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에 해당되는 글 340건

  1. 13:59:38 [사설]연합훈련 유예를 둘러싼 한·미의 다른 목소리
  2. 2018.10.22 [아침을 열며]속도의 비대칭이 한·미 공조 균열인가
  3. 2018.10.19 [사설]교황의 방북 수락을 환영한다
  4. 2018.10.16 [세상읽기]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지대
  5. 2018.10.15 [시론]대북 제재 해결 매뉴얼
  6. 2018.10.12 [사설]동맹을 무시하는 듯한 트럼프의 부적절한 언사
  7. 2018.10.11 [사설]프란치스코 교황, 한반도 평화 정착 위해 방북 용단을
  8. 2018.10.10 [조호연 칼럼]‘워싱턴의 김정은’을 상상한다
  9. 2018.10.10 [사설]김정은 방러·시진핑 방북, 한반도 평화 구축에 필요하다
  10. 2018.10.08 [사설]김정은·폼페이오 ‘좋은 미래 약속’, 정상회담서 결실 맺기를
  11. 2018.10.08 [기고]핵심을 비켜가는 비핵화 협상
  12. 2018.10.04 [동서남북인의 평화찾기]아베의 길이냐 문재인의 길이냐?
  13. 2018.10.04 [사설]폼페이오 방북, 선 비핵화 논란 넘어 빅딜 계기 마련하길
  14. 2018.10.01 [사설]‘비확산’까지 약속한 북한, 미 ‘종전선언’으로 응답해야
  15. 2018.09.27 [사설]2차 북·미 정상회담 임박, 한반도 대전환 이정표 완성해야
  16. 2018.09.21 [정동칼럼]평양 선언문 속 ‘협상의 예술’
  17. 2018.09.17 [기고]김정은과 트럼프의 ‘비핵화 의지’ 국제사회에 공개, 검증받게 하자
  18. 2018.09.17 [시론]한반도신경제가 유능한 진보다
  19. 2018.09.14 [사설]주목되는 시진핑의 ‘한반도 문제 당사국’ 발언
  20. 2018.09.13 [사설]남북연락사무소 개소, 남북 넘어 북·미 간 연락도 맡기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9일 싱가포르에서 회동한 뒤 한·미 연합공군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미 국방부는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 측면에서 훈련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 측은 하루 뒤 “훈련을 유예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비태세를 감안해 보완책을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양측은 입장을 조율한 뒤 “이달 말 워싱턴에서 개최하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미측의 발표가 실수일 뿐 엇박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미국의 이번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한·미 국방부는 작은 훈련도 입장을 조율한 뒤 공동 발표해왔다. 군사훈련에 대한 결정은 국방장관이 발표하는 사안도 아니었다. 정치적 파장이 뻔히 예상되는 사안을 한국과 상의하지 않고 먼저 발표한 것은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선제적으로 훈련을 유예함으로써 북한에 대화 의지를 보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이 남북관계에서 앞서가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군사합의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불거진 뒤라서 이런 의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미국의 일방적인 발표는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 설혹 북한에 훈련 유예를 당근책으로 제시한다 해도 동맹을 당혹스럽게 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이번 사안은 공군 출신으로 이 훈련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정 장관이 훈련을 보완할 방안까지 제의했다. 충분히 논의한 뒤 결과를 발표해도 늦지 않다. 독자 행동으로 동맹의 파트너를 당혹하게 만들어 얻을 이득이 무엇인지 미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가 모든 사안에서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양국 간 이견이 균열로 비치게 돼서는 곤란하다. 그렇잖아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럴 만한 근거도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정부 고위인사가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 대북 제재 완화를 언급한 것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귀에 거슬린다. 문 대통령의 대북 제재 완화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굳이 한국 당국자가 말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한·미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어나갈 동반자다. 무엇보다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한·미 당국자들이 소통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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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중에 무엇이 중요한가. 북한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이건 우문이다. 둘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무엇이 먼저인가. 북·미 비핵화 협상은 나아갈 듯하면서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데 남북관계 개선 흐름은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작금의 상황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선행 의지가 분명하다.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밝힌 이후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남북은 9월 평양 정상회담, 10월 고위급회담에서 군사 분야와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에 합의했고 후속 일정도 줄줄이 잡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하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현실화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 작업은 절정으로 치달을 것이다.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구축이라는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연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핵화 협상은 느린데 남북관계만 치고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는 만큼만 남북관계가 뒤따라오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미국도 두 사안이 선순환적 관계라고 본다. 선순환적 관계는 발전성을 내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난 6월에 만나고, 또 한 번의 만남이 준비되는 과정 모두 남북정상회담이 디딤돌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남북 정상의 과감한 움직임이 없었다면 북·미 정상이 만났을까 싶고, 그 만남이 있었기에 남북관계는 한발 더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남북관계와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속도의 비대칭성 자체를 한·미 공조 균열의 징표로 볼 수 없다. 어디까지가 공조이고, 어디서부터 균열이라고 선을 긋기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가려는 목표와 방향이 일치하느냐다. 어느 한쪽이 뒤처지면 동행자가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혼자서 걷더라도 어느 한 발이 먼저 옮겨져야 나머지 발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두 발을 동시에 콩콩 뛰어서 이동한다면 오래가기 힘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 공조는 북한 문제에 관해선 튼튼했다. 그것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당시 한·미 정부 모두 압박과 제재가 유일한 대북정책이었다. 현상 유지는커녕 이 시기에 남북관계는 거덜 나고 북핵 문제는 깊어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전략적 인내’라고 불렸는데 무기력·무능력·무대응의 다른 이름이었다.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접근법이 똑같을 수 없다. 남북은 248㎞의 비무장지대를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국 본토는 한반도에서 1만㎞ 떨어져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성공할 때까지는 현실적 위협도 아니었다. 초강대국인 미국은 한반도의 적절한 긴장감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는 데 좋다고 여겨왔다. 남북관계가 북·미 대화의 틀 내에서, 딱 그 수준만큼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현상 유지 전략이지 상황 개선을 위한 해법은 아니다.

 

물론 제재 문제는 한·미 간에 조율돼야 할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끈 게 최대의 압박이고, ‘행동 대 행동’ 국면에서도 강력한 압박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니 남북 협력의 과속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제재 이행이 흔들리면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가 흐트러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도 제재 완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공론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뭉개면 북·미 협상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다. 북한에는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약속한 ‘관계 정상화’ 합의와도 배치된다. 실상 대북 제재는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제재의 키를 쥔 중국과 러시아가 ‘엄격한 이행’을 거부한다. 손 안에 든 모래를 강하게 움켜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더 많이 삐져나오는 형국이 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지난 6일 4차 방북 이후 북·미가 실무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는 것은 양측 모두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뜻일 게다. 북한은 핵무기·핵시설·핵물질을 둘러싼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고, 미국은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남북관계 속도가 빠르다고만 볼 게 아니라, 미국도 북·미 협상의 선순환적 진행을 위해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안홍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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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받고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지만,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교황이 사실상 방북을 수락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로써 남북이 추진하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행보가 큰 탄력을 받게 됐다. 교황의 방북 의지를 환영한다. 

