. 중국의 허술한 의료정보 감독관리 제도 문제는 쑥 사라졌다.

 

정보의 홍수, 모바일 세상에서 관시(關係·관계)보다는 검색의 힘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검색 결과가 나오면 실존대상이지만, 검색해도 자료가 나오지 않으면 무존재와 마찬가지다. 

 

일련의 사건에서 드러난 무책임한 중개 앱의 운영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플랫폼 운영자는 당연히 검증의 책임도 짊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모든 잘못을 돌린다고 해서 당국의 관리 소홀 책임까지 면책된다고 볼 수 없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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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 완전 파괴’를 경고했다. 이에 질세라 다음 날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성명’을 통해 미국에 대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으로 맞받았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말폭탄이 우리 머리 위로 날아다니면서 다시 ‘10월 위기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말했듯이 ‘태평양상 수소탄 시험’일 수 있고,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한 탄두를 장착하고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ICBM 발사일 수도 있다. 또는 괌 주변 공해상으로 IRBM을 실제로 쏠 수도 있다. 북한이 이 같은 군사적 도발을 하게 되면 일단 미국도 체면 때문에 군사적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전략폭격기가 뜨고 한반도 해역으로 항공모함이 올라올 것이다. 이쯤 되면 북·미 사이에 낀 우리 국민들은 전쟁공포 속에서 불안에 떨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엔본부 _ AFP연합뉴스

 

시도 때도 없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만 벌써 10개나 된다. 북한의 핵정책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이 대북 제재인데, 북한은 핵정책 변화와는 반대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제재결의안이란 처방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어보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되고, 북한의 대응도 중증 수준이 되어 가고 있다. 강한 처방을 내놓아도 의도된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처방을 내놓은 쪽에서조차 일종의 제재 피로증후군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그래서인지 압박과 제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밤이 깊어 가면 그만큼 새벽이 가까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 완전 파괴’를 언급하자 워싱턴 포스트가 트럼프를 비판하고 나섰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를 풍자한 만평도 쏟아지고 있다. 김정은의 도발 못지않게 북한을 자극해서 한반도 안보상황을 악화시키는 트럼프, 한반도 내 군사적 위기를 가중시키는 이 둘의 어이없는 맞대응을 언론들은 꼬집고 있다. 언론이 이런 방향으로 가기 시작하면 향후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은 국내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이고, 국제적으로도 호응받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일으키는 북한보다 해결책임이 있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대화와 협상 쪽으로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있다. 메르켈 총리가 북핵 중재 용의를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위기관리 차원에서 미국이 먼저 대화·협상 쪽으로 핸들을 틀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중요하다. 유엔 총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재 4번, 압박 1번, 평화는 32번 언급했다. ‘평화’를 32번이나 언급한 것은 한반도 안보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점에서 트럼프와는 대조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1일 통일부가 유니세프와 WFP의 북한 영·유아 및 모자건강 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정부 내 일부 부처의 우려와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일본 총리의 지원 연기 요청도 거부하면서 대북 지원을 결정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사명으로 하는 통일부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남북관계 복원의 마중물을 부었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지난 6월 ‘무주 세계태권도대회’에 참가했던 북한의 장웅 IOC위원은 “스포츠 위에 정치 있다”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공동 개최를 거부했었다. 그랬던 그가 최근 “스포츠와 정치는 무관하다”고 석달 만에 말을 바꿨다. 북한이 남북 스포츠회담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비치는 발언이다. 북·미 간 우발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 복원의 기미가 감지된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기회일 수 있다.

 

혼란스러운 정세일수록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방향성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 복원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고, 평창올림픽도 남북관계 복원의 기회라면 기회가 될 것이다.

 

<황재옥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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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섬뜩한 경고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는 그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비하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자살 임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연설 내용만 봐서는 세계 지도자가 아니라 깡패 두목을 방불케 한다. 북핵 문제가 중요하다지만 어떻게 2500만명의 생명과 삶을 파괴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본부 _ AP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지도자들과 언론이 일제히 비판과 우려의 반응을 내놓았다. 당연한 일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키는 트럼프의 도발적 언어에 동조할 사람은 없다. 트럼프의 유엔 연설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다. “화염과 분노”처럼 트위터를 통해 위협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전에 준비했고, 유엔 190여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들 앞에서 한 공식 연설이며 유엔 데뷔 무대였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가 걸린 문제를 놓고 마치 누가 더 거칠고 위협적인지 김정은과 경쟁하는 듯한 트럼프의 경망스러운 행태는 특히 한국인의 걱정을 자아낸다.

