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25일,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은 인기 여배우 류샤오칭(劉曉慶·63)이 탈세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당일 CCTV도 저녁 9시 뉴스에서 같은 소식을 전했다. 영화, TV드라마 주인공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배우의 체포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관영언론이 발표하고 나서야 그동안 침묵하던 중국 매체들도 류샤오칭의 탈세 소식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류샤오칭이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기 시작한 것은 체포 3개월여 전인 4월부터였다. 류샤오칭의 매제이자 류샤오칭이 운영하던 연예기획사 대표가 구속됐고, 5월에는 베이징시 지방세무국(국세청)이 류샤오칭 회사 거래은행의 예금계좌 196만위안(약 3억2000만원)을 압류했다. 이즈음부터 류샤오칭의 탈세, 구속, 정치인 연관설까지 온갖 루머가 떠돌았다. 그러나 3개월간 언론도, 중국 당국도, 류샤오칭 본인도 침묵했다. 류샤오칭은 이후 2003년 8월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422일간 수감 생활을 했다. 다른 수감자 3명과 5㎡의 감방에서 지냈다. 중국의 유일한 여황제 측천무후를 연기했던 류샤오칭의 몰락은 그해 가장 큰 뉴스였다.

 

중국 유명 여배우 판빙빙이 지난 6월2일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정확한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진 판빙빙 웨이보

 

류샤오칭 사건이 다시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건 최근 판빙빙(范氷氷) ‘실종’ 즈음 부터다. 할리우드에도 진출한 중국 대표 여배우 판빙빙은 지난 6월2일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 티베트를 방문한다는 글을 남긴 후 어떤 근황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CCTV 유명 사회자 추이융위안(崔永元)이 판빙빙이 이면계약을 통해 거액의 출연료를 받고 탈세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탈세로 체포됐던 류샤오칭 사건과도 겹친다. 판빙빙이 출연한 영화 개봉이 미뤄지고, 모델인 광고에서도 그녀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감금설, 미국 망명설, 최고위층 연관설 등 미확인 소문이 쏟아진다. 한 대만 매체는 “판빙빙이 감금 중이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주요 매체들이 판빙빙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동안 1인 매체 등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전하면서 소문이 진실인 양 번지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인기스타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잠적했을 가능성은 적다.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신변 자유에 제한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언론이 침묵하는 사이 오히려 외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로이터통신 기자가 판빙빙 실종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물었다. 겅솽 대변인은 “그게 외교 문제냐”고 되물은 후 대답하지 않았다. 판빙빙 실종은 외교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 합법적 조사라면 사실을 밝히면 될 일이지만 중국 당국은 관련한 어떤 발표도 하지 않는다. 판빙빙이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추징금을 납부하면 된다. 중국은 ‘의법치국(依法治國)’을 전면 추진하겠다며 2035년까지 법치국가, 법치정부, 법치사회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기밀도 아닌 사안에 대한 비밀수사, 그에 대한 언론통제는 법치국가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15일 웨이보에 “판빙빙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의 사무실과 관련 부처가 협조해 대중에 단계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 편집장은 “판빙빙이 거액을 탈세했는지 여부는 법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라면서 “판빙빙이라는 인기스타의 실종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그 역시 언론의 역할은 언급하지 않았다. 책임을 전가하며 침묵하는 사이에 소문만 더 기승을 부린다. 16일은 판빙빙의 37번째 생일이었다. 팬들은 그녀가 없는 웨이보에 생일 축하 글은 올리며 판빙빙의 소식이 전해지길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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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는 평소 안 하던 것을 쉽게 실행한다. 하루 중 가장 분주한 아침에 한가로운 산책은 평소엔 불가능한 것이지만 여행지에서라면 가능하다. 휴가 기간 중 들른 북·중·러 3국 접경도시 훈춘에서는 아침 공원 산책에 필요한 시간과 여유가 허용됐다.