 

교황과 마주앉은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 내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하고 있다. 바티칸 _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교황으로서는 방북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이다. 북한에는 가톨릭 신자는 물론 진정한 의미의 종교인도 없다.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도 문제다. 따라서 교황의 방북 의사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력한 지원 의지로 해석된다. 교황의 방북이 실현된다면 한반도 평화가 획기적으로 촉진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작업을 추동하는 의미가 크다. 교황의 방북은 다른 국가 지도자의 방북과 상징성이 다르다. 김 위원장이 교황 앞에서 비핵화 뜻을 밝힌다면 비핵화 의지에 대한 세계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평화를 주창해온 교황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만한 비핵화 동력은 또 없을 것이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북한이 고립국가에서 탈피해 국제사회로 나오는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인권 개선과 민주화 등 북한 내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교황이 평양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북한 주민들과 직접 접촉함으로 인한 변화의 충격이 있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단안을 내렸을 터이다.

 

문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에 앞서 교황청은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의 집전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했다. 문 대통령도 미사에 참례한 뒤 연설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대장정의 성공을 기원하는 가톨릭 교단 전체의 축복은 상징성이 크다. ‘평화의 사도’라 불리는 교황의 방북은 비핵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이루려는 역사적 흐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 북한은 즉각 교황에게 초청장을 보내 조속히 방북 일정을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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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라는 용어의 시원은 1957년 10월 유엔 연설에서 폴란드 외무장관 아담 라파츠키가 동독, 서독,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 중부유럽의 비핵지대(화)를 담은 일명 ‘라파츠키 플랜’에서였다. 라파츠키 자신이 ‘비핵화(denuclearization)’ 용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며, 대신에 1958년 초 소련 제1외무부상이 중부유럽의 ‘비핵화’를 소련이 지지한다는 루머를 일축하는 가운데 이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 캐나다 국무차관도 라파츠키 플랜이 좌초될 것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긴 비밀 전문에서 ‘비핵화’를 썼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라파츠키가 ‘비핵화’ 단어를 촉발시킨 장본인이 된 셈이다.

 

‘비핵화’ 활자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는 ‘봉쇄정책의 아버지’ ‘냉전의 설계자’로 불리는 미국의 외교관이자 역사학자 조지 케넌이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로 재직하면서 뉴욕타임스 1981년 10월11일자에 기고한 글이었다. 기고문 제목이 ‘비핵화’였다. 당시 미국과 소련 간 치열하게 벌인 유럽 내 핵무기 경쟁을 두고 케넌이 기고문에서 언급한 비핵화는 특정국가 내 지상 기반의 핵무기만 제거하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방북 직후 청와대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이는 ‘특정 지역 내에서 국가 간 조약 또는 협약에 의해 핵무기의 생산, 보유, 배치 및 실험 등이 포괄적으로 금지된 지역’을 의미하는 비핵지대(Nuclear Weapon Free Zone)와는 결이 다른 핵무기 제거였다. ‘비핵지대’가 역내 조약 당사국들에 핵보유국(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이 핵무기 사용과 위협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을 제공하고 있음에 반해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처럼 조약이 아닌 정치적 선언이며 소극적 안전보장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인구가 집중된 지역을 최초로 비핵지대화한 1967년의 ‘중남미 핵무기 금지조약’의 애초 명칭도 ‘중남미 비핵화 조약’(Treaty for the Denuclearization of Latin America)이었다. 그러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을 주장한 브라질 ‘비핵화’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명칭 변경을 요구, 현재의 이름으로 확정됐다.

 

북한 역시 남한의 핵무기 도입과 명칭에 민감했다. 북한이 핵무기 반입에 반대 입장을 처음으로 표명한 때는 1956년 11월 최고인민회의 제1기 12차 회의의 ‘조선반도 핵무기 반입 반대 결정’을 통해서였다. 이는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전술핵을 남한에 배치(1958년 1월)하기도 전에 이루어진 공세적 압박전략의 일환이었다. 1976년 비동맹 정상회담에서도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제기했다. 이후 김일성은 1986년 6월 ‘조선반도에서의 비핵지대, 평화지대를 창설할 데 대한 제안’을 발표하고, 같은 해 9월 ‘조선반도에서의 비핵·평화를 위한 평양국제회의’에 80여개 국가 대표들을 초청, 전 세계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핵무기 야망을 분식하기 위한 속임수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반도에서 사실상 미국이 핵무기를 철거하고 반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가지고서 접근 및 통과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 엄밀히 말해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이 마침내 종점이 북한 비핵화인지 아니면 한반도 비핵지대인지 모호한 버스에 탑승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미증유의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종착지도 불분명하고, 짙은 안개(사찰, 검증 등)로 시야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여정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남북한을 포함한 유관 당사국들의 속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마케팅과 선전이 다르듯, 비핵화와 비핵지대 역시 다른 개념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관련국들은 비핵화와 비핵지대 중 택일을 하고, 동시에 선택한 것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해야 한다. 그래야 핵무기가 없는 전경(全景)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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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비핵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는 거친 속담이 있다. 미국 대통령에게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가 그렇다. 살릴 수 없다. 법적으로 평가하면, 법적 구속력이 없다. 애시당초 법률이 아니었다. 정치적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여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을 제창함으로써 생명을 다했다. ‘남북 교역 중단’과 ‘신규 투자 불허’를 내용으로 하는 5·24는 새로운 남북 선언들과 양립할 수 없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면서, 과거로 사라진 밤이다. 해제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5·24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보면서, 대북 제재에서 법치주의가 시급함을 확인한다. 애초 이명박 정부의 5·24는 초헌법적이었다. 헌법에서 정한 긴급명령권 발동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남북교류협력법도 지키지 않았다. 법치주의자라면 이 점을 먼저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죽은 5·24를 놓고 ‘해제’니 ‘승인’이니 말을 하는 현실이다. 법치의 취약한 곳을 본다. 법치는 사람의 몸과 같이 하나로 통합된 유기체와 같다. 한 곳이라도 바로 서지 못하면 전체가 탈이 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뒷줄 가운데)과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앞쪽 왼쪽)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도 배석했다. CBS 카일리 애트우드 기자 트위터

 

이미 죽은 5·24를 놓고 논란을 벌일 만큼 현실은 한가하지 않다. 대북 제재의 불확실성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서 드러난 불확실성과 과잉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정책을 삼켜 버리는 일이 없도록 대북 제재 해결 매뉴얼이 필요하다.

