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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에 해당되는 글 201건

  1. 2017.11.07 [사설]미·일동맹 강화가 한반도에 퍼뜨리는 불안
  2. 2017.11.06 [사설]한국은 미국 풀도 중국 풀도 뜯어먹어야 산다
  3. 2017.11.01 [사설]한·중관계 정상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의 길로
  4. 2017.10.27 [사설]대북 특사 필요하다는 조지프 윤 미국 대북특별대표
  5. 2017.10.23 [사설]아베 정권의 개헌선 확보가 일본·한국에 드리운 그림자
  6. 2017.10.18 [사설]내달 초 트럼프 방한, 북핵 평화적 해결책 찾는 계기로
  7. 2017.10.12 [사설]미 의회조사국의 북·미 핫라인 제안, 검토해볼 만하다
  8. 2017.10.11 [사설]한반도 불안 부추기는 트럼프에 대한 한국 시민의 경고
  9. 2017.10.11 [사설]주인 몰래 개성공단 가동한 북한의 행태
  10. 2017.10.11 [사설]갈지자 행보 계속하는 트럼프, 이래서야 북핵 해결할 수 있나
  11. 2017.09.27 [이대근 칼럼]한반도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순간
  12. 2017.09.26 [세상읽기]명분과 실리 챙긴 대북 지원
  13. 2016.06.09 [기고]단둥 무역박람회 취소 ‘또 하나의 개성공단’
  14. 2016.06.07 [사설]또 불거진 미·중 간 사드 갈등, 또 눈치만 보는 한국
  15. 2016.06.03 [사설]미·중은 조율된 대북정책으로 북한 변화 유도해야
  16. 2016.05.27 [사설]박대통령의 아프리카·불 순방, 이렇게 세금 낭비해도 되나
  17. 2016.05.23 [사설]비핵화 다루는 남북회담 역제의 검토할 만하다
  18. 2016.05.19 [사설]오락가락하는 트럼프에게 한반도 평화를 맡길 수 없다
  19. 2016.05.13 [여적]주한미군사령관
  20. 2016.05.12 [시론]핵을 정권의 기반으로 삼은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양국의 공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문명 세계와 국제 평화 및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전략적 인내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외교전략으로, 트럼프는 지난 6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밝힌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추가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지지를 보냈다. 아베는 “북한이 정책을 바꿀 테니 대화하자고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도쿄 _ EPA연합뉴스

 

두 나라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미사일을 빌미로 한 군비증강도 논의했다. 트럼프는 “일본이 미국산 군사장비를 대량 구매하길 바란다”면서 “이 장비로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안보 아닌, 경제 문제로 접근하고 나아가 일본의 방위비 증강을 간접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는 이에 대해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 있다”고 호응했다. 일본 방문 직전 트럼프가 지난 8~9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본은 요격했어야 했다”면서 “무사의 나라인데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을 드러낸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도 주목된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미·일 기업경영자 간담회에서 “미국과 인도·태평양의 주권국가들은 안보, 번영, 평화의 미래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구상은 백악관이 밝힌 트럼프 순방의 3대 목표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와 연대해 태평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대중국 포위전략’이다. 이 구상은 중국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일본의 방위비 증강을 허용해 자칫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대북 공조를 빌미로 한 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미·일 정상회담의 중요한 목표다. 이를 재확인한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7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풍향계가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 기조에 기초해 문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몰아세운 뒤 협상에 나서는 트럼프의 전략에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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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일주일이 시작됐다. 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10일엔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사이 9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결과에 따라 북핵 위기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역량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국내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싱가포르 CNA방송과 한 인터뷰 내용을 야권이 문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공조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일 공조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 빌미가 되어선 안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출처:경향신문DB

국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은 문재인 정권은 물론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해온 것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광해군 코스프레”니 “삼전도 굴욕”이니 하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중국 편향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해 한국의 생존만 생각한다면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과 동시에 국가 발전과 통일 기반 마련도 추구해야 하는 한국의 숙명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하나 경시할 수 없는 국익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동맹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높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군사 대국화를 추진 중인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야권은 균형외교가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는 짧은 소견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한·중 협력과 한·미동맹 유지·발전의 병행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 소는 미국 풀도, 중국 풀도 뜯어먹어야 산다”고 갈파한 바 있다.       

 

균형외교의 성패는 이해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에서 모든 외교역량을 기울여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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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양국 관계를 조속히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어제 이런 내용을 담은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지난해 사드 배치 이후 악화일로였던 양국 갈등이 수습되기를 기대한다.

