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에 해당되는 글 356건

  1. 2018.11.30 [정동칼럼]난기류에 휩싸인 한반도 평화
  2. 2018.11.29 [사설]한·미 정상회담, 비핵화 협상 활성화의 모멘텀 돼야
  3. 2018.11.26 [사설]남북철도연결조사 제재 면제, 북·미 협상 촉진하길
  4. 2018.11.23 [사설]남·북·미의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제도화로 이어져야
  5. 2018.11.21 [시론]‘통일 한국’ 미래를 지지하는 러시아
  6. 2018.11.16 [세상읽기]가짜뉴스에 기댄 그들
  7. 2018.11.15 [사설]하루 만의 ‘북한미사일 소동’이 전하는 교훈
  8. 2018.11.14 [이대근 칼럼]트럼프의 사랑이 부족하다
  9. 2018.11.14 [사설]뜬금없는 북 미사일 기지 논란, 비핵화협상 망칠 셈인가
  10. 2018.11.13 [사설]북·미, 협상 근간 해치는 자극적인 언사 자제해야
  11. 2018.11.09 [시론]‘통일비용’은 없다
  12. 2018.11.02 [편집국에서]고르비의 선택, 김정은의 선택
  13. 2018.11.02 [사설]남북 군사합의 공개 지지한 미 국방장관 발언의 의미
  14. 2018.11.02 [정동칼럼]미국 중간선거와 한반도평화
  15. 2018.11.01 [동서남북인의 평화찾기]트럼프에게 영예를, 우리에게는 주권을…
  16. 2018.11.01 [사설]한·미 워킹그룹 합의, 비핵화 공조 강화의 계기 되기를
  17. 2018.10.23 [사설]연합훈련 유예를 둘러싼 한·미의 다른 목소리
  18. 2018.10.22 [아침을 열며]속도의 비대칭이 한·미 공조 균열인가
  19. 2018.10.19 [사설]교황의 방북 수락을 환영한다
  20. 2018.10.16 [세상읽기]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지대

교착상황으로 치닫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평양정상회담으로 되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가 다시 난기류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2017년의 전쟁위기 이후 엄청난 평화의 반전을 이루었던 2018년이 한 달 남짓 남은 지금, 분위기는 조금씩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물론 한반도 ‘평화 만들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정상회담들과 급진전으로 합의가 이어졌던 것과 상대적으로 속도가 비교돼 현재의 난기류가 더 불안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일단 문제의 핵심은 미국이다. 전형적 ‘강짜 부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신뢰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며,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레짐을 약속했음에도 여전히 대북 불신은 변함없다. 일방적 양보만을 요구한다. 북한은 이미 이례적으로 양보를 했고,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추가 양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만 무한반복하고 있다. 트럼프도 북한에 아무것도 양보한 것이 없다고 대놓고 말한다.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떤 조건에서 어떤 양보를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완전히 침묵하면서 북한의 전적인 굴복만 요구한다. 

 

미국은 한국을 향해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를 앞서선 안된다고 압박한다. 하지만 그들이 서있는 위치를 밝히지는 않으면서 앞서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논리의 오만일 뿐이다. 로드맵이나 계획을 한국과 의논하는 것이 공조의 본질이지만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한·미 워킹그룹을 공조를 위해 만들었고, 쌍방향 논의의 틀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봐도 미국이 한국을 제어하려는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인식이 부담이 됐는지 남북 공동철도조사를 제재 예외로 인정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조사를 넘어 철도 연결까지 인정해야 비로소 여론 무마를 위한 제스처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테지만 아마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비핵화를 완성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국의 구두약속만 믿고 모든 카드를 내려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리비아에 대한 약속 위반을 목격한 북한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의 불신상황에서 핵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신고하는 것은 미국에 폭격리스트를 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불가하다는 말이다. 미국은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해법이 없다. 트럼프는 해법을 모르고, 강경파는 해법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비핵화는 사실상 북한이 굴복하고 핵을 포기해야 해결되는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의 포기를 유도하고, 특히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처럼 포장해줘야 한다. 북한에 자존심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체제 유지의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를 모르거나 또는 알고도 패권의 힘을 보여주며 제압하려 한다. 여기에는 트럼프와 강경파가 일치한다.

 

난기류는 비행 중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무서우나 비행기를 추락시킬 만큼의 위협은 아니다. 호흡을 고르고, 안전띠를 매야 할 시점인 것은 맞다. 매우 단기적으로 관리 모드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연내 종전선언, 연내 김정은 답방, 트럼프 1기 임기 내 비핵화 완료 등 남북이 타임라인들을 제시했던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시한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고, 당분간은 관리모드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속도조절론에 동의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비핵화도 평화도 모두 비가역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치고 나갈 시점을 노려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이 계속 국면을 장기화하고 압박만 지속한다면, 우리가 나서야 한다. 미국의 눈치만 보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팀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지금까지 나름의 역할을 했다지만 사실 실력보다는 평창의 도움과 북한의 조응, 그리고 트럼프의 소위 ‘하드캐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행운이 따랐다. 실력을 보여야 할 결단과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세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혼자 가지 말고 소통하라!’ 반대자들은 물론이고 지지자들을 외면하는 독주는 갈수록 고립과 반발을 초래할 뿐이다. ‘부딪치고 협상하라!’ 미국 말을 듣고 번역만 하지 말고 설득해내고 필요하면 맞서야 한다. 자신 없으면 내려오는 편이 낫다. 마지막으로 ‘절박한 심정으로 주도하라!’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것이고, 이 기회를 놓치면 민족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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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막하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다고 양국이 28일 발표했다. 회담의 시간·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협의 중이라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중재가 긴요한 상황에서 시의적절하게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

 

최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다시 교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큼 지지부진하다. 이달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은 데 이어 다음달 중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회담까지 사실상 무산됐다. 이런 상태로 올해를 넘기면 북·미대화의 동력이 약화돼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면 전환이 시급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북·미 모두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내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차기 대선 등 국내 정치 측면에서 북한과의 협상은 버리기 어려운 카드이다. 북한도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며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미 국무부가 이날 북·미 고위급대화를 위해 “다양한 수준에서 북한과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문 대통령이 당장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묘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마침 미국이 결정한 유엔의 대북 제재 면제조치로 남북의 철도연결을 위한 공동조사가 30일 시작된다. 남쪽의 열차가 신의주와 두만강까지 북측 철도 구간을 달리는 역사적 장면이 연출된다.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설명함으로써 대북 제재완화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이끌어낸다면 상당한 소득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북한의 핵시설 폐기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중재도 필요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으로 최근 보도됐다.

 

문 대통령은 북·미 고위급회담 성사 단계에서부터 주요한 동력을 제공해왔다. 정상들이 이끌어가는 톱다운 방식의 북·미 간 대화는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급격히 추동력이 약화되는 허점을 드러내왔다.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돌파구를 마련해줘야 할 때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고위급회담, 실무회담이 속속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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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3일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를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기로 의결했다. 한국 정부가 철도 공동조사에 필요한 유류 등 물품을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을 안보리 대북 제재에서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하자,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이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남북협력 사업이 북핵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한 데 따른 조치이다.