 

남북 교류협력의 일선 현장은 대북 제재의 불확실성과 과잉 적용으로 인하여 매우 혼란스럽다. 문 대통령의 평양 공동선언에서의 남북 경협 자체가 제재로 인하여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조차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대표적이다. 북한 방문에 꼭 필요한 여행경비도 제재 대상인지 논란이 될 정도이다. 특히 은행업은 자칫 미국의 대북 제재 위반이 될지도 모른다는 초긴장 상태에 있다.

 

제재의 불확실성과 과잉 적용은 미국 독자 제재에서 더욱 심각하다. 미국의 제재에서는 제재 대상인지, 아니면 제재 대상이 아닌 예외사항인지, 대상이지만 면제해 줄 수 있는 사항인지 거미줄처럼 복잡하다. 제재를 집행하는 미국 정부의 재량권도 매우 넓다.

 

미국법은 본디 미국 밖의 한국인에게는 관할이 미치지 않는다. 미국 법에서 총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하니 나도 총을 갖게 해 달라고 경찰서를 찾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북 제재는 금융기관 제재라는 통로를 통해 그 불확실성을 한국에 증폭시킨다.

 

은행은 달러 국제결제망 속에서 영업을 하기에 미국계 은행에 결제용 달러 계좌를 갖고 있다. 미국계 은행에 있는 계좌에는 미국 제재가 미친다. 미국 제재법은 고의로 북한과 관련된 ‘중대한 거래’에 협력한 은행들에 대해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해당 은행이 미국계 은행에 예치한 달러 계좌를 압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 은행도 적용 대상이다. 만일 한국의 은행이 미국계 은행에 예치한 달러 계좌가 동결되면 외환 거래가 불가능한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은행의 초긴장이 이해된다.

 

법치가 가장 필요한 곳이 안 보인다. 제재의 불확실성이 문 대통령의 선언 이행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법치로 대응해야 한다.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의 공식적 해설을 법치가 담당해야 한다.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통일적 적용 기준을 한국이 먼저 마련해야 한다. 유엔과 미국이 협의하여 한국의 은행, 기업, 개인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한국의 은행들이 미국 제재를 적용받는 ‘중대한 거래’가 금액 기준으로 몇 달러부터인지 미국과 조속히 협의해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은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미국의 대북 제재는 한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인 관광객이 북한에 머무는 숙박비와 관광가이드 비용을 북한 사람에게 지급한다고 해서, 북한 사람에게 ‘대량 현금’을 주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유엔과 미국의 제재에서도 가능한 금강산 관광 방식을 만들 수 있다.

 

나아가 한국의 법치를 국제적으로도 확장해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동결하고, 핵실험 시설을 해체하는 것과 조응하여 유엔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더 간명하게 해야 한다. 특히 북한에 일절 외국 은행 지점을 설치할 수 없게 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도 해제해야 한다. 북한 경제가 국제경제 속에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대북 제재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여 문 대통령의 평화 선언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 핵심은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적용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대북 제재 해설 매뉴얼이 필요하다. 이것을 가지고 미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서, 우리 기업과 은행에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비핵화는 선언만으로 오지 않는다. 법치가 함께 필요하다.

 

<송기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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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비핵화 담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재 완화 기류를 견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approval)’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한 것은 지나치다. ‘approval’은 승인 또는 허락, 일상적으로는 재가라는 뉘앙스가 포함돼 있어 주권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쓰는 것은 외교적 결례다.

 

5·24조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독자적 조치다. 북핵 문제와 무관한 만큼 미국이 간여할 사안이 아니다. 5·24조치를 해제한다고 해도 해당 사업들이 대부분 유엔 안보리의 제재대상인 만큼 당장 실행할 수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동맹국을 경시한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의 취지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불상사는 강경화 장관의 미숙한 국회 답변이 원인을 제공했다.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강산관광은 5·24조치 때문에 못 가는 것 아니냐. 5·24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의에 강 장관이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답한 것이다. 5·24조치는 금강산관광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숙지하지 못한 답변이다. 강 장관은 또 ‘남북정상회담 후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남북군사합의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느냐’는 질의에도 “맞다. 충분한 브리핑을 못 받은 상황에서 여러 질문이 있었다”고 했다. 마치 한·미 간에 큰 이견이 존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답변도 ‘몇 차례 통화해 의견교환을 했다’고 하는 게 사실에 부합한다. 문제의 통화가 남북정상회담 전에 이뤄졌다는 사실도 강 장관은 알지 못한 듯하다. 이 모두 강 장관의 정무적 판단과 업무파악 능력에 의문을 갖게 하는 장면이다. 남북관계·외교 현안은 답변의 뉘앙스에 따라 오해를 부르고 파장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3자회담을 열어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남북도 경협 재개를 위해 부분적인 제재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재 해제를 뒤로 미루며 북한을 압박하려는 미국과의 불협화음이 일 개연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럴수록 한·미 간에 더 밀도 있는 협의를 하되 상호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외교적 품위를 잃는 행동은 비핵화에도 도움이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정간섭성 발언을 삼가고, 정부 당국자들은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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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한번 만나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청와대가 지난 9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8일(현지시간) 교황청을 공식 방문하는 문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어서 방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오찬을 한 뒤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이야기하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정상회담 때 방북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달 25~28일 바티칸에서 교황청의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고 1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보름가량 시일이 지난 만큼 검토를 끝낸 교황이 문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방북 여부와 구체적인 방북 희망 시기를 밝힐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매우 긍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교황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들여 방북 용단을 내려줄 것을 희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들어 한반도의 주요 국면 때마다 기도와 축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1일 부활절 미사에서 교황은 “예수의 씨앗이 한반도를 위한 대화의 결실을 맺어 지역의 조화와 평화를 증진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인 29일 미사 때는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인 결과와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대화를 추진한 양쪽 지도자들의 용감한 헌신에 나의 기도를 덧붙인다”고 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10일 미사에서는 “우리 모두 성모 마리아가 한반도에 임해 이 회담을 인도하기를 기도하자”고도 했다. 교황의 언어에 오랜 고난의 땅 한반도에 대한 각별한 감정이 이입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콜롬비아 평화협정 타결 등에 막후 역할을 해왔다. 이런 이력으로 본다면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대전환의 흐름을 굳건히 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은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종교의 자유 등 인권 분야에서 실질적인 개선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만큼이나 인권 개선도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교황을 초청한 데는 앞으로 이런 노력을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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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행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폴더 인사’다. 지난 1일 김책공대를 방문해 교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신년사, 전국노병대회 행사에 이어 올 들어서만 3번째다. 무오류의 최고존엄, 절대적 존재가 주민들에게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하는 모습은 낯설다. 소탈하고 겸손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노력일 터이다. 평양 정상회담 때 그는 남측 인사들 앞에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진정성이 묻어난다.