 

극한적 용어와 초강경 태도는 트럼프식 과장법일 수도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전쟁 말고 선택지가 없겠지만, 실제 그런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의 연설 어디에서도 세계가 직면한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진지한 대안과 숙고가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대책 없이 막말을 쏟아내고 돌아설 뿐이다. 국제사회를 이끌 책임을 진 지도자의 자세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유엔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이 때문에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유엔에서 평화 회복을 호소하며 세계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세계 각국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인 자리를 전쟁 위협 무대로 활용함으로써 유엔을 모욕했다.

 

세계의 지도자라면 북핵 해결 전략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의 결속과 동참을 호소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미국은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국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렇게 하는 대신 마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눈앞에 둔 지도자처럼 극단적인 적대감만 표출했다. 미국 내에서 그가 유엔 연설을 자극적이고 강경한 수사를 통해 국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북핵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선동적이고 무책임한 협박만 일삼는 트럼프에게 세계의 지도자라는 호칭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트럼프의 유엔 연설이 남긴 것은 김정은 못지않게 세계 평화에 위험한 인물이라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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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지가 19일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인종청소와 관련해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수지는 인종청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뒤 국제 조사를 피하지 않겠다면서도 “반대되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사태 원인을 먼저 파악한 뒤 대응하겠다는 논리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본질을 호도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는 부수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군부를 옹호했다. 30분간의 연설 동안 미얀마 정부가 테러단체로 규정한 아라칸로힝야구원군을 지칭할 때만 로힝야라는 단어를 언급함으로써 ‘로힝야=불법이주자’라는 인식에 여전히 갇혀 있음을 드러냈다. 그의 발언 중 의미 있는 것은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난민의 미얀마 송환과 관련된 조치다. 이마저도 확인 절차를 거쳐 선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실효성에는 의문이 간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자문이 19일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네피도 _ AP연합뉴스

 

수지의 모호한 입장 표명은 다분히 국제사회의 비난을 모면하는 동시에 국내 정치적으로도 군부나 대다수 국민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의미 있는 조치를 기대한 국제사회로서는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이번 사태는 인도주의 재앙이나 다름없다. 최대 1000명이 사망하고, 난민 40여만명이 생겼다. 유엔은 ‘인종청소의 교과서 사례’라고 했다. 그동안 쏟아지는 비난에도 침묵해 온 수지는 “(집권) 18개월은 우리가 직면한 모든 도전과제들을 극복하는 데 매우 짧은 시간”이라며 그가 처한 현실을 이해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로힝야 문제는 인종과 종교 문제가 결부된 복잡한 사안이다. 더구나 군부와의 권력분점이라는 타협의 산물로 국가 최고직에 오른 만큼 수지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중국과 미국의 대결 구도하에 놓인 미얀마의 지정학적 처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이번 대응은 이해하기 힘들다.

 

국제사회가 수지에게 기대하는 것은 변명에 급급하는 모습이 아니다. 지난 20여년간 군부의 핍박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당당함과 용기다. 지금 수지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것이 더욱더 필요하다. 그것만이 인종청소의 공범자니, 군부의 대변인이니 하는 오명을 벗고 자신의 명예와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그런 수지를 위해서라면 국제사회는 언제든 연대의 손을 내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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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북핵·한반도 정책에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은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가에 군사적 조치로 맞서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했던 가치나 대선후보 시절 공약과는 다른 방향으로,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일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6차 핵실험 이후 정부는 대통령이 공언했던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탄두중량을 무제한으로 늘렸다. 또 한국의 방위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핵잠수함 도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일본 지도자보다 훨씬 강력한 표현으로 대북 제재 강화를 말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9월4일 (출처: 경향신문DB)

 

이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등 ‘안보상황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보상황이 엄중해져서 군사적 조치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은 일리가 있지만 위험하다. 그 말대로라면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핵무장까지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북한이 이끄는 대로 깊은 군비경쟁의 늪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한국은 이 악순환에서 빨리 빠져나와 다른 국면으로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 정부의 노력도 그런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

 