 

청와대가 이번 조치를 “남북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고 평가했는데 그럴 만하다.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유엔의 제재 면제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에 대한 물품 반입이 있었지만 이는 기존 시설을 보수·확장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새로운 사업을 승인한 것으로, 남북은 다음주 철도 연결을 위한 조사에 착수하게 되며, 나아가 연내 착공식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북 제재 해제 조치가 미국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유엔사가 남북군사합의 이행을 지지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내년 봄 독수리훈련의 범위 축소를 밝힌 데 이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북·미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청신호를 잇따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아쉬운 것은 이번 제재 해제 조치가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남북이 공동조사 후 철도연결 사업에 본격 착수하려면 별도로 제재 면제를 신청해 예외로 인정받아야 한다. 남북사업에 대한 제재 해제의 폭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남북 간에 합의된 협력 사업 전반에 걸쳐 제재 면제를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인 목적이 대북 제재가 아니라 비핵화인 만큼 무리한 발상이 아니다.

 

다음주 아르헨티나에서 한·미·중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북·미 고위급회담도 열릴 수 있다고 한다.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북·미 간 협상이 더딘 것은 양측 모두 오랜 적대관계에서 비롯된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이제는 북·미가 비핵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과감한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철도연결을 위한 대북 제재 해제가 양측 간 신뢰를 쌓는 든든한 초석이 되어 향후 북·미대화 진전을 촉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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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당국이 22일 유해공동발굴을 위해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는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을 잇는 도로를 개설했다. 도로는 길이가 북측 1.3㎞, 남측 1.7㎞ 등 총 3㎞가량이며, 폭은 최대 12m이다. 2004년 12월 금강산 육로 관광을 위해 동해선 도로를 개통한 적이 있지만, 한반도 정중앙인 철원지역에 남북을 관통하는 도로가 만들어진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남북은 DMZ에서 각각 GP 10개를 시범적으로 철거하기로 하고, 지난 20일 북한이 먼저 폭파방법으로 작업을 완료했다. 북한의 선제적 GP 철거는 남북군사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

 

남북의 GP 철거와 DMZ 내 전술도로 연결은 남북 간 군사 분야 신뢰구축의 실질적인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이 치열하게 전투를 치른 곳에서 지뢰를 걷어내고 도로를 연결한 것은 의미가 크다. 앞서 남북의 군인들은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남북이 군사적 긴장완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남북이 합의대로 연말까지 GP 철거에 대한 상호 검증을 완료하고, 내년 4월부터 유해공동발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남북 간 비무장지대를 통한 왕래는 더욱 활발해진다. 이런 차에 내년 봄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을 축소하겠다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밝혔다. 북한이 꺼리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함으로써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남·북·미의 잇단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탄력이 붙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남북 간 관계 개선은 과거와 달리 경제가 아닌 군사 분야가 선도하고 있다. 이것이 가져오는 남북 간 긴장완화 효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직접적이고 다대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일은 아니다. 군사 분야 외에 철도·도로 연결, 산림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간 합의가 신속히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이런 남북 간 합의 이행이 이벤트성 행사를 넘어 일상화·제도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남북 간 관계 진전이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불가역적인 단계로 접어든다. 마침 미국이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철도 연결이 남북 간 경제 분야 협력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제자본의 북한 투자가 성사된다면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위협은 무의미해진다. 북한의 비핵화를 가장 견실하게 담보하는 방안은 결국 북한이 경제개발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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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반도에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났다. 이 변화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용기 있고 창조적인 외교의 결과이다. 두 정상은 중단되었던 남북대화와 협력을 재개한다는 뜻을 우선적으로 밝혔다.

 

남북한 화해의 계기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2017년 말까지 폭발 직전의 위험한 상황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 형성되었기에 남북 화해는 더욱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리고 전례 없이 짧은 기간에 ‘올림픽 화해’가 이루어지고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함으로써 한국인 스스로 한민족과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고자 함을 보여주었다.

 

2018년 4월27일 사상 세 번째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결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이 채택되었다. 이 역사적인 문서가 실행되면 남북은 평화공존으로 향하는 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선언문의 핵심은 8000만 겨레와 지구촌에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이 없음을 엄숙히 선언한 것으로 이는 또한 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세계는 남북의 합의사항 실천의지를 보았다. 판문점선언 100일을 맞아 발표된 청와대 자료에는 판문점선언으로 남북 국민들이 전쟁 공포에서 벗어나 평화와 대화가 일상화되었음을 평가한다.

 

5월의 판문점 정상회담과 9월의 평양 정상회담은 이러한 면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들이다. 5월 남북정상회담의 의의는 한민족의 이해에 관련된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들에 대해 남북 정상이 신속히 대처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남북 정상의 공조로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9월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은 한반도 운명을 결정하는 데 남북이 선도적 역할을 한다는 결의를 보여주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선언에 기록된 정치적 합의들을 구체화하는 진전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 중요한 행보를 내디뎠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와 특히 북·미 간의 평화구축 및 적대관계 청산 중 어떤 것이 선결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견이 계속 표출되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가 우선순위임을, 북한은 그 반대거나 적어도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0년대 초 합의한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는 조항에 근거하여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남·북·미의 정상들이 그들 앞에 놓인 역사적 책무를 충분히 인식하고 지난 세월 열리지 않았던 ‘기회의 창’을 공고한 평화와 지속적인 협력을 보장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북한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대북 제재의 완화”라는 ‘솔로몬식 해법’을 되새겨 보길 권고한다.

 

러시아는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환영한다. 러시아는 이 과정이 한반도의 오랜 위기상황을 해소하고 남북관계 정상화와 동북아에 보다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정세가 구축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남북의 화해와 관계개선은 러시아에 매우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두 가지 주요 관점에서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한다.

 

첫째, 러시아는 극동지역 국경에 접해 있는 긴장의 진원지가 사라지는 데 주목하기 때문이다. 긴장과 갈등의 진원지는 대부분 남북관계의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생겨나 커져 왔었다.

 

둘째, 한반도와 그 주변의 긴장은 남·북·러 3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자경제협력 실천에 심각한 장애물이 되어왔음이 누차 입증되었다. 한국의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을 유치하여 시베리아와 극동러시아 지역에 경제프로젝트들을 실현함은 모두에게 확실한 경제적 이득을 줄 뿐 아니라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러시아는 남북한에 수시로 환기시켜왔다. 역으로 이 프로젝트들의 실현은 남북 간의 상호 이해, 신뢰, 협력 심화에 다시 일조한다.

 

다시 말해 국가 안보와 경제적 실리 모두에서 러시아에 남북관계 정상화는 오직 이득이 될 뿐이다. 그러기에 2018년 일련의 남북정상회담들에서 합의된 사항들이 실현되어 한반도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지길 러시아는 진심으로 희망하며 우호적인 통일 한국이 한반도에 탄생하는 미래를 변함없이 지지한다.

 

이미 성사된 남북정상회담과 앞으로도 이어질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는 단순한 지역적인 사건으로서의 범주를 완전히 뛰어넘어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정의 큰 이정표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냉전 시대의 유물로 남아있는 마지막 긴장의 진원지 중 하나가 극복되는 데 기여하고 ‘한반도 비핵화’ 확립에 도움이 됨을 확신한다.