 

김정은의 비전이 빛을 보려면 내부적인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해외에 있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비핵화 협상에서 누군가 양보해야 한다면 그것은 북한이다. 북한으로서는 불만스러운 현실이다.

 

북한은 비핵화-종전선언 프레임부터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했고,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되자 위협을 느낀 미국의 필요로 비핵화 협상이 열리게 되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비핵화 협상은 비핵화-적대정책 철회 프레임이 돼야 한다. 북한은 특히 체제보장이란 용어에 반발한다. 자주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보호국 취급을 받는 것을 모욕으로 느낄 만하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입장일 뿐이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는 불법적으로 핵개발을 하고 위협한 것은 북한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또한 핵개발은 용인할 수 없으며 제재와 압박으로 응징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도 공유한다. 양측의 논리는 타당성과 허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방어용이라면서 핵위협을 하는 북한이나, 북한을 협상상대가 아니라 항복대상으로 보는 미국 둘 다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이런 논쟁은 허망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과성과 책임을 가릴 필요가 있다. 한쪽 의견이 부풀려져도, 과소평가돼도 안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비핵화 협상이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른 시기에 열기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가장 눈에 띈다. 곧바로 실무협상을 통해 시간과 장소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미의 협상 태도가 달라진 것도 고무적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사찰 허용 등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다. 미국은 선 비핵화 입장에서 비핵화하면 상응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비핵화 협상이 비로소 일방주의에서 상호주의라는 정상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타협의 여지는 좀 더 커졌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미국 조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반대파와 대북협상 반대파가 더 많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비핵화 협상은 난맥상을 면치 못했다. 사례를 보자.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 압박(“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1년 내 비핵화를 약속했다”, 8월5일 존 볼턴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김정은 “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 약속(9월5일)→트럼프 “북 비핵화에 시간게임 않겠다”(9월26일). 북한이 허들을 넘어서자 미국이 더 높아진 새로운 허들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을 대표하는 인사도 매번 달라진다. 트럼프는 찬성하는데 행정부의 누군가는 비상벨을 누른다. 트럼프가 북한의 제안을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는데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식이다. 조직적 저항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니 트럼프가 “김정은을 사랑한다”면서 “슬프지만 제재는 강화하겠다”는 모순적 대응이 나온다.

 

누군가 양보하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은 진전되지 않는다. 이것이 1차 북·미 정상회담 후 지난 4개월간의 뼈저린 교훈이다.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미국 개최를 제안하기를 권고한다. 미국의 안방을 찾아가 반북세력과 회의론자들 앞에서 비핵화 의지를 역설한다면 그것마저 부정하고 불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급적 미 중간선거 이전에 가는 게 좋지만 이후라도 나쁘지 않다. 북한에는 체제와 2500만 주민의 생존과 번영이 걸린 중대사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반도 전체로는 70년 냉전과 대결을 끝장내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물론 미국행이 불가능한 이유는 차고 넘칠 것이다. 빈손 방미 가능성도 있고, 미국에 무릎을 꿇을 수 없다는 결기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위험과 불이익을 합해도 미국행 결단의 명분과 당위에 비교할 수 없다. 안전 문제가 걸린다면 문 대통령과 함께 가면 된다. 워싱턴에서 남·북·미 지도자들이 종전선언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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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별도로 조만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루어질 전망”이라며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저는 그 모든 과정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또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전망하면서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한다.

 

북·미관계가 중대한 진전을 보이고 있음은 속속 확인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을 곧 미국 사찰단이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2차 정상회담도 세부사항 합의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며 회담 개최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제는 김 위원장이 뒷걸음질치기 불가능할 정도로 비핵화를 통한 경제건설 대열에 들어선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폼페이오가 방북 직전 북한의 비핵화 후 일정으로 평화협정 체결과 중국의 참여를 언급했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찾아가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최근 악화된 미·중관계를 접어둘 정도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중국의 지지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러·일의 움직임도 드러났다. 김 위원장의 방러는 경제협력뿐 아니라 북한이 정상국가의 길을 완성했다는 의미도 된다. 거기에 북·일이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정상화를 모색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그야말로 천지개벽하는 셈이다. 동북아 세력균형 틀이 달라지게 된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일·러의 입장이 한국이나 미국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북·중·러 3자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넘어 동북아 냉전대결 구도를 종식하려면 관련국들의 협조와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특히 중국을 평화협정에 참여시켜 한반도 합의를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비핵화뿐 아니라 이후 한반도 안보구도에서도 중요하다. 러시아도 안전판으로 들어와야 하고, 북·일 간 관계 정상화도 필요하다. 정부는 북·미 협상 촉진자로서의 역할 외에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도 강화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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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평양을 방문,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종전선언 문제를 협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 후 오찬을 하면서 “오늘은 양국의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매우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이번 방북에서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아직 할 일이 많지만 오늘 또 한 걸음 내디뎠다”고 말했다. 이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개최키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며 “양측은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 진행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핵화 논의가 구체화되고 2차 정상회담을 둘러싼 양측 간 협의가 진전된 것을 주목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7일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지난 7월 이후 3개월여 만이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북·미가 이번 폼페이오의 방북을 통해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조응 문제를 어떻게 논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짧은 방북 일정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 두 사람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비핵화 조치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만은 분명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으며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북·미 양측이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빠른 시일 내에 협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북·미가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큰 틀에서 의견을 모은 것은 물론 북한 핵 폐기 조치가 미국 정부의 참관을 거론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는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고집하면서 종전선언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를 언급한 것은 중대한 진전이다. 북·미 양측이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조치와 종전선언을 주고받는 빅딜에 합의했거나 조만간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미국 측이 한국의 중재 역할에 각별히 사의를 표한 것도 방북 결과가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폼페이오는 이날 “한국이 비핵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곧장 여기로 왔다”며 이 점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의를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해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입장을 이끌어낸 것이 논의 진전의 결정적 전기가 되었다는 의미다. 이번에 북·미가 공감한 비핵화 방향이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제시한 핵신고 유예 방안을 담고 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미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2차 정상회담은 북·미가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맞교환을 마무리함으로써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완성하는 행사다. 향후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에 대한 협의를 실무협상단을 통해 하기로 결정까지 했다니 큰 난관은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까지는 긴 여정이 남아 있다. 당장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금과 같은 대화 모멘텀을 이어간다면 해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금강산관광 중단을 내용으로 하는 5·24조치 등 일부 제재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추가 협의를 순조롭게 마무리함으로써 연내 종전선언을 넘어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단계로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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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비핵화 추진에 대한 신뢰성을 보여주기 위해 몇 가지의 선제조치를 취했다. 2017년 11월 ICBM인 화성-15형 시험발사 후 미사일 시험발사도발의 지속적 중단, 5월 풍계리 핵시험장 폭파, 그리고 동창리 서해발사장에 위치한 미사일 대형액체로켓엔진 시험시설의 파괴와 위성발사장 관련시설의 해체를 추진했다. 현재 북한은 이러한 선제조치에 대해 미국의 상응조치가 없다는 판단하에 중단한 상태로 보인다. 지난 9월 남북정상은 3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도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동창리 액체로켓엔진의 시험시설은 미사일 엔진의 성능과 연소특성 등을 측정하는 수직연소시험시설(Vertical Test Stand)로서 이를 파괴한다면 상징적인 홍보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험시설을 재구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주목표 중 하나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화성-15형)용 백두산 엔진을 개발한 상태에서 이러한 대형 액체로켓엔진 시험시설의 필요성은 낮아졌다.