박근혜 정부가 ‘알박기’ 해놓은 사드를 철회할 수 없었다면 다른 것을 얻어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사드 배치의 대가로 받은 것은 미사일 탄두중량 해제였다. 미사일 족쇄를 푸는 것은 자주국방 차원에서 한국에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탄두중량을 늘리는 것이 지금 한국의 안보상황에서 그토록 시급한 일이었는가. 사드를 배치하는 대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대담한 대북 접근법을 시도해보자고 미국을 설득하고 북핵 국면을 전환해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는 왜 하지 못했는가.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워싱턴에서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 “전술핵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 있다”고 전하면서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말했다. 전술핵 배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장관이 이렇게 말한 의도가 무엇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전술핵 배치 주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핵잠수함 도입에 동의해달라는 것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군비증강에 매달리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언제까지 미국에 의존해서 살 수 없으니 독자방위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사드를 배치하고 탄두중량을 늘리고 핵잠수함을 도입하는 식으로 군비를 늘리는 것이 한반도 위기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이 핵을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 남한에 무기를 쌓아 놓는 것이 아니다. 자주국방도 필요하지만 동북아 군비경쟁이 촉발되고 그 피해를 한국이 고스란히 받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 그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한 주간지 기자가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 북한과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가랑이 밑을 기고 있는 것’이라며 옹호한 적이 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글을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통일·외교·안보 분야 행보에 대한 가장 정확한 분석”이라고 소개했다.

나도 문 대통령이 치밀한 계산속에 계획된 행보를 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그런 믿음을 주기에는 너무 허술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오락가락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급할 때는 말 바꾸기도 했다. 지난 6월 문정인 특보의 이른바 ‘워싱턴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문 대통령은 “나는 선거 과정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축소와 조정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명백한 사실을 부인했다.

 

또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남아 있다는 것이 한국 대법원 판례이며 정부도 그런 입장에서 과거사 문제에 임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뒤 일본의 거듭된 해명 요구에 “이 문제는 한·일 합의에 의해 해결된 것”이라면서 자신의 말을 정정한 적도 있다. 섣부른 ‘레드라인’ 발언으로 혼란을 자초하는가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원유수출 금지를 공개 요청했다가 거부당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인권변호사 출신 한국 대통령이 독재자 푸틴에게 “그런 조치는 북한 주민을 다치게 한다”는 훈계를 듣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프다.

 

문재인 정부가 최소한 외교안보 분야에서만큼은 철저히 준비된 정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상황은 박근혜 정부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당분간 더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나라는 어떤 모습인지,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외교전략을 가져야 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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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7월 유효구인배율은 1.52배였다. 일자리를 구하는 100명이 취업할 수 있는 기업이 152곳이라는 뜻이다. 유효구인배율은 지난 2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했다. 같은 날 취업정보회사 리쿠르트가 발표한 내년 봄 졸업예정인 대학생의 내정률(취직이 결정된 사람의 비율)은 84.2%였다. 지난해 79.3%보다 4.9%포인트 올랐다. 2개 이상 기업들에 취직이 결정된 대학생도 64.2%나 됐다. 최근 일본에서 이어지고 있는 ‘구직자 우위’ 취직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이쯤 되면 일본 젊은이들의 표정이 모두 밝아야 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젊은 사원들이 적지 않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취직이 이렇게 잘되는 시대에 우울증이라니. ‘취업절벽’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한국 입장에선 “무슨 배부른 소리냐” 싶겠지만, 일본에선 우울증 치료를 받거나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젊은 사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와세다대 4학년생은 “1년 위 선배가 입사하고 곧바로 우울증에 걸려 회사를 그만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밝혔다. 도쿄대 법학대학원생은 “사회인이 된 친구들이 정신적으로 앓고 있다는 글을 자주 본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산업전문의도 “신입사원의 우울증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런 ‘신형 우울증’의 특징은 직장에선 침울한 상태지만, 일터를 떠나면 밝아지곤 해서 상사들이 ‘진짜 우울병 맞나’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악화될 경우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마음의 병’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신형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든다. 우선 젊은 세대들이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耐性)이 약하다는 점을 거론한다. 달리기 경주에선 순위를 매기지 않고, 성적 순위를 발표하지 않는 등 20대가 거친 경쟁에 노출되지 않은 채 자랐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좋은 아이 증후군’이다. 항상 ‘좋은 아이’로 비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이를 조장한다. ‘연결’된 친구들은 많지만,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별로 없는 탓에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인 가운데 과정을 중시하는 ‘착실한 사람’이 많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런 사람은 중도에 좌절을 겪으면 ‘수정’이 안된다.