 

<알렉산드르 제빈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 한국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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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를 곱씹어 보겠습니다. 대북정책의 미래가 큰 관심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위해 북·미관계 개선을 서둘러왔습니다. 선거가 끝났으니 진전이 이전만 할 순 없겠죠. 당장 고위급회담도 취소됐고 백악관에서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했으니 국정운영 전반이 경색되고 북·미관계가 경색될 가능성도 있죠. 북·미 협상을 비판하던 빅터 차의 기관이 북한 ‘비밀’ 미사일 기지를 찾았다며 호들갑 떤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접근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 미국 정치는 2020년 대선 국면을 맞습니다. 대결이 더 치열해지면서 트럼프는 의회 견제가 작은 영역, 즉 외교에 집중할 겁니다. 핵문제 해결이 정치적으로 더 중요해지면서 북한과는 대화하고, 이란과는 대결하며 성공이라 자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1월14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중요한 이슈도 있습니다. 이민 문제가 그중 하나죠. 이는 트럼프 정부 핵심 관심사입니다. 대선 캠페인 때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자고 해 재미를 봤죠. 올해는 ‘캐러밴’ 파동을 일으켰습니다. 수천명의 중미 난민이 미국으로 향하자 트럼프는 이를 침략으로 규정하고 군대마저 배치했죠. 덩달아 트럼프 지지자들은 나라를 지켜야 한다며 민병대를 조직해 국경으로 향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난민 행렬을 안보 위협으로 믿고 있습니다. 난민에 범죄자가, 특히 테러리스트가 섞여 있다며 트럼프 선동에 환호하죠. 난민 수천명이 미국을 흔들 수 없습니다. 이미 1000만명이 넘는 불법 이민자가 일상의 일부가 돼 있는 마당에 몇만명이 와도 표도 안 날 겁니다. 게다가 군대로 막을 수 있는 국경도 아닙니다. 겁박과 생색일 뿐이죠.

 

이런 선동이 먹히는 데에는 뿌리 깊은 인종주의가 있습니다. 백인 땅에 유색인종이 몰려와 백인문화를 흐리고 그들만의 미국을 바꿔버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있죠. 트럼프는 자기 정치력을 위해 이를 교묘히 이용합니다. 각종 정책이나 발언을 통해 인종주의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킵니다. 이제껏 그런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이들은 대통령의 ‘재가’에 황송할 수밖에요. 여기에 각종 가짜뉴스가 이런 분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공공연한 폭력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유대교 회당에서 백인 총기 테러로 11명이 목숨을 잃었죠.

 

왜 우리가 미국 이민 문제에 주목해야 할까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예멘 난민 논란으로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무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죠.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잔인성은 비밀이 아니니까요. 나와 다른 이를 타자로 구분해 무조건 적대시하는 경향은 ‘외국인’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 특정 종교 신자, 장애인, 정부 등 무차별적입니다. 가짜뉴스가 이들의 공포와 분노를 부추기고 있는 점도 미국과 비슷합니다. 이를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이들의 선동과 극우행태도 폭력으로 이어졌죠. 미국 같은 극단적 사태가 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돌이켜 볼 점은 중간선거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미국 선거는 조금 복잡합니다. 상원의원 임기가 6년, 대통령은 4년, 하원의원은 2년이죠. 그러다 보니 2년마다 연방정부 선거가 있고 대선과 대선 중간의 선거, 즉 중간선거를 치릅니다. 덕택에 유권자들은 정부를 평가할 기회를 얻죠. 덕택에 트럼프 임기가 2년이나 남았지만 미국 유권자는 대통령과 공화당을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유권자도 그런 기회가 필요하지 않나요?

 

자유한국당 의석수는 현재 112석으로 총 의석의 37%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은 20%에 불과하고 정책 대안은커녕 말도 안되는 생떼만 부리고 있죠. 이들 대부분은 박근혜 허깨비 정부에 조력, 방관하며 사또질을 해댔습니다. 처절한 반성도 모자랄 판에 가짜뉴스에 기대서 부활을 꿈꾸고 있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었던 게 불과 몇개월 전이었지만 이제 태극기세력은 우익의 근간이라며 들썩이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다 같이 밀고 나가도 힘겨울 판에 귤상자마저 걷어차며 씩씩거리고 있죠. 하지만 우리는 2020년까지 꼼짝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민주주의라면 참 모자란 민주주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그들의 고함에서 배웁니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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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전날 공개한 북한의 ‘삭간몰 미사일 기지’와 관련해 “충분히 인지한 내용이며, 새로운 것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가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며 CSIS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대해서도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국가정보원도 14일 북한 삭간몰 미사일 기지와 관련해 “이미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통상적 수준의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 정부가 공히 문제의 보고서에 대해 새로울 것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북한 미신고 미사일 기지’ 의혹은 하루 만에 진화되는 양상이다.

 

CSIS의 보고서는 처음부터 부정확한 사실과 이미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반감을 가진 미국 조야와 한국의 반북세력을 움직이기에는 충분했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개발을 멈추거나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국내 보수세력들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사실확인 차원의 설명을 하자 “북 대변인 행태”라고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_AP연합뉴스

 

미국의 싱크탱크와 언론이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 건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그 분석과 전망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NYT가 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보도한 것은 뜻밖이다. 부디 팩트 체크가 부족해 벌어진 실수였을 뿐, 정치적 저의가 없었기를 바란다. 

 

그간에도 미국의 싱크탱크나 언론이 대북 강경론을 부추기는 보고서나 보도로 북·미 협상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었다. 그런 만큼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미 하원을 장악한 정국구도 변화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메커니즘이 본격 작동할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필요한 논란을 신속히 진화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 사실을 확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대북 회의론은 앞으로도 북·미 협상 과정의 틈새를 꾸준히 노릴 것이다. 이번 해프닝도 북·미 협상의 교착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이 커진 시기에 불거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기로 목표를 세운 이상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집중력 있게 협상을 이끌어나갈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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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한국 전쟁 이후 계속된 미국의 제재 속에서 핵무장을 했다. 제재는 핵무장을 막는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아니, 핵개발을 부추기는 나쁜 방법이었다. 미국은 68년에 걸쳐 입증된 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여전히 제재가 비핵화 전환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믿는다. 이런 신념체계를 지닌 세계에서 북핵 문제가 교착 상황에 처할 때 내릴 수 있는 처방은 제재 강화밖에 없다. 제재 시간이 길수록 제재받는 쪽의 고통은 커지고, 그로 인해 굴복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 논리를 배반하는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처음 밝혔을 때 6개월~1년의 단기간 핵 폐기를 요구한 것이다. 북한은 당연히 거부했다. 이때 트럼프는 깨달았을 것이다. ‘조급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된다. 북한을 강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2년 내 핵 폐기를 목표로 하자는 김정은의 유혹적인 제안에 “시간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뿌리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미국 중간 선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7번이나 반복했다. 주문을 외고, 자기 최면을 거는 것 같았다. 중간 선거 이후 혹시 대북 접근법이 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품지 못하게 일찌감치 싹을 잘라 버리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이 할 일은 북한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 접근법, 어디서 많이 듣던 것이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시간이 갈수록 오바마를 닮아간다는 말을 트럼프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정말 트럼프 편이어서 그의 성공을 보장할까? 북한은 이미 주변국과의 관계를 상당히 개선했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대립하는 사이 북한이 숨 쉴 구멍은 더 커졌다.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생존 공간은 확장될 것이다. 이 공간을 제재로 다 막을 수는 없다. 게다가 북한은 제재에 내성이 생긴(sanction-proof) 경제 체제로 진화했다. 시간을 견디는 일에 관한 한 누구보다 익숙하다. 그런 북한을 상대로 대통령·부통령·국무장관이 차례로 나서 앵무새처럼 제재 제재 하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12일 마치 북한이 미사일 기지 13곳을 숨겨놓은 것을 적발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렇게 하면 북한이 겁을 먹고 핵 폐기에 나설까? 아니면, 쉽게 핵을 포기해서는 안되겠다고 마음을 굳게 다져먹을까? 제재 우선 정책은 북핵 문제 해결책이라기보다 ‘김정은에 속고 있다’는 미국 내 비판을 의식한 알리바이용이다. 미국에서 북한의 핵 보유는 나쁜 행동이며, 따라서 핵을 가진 북한과 협상하는 것 또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사고가 퍼져 있다. 핵 무장 이전 상태로 돌아간 북한을 정상으로 간주하고, 그런 조건에서만 북한과 실질적인 주고받기 협상을 하는 걸 바람직하게 여긴다. 이 원상회복론은 현실을 거부하는 접근법이자 책임회피의 논리다. 과거 미국의 대북 실패 없이는 북한 핵무장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적 시각은 힘을 국가 관계를 지배하는 주요 요소로 본다. 불신이 쌓인 북·미관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오랜 대결 역사에서 양측은 힘을 믿었지, 상대의 선의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 선의를 믿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북한은 비핵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만한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사랑한다고 했다. 선의의 교환이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비핵화와 관계개선 합의라는 화해 국면을 조성한 것이다. 북·미가 힘에 의존할 때는 북핵 문제를 악화시켰지만, 선의에 약간의 기회를 줬을 때는 그것만으로도 활발한 대화와 비핵화 진전을 가져왔다. 힘이 힘을 부르고, 선의가 선의를 부른 것이다. 제재와 압박은 비핵화의 조연이지 주연이 아니다. 핵 신고, 종전선언을 둘러싼 협상 과정에 불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대화가 막힌 지금 부족한 것은 제재가 아니라, 전략적 선의다.