 

한편 동창리 발사장의 발사대는 위성발사체를 위한 것이지 미사일 발사대는 아니다. 동창리 위성발사장을 폐기한다면 북한은 지난 10년 이상 개발해왔던 위성 및 발사체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는 홍보를 할 수 있다. 현대의 미사일은 동창리 발사대와 같은 고정 발사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동창리 고정 발사대는 이미 수많은 감시정찰자산에 의해 추적되는 터라 미사일 발사 전에 발사징후를 포착해 선제타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도 스커드와 같은 단거리미사일로부터 화성-15형 ICBM까지 이동식미사일발사대를 사용하여 발사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선제조치는 북한 핵무기 비핵화와의 연계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은 현재까지 북한이 취한 선제조치가 비핵화와의 연계성이 낮은 핵심을 비켜 가는 프로세스로 간주하는 듯하다. 또한 전문가의 참여 없이 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한 것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시 복구하거나, 핵시험장의 지반 약화로 인한 자동 폐기로 여기기 때문에 이를 선의로 받기 어렵다는 의미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목표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제시했으나, 북한은 전쟁 패전국에나 요구하는 원칙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지난 7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직전 비핵화 목표로 새로운 용어인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핵폐기)’를 등장시켰다. ‘불가역적인’이란 용어를 삭제하고 ‘검증’에 무게를 둔 목표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과 미국의 상호신뢰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비핵화 목표에 대한 언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비핵화 목표나 비핵화 시간보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작이라도 해보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비핵화 핵심을 비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초기 행위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등에 대한 신고이다.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북한이 다시 핵무기 관련 신고에 대해 강력한 저항감을 나타내자, 현재는 영변시설의 폐쇄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방향의 비핵화 초입단계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핵탄두미사일로서 한국에 위협이 되는 미사일은 ICBM이 아닌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노동미사일이나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북극성-2형과 같은 중·단거리 미사일이다. 미국은 실제 자국의 안보와 관련이 있는 장거리미사일인 ICBM의 발사중단 모라토리엄과 비핵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중단거리 핵탄두미사일은 비핵화 협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어, 비핵화 협상에서는 이러한 사항도 반영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비핵화 프로세스의 정체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에 기인한다. 양측은 각자 비핵화 협상의 핵심에서 벗어나 원론적인 선제조치와 상응조치만 요구하고 있다. 서로 과거와 같은 속임수에 당하지 않겠단 잠재의식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과 미국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영근 |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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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가 연속 3선을 했다. 전후 일본에서 최장기 자민당 총재 및 총리로 기록되게 된 것이다. 자민당의 각 파벌이 현직자인 아베의 서슬에 눌려 지지를 표명하는 가운데 유일한 대항마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아베의 승리는 예상된 것이었으나 의외로 고전했다고 평가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자민당 현직 국회의원 405표와 전국의 당원 및 당우 405표를 합한 810표를 가지고 치러진다. 아베를 지지하는 의원은 80%인 329표, 이시바를 지지하는 의원은 73표였다. 당원 및 당우 중 55%는 아베를 지지했고(224표), 34%는 이시바를 지지했다(181표). 결과는 553표 대 254표로 아베가 승리했지만 아베를 견제하는 표가 예상외로 쏟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05표로 환산된 일반 당원투표(유권자 104만여명)에서 아베는 224표, 이시바는 181표를 얻으면서 접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아베의 장기집권에 대한 권태가 만연해 있다. 모리토모학원과 가케학원에 아베가 특혜를 준 ‘모리·가케 스캔들’은 그간 아베 정권을 흔들어왔다. 아베는 고위 관료들을 동원해 거짓말과 증거인멸을 하는 등 더욱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해외 파견 자위대의 일지 개찬 문제 등 아베의 일관된 거짓과 엉터리 답변으로 아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가운데)가 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4차 내각 각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_ AP연합뉴스

 

외교 면에서도 오로지 미국 일변도의 비굴한 외교로 일관해 일본의 국시인 평화주의에 역행하는 개헌과 군국주의 부활의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대북 문제에서는 미국보다 더 강경한 제재론을 주장하여 남북 화해에 반대하고 방해해왔다. 우리 겨레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영토·영해 문제에서 호전적이고 확장주의적인 입장에서 배외주의적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자, 외교적 고립의 위기를 느낀 일본은 최근에 와서 갑자기 방북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기회주의적이고 비겁한 아베의 진면목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렇듯이 정치·외교에서 정의, 신의, 신뢰라는 윤리를 비웃는 저열한 아베 정권이 전후 일본 정치에서 최장기 정권담당자로 군림하는 이유는 야당이 분열하고 약세라는 사정과 그런 선거제도와 정치구조를 만들어온 뿌리 깊은 문제도 있지만,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에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7월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의 합동 여론조사에 의하면 아베의 정권운영을 ‘지지’한다고 한 자가 다수를 차지했으며, 특히 젊은 10~20대 남성의 73%와 여성의 61%가 지지를 보냈다. 이것은 대졸자 취업률이 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무조건 돈을 찍어대고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아베노믹스’를 배경으로 고용 개선이나 경기 회복이 진행된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단카이(團塊)세대로 일컬어지는 60대 이상에서 지지하는 자가 40% 정도로 가장 낮았다.