 

양측은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또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했고, 모든 외교적 수단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천명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여는 데도 합의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이 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류 및 관광에 대한 금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내 항공사들도 한국행 노선의 운항을 재개하거나 확대할 것이 예상된다. 31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중국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합의는 사드 문제에 대한 실용적 접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양국은 사드 포대를 배치한 현 상황을 유지하는 선에서 사드 문제를 봉합하기로 한 것이다. 서로의 입장이 다른 점을 인정하되, 그 문제로 갈등하기보다 협력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存異) 전략이다.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과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중국은 우려 입장을, 한국은 기존 입장을 각각 합의문에 명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번 합의는 양국의 관계 개선에 대한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핵과 미·중 대결로 동북아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이 최근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2기 체제를 정비하면서 양국 관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드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라 해결을 유보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한·중 간의 사드 문제 처리 방식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만큼 불씨는 남아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유감 표명이나 재발 방지 약속이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다시는 사드와 같은 미·중 갈등 이슈가 한·중관계 악화로 비화되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그제 국정감사에서 이번 합의의 전제나 다름없는 세 가지 원칙을 밝혔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MD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한·미·일 3국 간 군사동맹 반대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중국은 한·미·일 3국 협력이 한·미동맹을 넘어 대중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왔고 실제 사드 갈등의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그러므로 만에 하나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미국만 추종할 경우 중국과 큰 갈등에 휩싸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미·일 북핵 대응 방침과도 배치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만큼 균형 외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한·중관계 정상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구축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양국 모두 북핵의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는 만큼 양국의 협력 공간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강경일변도 북핵 대응 기조를 압박과 대화의 병행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한·미동맹 강화와 제로섬 게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 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안정에 필요하다.

 

한·중 양국의 합의가 양국 관계의 실질적인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양국 국민 간의 상호 인식이 악화된 것이 큰 문제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당국 못지않게 민간 사이의 다양한 교류채널 확대가 시급하다. 교류의 안정성과 영속성을 위한 제도화·규범화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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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고위급 특사의 북한 파견을 포함, 북한과 미국 간 대화재개를 위한 힘겨운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고 미 NBC 방송이 보도했다. 북핵 6자회담 대표인 윤 대표가 의회 관계자들에게서 북·미 양측을 충돌로 몰아넣는 격한 말의 공방보다는 외교적 해법이 중시될 수 있도록 행정부를 설득해달라고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또 의회보좌관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백악관이 외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취지의 토로를 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보도만으로는 윤 대표의 발언 내용과 맥락이 분명치 않다. 하지만 발언의 당사자가 북·미 협상 담당자이고 발언 내용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윤 대표가 의회에까지 도움을 요청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미루어 짐작하기로는 북핵 문제에 대해 큰 틀의 해법은 물론 구체적인 전략도 없이 냉탕·온탕을 수시로 오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북핵 대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기조 아래 면밀한 정책 검토와 한국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그보다는 즉흥적으로 대응하거나 국정난맥과 지지율 하락이라는 자신의 국내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방편으로 북핵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반도 운명이 걸린 북핵 문제는 이처럼 가볍게 취급할 일이 아니다. 워싱턴의 강경파들에 둘러싸인 채 고군분투하는 윤 대표의 처지를 결코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이유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 돼야 한다. 북핵 문제는 외교적 해법이 중요하며, 마침 미 행정부 내에 이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전문 부서의 의견을 수용해 적극적으로 대북 대화와 협상을 벌이기 바란다.   

  

한국 정부도 이들을 적극 지원하고 연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윤 대표가 추구하는 외교적 해법은 한반도 전쟁반대,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정부의 북핵 정책과 맥락이 같다. 고위급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윤 대표의 견해도 시의적절하다. 날로 험악해지는 한반도 정세를 생각하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사태의 출구 모색을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의 방안도 정당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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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공명당이 22일 치러진 총선에서 개헌 발의선(310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아베로서는 그동안 추진해 온 안보·경제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개헌 논의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게 됐다. 실제로 아베가 개헌을 추진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신조 총재는 시즈오카 현 야 이즈현의 선거 운동 기간에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개헌은 아베의 정치적 숙원이다. 개헌 총리로 교과서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베는 그동안 개헌 행보에 신중을 기했다. 2012년 말 재집권한 이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안보법제를 밀어붙이면서도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이나 ‘군국주의 회귀’와 같은 국내외의 비판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자민당은 자위대의 합헌화를 핵심으로 하는 아베의 개헌 방향을 이번 총선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는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를 명시한 평화헌법 9조를 건드리지 않고 자위대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는 것이다.

 

아베는 연립여당이 독자적인 개헌 발의선을 확보함으로써 개헌 추진을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럼에도 아베가 개헌을 실행에 옮길지는 불투명하다. 국민투표가 부결될 때 정계에서 은퇴해야 하는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진하더라도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3연임 도전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압승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우려스럽다. 아베의 압승은 경제 호조, 야당 분열과 함께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주효했다. 사학 스캔들로 퇴진 위기에 몰린 아베가 조기 총선 카드를 선택해 기사회생하게 된 데는 북한 리스크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북한 미사일의 일본 상공 통과는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아베는 이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북한 리스크를 관리할 적임자로 떠올랐다. 북핵 위기가 계속될 경우 아베의 강경 대응 기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대북 강경 대응은 언제든 북한을 자극해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독도 영유권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그래도 한반도 안보 상황은 북핵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군사대국을 꿈꾸는 아베의 우경화 독주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북핵 위기를 함께 풀어가야 할 문재인 정부로서는 더 강경해진 아베를 상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아베의 승리는 일본을 넘어 한국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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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초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북핵 문제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하고 국회 연설도 할 예정이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방한은 그 자체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규모 병력이 대치하는 한반도의 위험천만한 현실을 직접 보고 깨닫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방한의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10월16일 (출처:경향신문DB)

 