 

권정근 북한 외교성 미국연구소장은 “우리가 주동적이고 선의적인 조치로서 미국에 과분할 정도로 줄 것은 다 준”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은 핵·경제의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암시를 했다. 선의라는 연료로 달리던 비핵화 열차에 선의가 바닥나고 있다. 북한이 제재 때문에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북한 의사에 반해 핵 폐기를 강제하겠다면 전쟁밖에 없다. 그러나 전쟁할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핵 폐기의 길로 가도록 유도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핵 폐기를 북한 선의에만 맡길 수는 없지만, 선의 없이는 핵 폐기가 불가능하다. 트럼프는 알아야 한다. 여기까지 온 것은 ‘사랑’ 때문이지 채찍 때문이 아니다.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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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신고되지 않은 북한 : 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운용 중인 약 20곳의 ‘미신고(undeclared) 미사일 운용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CSIS는 한 민간 위성업체가 지난 3월2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들어 이같이 주장하고, 비밀 미사일 기지 중 한 곳이라며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기지’를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도 이 보고서를 인용, “위성사진은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군당국은 “한·미 정보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라며 “삭간몰 등 북한의 모든 미사일 운용지역을 한·미가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풀린 주장으로 북한을 비난한 보고서와 보도에 우려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1월 14일 (출처:경향신문DB)

 

CSIS 보고서는 한국 당국이 즉각 부인할 만큼 오류투성이다. 문제의 삭간몰 기지는 2016년 3월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 곳으로 군당국이 이미 정밀 감시하고 있는 대상이다. 민간에서 몰랐을 뿐 새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또 민간위성의 데이터를 근거로 이곳이 단거리 미사일뿐 아니라 중거리 미사일도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사위성으로 더 자세히 관측하고 있는 당국은 이곳에서는 단거리 미사일만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단거리 미사일과 그 기지는 ‘신고’나 ‘폐기’ 대상도 아니다. 위성사진을 찍은 3월29일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이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앞에서는 비핵화 협상에 응하면서 뒤로 핵·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과장이다. 미국과 협상하면서 왜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느냐고 북한에 따지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에만 무장해제하라는 주장이야말로 억지가 아닌가.

 

미국의 조야가  북한과의 협상을 앞두고 핵 신고를 압박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합리적 주장을 담아야 한다. 북·미 간 협상에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의심받을 행동을 해서는 안되지만, 미국도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간접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힌 만큼 미국도 그에 걸맞게 대응해야 한다. 1차 북핵 제네바 합의가 깨어진 데는 미국의 약속 파기도 한 요인이었다. 진정 비핵화를 바란다면 기싸움보다 북한의 선제 조치에 부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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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 간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가운데 기싸움이 심상치 않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샅바싸움의 성격이 짙어 보이지만 양쪽이 내놓는 발언들의 수위를 보면 우려스럽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8일 미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거부한다면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개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단 데다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기 위한 맥락으로 보이지만, 미국 정부 현직 고위 인사의 발언으로는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거친 언사는 협상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방북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환송하는 모습을 7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0일 “미국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면서 현상유지를 선호한다면 구태여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핵·경제 병진 노선의 부활을 언급한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장의 최근 논평을 거론하면서 “개인 판단으로 써낼 수 있는 구절이 아니다”라며 “경종이 울렸다”고 했다. 미국의 제재완화를 촉구한 발언치고는 수위가 높다. ‘핵·경제 병진 노선’ 부활은 핵을 완성했기 때문에 폐기하겠다던 내·외부 약속을 되돌리겠다는 모순적 발언일 뿐 아니라 북·미대화의 근간을 해칠 수 있는 내용인 만큼 기싸움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이런 양측의 기싸움은 북·미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비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난 뒤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는 태도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지난 9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에 대해 전례없는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해 나갈 것”이라고 한술 더 떴다.

 

큰 흐름에서 본다면 북·미 협상구도는 유지되고 있고, 이런 발언들도 ‘협상용’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양측 간 기싸움이 거듭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되면 협상 결렬이나 교착 장기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구나 국가 간 외교에서 선을 넘는 언사들은 언제든 협상을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8개월간의 북·미 협상 과정에서도 이미 경험했던 일이다. 올 상반기 양측이 쌓아올린 신뢰를 흔드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북·미 양측은 더 이상의 기싸움을 멈추고 조속히 대화로 복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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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있다. ‘통일비용 포비아’, 바로 통일비용에 대한 공포감이다. 젊은 세대들은 여기에 짓눌려 있는 듯하다. 남북 화해 무드에서도 세금을 또 걷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눈치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단언컨대 통일비용은 없다! 통일비용은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다. 더구나 독일 사례에서 서독의 경제적 부담이 과장되기 일쑤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과거 보수정부의 반감으로 인해 오해와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어 온 측면이 적지 않다.

 

독일 통일비용 중 철도, 도로 건설 등 직접적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에 사용된 것은 약 12%에 불과하다. 50% 이상은 동독 주민의 소득보전에 쓰였다.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무너져 흡수통일이 되다 보니, 동독 주민에게 서독과 동일한 수준의 소득과 복지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남북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실질적 해결과정이 진행되면 대북 경제제재도 풀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흡수통일은 망상에 불과하고, 설령 가능하더라도 적극 피해야 한다. 남북한의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남한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이고 사회·문화적 격차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바람직한 남북 통합은 우선 평화적 교류 협력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격차를 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세대가 통일을 논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결정권을 넘겨주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흡수통일이 아니라고 해서 경제협력 비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북한 SOC 개선과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를 통일비용으로 보는 것은 그야말로 오해다. 남북경협 과정에서 과연 어떤 비용이 필요한지 한번 따져보자.