 

훈춘 시내의 룽위안(龍源)공원이 풍기는 늦여름의 상쾌함에 한창 빠져 있을 때였다. 나무 뒤에서 ‘그놈’이 쓱 나타났다. ‘그놈’은 바지를 반쯤 내린 상태였다. 그리고 구릿빛 금속으로 만든 방울을 ‘그곳’에 갖다대고 흔들었다. 특유의 동작과 소리로 남의 시선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끌어당기려는 수법인 듯했다. 여중·여고 시절 수차례 ‘바바리맨’을 보며 단련된 멘털이지만, 중국 특색의 ‘바바리맨’ 앞에선 크게 당황했다. 다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교복 입은 여학생과 학생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그놈’ 앞을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었다. 공원 근처에는 학교가 있다. 공원길은 수많은 학생들의 등굣길이다. 내게는 난감한 첫 경험인 중국 ‘바바리맨’이 그 두 사람에게는 일상일 것이다.

 

출처:경향신문DB

 

중국 ‘바바리맨’들은 자신의 나신을 트렌치코트 속에만 숨기지 않는다. ‘바바리맨’이라는 표현도 없다. ‘흉악한 노출광’이라는 뜻을 품은 바오루쾅(暴露狂)라는 단어가 이를 대신한다. 노출광 중에는 여성도 있지만, 대부분이 남성이다. 이름으로 규정된 지침이 없어서인지 노출 수법이 다양하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의 노출광은 바지를 입지 않은 채 팔에 걸친 외투로 하체를 가리고 의자에 앉아 있다 여성이 근처에 오면 갑자기 일어나 놀라게 했다.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에서는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 여성 행인이 나타나면 옆에 세우고 바지를 벗었다.

 

이들은 피해자가 놀란 틈을 타 순식간에 사라지는, 치고 빠지기식 수법을 구사해 체포를 어렵게 한다. 체포는 어려운데 처벌은 약하다. 중국은 고의로 공공장소에서 나체를 노출하는 등 공연음란죄에 대해 ‘치안관리처벌법’ 제44조 규정에 따라 최대 10일의 구류에 처한다. 한국이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는 것과 비교해도 수위가 낮다. 낮은 처벌 수위 때문에 재범 가능성이 높다. ‘바바리맨’의 공연음란 행위가 타인에게 물리적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처리하는 점도 문제다.

 

중국 특색의 ‘바바리맨’을 마주했을 때 미처 신고할 생각까지 미치지 못했다.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모녀보다 처음 본 사람이 용기를 내기 더 쉬웠을 것이다. 여행지에서의 작은 용기가 그 모녀의 평소 등굣길 풍경을 달라지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장쑤(江蘇)성 난퉁(南通)시의 28세 남성 팡모씨는 아내와의 성생활이 원만하지 않은 데 불만을 품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바바리맨’ 짓을 저질렀다. 골목에 숨어 있다가 혼자 걷는 여성이 나타나면 ‘그 짓’을 실행했다. 여성 왕모씨는 귀갓길에 그와 마주쳤다. 당시에는 신고할 생각을 못했고 소셜미디어에 불쾌한 경험을 겪은 장소와 시간을 적었다. 이를 파악한 경찰이 해당 장소에 매복해 있다가 팡씨를 체포했다. 왕씨의 괴로움은 끝났지만 이미 세 차례나 바지를 입지 않은 팡씨와 마주친 후였다. 경찰은 노출광을 마주치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바로 신고하라고 당부한다. 주변의 적극적인 도움은 ‘바바리맨’ 근절에 효과를 발휘한다. 