트럼프의 이번 방한은 한·중·일 3국 연쇄 방문의 일환이다. 향후 국제사회 북핵 대응의 골간이 이번 3국 방문 기간에 결정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과 북핵 문제를 논의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북 담판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만에 하나 한반도 안보가 분수령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방한을 통해 대북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백악관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우정을 기념하고, 국제사회에는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에 동참하라고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국회 연설에서도 핵우산 약속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압박하는 모종의 대북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북 압박 노선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압박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확인된 바다. 북핵 문제 해결의 첫번째 원칙은 평화적 방법을 잊어서는 안된다. 평화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설령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트럼프의 방한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책을 찾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마침 강경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외교적 해결의 여지를 시사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앞서 제임스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북핵 위협이 관리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트럼프 방한은 자신의 북핵 구상을 제기할 흔치 않은 기회다.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치가 격화하면 한국 정부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게 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북핵 해결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트럼프를 설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논의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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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최근 발표한 ‘미국의 가능한 대북정책’ 보고서에서 미 정부가 대북 외교적 접촉을 강화하고 군사적 충돌에 대비한 북·미 간 비상 직통선(핫라인)을 설치할 것을 제언했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외교적 해법과 함께 제재 확대, 군사적 공격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과의 외교적 협상을 재개하기 이전에라도 6자회담 참가국들이 미국과 북한 간 핫라인 설치를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은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을 해당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해 의원들에게 제시하는 독립적인 기구이다. 행정부와 별도로 미국 의회의 입장을 반영하는 기구가 현시점에서 북·미 간 핫라인 개설을 제안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가 상정했듯 북·미 간 상호 군사적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다. 태평양상 수소탄 실험과 미사일을 통한 괌 포위 공격을 공언한 북한은 언제든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제 밤에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보름여 만에 또다시 한반도 상공을 날았다. B-1B 편대는 2~3주에 한 번꼴로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라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일관성 없는 발언으로 대북정책의 불확실성을 한껏 높이고 있다. 북한에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전략폭격기 B-1B 야간 출격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느낄 압박과 긴장은 엄청나다. 핫라인이라는 안전판이 없으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순간적인 판단 착오에 의한 우발 충돌이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아직까지는 외교적 해법을 앞세우고 있지만 군사적 옵션을 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군으로부터 북한을 향해 쓸 수 있는 군사적인 옵션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쿠바 미사일 사태를 계기로 워싱턴 백악관과 모스크바의 크렘린 간 핫라인을 설치해 우발적인 충돌에 대비했다. 지금이야말로 북한과 핫라인이 필요한 때이다. 북핵 당사국들은 다자간 협의를 통해 핫라인을 설치, 우발적 충돌을 예방해야 한다. 지난해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남북 간 핫라인마저 1년7개월째 끊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간 틈바구니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남북 간 핫라인 복원, 북·미 간 핫라인 개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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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0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이 갈수록 태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군 수뇌부와 북한·이란 문제를 논의한 직후 “(지금은) 폭풍 전야”라고 말했다. 7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대북 대화 및 협상 무용론을 거론하며 “단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위기가 가라앉을 만하면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는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트럼프가 언급한 ‘한 가지 방법’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대북 군사옵션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군사옵션 직전 단계로서 최대한의 대북외교·경제 압박을 의미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의 추가도발 징후에 대한 사전경고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분명한 것은 그의 발언이 충분한 숙고 끝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즉흥적으로 툭툭 내던지는 발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거친 한마디라도 온몸으로 떠안아야 하는 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위험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3월 “매우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하더니 지난 8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후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뒤인 지난달 19일 유엔 연설에서는 ‘북한 완전 파괴’ 발언으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 고위인사들이나 전문가들과 깊이있는 논의를 거치지 않은 즉흥적인 것이 많다고 한다. 당연히 그런 발언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으로 가치도 없고 실제로 북핵 저지에 효과적이지도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그의 발언이 하나같이 북한의 맞대응을 유발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 위기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무분별한 발언은 미국 내에서도 혼란과 분열의 핵이 되고 있다.

 