 

우선 개별 기업의 투자는 이익을 염두에 둔 것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과 베트남에 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과 같다. 이를 두고 누구도 ‘퍼주기’라고 하지 않는다. 기업은 이익이 된다면 어디에든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가 이뤄지려면 인프라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소한 산업단지에 전력과 용수, 교통, 통신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및 국제 자본이 함께 진출하는 컨소시엄도 해법이 될 수 있다.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 활용이 가치가 있음을 전제로 할 때, 초기 투자비용 부담만 감당할 수 있으면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초기 인프라 비용까지 투자하고 진출하는 기업에는 상당기간 사업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초기 투자시점과 이익창출 시점 간의 시간차를 해결하기 위해 ‘패키지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큰 비용은 한반도의 ‘대동맥 구축’에 사용될 것이다. 철도, 도로, 에너지, 항만 등 주요 SOC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대기업 차원에서도 독자적으로 부담하기 어렵다. 그러면 이것은 과연 통일비용일까? 나는 이를 한국의 ‘유라시아 대륙경제 접속 비용’ 또는 ‘섬나라 신세 탈출 비용’으로 해석한다. 남북 네트워크 연결은 유라시아 대륙세력과 태평양 해양세력의 접점에 놓인 한반도에 지리경제학적 대전환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배로 부산항과 목포항에 와서 다시 기차로 서울, 평양, 베이징, 모스크바, 유럽까지 여행하는 것을 상상해 보자. 한반도의 항만 도시들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복합물류 거점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 비용은 한반도 미래를 위한 씨앗을 심는 것이며, 우리 자신에 대한 투자이다. 한국 자체 역량으로도 감당할 수 있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남북이 주도하는 ‘북한개발은행(가칭)’을 투자 플랫폼으로 설립하고 여기에 국제금융기구가 참여하는 구상도 가능하다.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하지 않으면 국제자본이 물밀 듯이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투자 수익을 우선시하는 탐욕적 자본에 주요 기간시설을 넘겨서는 안된다. 북한 경제개발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며, 남북이 공동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갖추도록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 무분별한 해외자본의 공략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한국의 교훈을 알려주어야 한다. 남한은 가장 믿을 만한 파트너임을 북한에 이해시켜야 한다.

 

한반도의 미래가 달린 매우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젊은이들이 ‘통일비용 포비아’에 현혹되어 한반도의 원대한 꿈을 상실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통일비용은 없다!

 

<민경태 여시재 한반도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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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종식기 미·소 정상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고르비)는 모두 다섯 차례 만났다. 1985년 11월19~21일 스위스 제네바 정상회담이 시작이었다. 강경 냉전 전사 이미지의 레이건과 젊은 새 지도자 고르비의 첫 만남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던 만큼 별 성과는 없었다. 가시적인 성과라면 고르비의 워싱턴 방문 합의 정도였다. 첫발은 내디뎠지만 후속 회담은 쉽지 않았다. 두 정상이 1986년 10월11~12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다시 만나기까지 약 11개월이 걸렸다.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은 당시 실패한 회담이었지만 훗날 냉전 종식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축의 가시적인 첫 성과인 중거리핵전력(INF)협정이 체결된 3차 워싱턴 정상회담(1987년 12월)의 징검다리가 됐기 때문이다. 군축이라는 거대한 산을 등정하기 위한 베이스캠프였던 셈이다.

 

제네바 회담 이후 레이캬비크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두 정상은 제네바에서 핵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점과 대화를 규칙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하지만 지향점은 달랐다. 고르비는 군축에, 레이건은 ‘스타워스’로 불리는 전략방위구상(SDI)에 집착했다. 미국의 리비아 공습, 양국 간첩사건 같은 악재는 대화 추동력을 약화시켰다. 식어가던 정상회담에 대한 열정을 살린 건 두 가지였다. 우선 두 정상의 대화 의지였다. 레이건은 “그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자”며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했다. 고르비도 “이 모든 상황이 너무 낡아서 좀약 냄새를 풍기고 있다”면서도 “이 모든 낡은 옷을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고르비를 만나 중재에 나선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역할도 컸다. 결국 고르비는 9월19일 정상회담을 하자고 미국에 제안했다. 레이건은 사흘 뒤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고, 일주일 뒤 아이슬란드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10여일 뒤 두 정상은 만났지만 “언제 또다시 만나게 될지”라는 기약 없는 말을 남긴 채 헤어졌다. 최대 난관은 SDI였다. 레이건은 핵전쟁 두려움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고르비는 미국의 기술발전에 대한 두려움 탓에 양보할 수 없었다.

 

레이건과 고르비의 정상회담 과정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 비굴할 정도로 보이는 고르비의 양보다. 고르비는 취임 한 달 뒤인 4월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SS-20의 유럽 배치 중단을, 7월에는 6개월간 핵실험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레이건은 그해 8~9월 두 차례 핵실험으로 화답했다. 고르비는 레이캬비크에서도 두 가지를 양보했다. 모든 전략무기 자료 공개와 강제적인 현장 검증이었다. 특히 소련의 전략무기 자료 공개 언급은 미국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고르비의 이 같은 태도는 개혁을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는 또 레이건을 만나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소련의 안전은 미국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인정한 셈이다.

 

지난달 7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서 합의된 북·미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가 늦어지면서 조급증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끝난 지 5개월도 되지 않았다. 미·소 정상이 두 번째 만나는 데 11개월이 걸렸다. 조바심을 낼 이유가 없다. 북한 핵 신고와 검증이 교착상태의 원인이라면 고르비의 행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국제사찰 약속 이행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마침 북한도 국제사찰을 준비하고 있다지 않은가.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도 가시화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속도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조차 이미 여러 차례 북한 핵실험이 없으면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고 한 마당이다. 레이건이 고르비를 만날 때마다 한 말이 있다.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는 러시아 속담이다. 말에 속지 않겠다는 의미일 터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도 레이건과 다르지 않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성급했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미·소 군축 협상 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70년간 미국과 줄다리기를 해온 북한이지만 손을 먼저 내밀지 않았던가. 필요한 것은 서로 신뢰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을 쌓아가는 일이다. 미·소 정상회담에서 슐츠 미 국무장관과 함께 셰르파 역할을 한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교장관은 “슐츠와 자주 만났는데, 35회 정도 넘으면서부터 정확히 계산하지 못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레이캬비크 회담 과정에서 보듯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도 적극 환영할 일이다. 무엇보다 레이건의 인내심과 고르비의 냉철한 현실인식이 없었다면 군축과 냉전 종식은 훗날의 이야기가 됐을지 모른다.

 

<조찬제 국제·기획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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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3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이견이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남북 군사합의서를 전적으로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남북이 합의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비준으로 발효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어 “(북한의 군사적) 역량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은 분명히 상당히 감소했다”고 평가한 뒤 “한·미 양국군 당국은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 속에서 모든 이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안보상황 변화를 긍정 평가하면서 한·미 간 공조도 견실하다고 밝힌 것이다. 최근 한반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매티스 장관 발언은 의미가 크다.