 

문제는 한국이다. 정권 출범 이래 70% 안팎을 자랑하던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올해 8월에 급락하고 여론조사에 따라서는 50%를 하회하는 수치마저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경제 문제가 크다. 전기요금 누진제, 은산분리, 최저임금 문제와 중소기업의 반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야권의 대대적인 비난 공세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로 인해 젊은층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청렴결백하고, 약자에 대한 깊은 공감을 지니고 있으며, 평화를 지향하고, 뜨거운 민족적 사랑을 가진 대통령이다. 아베의 저열함에 비할 바가 없는 훌륭한 정치가이지만, 취업이 잘 안된다고 젊은이들의 지지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취업이 안되는 당사자는 불안한 마음에 무슨 짓이든지 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일본 노동시장의 저변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나 비정규직 고용이 40%를 넘으며, 비대한 서비스업에 노동인구가 흡수된 측면도 있다. 내가 보기에 한국 경제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서울의 물가는 오히려 도쿄보다 비싼데도 다들 수준 높은 소비생활을 즐기고, 해외여행하는 사람들도 연간 3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며칠 전에 만난 일본의 한 신문기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특별히 나쁜 처지에 있다기보다는 기대치가 높은 거 아닐까요?”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일류기업 급여 수준이 너무 높은 것 같다. 일본의 취업자 초봉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크지 않다. 한국에서는 일류기업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일본에서는 바라볼 수도 없는 30~40평짜리 아파트에 들어가 아주 높은 소비생활을 구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류기업에 못 들어간 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전문학교 진학자 비율이 20% 내외로 수십년간 안정되어왔다. 반면 한국의 전문학교는 쇠퇴하고 4년제 대학교 진학을 선호한다. 즉 전문 기술자보다 양복 입고 펜대를 잡는 화이트칼라를 선호한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4년제 일류대학교 합격→재벌기업 취직’이 성공한 인생의 모델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 좁은 문을 향해 죽자 살자 경쟁하는 모양이다. 물론 정부는 당장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손을 써야 할 의무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경쟁에 매달리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한국 사람들의 가치관, 직업의식을 바꾸고, 인간적 자존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의 그물망에 얽혀 달싹하기가 어렵다는 근본 문제가 있어도, 과도한 경쟁체제를 완화시키고, 더불어 사는 인간다운 즐거움과 여유, 다양한 생활에 대한 각자의 만족을 실현시키는 대대적인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비단 한국 내 모순의 해결만이 아니라, 앞으로 남북 화해협력과 통일시대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와 사회조직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한 격조 높고 감동적인 연설에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자해적인 악담을 하는 ‘극우’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남북의 지도자가 서로를 대변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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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7일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미 국무부가 발표했다. 이번 방북의 핵심 예상 의제는 비핵화와 상응조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 및 의제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당일치기로 방문한 뒤 서울로 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일정이 확정됨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협상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경향신문DB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기는 당초 관측보다 앞당겨졌다. 그만큼 성과를 내려는 북·미 간 의지가 강해 보인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우리가 북한행 비행기를 타고 대화를 지속할 만큼 자신감을 느낀다”고 한 것은 미국의 기대감을 엿보게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이 사전에 정해진 점도 양측이 물밑 대화에서 상당한 정도로 의견을 접근시켰으리라는 관측을 낳는다. 폼페이오는 지난 7월 3차 방북 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국했다. 8월에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 계획이 아예 없었으며 결국은 방북 계획 자체가 취소됐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을 전후해 일본,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하기로 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관련국들의 협력을 구해야 하는 수준의 중대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 참관하에 영구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과 영변 핵시설 폐기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희망하는 일부 핵무기의 조기 폐기 방안이 협의될 가능성도 있다.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북한이 요구해온 종전선언과 제재완화에 대한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측 대화가 교착된 이후 미국과 북한은 각기 상대방의 요구와 기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비핵화가 ‘일방주의’식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고, 북한도 핵문제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체감했을 것이다. 북·미 협상 2라운드는 보다 현실적으로 상호 간의 요구를 거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선(先) 비핵화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압박적 태도를 풀고, 북한도 국제사회를 납득할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제시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빅딜’을 이뤄내야 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과를 내고,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의 로드맵을 마련하는 역사를 쓰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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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 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비핵화를 실현하는 우리 공화국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그런데) 미국은 선 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대북) 제재 압박 도수를 더욱 높이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또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에 대해 확약했다”며 ‘비확산’도 새로이 언급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면서 종전선언 등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한 미국의 조치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리 외무상의 이날 연설은 본격적인 북·미 핵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 측에 제시한 협상 조건이다. 임박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 맞춰 미국을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도 이제는 역지사지의 태도로 북한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북·미 협상 과정을 볼 때 “(비핵화 조치에) 상응한 화답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은 무리가 아니다. 우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노선 변화에 대해 미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이외에 딱히 양보한 것이 없다. 70년 동안이나 적대시해온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체제안전은 보장하지 않은 채 핵부터 포기하라고 한다면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북·미 간에는 최소한의 신뢰조차 없다. 리 외무상이 이날 연설을 통해 ‘비확산’을 약속한 점도 주목된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핵무기 및 기술 확산 의심을 선제적으로 해소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 진전을 바란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영변 핵시설 영구 동결에 더해 비확산까지 추가 확약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또 다른 조치로 평가해야 한다.

 

다행히 북·미 간 대화가 진척되고 있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다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소개하며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핵화 실행조치와 종전선언의 선후관계를 놓고 북·미가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은 상존한다. 미국 측이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북한에 유화적인 입장만 취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기회는 다시 맞기 어렵다. 북한이 요구한 상응조치는 물론 종전선언과 제재완화이다. 미국이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를 못박은 만큼 단시일 내에 가능한 것은 종전선언이다.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연내 종전선언으로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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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기간 쏟아진 미국 뉴욕발 뉴스들은 한가위 선물만큼이나 풍성하고 희망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번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머지않아 2차 정상회담의 최종 준비를 하기 위해 평양에 가게 될 것”이라며 실무 준비가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완전 파괴’를 경고하던 1년 전과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으로 ‘톱다운’ 방식의 새 합의를 도출해 비핵화를 이끌어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한·미 정상회담과 유엔총회를 통해 재확인된 것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한·미 정상회담→북·미 2차 정상회담의 흐름은 지난 몇달간 정체 상태였던 한반도 대전환 여정의 힘찬 재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한반도 대전환의 밑그림이 완성되기를 희망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리용호 북한 위무상이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위터 캡쳐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북한이 원하고 있는 종전선언을 비롯한 ‘상응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대북 제재 계속’을 거듭 확인한 점을 보면 성급한 낙관론은 경계할 일이다. 청와대도 “두 정상이 종전선언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는 선에서 회담 결과를 전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보여주는 움직임은 많다. 폼페이오는 지난 23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특정한 시설들, 특정한 무기 시스템들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이러한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9·19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된 것 이상의 비핵화 추가조치들이 꽤 구체적인 수준에서 협의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25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 간의 ‘뉴욕회동’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올릴 ‘빅딜’ 메뉴들을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문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연내 종전선언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은 일련의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에서 나온 언급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 정세는 금방이라도 빗줄기를 퍼부을 듯한 짙은 먹구름 속에 휩싸여 있었다. 폼페이오의 4차 방북이 취소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소일정도 미뤄지는 등 남북·북미 관계 모두 난관에 처해 있었다.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김정은이 ‘친서외교’로 소통을 유지하고,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중재노력이 북·미 간 협상 모멘텀을 살려낸 덕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남북 및 북·미 3각 채널이 앞으로도 작동될 것이란 점이다.