한반도 위기의 1차적 책임은 북한 김정은에게 있다. 하지만 트럼프 역시 그 못지않은 책임이 있다. 더구나 지금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 상태에 있다. 한국인으로서 트럼프의 혼란스러운 발언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트럼프에게 신중하게 발언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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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9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중국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공단 내 19개 의류공장을 은밀히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선전매체들도 가동 사실을 숨기거나 부인하기는커녕 “공장들이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어제 “개성공업지구는 명백히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지역으로,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 괴뢰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 기업들의 자산인 공단 내 공장시설을 몰래 운영하는 것도 모자라 자기네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성공업지구는 남측 기업들이 자본과 설비를 투자해 북한의 노동자를 종업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예외로 인정한 공업지구이다. 최초의 남북합작 공단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과 화해의 보루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 2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한국 정부가 가동 중단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가동 중단은 어디까지나 고육지책의 임시적 조치였다.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으면 남측 기업들이 다시 들어가 정상 가동할 남측 시설인 것이다. 그럼에도 가동 중단 기간이 길어지는 틈을 타 북한이 주인 몰래 공장을 제멋대로 가동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적 행동이다. 북한은 한국의 공단 가동 중단 조치 후 공단 내 자산 동결을 선언하고 관리·운영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공장 가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일방적 선언으로 남의 재산을 탈취한 행위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한은 공장 가동 중단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북한이 공장을 재가동하려면 남북 간 합의에 의해 한국과 먼저 상의하도록 돼 있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공단 내 공장들이 북한 소유라는 억지 주장을 그만두고 남한 당국 및 입주 기업들과 협의해야 한다. 우선 할 일이 이들 공장이 한국의 재산임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 금강산 관광특구 내 한국 자산도 멋대로 빼앗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을 무시한 채 재산을 몰수하는 막무가내식 행위는 북한의 불량국가 이미지만 심화시킬 뿐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협력에 기여한다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도록 책임있게 행동하기 바란다. 한국 정부는 입주 기업들의 재산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고 없이 공단 폐쇄를 결정해놓고 해당 기업들의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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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트럼프는 어제 트위터에서 “틸러슨에게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린 글에서는 “로켓맨을 잘 대해주는 것이 25년간 효과가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효과가 있겠느냐”고 했다. 틸러슨 장관이 전날 “북한과 2~3개 정도 채널을 열어두고 대화하고 있다”며 북·미 간 막후 접촉 사실을 밝힌 지 하루 만에 그를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의 말이 과거 정부와 같은 유화적인 북핵 해법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한편 협상에 나선 틸러슨과 역할을 분담했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등을 향해 대북 압박과 제재라는 해법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역할분담이라는 말로 미화할 수 없을 만큼 부적절했다. 트럼프는 북한과 대화에 나서려는 국무부와 틸러슨 장관을 공개 조롱했다. 이렇게 대통령으로부터 하루 만에 면박당하는 장관의 말을 어느 나라가 의미 있게 받아들이겠는가. 틸러슨의 해임 또는 사임설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또한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불신과 실망감을 안겼다. 자신은 멋대로 발언하면서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한국을 비판하는 것은 동맹을 모독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일관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북한과 협상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일관성이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다르고, 대통령 자신의 말이 오락가락하는데 협상이 제대로 성사될 리가 없다. 북한이 핵개발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데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 협상에 진지하게 임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방침으로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고 나올 수 없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폄훼한 트럼프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트위터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적 시각을 보인 점은 분명하다. 한·미 당국은 트럼프의 발언으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가 깨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미 간 대화 채널 유지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쟁을 초래할 수 있는 전략적 오판을 막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 대화를 통해 북핵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돌출발언을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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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한반도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피했거나 일상에 묻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것이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상이란, 불편함도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마약 같은 것이다. 일상을 깨고 세상의 단면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사건, 특히 폭력적 사건이 없으면 일상에 가려진 본질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요즘 한반도는 상호 파괴를 장담하고 그것이 가능한 무기를 손에 쥐려는 폭력적 사건들로 가득하다. 이런 폭력 과잉이 일깨우는 것은 우리가 지금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던 가상현실을 벗어나 진짜 현실에 눈을 뜬다. 그때 그의 눈에 펼쳐진 풍경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황량한 세상이었다.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트럼프는 전략폭격기 B-1B 2대를 북한의 코앞에 들이밀며 도발할 테면 해보라는, 위험한 행동을 했다. 김정은이 좀 더 무모하다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을 터뜨릴 수도 있다. 이게 우리가 가짜 평화, 불안한 평화 속에 살면서 잊고 지냈던 정전체제의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한시도 이 정전체제의 불안과 불편함을 잊은 적이 없다. 남한은 정전체제의 수혜자였지만 북한은 정전체제의 피해자였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군은 남한에 잔류했고, 중국군은 북한에서 철수했다. 남한은 막강한 한·미연합전력, 미군의 전술핵으로 북한을 압도했고, 북한은 열악한 재래식 군비로 버텼다. 그런 대결 상황에서 남한은 경제적 번영을 했고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했다. 당연히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일에 남한은 소극적이었고, 북한은 적극적이었다. 북한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군사력 불균형을 일거에 깰 현상 변경을 준비했다.

 

그 역량을 다 갖추기까지는 남한 우위체제하에서 남북 대화, 다자회담하며 시간을 벌었다. 그런 인고의 세월은 수폭,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로 보답을 받았다. 북한은 곧 고삐가 풀릴 것이다. 몸집이 커졌다. 더 이상 군사력 열세를 전제로 한 기성 질서·기존 관계를 존중할 이유가 없다. 이제 군사적 긴장은 불가피해졌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정전체제 유지비용은 크게 상승할 것이다. 정전체제를 고수할지 고민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 정치·군사 문제에 집중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사드 조기 배치를 결정할 때부터 그에 합당한 집중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하는 결단을 했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의 이라크 파병 요청을 수락하고 부시가 북핵 협상에 나서도록 했듯이 트럼프에게 북·미 협상을 설득해야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무기쇼핑으로 그 카드를 소진했다.

 

그 때문에 트럼프는 무기판매를 허락하는 아량 있는 인물이 된 반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신세지는 처지가 되었다. 북한이 이토록 빠르게 미국에 정치·군사적으로 종속되는 남한과 대화하고 싶은 의욕이 나중에라도 생길까?