 

정경두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국방장관은 이번 제50차 SCM에서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에 공감하는 전략 문서에 서명했다. 현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할 미래 연합사 체제에 대해서도 한국군이 주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전작권 이양의 시기는 못 박지 않았지만 안정적으로 전작권 환수를 추진할 토대를 마련했다. 남북관계 악화에 따라 두 차례나 미뤄진 전작권 환수에 상당한 추진력을 붙인, 의미 있는 성과다.

 

남북 군사당국은 1일부터 지·해·공중 완충구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했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동시에 군사분계선 일대와 동·서해 완충구역 내에서 전쟁의 그림자를 지우는 실질적인 군사긴장완화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이런 때에 매티스 장관이 모든 남북군사 합의가 한·미 간 신뢰와 공조 속에 이행되고 있으며, 북한 위협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지지가 될 것이다. 중장기 의제는 물론 단기 현안에 대해서도 견해를 같이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안보 정착과 전작권 이양까지는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 정부는 미국과 간극이 생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공조를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 보수세력은 그동안 남북 군사합의가 남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으며 미국도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의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발언으로 이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밝혀졌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은 이제 안보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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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가 코앞이다. 패권국가 미국 국력의 절대성이 꾸준히 감소해오긴 했으나 2차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관장해온 그들의 선거는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 선거, 특히 국내이슈 위주로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선 큰 변수가 못 되지만, 반대로 결과가 한국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게다가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우리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9월 평양정상회담으로 긴 교착상황을 끝내고 새로운 돌파구로 가는 듯했지만, 다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시점이라 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미국 정치에서 중간선거는 집권정부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고, 이는 곧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묻기’라는 인식이 있지만 대부분 집권당의 패배로 결론난다. 부시와 오바마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바마는 중간선거에서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고 상하 양원을 모두 내줬지만 재선에는 성공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시나리오는 하원은 민주당에 내어주고, 상원 다수당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하일 경우 집권당이 하원에서는 평균 36석을 잃었고, 최근 3차례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평균 6석을 잃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40% 내외를 오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양원을 다 잃을 수 있는 통계지만 6년 임기의 상원의원이 35명만 교체되는 가운데 주로 민주당에서 수성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행운이 과거 통계를 빗나가게 만들 것 같다. 또한 지난번 대선에서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한 것이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투표장 갈 때까지 드러내지 않는 소위 ‘샤이 트럼프(Shy trump)’ 비중이 최소 5%라고 할 때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패배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결과를 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테네시 주 존슨시티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의 환호에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달 24일 서명한 개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언급하면서 "지난주 나는 한국과 획기적인 새로운 무역협정에 서명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연합뉴스

 

지난 2년간 겪어본 트럼프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반대로 분열구도를 만들어 싸움을 붙이고, 거기서 자신의 하드코어 지지자들만 만족시키는 방법으로 권력을 거머쥐었고, 또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현 지지율이 의외의 승리를 가져다준 대선 당시와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기에 하원을 잃을 경우 예산통과에 어려움을 겪거나 탄핵정국으로 넘어가 발목을 잡더라도 트럼프는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어젠다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북·미관계에 대해 정치적 입지를 만회하기 위해 강경노선으로 돌아갈 것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이룬 유일한 외교적 성과라는 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가능성이 더 크다. 여기에 기대를 건다. 다만 트럼프가 중장기적 관점보다 현재적 시점에서 얼마나 유리하고, 이길 수 있는가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트럼프가 미국 내 기성질서를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것이 평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판을 키운 이유 중 하나이다. 먼저 종전선언과 핵신고서 제출이라는 교환방정식에 핵프로그램의 일부 조기폐기와 제재완화를 추가함으로써 교환조건을 확대시켰다. 선(先)비핵화만 고집하는 미국 내 강경파들이 득세하는 상태에서 북한이 전면신고를 하더라도 불성실신고로 규정할 것이 뻔하기에 트럼프의 구미가 당길 만한 과감한 선제조치를 약속한 측면도 있다. 두 번째 판은 문재인 대통령이 키웠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실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인 비핵화는 현재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으나 변덕 많은 트럼프만 믿고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절박성과 당위성을 유엔에 직접 호소하고, 유럽순방에서도 역설하였다. 그리고 교황 방문을 통해 재차 국제여론에 호소하겠다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내정치 일정으로 말미암아 미뤄진 탓도 있지만,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양보에 오히려 피냄새를 맡은 맹수처럼 더 밀어붙여 항복을 얻어내려는 미국은 협상의 원칙과 신의를 망각한 강자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 어렵게 되살린 기회를 다시 잃어버릴 수는 없다. 현재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조율된 입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실현 가능한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한국에는 자기 방식만 강요하려는 최근 행보에 우린 당당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결국 한반도는 우리 것이고, 우리가 평화하자는 데 외부자들의 도움은 고맙지만 방해는 사양한다는 결심으로 묵묵히 길을 가기를 바란다. “쫄지 마!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며 힘을 주고 싶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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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0월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에 “그들(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Well, they won’t do it without our approval)”이라고 찬물을 끼얹었다. 대놓고 한국을 속국 취급하는 이 발언은 한국에서는 깊은 모멸감을 불러일으켜 반발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문재인 정부를 아니꼽게 보던 보수들은 ‘쾌재’를 부르며, “거봐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하는 식의 비난을 쏟아냈다. 문정인 특보처럼 “협의라는 내용을 더 강하게 하려다 승인이라는 말을 썼을 것”이라고 둘러대봐야, 우리가 외세의 제압을 받아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지 못하고 살아온 역사를 가릴 수 없다. 그러기에 노무현 정부 이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위해 안간힘을 써온 것이 아닌가. 실은 트럼프의 망언은 우리의 ‘속국성’을 트럼프식의 노골적인 방법으로 드러낸 것이며, 우리가 당면한 역사적 과제를 가리키고 있다.

 

‘5·24조치’는 천안함 사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낸 ‘한국’ 독자제재이며 당시는 시비가 끊이지 않았으나, 지금에 와서는 누구도 감히 비판할 수 없는 금과옥조가 되어버렸다. 어뢰의 충격파와 거품으로 1200t이나 되는 군함이 한순간에 두 동강이 났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우격다짐으로 진상으로 만들어버리고, 합리적인 비판에는 “빨갱이” “종북”으로 매도하고 봉쇄했다. 우리는 그 금줄에 칭칭 감겨 옴짝달싹 못하고 남북 공동번영의 길이 막혀 있다. 어차피 해제되어야 할 5·24조치는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와는 관계가 없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토를 달자, 3차례의 정상회담으로 남북이 형제처럼 돈독한 우의를 쌓아가는 것을 못 보고 재를 뿌리려 하는 인간들이 난리를 피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의 모욕을 꾹 참고 지나갔지만,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인 ‘적폐청산’이라는 점에서 보면, ‘천안함 사건’이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니, 이참에 거짓의 가면을 벗기는 전면적인 재조사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난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의 양 정상은 평화와 통일을 확신하고, 북의 비핵화 의지가 진실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남북의 정상이 서로를 믿고 신뢰하게 되었으니 평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온갖 모략과 음모, 사술이 판치는 국제정치에서도 평화와 안전을 최종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신뢰일 뿐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랬듯이 문 대통령은 우직하게 성실과 정직으로 상대를 대해왔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구김살 없는 솔직함으로 화답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다.