 

문 대통령은 뉴욕에서 미국 외교협회 등 주최로 열린 연설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고, 종전선언을 비롯한 ‘상응조치’ 방안도 예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제재완화를 한 뒤 북한이 약속을 어긴다면 다시 제재를 강화하면 된다”며 미국이 제재완화에 유연성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종전선언 하나에도 인색했던 미국을 상대로 제재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지원, 예술단 교류 같은 목록을 꺼내놓는 것은 시기상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과감한 비핵화에 나선다면 미국도 ‘통 큰’ 상응조치로 화답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외교협상이다. 한반도 대전환을 이루고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려면 남·북·미 모두 양보와 상응조치로 ‘윈윈’하는 거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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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이 평양 선언문을 통하여 미국에 던진 메시지는 이것이다.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든다는 의미는 남북 간에 종전을 선언한 것이다. 전쟁이 없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은 재래식 위협뿐만 아니라 핵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하다. 그리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의미는 미국에 직접 위협을 가할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을 우선적으로 포기하고, 사찰, 검증을 받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와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에 대한 위협은 우선적으로 사라진다. 미국에 대한 위협을 이러한 방식으로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터이니 이제 미국이 종전선언을 할 차례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면 그다음 단계인 영변의 미래 핵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 그리고 계속 평화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면서 현재 핵과 과거 핵까지 폐기하여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한반도 전역의 전쟁 위험 해소 등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이번 평양 선언문은 1조에서 4조에 걸쳐 남북관계, 특히 남북 간의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방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비핵화와 관련된 5조는 행간을 읽어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간접적으로 기술되었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 간에 집요하게 줄다리기를 했던 북한의 핵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고, 그 의미가 포함될 수 있는 다른 말들로 문장이 처리되었다.

 

그래서 행간을 읽어보니 북한은 우선 미국과 미국민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는 것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읽힌다. 아직 미완성 단계인 ICBM 개발과 관련된 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는 내용이 그것이고, 남북 간에는 종전이 되었으니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위협이 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 메시지는 다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미국을 향한 북한의 도발을 멈춘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하여 왔는데 이제 단순히 도발을 멈춘 것을 넘어서 위협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선언을 하였으니 말이다. 트럼프가 본인의 치적으로 충분히 내세울 수 있을 만한 북한의 선물인 셈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인 종전선언을 연내에 해준다면, 그다음에는 김 위원장도 다음 단계의 핵폐기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물론 이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인물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어떤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수도 있다.

 

평양 선언문의 이러한 문장과 구조는 절묘한 한 수다.

첫째, 완벽한 핵신고는 부담스러워서 못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확실하게 긁어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로 자랑해 온 미국에의 직접 위협 중단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둘째, 남북 간의 실질적인 종전선언을 하여 남북관계 때문에 미국민에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한반도에 주한미군을 보낸 미국 부모, 형제, 부부, 자식들에게 보냈다. 셋째, 일본에 대한 위협과 주일미군에 대한 위협 제거 내용이 빠져있다. 왜냐하면 일본과의 적대관계 청산을 언급하지 않았고, 일본을 향한 중거리 미사일에 대한 언급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이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남겨두고 있는데, 주일미군에 대한 위협 때문이라도 일본 정부는 북한과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하여 북·미관계와 보조를 맞추어 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빠졌다. 조만간 북·일 정상회담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이를 받아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가이다.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미국의 핵 비확산론자들과 강성 매파들의 견제를 넘어설 결심을 할 수 있을까이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직접 위협 제거와 핵비확산은 다른 문제이다. 전자는 북한과 미국의 양자관계이지만 후자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이 걸린 문제다. 강경파와 비확산론자들은 확실한 비핵화의 증거가 있어야만 종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터이고, 정치인 트럼프는 미국과 동맹국에의 직접 위협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한다면 종전선언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게중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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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현 단계에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의지와 신뢰의 선순환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어떻게 해서든 양국 간에 신뢰를 쌓으려 할 것이고, 신뢰가 쌓여 나가면 핵문제 해결 의지도 더욱 강해지는 선순환이 작동할 것이다. 6월12일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문의 구조가 바로 그러한 선순환을 반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해 언론과 대화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론적으로 볼 때, 이러한 선순환을 만드는데 유리한 지도자는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이다. 그 이유는 미국과 같이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제도적으로 의회의 견제, 언론의 견제, 보좌진의 견제, 그리고 여론의 견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주변의 견제가 약하기 때문에 의지만 강하다면 상대방과 신뢰를 쌓기에 유리하다.

 

지금 북한 비핵화는 이 의지와 신뢰의 선순환에 브레이크가 걸려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의지를 왜 미국이 안 믿어주는지 답답하다는 심경을 표현할 정도로 일단 비핵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물론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때의 비핵화 의지를 의미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의 견제에 의하여 그 의지가 상당히 약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당장 종전선언 문제만 보더라도, 이는 이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통전부장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기로 약속한 사안인데, 존 볼턴 안보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 등 주변의 견제로 인하여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의 복스(Vox)뉴스가 여러 정보 소스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중간선거를 앞둔 국내정치 상황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였으며,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줄 위기에 처해 있다. 만약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급속한 레임덕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다. 트럼프 정부 내의 이른바 행정 쿠데타를 폭로한 책 &lt;공포&gt;와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능력을 비판한 고위관료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어떤 악재가 더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이렇게 흔들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악마국가’로 인식되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과연 강력한 의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에 더해 더욱 불안한 징조는 현재 북한 비핵화 협상에 직접 관련이 없는 재무부와 법무부까지 비핵화 협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2005년 이른바 ‘BDA 제재’의 기억을 되살린다. 이 제재는 미 재무부가 ‘애국법’ 311조를 적용하여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그곳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것인데, 그 결과 순항하던 당시 비핵화 프로세스가 파행하고 북한은 핵실험으로 대응하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미 재무부가 9월13일 북한의 IT 노동자 국외 송출과 관련하여 북한인 1명과 중국·러시아 기업 2곳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했고, 법무부는 9월6일 ‘박진혁’이라는 이름의 북한인과 북한 기관을 2014년 소니 영화사의 해킹과 영국 및 방글라데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최근 러시아, 중국,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러한 악재들이 법무부와 재무부에서 터져나오는 것은 거의 전 부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견제를 하는 모양새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웬만한 선물로는 종전선언에 합의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설사 북한의 핵신고와 종전선언이 있어도 1994년의 경험에 미뤄보면 검증 단계에서 위기가 또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시련이 생각보다 빨리, 강하게 닥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외교를 통하여 이 국면을 타개해 나가려 하고 있으나, 이제는 친서보다는 북한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비핵화의 로드맵과 시간표를 국제사회에 전격적으로 공개해야 할 시점이다. 누가 진정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를 국제사회가 판단, 검증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근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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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길은 북쪽에 있다. 북한은 지하자원, 관광, 노동력 등에서 노다지와 같다.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우리가 덕 본다. 북한은 일본으로부터 배상도 받는다. 북한에 ‘퍼주기’라고 하는데 ‘퍼오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륙 간 철도가 연결되면 물류비용이 30% 절약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태평양의 물류거점이 된다. 물류가 일어나면 경제가 일어난다. 이런 것은 북한과 협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유라시아 대륙이 노다지판과 같다. 길게 보면 이렇게 경제를 살려야 한다.”