 

문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 그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B-1B 단독 작전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도발을 중단하면 근본적인 해법이 모색될 것”이라고 했다. 도발을 막기보다 북한 스스로 멈추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대화의 계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완성을 선언하고 핵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대화하자고 나서는 경우다. 이건 양손에 떡을 쥐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북 압박에 굴복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대화로 선회하는 것이다. 한·미가 원하는 결과다. 하지만 전자의 대화는 거부하고 후자의 대화는 응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북한이 대화하자고 나올 때 실제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했는지 외부세계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대화할지 말지 혼선이 빚어지고 그 결과, 또 다른 대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다림의 끝은 무조건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때 상황을 지배하는 것은 대북 정책이 아니라 대남 정책일 것이다. 김정은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던질 것이고, 한·미는 그가 내준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문제는 전례 없이 도전적이다. 거칠고 위험하고 냉정한 세계의 한가운데 뛰어드는 일이다. 한때 문 대통령이 그걸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김정은과 협상할 인물이라며 대선 직전 ‘타임’이 표지 인물로 선정했을 때만 해도 문 후보는 그랬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을 꼭 다문 단호함과 결기가 넘치는 지도자. 거기에는 막연히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사람,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사람이 아닌, 정면을 응시하는 협상가가 있었다.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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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 완전 파괴’를 경고했다. 이에 질세라 다음 날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성명’을 통해 미국에 대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으로 맞받았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말폭탄이 우리 머리 위로 날아다니면서 다시 ‘10월 위기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말했듯이 ‘태평양상 수소탄 시험’일 수 있고,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한 탄두를 장착하고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ICBM 발사일 수도 있다. 또는 괌 주변 공해상으로 IRBM을 실제로 쏠 수도 있다. 북한이 이 같은 군사적 도발을 하게 되면 일단 미국도 체면 때문에 군사적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전략폭격기가 뜨고 한반도 해역으로 항공모함이 올라올 것이다. 이쯤 되면 북·미 사이에 낀 우리 국민들은 전쟁공포 속에서 불안에 떨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엔본부 _ AFP연합뉴스

 

시도 때도 없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만 벌써 10개나 된다. 북한의 핵정책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이 대북 제재인데, 북한은 핵정책 변화와는 반대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제재결의안이란 처방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어보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되고, 북한의 대응도 중증 수준이 되어 가고 있다. 강한 처방을 내놓아도 의도된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처방을 내놓은 쪽에서조차 일종의 제재 피로증후군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그래서인지 압박과 제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밤이 깊어 가면 그만큼 새벽이 가까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 완전 파괴’를 언급하자 워싱턴 포스트가 트럼프를 비판하고 나섰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를 풍자한 만평도 쏟아지고 있다. 김정은의 도발 못지않게 북한을 자극해서 한반도 안보상황을 악화시키는 트럼프, 한반도 내 군사적 위기를 가중시키는 이 둘의 어이없는 맞대응을 언론들은 꼬집고 있다. 언론이 이런 방향으로 가기 시작하면 향후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은 국내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이고, 국제적으로도 호응받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일으키는 북한보다 해결책임이 있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대화와 협상 쪽으로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있다. 메르켈 총리가 북핵 중재 용의를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위기관리 차원에서 미국이 먼저 대화·협상 쪽으로 핸들을 틀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중요하다. 유엔 총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재 4번, 압박 1번, 평화는 32번 언급했다. ‘평화’를 32번이나 언급한 것은 한반도 안보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점에서 트럼프와는 대조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1일 통일부가 유니세프와 WFP의 북한 영·유아 및 모자건강 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정부 내 일부 부처의 우려와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일본 총리의 지원 연기 요청도 거부하면서 대북 지원을 결정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사명으로 하는 통일부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남북관계 복원의 마중물을 부었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지난 6월 ‘무주 세계태권도대회’에 참가했던 북한의 장웅 IOC위원은 “스포츠 위에 정치 있다”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공동 개최를 거부했었다. 그랬던 그가 최근 “스포츠와 정치는 무관하다”고 석달 만에 말을 바꿨다. 북한이 남북 스포츠회담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비치는 발언이다. 북·미 간 우발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 복원의 기미가 감지된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기회일 수 있다.

 

혼란스러운 정세일수록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방향성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 복원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고, 평창올림픽도 남북관계 복원의 기회라면 기회가 될 것이다.

 

<황재옥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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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를 통보했습니다.”

중국 단둥에서 개최되는 한·중 국제박람회가 북한이 안전상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이유로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단되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은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이면서 압록강을 사이에 둔 무역 관문이다. 단둥시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한국 기업 150개를 유치해 한·중 교류를 확대하려는 열의를 보였다. 참가하는 한국 기업들은 중국은 물론 유럽과 러시아로 진출하는 통로이면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발전 가능성이 높아 행사를 준비했다. 단둥시도 참가 기업들에 대해 현지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사후관리를 적극 지원한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런데 중단되었다. 참가 기업들은 투자한 비용과 시간을 어떻게 보상받나, 대륙 진출의 꿈이 무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당황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처럼 북핵 리스크에 대한 공포감까지 휩싸여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지난 1월 북한 4차 핵실험과 2월 로켓발사로 개성공단을 폐쇄시켰다. 유엔이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고 미국·일본·유럽연합은 독자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피해 규모가 직·간접적으로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취소로 또 하나의 개성공단과 같은 피해가 나타났다. 참가 기업들은 한국제품을 널리 알리고자 미리 제품을 보내기도 하고 행사 기간에 더 많은 홍보를 하고자 많은 콘텐츠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님을 만나기도 전에 가게 문을 닫아버려 적지 않은 비용을 단숨에 날려버린 것이다.