 

확실히 요즘 일본 젊은이들 가운데 스트레스를 못 견디는 사람이 적지 않다. 회사로 걸려오는 전화를 응대하는 게 괴로워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약해 빠졌어”라고만 생각하면 문제 해결은 난망하다. 젊은이들에게 과도한 압력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사회 구조나 사회적 분위기를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우울증 등 ‘마음의 병’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인정된 사례는 498건으로 해당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원인별로는 ‘파워하라’(직장 상사의 횡포)로 대표되는 직장 내 괴롭힘, 왕따, 폭행이 74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0명 증가한 107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일손 부족으로 인해 20대가 ‘즉시 전력감’으로 여겨지면서 직장에서 과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요즘 일본에서 거의 매일 듣는 말이 ‘일하는 방식 개혁’이다. 일본 정부는 장시간 노동 근절, 유연근무제 확산 등 실행계획들을 내놓고 있는데,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력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실행계획들 속에 뭔가 빠져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 사회는 개인보다 회사를 우선해야 한다는 ‘회사주의’가 뿌리 깊다. “주변의 공기를 읽는다”는 집단주의 문화도 여전하다. ‘좋은 아이’로 보이고 싶은 젊은이일수록 걸리기 쉽다는 ‘신형 우울증’도 이런 사회 구조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게 아닐까.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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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가솔린과 디젤 등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중단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 자동차산업을 담당하는 고위 당국자는 최근 “중국이 전통 에너지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는 연구를 시작했으며 곧 시간표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과 프랑스 등이 2040년까지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언론은 중국의 판매중단 시기를 204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연간 28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대국임을 감안하면 이번 선언은 지난 100여년간 자동차를 지배했던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한편으로는 신에너지 자동차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각국의 각축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의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중단은 당국과 업계가 혼연일체가 돼 새로운 자동차혁명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자동차업체로는 볼보가 이미 2019년 내연기관 차 생산중단을 선언한 상태이다. 중국은 전통적인 자동차산업의 후발주자지만 전기차 부문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어제부터 시작된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벤츠, BMW 등 글로벌 업체들은 전기차·수소차 등 신에너지차를 대거 선보였다. 신에너지차는 높은 가격, 짧은 주행거리, 부족한 충전시설, 배터리 수명 등 갈 길이 멀지만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장애물이 낮아지는 추세이다. 자동차를 구입해 관리하고 사용하는 데 드는 총소유비용 측면을 보면 수년 내 전기차값이 내연기관 차보다 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수치목표에만 매달린 채 공허한 보급계획을 내세우는 등 글로벌 시장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서 우왕좌왕했다. 현대차가 최근 친환경차 로드맵을 내놨지만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시장 판매감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후폭풍 등으로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조차 힘겨워 보인다. 한국의 전기차 판매비율은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자동차 후발주자의 딱지를 떼어내기는커녕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혁명에 머리를 맞대고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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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 사이에는 국경을 넘어와 불법체류하는 멕시코인을 혐오하는 표현이 꽤 있다. 멕시코인들은 왜건 승용차에 가족들을 태우고 심야에 경비병들이 잠든 틈을 타 국경을 넘곤 한다. 미국인들은 이른바 ‘개구멍 루트’를 통해 국경을 넘는 멕시코인들을 ‘못된 곤충떼’라고 힐난한다. 멕시코의 리오브라보강을 건너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인들은 ‘추악한 악어떼’로 불린다.

 

하지만 우호적 표현도 있다. 부모 세대들이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것과 달리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와 성장한 멕시코 청년들을 ‘드리머(Dreamer)’로 부르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려는 사람이란 뜻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2년 행정명령으로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다카)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처음 ‘드리머’로 지칭했다. 다카는 16살이 되기 전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해 최소 5년을 거주하며 재학 중이거나 취업한 30세 이하 청년에 대해 추방을 유예하는 제도다.

 

팀 쿡 미국 애플사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카는 위헌”이라며 폐지를 결정하기 하루 전인 지난 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쿡은 “애플에는 250명의 드리머가 근무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지지한다. 그들은 미국의 가치에 기반을 둔 동등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썼다. 아마존·페이스북·구글·MS 등 주요 기업 CEO 400여명도 행정부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인력의 72%가 드리머다. 다카를 폐지하면 미국 경제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드리머들이 미국경제를 지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 주역이란 뜻이다.