 

10년 전이다. 2008년 11월27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의 면담에서 ‘북한은 노다지’라는 발언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력 비판했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정신병자로 몰아붙였고, 보수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탁견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출처:경향신문DB

 

민족의 회복은 어디에서 오나. 경제다. 민족의 번영은 어디에서 오나. 그 역시 경제다. 한때는 분단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상대를 패망시키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역설적으로 북한이 망하더라도 남한만 잘살면 된다는 사고도 지배했다. 박근혜 정권기에는 북한 급변론(멸망론)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상황이 전변했다.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 센토사 합의가 그것이고, 향후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이후 벌어질 새로운 지평이 있어서다.

 

한국경제는 성장판이 닫혔다. 박정희 경제패러다임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워싱턴 컨센서스와의 조합은 더더욱 한국경제를 수렁으로 빠져들게 했다. 낡은 성장제일주의와 정경유착, 탐욕의 자유와 노동인권 말살, 저성장과 양극화는 대한민국 경제를 구조적 위기로 몰아넣었다. 과연 한국경제의 탈출구, 새로운 성장의 기회는 무엇인가?

2007년 10월4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이 발표되었다. 10·4는 다르다. 6·15선언을 이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경제협력 단계로 나아가는 로드맵을 합의했다. 선언 발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장 핵심적 성과로 새로운 경제협력사업을 꼽은 바 있다. 민족경제의 목표와 운영원칙을 합의한 것은 10·4선언의 중요한 성과였다. 10·4선언의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은 남북 간 단순 교역 증가가 아닌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위상과 폭이 대폭 강화되었다.

 

2018년 4월27일, 남북의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번영의 시대가 열렸음을 전 세계에 천명했다. 무엇보다도 판문점선언의 의의는 ‘평화번영을 향한 연합적 거버넌스’를 제창한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신경제는 다르다. 평화체제 없는 긴장완화형 경협이 아니고 흡수통합형 경협도 아니다.

 

한반도신경제는 네가지 개념축이 상호작용한다. 먼저 ‘평화’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안정 확보,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체제 안정 보장,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및 해소는 경제를 위한 안전판이다. 둘째 ‘자주’다. 미국과 중국의 입김에 의존하는 불완전하고 불안한 평화가 아니라, 남북한이 직접 평화와 경제를 경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공영’이다.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북한경제 발전 과정에서 남한경제도 발전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넷째 ‘번영’이다. 북한이라는 경제 블랙홀이 사라지면, 작게는 동북아시아 경제협력이 크게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가 자리하게 된다. 여기에 한국경제의 일대 도약의 기회가 있다.

 

EU의 발단이 독일이 제창한 ‘석탄공동체’였다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창한 ‘철도공동체’가 될 것이다. 1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라시아 대륙은 노다지판’이라고 내다본 것처럼 말이다. 6·15가 통일에 이르는 과도적 단계를 논했다. 10·4는 남북 경제공동체를 논했다. 4·27은 한반도신경제를 통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논하고 있다. 이것이 유능한 진보의 진일보다.

 

<최민식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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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진핑 주석은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주인공은 당사자다”라면서 “당사자는 북한, 한국, 미국이다.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그들(남·북·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과정의 각종 일들을 계속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의 주체가 ‘남·북·미 3자’가 될 수 있음을 거론한 것이다. 중국이 빠진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용인하는 쪽으로 중국 지도부가 입장을 정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의 입장 변화는 북·미 협상이 교착되고 있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해양 러시아 아동센터’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_ AP연합뉴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할 ‘마중물’로 꼽혀왔으나 선언 주체를 남·북·미 3자로 할 것인지, 남·북·미·중 4자로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돼왔다. 그간 중국은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 지위를 내세워 자국의 참여를 주장해왔으나 미국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입장을 바꾼 것은 종전선언을 놓고 미·중 간 기싸움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는 북한 입장에 힘을 실어 미국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9·9절 방북을 취소하는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최근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고, 시 주석의 발언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읽힌다. 중국 당국의 자제력 있는 행보를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남·북·미 종전선언’을 용인하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종전선언을 미룰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 5일 방북특사단에 “한·미동맹이 약화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다”며 미국 조야의 불안감을 불식시켰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 주석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상응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통해 종전선언을 위한 협의에 나설 것을 희망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종전선언이 이뤄져 북한이 안심하고 비핵화에 나선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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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선언의 핵심 합의사항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14일 개성공단 내 청사에서 개소식을 열고 즉시 가동에 들어간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남측 소장, 북측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소장을 맡아 교섭·연락, 당국 간 회담·협의, 민간교류 지원, 왕래 인원 편의보장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통일부가 12일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로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갖게 됐다. 남북관계의 상시화·제도화 토대가 마련되는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통일부는 연락사무소장이 책임 연락관이자 대북 교섭·협상 대표의 기능을 병행하며, 필요시 쌍방 최고책임자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대면 협의로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연락사무소 설치는 특사의 상시 파견과 맞먹는 효과를 갖는 셈이다. 남북의 책임자들이 한 건물에 상주하면서 얼굴을 맞대고 남북관계 현안을 조율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서로 전통문을 주고받으며 날짜를 정해야 열릴 수 있는 남북 당국 간 회담에 비춰보면 시간과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상주체제가 남북관계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효과는 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12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건물 외벽에 ‘남북정상회담 성공 기원’ 대형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연락사무소의 당면과제는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와 산림협력 등 판문점선언 이행과 관련한 실무적인 논의들이다. 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면서 제재가 해제되면 남북경협의 명실상부한 거점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좀 더 진전되면 연락사무소 체제에서 서울·평양 상호대표부 체제로 확대될 수 있다. 정권의 성향이나 정세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온 남북관계가 제도적 도약을 하는 출발점이 연락사무소인 셈이다.

 

국내 보수세력과 미국 내 일각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대북 제재에 저촉된다고 하거나, 남북관계의 독주 사례로 꼽는다. 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한 유류 등 대북 물자 반출을 놓고 한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연락사무소 설치는 주권국가의 외교활동으로 대북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관계 발전만이 아니라 비핵화와 북·미관계를 촉진하는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북측은 비핵화 등 북·미 현안을 남측과 협의할 정도로 태도가 유연해졌다. 통일부가 연락사무소가 “비핵화 협의의 진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판단일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지원하는 거점이 되도록 남북이 노력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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