개성공단이나 단둥 진출이 주는 효과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서도 중요하다. 민간교류를 통한 자연스러운 접촉으로 북한의 내부붕괴를 촉진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2015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막을 올린 북·중 무역박람회에서 북한 판매원들이 물건을 팔고 있다. 단둥_ 오관철 특파원



가장 폐쇄적인 공산 독재국가 북한에 그나마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장마당이다. 아무리 유엔 제재, 주요 선진국 봉쇄에도 여전히 물건이 공급되고 있고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로 상대적으로 단둥, 옌볜, 선양에서 한국제품을 파는 가게가 성황을 누리고 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위험해지는 것에 대해 참지 못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권력에 대해 용납할 수 없을 거라고 한다. 젊은 독재자가 그나마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그가 가진 인위적인 힘이 아닌 장마당 경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풍선에 매달아 한국 소식을 보냈던 방식에서 드론을 이용해 대량으로 콘텐츠가 담긴 USB를 보내자고 한다. 인위적인 물량 공세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접촉과 함께 자연스러운 문화적 교류를 통해 북한을 교화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단둥처럼 북한과 중국 심지어 러시아까지 쉽게 교류가 가능한 곳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둥은 지리적으로 볼 때 중요한 곳이다. 러시아 가스전에서 만주벌판, 선양, 단둥, 평양을 지나 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이 통과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는 물론 유럽을 연결하는 대륙간 횡단열차가 대륙을 넘어가기 전 무조건 쉬어가야 하는 정거장으로 단둥밖에 없다. 아직도 인건비가 낮고 집값이 싸 노동력이 풍부하다. 백두산 등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많지만 내세울 만한 국제공항이 없어 공항건설도 시급하다. 거기에 많은 천연광물들이 매장되어 있다. 그래서 단둥은 기회의 땅이자 희망의 땅이다.

미개척 노다지를 간과하면서 통일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 북한이 핵을 버리지 않는 한 개성공단 재가동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통일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발 빠른 전략과 처방이 필요하다. 폐쇄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맛, 입맛, 눈맛을 느끼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개방시키는 것이다. 개성공단 문제도 하루빨리 매듭짓고 대북정책의 유연함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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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대응을 두고 미·중 공조에 균열 조짐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잠잠하던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국 배치 문제가 부상했다. 한·미가 사드 배치의 특정 후보지를 두고 논의하는 단계이며 오는 10월 한·미안보협의회 이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의 경제적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서 정부가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드가 북핵 문제 해법으로 효용성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북 제재에만 올인하면서 자초한 결과다.

사드 문제에 불을 댕긴 건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의 지난 2일 발언이었다. 3~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에 앞서 “한국과 사드 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당초 한국 국방부는 사드가 한·미 국방장관 회담의 의제가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 4일 “사드 배치에 분명한 의지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처음엔 중국 눈치를 보다 미국 분위기를 읽어 태도를 바꿨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자 쑨젠궈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5일 “사드의 한반도 전개는 그들이 필요한 방어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중국군 고위 인사가 35개국 군 전문가가 참석한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반발의 강도를 읽을 수 있다. 한·미는 사드가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제한적 방어시스템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미국이 현시점에서 사드 문제를 꺼낸 것은 과연 사드의 한국 배치를 추진하는 근본적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북핵을 빌미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달 초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미국의 대중 봉쇄에 맞서 북한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왔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_AP연합뉴스


사드는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한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어서 사드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일이다. 동북아에서 미·중 간 전략적 균형을 깨면서 한반도 안보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이렇듯 심각한 사안임에도 정부는 미·중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북 제재 이행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어 정부가 대북 강경노선을 지속하는 한 중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오로지 북한을 옥죄어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사드가 초래한 아슬아슬한 미·중 줄타기 외교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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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추진 중인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동참해 북한을 압박했던 중국은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대북 관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을 ‘자금세탁우려국’으로 지정해 압박 강도를 높였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누그러뜨렸다고 해서 북핵에 대한 북·중 양국의 의견 대립이 해소된 것은 아닐 것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리 부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중간) 우호협력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면서도 북핵 불용 원칙을 고수했다. 비핵화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대북 3원칙도 천명했다. 리 부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핵·경제 병진 노선 고수 방침을 강조했다.