 

베이징 스징산(石景山)구에서는 ‘유리창 바바리맨’이 활동했다. 그는 각 상점의 쇼윈도를 이용해 하체를 과시했다. 액세서리나 의류점 등 주로 여성 종업원이 많은 곳을 노렸다. 점원들이 출입구로 다가가는 사이 순식간에 건너편 도로로 도망가는 통에 잡기 어려웠다. 그러다 주변을 지나던 음식 배달원의 도움으로 덜미가 잡혔다. 점원들이 유리창을 통해 비친 그의 행각을 증거 사진으로 남겨둔 덕에 그의 발뺌에도 불구하고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있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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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탕(錢塘)강은 중국 항저우시를 가로질러 흐른다. 굴곡이 심하고 조석 차이가 크다. 교량을 건설하기엔 악조건이다. 중국이 자국 기술로 설계·완공한 첫 복층대교는 1937년 첸탕강에 세워졌다. 1453m 길이의 첸탕대교는 상층부에는 차량이, 하층부에는 기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류허(六合)탑과 시후(西湖)의 풍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37개월간 공사 끝에 완공을 앞둔 1937년, 중일전쟁이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전화가 상하이로 확대됐다. 항저우까지 함락될 위기에 처했다. 천탕대교는 그해 11월17일 전면 개통하면서 교량 밑에는 100여개의 폭발물을 설치했다. 일본군의 항저우 침략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안타깝게도 개통 한 달여 만에 폭파되고 말았다. 첸탕대교를 지은 ‘중국 교량의 아버지’ 마오이성(茅以升)은 제 손으로 만든 다리를 스스로 폭파시키면서 “항일전쟁에 반드시 승리하고, 이 다리도 복구한다”고 다짐했다. 이 다짐은 일본이 패망한 후 1946년 실현된다.

 

첸탕대교는 단순한 다리가 아니라 항일의 역사가 됐다. 중국인들의 항일 정신을 일깨우는 상징이자,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국 기술로 만들었다는 자부심까지 안겨줬다. 중국의 교량은 육지와 육지뿐 아니라 역사와 역사를 연결하곤 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 지도자들에게 대교 건설은 리더십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과업이다.

 

중국에서 가장 긴 강줄기인 창(長)강에는 1950~1970년대 경쟁적으로 교량이 들어섰다. 이 대교들은 대약진 운동의 고난을 견디고 있던 중국인들에게 희망이 됐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1957년 개통된 우한의 창강대교는 신중국 성립 후 창강에 건설된 첫 교량이다. ‘만리창강 제1교’라고도 부른다. 마오쩌둥은 소동파의 ‘수조가두(水調歌頭)’를 본떠 지은 ‘수조가두·유영(游泳)’에서 “창강대교가 남북을 가로지르니 천연의 요새가 탄탄대로로 변했다”고 칭송했다. 이 다리의 건설은 제1차 5개년 계획의 중요한 성과로 기록됐다. 1968년이 돼서야 창강에 순 중국 기술로 만든 다리가 건설됐다. 난징의 창강대교다. 이 다리는 냉전시대에 중국의 기술적 자부심을 높였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체면을 세운 교량은 샤먼대교다. 중국의 첫 해상교량으로 1991년 개통됐다. 푸젠성 지메이와 샤먼섬을 연결하면서 샤먼 경제 발전을 가속화시켰다. 장쩌민은 대교 현판을 친필로 썼고, 개통식에 직접 참석해 테이프를 잘랐다. 경제특구인 샤먼에 들어선 해상 교량으로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다리’는 홍콩과 광둥성 주하이(珠海)를 거쳐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대교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다리는 전체 길이 55㎞에 달해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교량으로 기록된다. 2009년 12월부터 약 9년간 건설했지만 기술적 문제, 예산 초과, 건설 인부 사망 등 악재로 지난해 12월 예정이던 개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 다리는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도 맞닿아 있다. 개통되면 주하이에서 홍콩까지 가는 시간이 기존 3시간에서 30분으로 줄어든다. 주하이, 홍콩, 마카오뿐 아니라 선전, 광저우까지 하루 생활권으로 묶어 경제 파워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2030년까지 광둥성과 홍콩 및 마카오를 하나로 묶는 세계 최대의 경제 허브를 건설하려는 계획의 핵심이다. 강주아오대교는 이르면 다음달 말 개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중국 성향의 홍콩 매체를 중심으로 시 주석의 영향력 약화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강주아오대교가 시 주석에게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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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無錫) 직업기술대학교의 기숙사에 살고 있는 400여명의 학생들은 이달 초 학교 측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퇴거 명령을 받았다. 일주일 내로 기숙사를 비우고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현재의 기숙사는 재작년에 지어진 최신식이지만 이사 가는 곳의 시설은 매우 낙후됐다. 심야에는 온수가 공급되지 않아 샤워하기도 힘들다.