 

북한은 그간 북·미 정상회담의 약속을 지키고 일부 핵실험장 해체와 미군 유골 반환 등을 실행해왔는데, 미국의 화답이 없다. 핵폐기의 최종 단계까지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이미 비핵화와 평화 의지를 명확히 하고, 1년간 핵·미사일 실험을 안 하는 구체적 행동으로 북한이 이미 대북 제재의 명분을 해소했음에도,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경제제재의 효과로 북한의 의지를 꺾었다고 착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런 오만함과 모멸은 또다시 긴장고조와 전쟁의 길로 회귀하는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남북, 남남의 목소리를 하나로 하여 “이제 핵·미사일 문제는 해결되니, 70년 만에 한반도 평화·번영의 시대를 실현할 차례”라고 미국을 설득하고,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남북 철도 연결 등 줄지어 기다리는 남북의 소통과 구체적인 협력사업을 시작할 차례다. 타율사관이나 사대주의에 점철되어온 우리에게 드디어 주권국가로서 자주독립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현안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인데, 우리에게는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권회복의 계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주인임’은 바로 촛불정신이며, 자주, 독립, 해방은 500년간 노예제와 식민지 지배 아래 고통받은 세계의 대다수 인민들의 소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도 평양 5·1경기장에서의 연설에서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며 그들의 고난의 시기의 투쟁을 높이 평가했다. 북한은 그 고립 속에서 민족주권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대가를 치러왔다. 해방 후 주권을 희생시키면서도 구생(苟生)을 도모해온 한국이 이제는 주권을 확립하기 위하여 감연히 일어설 자리다. 그러나 주권회복 투쟁이 이제는 항일독립투쟁처럼 무력항쟁이 아니라, 외교적인 수단으로 하는 시대가 되었다. 평양시민에게 큰 충격과 감동을 준 문 대통령의 평양연설을 일부에서는 “북의 대변인”이라거나 “북을 찬양·고무한다”며 중상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이 서로가 서로를 대변하고 포용하고 찬양·고무하는 것이 바로 남북 화해와 평화의 시대인 것이다.

 

이제 중간선거를 맞이하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주의, 반여성적 성향, 반이슬람 성향, 가짜뉴스 유포와 돌발적 언행으로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란과의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중동의 위태로운 국제관계의 균형을 깨는 이스라엘 편향적인 정책, 중국과의 부조리한 무역전쟁 등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한 행태와 대조적으로 트럼프는 북핵·미사일 문제에 있어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낯뜨거운 표현을 하는 등 톤에 사뭇 차이가 난다. 아마도 그 배경에는 전임 정권과의 차별성 강조, 고정관념에 구애받지 않는 실리주의, ‘미국제일’과 ‘내가 제일’의 철학이 작용했겠으나, 한반도 문제에서는 건설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다만, 그 결과물은 신의나 신뢰라는 국제정치의 굳건한 기반에 서는 것이 아니기에 변덕에 의해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몰라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방법은 남북의 공조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방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내외 여론 속에서 남북 화해와 평화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트럼프를 최대한 치켜세우고, 그 공은 모두 트럼프에게 돌리고 미국의 결심을 유도하려 하는 것 같다. 한국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현명한 방법이다. 우리는 평화와 번영과 통일을 얻는다면 트럼프에게 노벨상이 돌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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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대북 정책 조율을 강화하고 유엔 대북 제재 준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운영하기로 했다. 미 국무부는 ‘비핵화를 위한 노력과 대북 제재 이행, 남북 협력에서의 유엔 제재 준수 문제 등에 대한 긴밀한 공조 강화’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워킹그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한·미 간 더욱 긴밀한 논의를 위한 기구”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워킹그룹 설치가 합의됐지만 한국 측이 먼저 제의했다고 밝혔다. 워킹그룹은 이달 출범한다.

 

대북 제재를 둘러싼 한·미 간 입장차를 감안하면 워킹그룹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비핵화 동력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 제재 완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정부는 남북 철도연결 공동조사 등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원한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양묘장 현대화 사업을 지원하려는 산림청과 그룹 총수가 평양을 방문했던 대기업들과 접촉, 대북 사업 계획을 탐문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한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국내 7개 국책·시중 은행과 접촉해 대북 제재 준수를 요청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내정 간섭이라고 볼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런 사실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한·미 이견이 실제보다 부풀려지고, 보수세력은 이를 한·미 사이의 중대 갈등으로 몰고가며 정부를 공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이 워킹그룹 신설에 합의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우선 한·미 간 이견이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작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더 긴밀하고 빈번하게 소통할 필요도 있다. 다만 한·미 양국 모두 이 워킹그룹이 부정적으로 작동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이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간섭하고 제동을 거는 통로로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핵 해법을 놓고 한·미 간 입장이 항상 100% 일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이견이 장시간 조정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오는 6일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 직후 북·미 고위급회담이 개최되는 등 북핵 해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어느 때보다 양국 공조가 중요한 시점이다. 워킹그룹을 통해 양국의 공조가 더욱 굳건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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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9일 싱가포르에서 회동한 뒤 한·미 연합공군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미 국방부는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 측면에서 훈련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 측은 하루 뒤 “훈련을 유예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비태세를 감안해 보완책을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양측은 입장을 조율한 뒤 “이달 말 워싱턴에서 개최하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미측의 발표가 실수일 뿐 엇박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미국의 이번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한·미 국방부는 작은 훈련도 입장을 조율한 뒤 공동 발표해왔다. 군사훈련에 대한 결정은 국방장관이 발표하는 사안도 아니었다. 정치적 파장이 뻔히 예상되는 사안을 한국과 상의하지 않고 먼저 발표한 것은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선제적으로 훈련을 유예함으로써 북한에 대화 의지를 보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이 남북관계에서 앞서가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군사합의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불거진 뒤라서 이런 의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미국의 일방적인 발표는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 설혹 북한에 훈련 유예를 당근책으로 제시한다 해도 동맹을 당혹스럽게 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이번 사안은 공군 출신으로 이 훈련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정 장관이 훈련을 보완할 방안까지 제의했다. 충분히 논의한 뒤 결과를 발표해도 늦지 않다. 독자 행동으로 동맹의 파트너를 당혹하게 만들어 얻을 이득이 무엇인지 미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가 모든 사안에서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양국 간 이견이 균열로 비치게 돼서는 곤란하다. 그렇잖아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럴 만한 근거도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정부 고위인사가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 대북 제재 완화를 언급한 것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귀에 거슬린다. 문 대통령의 대북 제재 완화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굳이 한국 당국자가 말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한·미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어나갈 동반자다. 무엇보다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한·미 당국자들이 소통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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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중에 무엇이 중요한가. 북한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이건 우문이다. 둘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무엇이 먼저인가. 북·미 비핵화 협상은 나아갈 듯하면서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데 남북관계 개선 흐름은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작금의 상황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선행 의지가 분명하다.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밝힌 이후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남북은 9월 평양 정상회담, 10월 고위급회담에서 군사 분야와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에 합의했고 후속 일정도 줄줄이 잡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하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현실화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 작업은 절정으로 치달을 것이다.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구축이라는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연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핵화 협상은 느린데 남북관계만 치고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는 만큼만 남북관계가 뒤따라오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미국도 두 사안이 선순환적 관계라고 본다. 선순환적 관계는 발전성을 내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난 6월에 만나고, 또 한 번의 만남이 준비되는 과정 모두 남북정상회담이 디딤돌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남북 정상의 과감한 움직임이 없었다면 북·미 정상이 만났을까 싶고, 그 만남이 있었기에 남북관계는 한발 더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남북관계와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속도의 비대칭성 자체를 한·미 공조 균열의 징표로 볼 수 없다. 어디까지가 공조이고, 어디서부터 균열이라고 선을 긋기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가려는 목표와 방향이 일치하느냐다. 어느 한쪽이 뒤처지면 동행자가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혼자서 걷더라도 어느 한 발이 먼저 옮겨져야 나머지 발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두 발을 동시에 콩콩 뛰어서 이동한다면 오래가기 힘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 공조는 북한 문제에 관해선 튼튼했다. 그것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당시 한·미 정부 모두 압박과 제재가 유일한 대북정책이었다. 현상 유지는커녕 이 시기에 남북관계는 거덜 나고 북핵 문제는 깊어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전략적 인내’라고 불렸는데 무기력·무능력·무대응의 다른 이름이었다.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접근법이 똑같을 수 없다. 남북은 248㎞의 비무장지대를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국 본토는 한반도에서 1만㎞ 떨어져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성공할 때까지는 현실적 위협도 아니었다. 초강대국인 미국은 한반도의 적절한 긴장감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는 데 좋다고 여겨왔다. 남북관계가 북·미 대화의 틀 내에서, 딱 그 수준만큼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현상 유지 전략이지 상황 개선을 위한 해법은 아니다.