중국의 대북 유화적 태도는 미국의 대중 견제 움직임에 맞서기 위한 성격이 다분하다. 리 부위원장의 방중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일본 방문에 대한 카드로 해석할 수 있다. 리 부위원장의 시 주석 면담 시간이 20분에 불과한 것은 이 면담의 상징적 측면을 말해준다. 반대로 미국이 리 부원장이 시 주석을 면담한 날 북한을 자금세탁우려국으로 지정한 것도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이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사전 조율 없이 독자적 행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시아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엇갈린 조치를 취하면서 북핵 문제를 양국간 갈등 구조 속으로 밀어넣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조율된 입장이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북한 목을 조이고 중국은 풀어주는 현재의 상황이 우려되는 이유다.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시진핑 면담 마치고 돌아가는 리수용 북한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한 뒤 이동하기 위해 차량에 타고 있다._연합뉴스


중국과 북한의 유화적 움직임은 그 자체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북·중 양국이 핵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한국과 미국은 이를 두고 대북 제재 이완을 우려했지만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중국을 통해 국제 고립에서 탈피하려고 시도한다면 이를 적극 돕는 것이 맞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5일부터 베이징에서 전략대화를 가진다. 북·중간 고위급 대화 복원의 의미를 살려 미·중 양국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입장을 정밀하게 조율하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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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동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순방 일정에 들어갔다. 정상외교는 시기나 대상국 선정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가 요구된다. 특히 국제적 규범과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자칫 이를 소홀히 했다가는 국익 증진은커녕 국가적 위신을 추락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이 아프리카 3개국과의 개발협력 논의, 북한 핵 외교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인종청소와 부정선거, 장기집권으로 악명 높은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철권을 휘두르는 우간다를 방문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정상들은 모두 피하는 그를 굳이 만나 독재자와 독재정권을 후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국익도 아니며, 민주 국가의 역할이라고 할 수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 아프리카 3개국.프랑스 순방 일정_경향DB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에서 새마을운동 확산을 시도한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관 주도였던 새마을운동은 많은 폐해를 낳은 바 있는 과거의 유물이다. 이를 아프리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 때문인지 실제 빈국에서의 새마을운동은 정부지원 프로그램에 새마을 이름만 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고 싶겠지만, 그건 개인 박근혜의 일일 뿐 21세기 한국 대통령의 임무는 아니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자신이 유학했던 프랑스 그르노블시를 방문하는 것도 사적 일정이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이렇게 어느 일정에서도 북핵과 글로벌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포기하고 가야 할 만한 절박성과 필요성을 발견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과거에도 논란이 많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콜롬비아 방문을 강행해 ‘도피 출국’ 비판을 자초한 적이 있다. 세계 각국의 원수들이 집결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장례식에는 안 가면서 독재자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 참석한 일도 있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평균 30억원의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사적 용도 혹은 국내 현안 회피 용도로 의심받는 순방에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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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남북 군사당국회담 실무접촉 개최를 제의해온 북한 인민무력부 통지문에 대해 어제 답신을 보내 이를 거부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어떤 대화에도 응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군사회담 주장을 “핵개발 책임을 덮고 넘어가려는 면피용”으로 평가절하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달 초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남북 군사회담 필요성을 언급한 뒤 잇따라 대화를 제안하고 있지만 정부는 달라질 기미가 없다.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굴복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미와 적대적 관계가 지속되는 한 북한은 체제 안보를 명분으로 핵 능력의 고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비핵화 조치를 외쳐도 현 상황에서 북한이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 이런 북한을 비난하고 규탄할 수 있지만 이것이 엄연한 현실임을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홍 장관은 “북한과 교류가 있거나 우방이던 국가들까지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어 지금이 북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북한을 더 코너로 몰면 핵을 포기하고 협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정부가 제재 이후의 단계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_경향DB


정부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들어야 한다. 정부가 북한의 대화요구에 응하는 것이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북한의 전술에 말려드는 것이란 피해망상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중국은 이미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추진을 제안하며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로 기울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의사까지 밝힌 상태다. 박근혜 정부 임기 중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마냥 남북대화를 거부할 일이 아니다. 비핵화가 최대 관건인 만큼 비핵화를 주제로 회담하자고 역제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남북 군사당국회담이 열리면 상호 관심사를 포괄적으로 협의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기 위한 협상을 먼저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변화없이 이대로 간다면 박근혜 정부는 대북 채널을 모두 잃어버린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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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을 위한 회담을 제의해 왔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명분으로 북한과 사실상 대화를 거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의미가 있다. 외신에 따르면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도 트럼프의 발언에 “그렇게 된다면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을 ‘미치광이’ 취급해 온 트럼프라는 데 있다. 그는 “중국에 김정은을 신속하게 제거하도록 요구할 것이며 김정은은 암살보다 더 나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러잖아도 외교·안보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다. 자신의 발언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냉·온탕을 오가는 행보로 한반도 문제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우선순위를 갖고 있는지 일관되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공화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있다_AP연합뉴스

트럼프는 지지율에서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을 3%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등 만만치 않은 후보다. 북핵 문제는 내년 초 출범하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서 최우선 외교의제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연히 미국 대선주자들과 인맥을 구축하고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 대선 결과에 한반도의 미래가 휘둘리지 않으려면 한국이 대화와 협상을 바탕으로 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갖고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주변국들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에 의존하며 대북 제재에만 몰두해서는 힐러리와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신세를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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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고사령관으로 취임한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할리 데이비슨광이었다. 붉은 두건에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모터사이클 ‘할리 데이비슨’(할리)을 탄 스캐퍼로티 장군의 모습을 그려보면 유쾌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한국에서 볼 수는 없었다. 한국이 분쟁지역이라는 이유로 할리를 가져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휴일이면 서울 시내 오토바이 가게에서 눈요기만 했던 그는 나토 사령관으로 가면 가장 먼저 할리를 타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할리를 사랑하는 것만큼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용산기지를 방문해 그를 등에 업는 장면을 연출했을 때도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며 업무를 보는 한국군에 대해서도 경멸에 가까운 시선을 던졌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기지 나이트필드 연병장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빈센트 브룩스 신임 사령관(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_연합뉴스