 

다카 수혜자는 80만명으로 추산된다. 한인 청년도 1만~1만5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다카 폐지로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오바마는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카 폐지는 잔인하고 자기 파멸적인 행위다. 미래가 밝은 청년들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다카 폐지 결정을 강력 비판했다. 훗날 미국 역사 교과서에는 “2000년대에는 드리머들의 꿈을 지켜주려 했던 대통령과 그 꿈을 무참하게 짓밟으려는 대통령이 있었다”고 기술돼 있지 않을까.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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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진출한 중국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음식점 하이디라오에는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여전히’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불과 10일 전 쥐가 제 집처럼 돌아다니는 불결한 주방이 공개되면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위생 상태가 낙제점을 받았지만 하이디라오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그래도 한번 봐줘야 한다” “여전히 좋다” 등 옹호하는 글은 물론 “다른 식당이라고 더 깨끗하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이디라오의 인기가 불결한 주방 공개를 계기로 오히려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하이디라오는 특급 서비스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으며 전국에 117개 지점이 있고 로스앤젤레스, 싱가포르, 도쿄, 서울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연간 매출액 5000억원을 넘고 직원도 2만명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중국 법제만보가 4개월에 걸친 잠입취재로 베이징 진송점과 타이양궁점 두 곳의 위생 상황을 폭로했다. 쥐가 들끓는 주방에서 직원들은 훠궈 식탁에 올리는 국자로 막힌 하수구를 청소했고 식기세척기에는 음식물 찌꺼기가 엉겨 붙어 있었다. 1994년 창립 이후 20년 넘게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하이디라오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하이디라오는 더러운 위생 상태와 동영상이 공개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신속하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조사 결과 매체에 보도된 문제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매우 유감스럽고 송구스럽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어떤 경제적, 법적 책임도 다할 것이며 하이디라오의 설비에 대해 개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신속한 잘못 인정, 진솔한 사과, 사태 수습 방안이라는 사과의 요소가 두루 갖춰졌다. 다시 2시간 만에 해당 점포에 대한 5가지 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각 개선 조치에 대한 책임은 본사 임원진이 맡기로 했다. 중국인들이 감동한 부분은 이 같은 본사의 책임지는 자세였다. 식당 체인인 하이디라오는 비정규직이 많다. 본사는 해당 점포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다. “본사가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탓”이라며 모든 책임은 회사 이사회가 지겠다고 나섰다.

 

하이디라오의 사과 화법은 공산당의 화법과는 반대다. 공산당은 직답하지 않는다. 수수께끼 같은 모호한 대답을 늘어놓는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를 앞둔 지난 2월 말 간담회에서 ‘올해도 경제성장률 목표를 구간으로 발표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공산당 간부는 주저 없이 “그것은 양회 개막일에 리커창 총리가 알려줄 것”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차관급인 공산당 부부장은 19차 당대회 개막일을 묻는 기자들에게 날짜는 귀띔해주지 않고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공산당은 잘못을 인정하는 데도 인색하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탓을 한다. 부처끼리 책임을 미루고,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만들기 일쑤다. 특히 행정집행으로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비정규직 집행요원이 거의 모든 책임을 짊어진다. 산시성 옌안시에서 발생한 주민 폭행 사건, 저장성 창난현에서 사진 찍는 행인을 때려 다치게 한 사건, 구이저우 카이리시에서 과일 노점상 여주인을 구타한 사건 등은 모두 비정규직 공무원이 저지른 일이라는 해명으로 꼬리를 잘랐다. 전국을 다니며 행패를 부리는 비정규직이야말로 중국에서 가장 바쁜 직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아마 공산당의 모호한 사과법에 질린 중국인들이 하이디라오의 깔끔한 사과에 열광했는지도 모르겠다. 비정규직 탓만 하는 공산당 때문에 본사가 모든 잘못을 떠안은 하이디라오가 면죄부를 받았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누구나 제대로 된 사과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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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로 상대의 핵무기를 무력화시키고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 이후 북한의 위협을 상쇄시키기 위해 우리도 핵무장을 하거나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도처에서 고개를 든다.

 

이 같은 주장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 근거는 ‘공포의 핵균형’이다. 상대를 절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서로 가짐으로써 심리적으로 상대의 선제공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핵무장 국가가 됐으니 우리도 핵으로 무장해 심리적 공포상태의 균형을 이뤄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1면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는 기사와 사진을 게재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두로 장착할 더 높은 단계의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고 이날 보도에서 주장했다. 연합뉴스

 

이게 사실이라면 한국은 그동안 ‘동반 핵무장’이라는 지극히 간단한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초간편 해법을 놔두고 20년 동안 헛수고를 한 셈이다. 또한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도 아주 쉽다. 모든 나라가 핵무기를 하나씩 갖고 서로를 견제하면 세계 평화가 올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포의 균형론’은 개념상으로만 존재하는 이론이며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적용 가능한 비현실적 해법이기 때문이다.