 

물론 제재 문제는 한·미 간에 조율돼야 할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끈 게 최대의 압박이고, ‘행동 대 행동’ 국면에서도 강력한 압박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니 남북 협력의 과속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제재 이행이 흔들리면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가 흐트러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도 제재 완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공론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뭉개면 북·미 협상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다. 북한에는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약속한 ‘관계 정상화’ 합의와도 배치된다. 실상 대북 제재는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제재의 키를 쥔 중국과 러시아가 ‘엄격한 이행’을 거부한다. 손 안에 든 모래를 강하게 움켜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더 많이 삐져나오는 형국이 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지난 6일 4차 방북 이후 북·미가 실무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는 것은 양측 모두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뜻일 게다. 북한은 핵무기·핵시설·핵물질을 둘러싼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고, 미국은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남북관계 속도가 빠르다고만 볼 게 아니라, 미국도 북·미 협상의 선순환적 진행을 위해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안홍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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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받고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지만,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교황이 사실상 방북을 수락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로써 남북이 추진하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행보가 큰 탄력을 받게 됐다. 교황의 방북 의지를 환영한다. 

 

교황과 마주앉은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 내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하고 있다. 바티칸 _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교황으로서는 방북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이다. 북한에는 가톨릭 신자는 물론 진정한 의미의 종교인도 없다.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도 문제다. 따라서 교황의 방북 의사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력한 지원 의지로 해석된다. 교황의 방북이 실현된다면 한반도 평화가 획기적으로 촉진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작업을 추동하는 의미가 크다. 교황의 방북은 다른 국가 지도자의 방북과 상징성이 다르다. 김 위원장이 교황 앞에서 비핵화 뜻을 밝힌다면 비핵화 의지에 대한 세계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평화를 주창해온 교황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만한 비핵화 동력은 또 없을 것이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북한이 고립국가에서 탈피해 국제사회로 나오는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인권 개선과 민주화 등 북한 내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교황이 평양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북한 주민들과 직접 접촉함으로 인한 변화의 충격이 있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단안을 내렸을 터이다.

 

문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에 앞서 교황청은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의 집전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했다. 문 대통령도 미사에 참례한 뒤 연설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대장정의 성공을 기원하는 가톨릭 교단 전체의 축복은 상징성이 크다. ‘평화의 사도’라 불리는 교황의 방북은 비핵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이루려는 역사적 흐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 북한은 즉각 교황에게 초청장을 보내 조속히 방북 일정을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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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라는 용어의 시원은 1957년 10월 유엔 연설에서 폴란드 외무장관 아담 라파츠키가 동독, 서독,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 중부유럽의 비핵지대(화)를 담은 일명 ‘라파츠키 플랜’에서였다. 라파츠키 자신이 ‘비핵화(denuclearization)’ 용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며, 대신에 1958년 초 소련 제1외무부상이 중부유럽의 ‘비핵화’를 소련이 지지한다는 루머를 일축하는 가운데 이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 캐나다 국무차관도 라파츠키 플랜이 좌초될 것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긴 비밀 전문에서 ‘비핵화’를 썼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라파츠키가 ‘비핵화’ 단어를 촉발시킨 장본인이 된 셈이다.

 

‘비핵화’ 활자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는 ‘봉쇄정책의 아버지’ ‘냉전의 설계자’로 불리는 미국의 외교관이자 역사학자 조지 케넌이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로 재직하면서 뉴욕타임스 1981년 10월11일자에 기고한 글이었다. 기고문 제목이 ‘비핵화’였다. 당시 미국과 소련 간 치열하게 벌인 유럽 내 핵무기 경쟁을 두고 케넌이 기고문에서 언급한 비핵화는 특정국가 내 지상 기반의 핵무기만 제거하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방북 직후 청와대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이는 ‘특정 지역 내에서 국가 간 조약 또는 협약에 의해 핵무기의 생산, 보유, 배치 및 실험 등이 포괄적으로 금지된 지역’을 의미하는 비핵지대(Nuclear Weapon Free Zone)와는 결이 다른 핵무기 제거였다. ‘비핵지대’가 역내 조약 당사국들에 핵보유국(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이 핵무기 사용과 위협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을 제공하고 있음에 반해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처럼 조약이 아닌 정치적 선언이며 소극적 안전보장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인구가 집중된 지역을 최초로 비핵지대화한 1967년의 ‘중남미 핵무기 금지조약’의 애초 명칭도 ‘중남미 비핵화 조약’(Treaty for the Denuclearization of Latin America)이었다. 그러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을 주장한 브라질 ‘비핵화’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명칭 변경을 요구, 현재의 이름으로 확정됐다.

 

북한 역시 남한의 핵무기 도입과 명칭에 민감했다. 북한이 핵무기 반입에 반대 입장을 처음으로 표명한 때는 1956년 11월 최고인민회의 제1기 12차 회의의 ‘조선반도 핵무기 반입 반대 결정’을 통해서였다. 이는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전술핵을 남한에 배치(1958년 1월)하기도 전에 이루어진 공세적 압박전략의 일환이었다. 1976년 비동맹 정상회담에서도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제기했다. 이후 김일성은 1986년 6월 ‘조선반도에서의 비핵지대, 평화지대를 창설할 데 대한 제안’을 발표하고, 같은 해 9월 ‘조선반도에서의 비핵·평화를 위한 평양국제회의’에 80여개 국가 대표들을 초청, 전 세계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핵무기 야망을 분식하기 위한 속임수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반도에서 사실상 미국이 핵무기를 철거하고 반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가지고서 접근 및 통과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 엄밀히 말해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이 마침내 종점이 북한 비핵화인지 아니면 한반도 비핵지대인지 모호한 버스에 탑승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미증유의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종착지도 불분명하고, 짙은 안개(사찰, 검증 등)로 시야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여정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남북한을 포함한 유관 당사국들의 속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마케팅과 선전이 다르듯, 비핵화와 비핵지대 역시 다른 개념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관련국들은 비핵화와 비핵지대 중 택일을 하고, 동시에 선택한 것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해야 한다. 그래야 핵무기가 없는 전경(全景)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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