빈센트 브룩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은 전임자와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기지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며 취임사를 시작했다. 이어 “아내와 저는 수많은 기억을 안겨준 이 땅,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직책을 맡게 돼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다시 애국가를 듣고 한·미 장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서 있으니 기쁨이 벅차오른다”고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브룩스 장군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는 게 행사 참석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과거 한국에서 근무할 당시 한국어 배우기에 열중했던 브룩스 사령관은 토머스 밴달 미8군사령관에게 “한국어를 얼마나 배웠느냐”고 묻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그 는 지난 12일 취임 이후 첫 외부 공개활동으로 판문점 등을 시찰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와 조율은 계속될 필요가 있으며 그 같은 일(대화)이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주한미군사령관은 모자가 3개다. 유엔군사령부 사령관,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을 겸직하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발언은 3개 모자 중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관의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향후 활동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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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빈 없는 초라한 ‘셀프 대관식’으로 비아냥거리가 된 북한의 7차 노동당대회가 막을 내렸다. 혹시 협상의 실마리가 나오거나, 이제라도 군사력보다는 쓰러져가는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발언이 나올 것을 기대했던 우리는 또다시 실망했다.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답습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인사 개혁도 별로 없이 오로지 김정은 찬양과 추대로 일관된 행사였다.

우리를 가장 실망시킨 것은 핵보유 선언을 넘어 소위 “책임있는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간주하면서 세계 비핵화에 기여하겠다는 허장성세였다. 북한 정권은 이제 핵·경제 병진노선을 헌법에 이어 당규약에까지 명기했기 때문에 경제적 보상 정도로는 핵을 포기시키기 어렵게 되었다.

단지 김정은이 미국에 한반도에서 손을 떼라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남북 간 군사당국회담 등 대화를 제안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낸 데서 얼핏 드러나듯이 북·중관계가 파국을 맞지는 않을 것을 예견하게 한다. 북한의 통남봉미적 노선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 노선과 부합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 두 강대국은 미국의 ‘지나친’ 한반도 개입을 견제해 왔고 남북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를 구축하라는 정책 기조를 보여왔다.

따라서 중국이 김정은의 메시지를 이어받아 북한을 설득하면서 미국에 6자회담과 4자회담의 동시 병행 개최를 더 강력하게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미국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경우 우리 정부는 난처해질 수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7차 노동당대회 경축 군중대회를 보고 있다 _연합뉴스

이런 맥락에서 두 가지 우려를 제기한다. 첫째, 정부가 현재 대화보다는 제재에 몰두하고 있는데, 한국이 고립될 수도 있는 데다 제재의 효과도 조만간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리비아나 이란이 태도 변화를 보이는데 30년 이상이 걸렸다. 쿠바는 50년도 더 걸렸다. 특히 이들 세 나라 모두 서방이 1년 이상 인내심을 갖고 집중적인 협상을 벌인 뒤에야 태도를 전환했다. 제재와 함께 협상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 북핵 해결보다 우선적으로 시급한 것은 핵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태세 구비다. 이는 생존의 문제이자 기본적인 국가안보 문제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와 2020년대 중반에야 구비될 킬체인을 구상하고 있는데 5분 내에 도착하는 600개의 북한 미사일을 막기에는 매우 불충분해 보인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근원적으로 막으려면 적어도 핵 공격에 대해서는 미국이 자동적이고 즉응적인 핵 보복을 협정으로 보장해주어야 한다. 기한을 정한 뒤 북핵 협상을 진행하고 성과가 없으면 전술핵을 재배치하며, 협상을 계속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재철수할 것을 약속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우리 안보는 우리 스스로 한다는 각오로 북한의 핵 공격 시 재래식 무기로라도 독자적으로 북한의 지휘부를 궤멸시킬 수 있는 정찰·정보, 탄도미사일, 정밀타격, 특수전 능력 등을 신속히 배양해야 한다.

핵 미사일을 예방·억지할 능력을 갖추어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보다 더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대화가 필요하다. 어차피 거쳐야 할 대화라면 우리가 이를 주도하는 것이 지혜롭다.

이제 김정은에게 핵은 북한 정권 유지의 중추이므로, 협상 성공의 관건은 핵을 폐기한 뒤 재래식 군사력만으로도 북한의 체제 안보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상호안보에 입각한 군사적·외교적 보장이 제안될 수 있느냐에 있다.

과연 우리는 민족 공멸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며 남북 경협을 진흥해 평화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 핵 포기를 동시에 타결할 수 있는 전향적이고 창의적인 제안을 국론을 통일해가면서 제안할 수 있을까?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느냐는 북한의 의지뿐 아니라 우리의 결단력과 의지, 통합의 지도력에도 좌우될 수 있다.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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