 

핵무기가 전쟁을 막아주지는 않는다.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 핵보유국도 전쟁에 휘말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로 인류는 핵전쟁에 가장 가까이 서기도 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은 핵무기가 없는 아르헨티나가 핵보유국인 영국을 상대로 일으킨 경우다. 핵을 갖고 있으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들이다.

 

이론적으로나마 공포의 균형이 성립하려면 상대도 매우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서른을 갓 넘긴 예측불가능한 지도자가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고 국제질서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와 이성적으로 교감하면서 균형을 이룰 자신이 있는가. 동반 핵무장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똑같은 수준의 나라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비핵화를 영구히 포기하는 것이며 분단을 고착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하고도 핵전쟁의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핵전쟁은 면밀한 계산에 의해 벌어지지 않는다. 오판·우발적 충돌·사고 등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핵무기가 늘어날수록, 핵보유국이 증가할수록, 핵통제 체제가 느슨해질수록 핵전쟁 확률은 높아진다. 남북 동반 핵무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멸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핵무장 주장은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무력감의 다른 표현일 뿐 북핵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북핵 문제의 엄중함을 진실로 인식하고 있다면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주장으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한번 더 숙고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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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나아가 전 세계는 6번째 핵실험으로 한껏 높아진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즉각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결정,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제 트위터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언급한 뒤 “내가 한국에 말했듯,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북핵 대응책을 협의하기도 전에 평화적 해결을 주장한 동맹국을 공개 비판한 것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책임전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부인은 트럼프 강좌에 참석 한 후 북한 공격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의 한국 비판은 부적절한 수준을 넘어선 적전분열로까지 비칠 수 있는 심각한 전략적 실패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에서 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북·미 간의 일이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핵개발에 나섰고, 협상력 제고를 위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트럼프 자신도 미국의 역대 정권들이 북한을 잘못 다뤄 북핵 위기가 고조됐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할 일은 정책을 재점검하고 한국과 함께 북핵 문제를 풀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엉뚱하게도 북한의 핵실험 책임을 한국 정부 탓으로 돌렸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한·미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어 이득을 취하려는 북한의 전술에 놀아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들은 ‘협상가’ 트럼프가 북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보고받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금까지 보여준 북핵 대응은 실망스럽다. 군사적 해결 방안과 대화를 통한 해법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일관성을 잃었다. 북핵의 본질을 잘못 파악했을 뿐 아니라 자칫 호도하려는 태도마저 엿보였다. 북한의 도발 와중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언급한 것은 정상적인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 그의 잘못된 북핵 인식에 모험적 대응이 겹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북핵은 확고한 대북정책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접근해도 풀기 어렵다. 군사적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북한을 압박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려면 미국과 그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인식하는 게 먼저다. 트럼프가 진정 책임있는 지도자가 되려면 동맹국을 탓하고 엉뚱하게 압박하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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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는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2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중단하고 곧바로 폐기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한·미 FTA에 대해 참모와 논의하겠다”고 밝혀 모종의 변화를 시사했다. 다만 백악관이 정말로 협정 폐기를 고려하는 것인지,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엄포용’인지는 불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한 협상이 단 한 차례 열렸는데 협정 폐기를 운운하는 것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22일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미국은 협정 발효 이후 미국의 무역 적자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조속한 개정협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측은 한·미 FTA가 미국의 적자 원인이 아니므로 양측의 전문가들을 구성해 객관적으로 평가·조사하자고 요구했다. 첫 회의가 불만족스럽다고 곧바로 협상테이블을 걷어차는 미국의 태도는 애초부터 협상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들게 할 뿐이다. 한·미 FTA가 미국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많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한·미 FTA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협정체결 이후 미국의 한국시장 점유율도 8.5%에서 10.6%로 높아졌다. 또 한국의 대미 자본투자는 48억달러에서 129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올 들어 한국 기업들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작금의 한반도 주변상황은 더욱 공고한 한·미관계를 요구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한·미 FTA 폐기 카드는 양국 간 통상마찰과 동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주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한·미 FTA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논의가 경제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전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기대한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요구에 따른 대응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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