 

잘 지내고 있던 기숙사를 놔두고 후진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이 분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원래 살던 기숙사가 유학생 기숙사로 바뀐다는 것이다. 당초 6인실이었으나 2인실로 개조해 더 호화롭게 만들고 유학생들을 받겠다는 학교 방침에 학생들은 폭발했다. “못 나가겠다”는 학생들과 “당장 나가라”는 교직원 측이 충돌했다. 학생들에게 “기숙사는 너희 것이 아니라 학교 것이니 당장 이사 가라”고 고압적으로 소리치는 교직원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까지 공개되면서 분노는 전국으로 번졌다.

 

중국 대부분의 대학들은 유학생 기숙사를 분리 운영하고 있다. 보통 6인실이지만 유학생 기숙사는 1~2인실로 구성돼 있다. 유학생 기숙사 가격도 몇 배나 비싸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그래왔다. 그런데 최근 ‘하나의 학교, 두 개의 기숙사’ 문제가 여기저기서 동시 폭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시안석유대학 대학원생 기숙사 건물이 갑자기 정전이 됐다. 마침 논문을 쓰고 있던 한 학생은 저장되지 않은 대부분의 내용을 날렸다고 했다. 학교 측은 정전이 시설 정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유학생 기숙사는 전기가 정상적으로 공급돼 에어컨 냉방까지 됐다. 중국 대학원생 기숙사는 선풍기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들은 명백한 차별 대우라고 항의했다. 산둥성의 한 대학은 도서관에 교수, 유학생 전용 열람실을 따로 설치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유학생들이 주로 쓰는 건물 경비원이 전동차 배터리 충전을 하던 중국 학생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 중국 학생은 충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학교 측이 진화에 나섰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 국적 학생은 49만명이다. 아시아 최대다. 당초 다른 기숙사를 제공한 것은 유학생 안전 보장과 효율적 관리를 위한 학교 측의 방침 때문이었다. 톈안먼 사태 직후 중국 대학에서 유학생들의 동태는 철저한 감시 대상이었다. 유학생 기숙사는 점등 제한 시간이 있는 중국 학생 기숙사와 달리 24시간 전기와 온수가 제공됐다. 유학생들에게는 몇 배 비싼 기숙사비를 받았고 이것이 중국 대학의 든든한 수입원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 학교에서 자국 학생과 외국 학생을 따로 생활하게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방침이다. 중국 학생도 유학생도 기숙사 선택의 자유가 없다. 중국 대학생들은 기숙사 밖에서 거주하는 것이 대체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불만이 더 높다. 유학생들 입장에서도 같은 반 친구들과 따로 생활해야 한다는 점을 납득하기 힘들다. 자국에서 역차별 받는 중국 학생들의 불만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신학기가 되면 갈등은 더 선명하게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980~1990년대 외국인 전용 화폐인 외화교환권을 사용했다. 고궁 등 입장권 가격도 외국인에게는 따로 책정하는 2중 정책을 썼다가 이제는 사라졌다.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대학 내 내·외국인 차별도 개선돼야 옳다.

 

우시 직업기술대학은 기숙사를 옮기지 않으면 학칙을 어긴 것으로 간주해 벌점을 매기고 졸업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은 이미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다. 학교 측의 억지 행정으로 애먼 유학생들이 화살을 맞을 않을지 우려된다.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피해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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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중국 대입시험을 끝낸 리모양은 베이징에서 톈진으로 기차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유를 만끽하려고 예약한 침대칸은 ‘간접흡연 고문칸’으로 변했다. 객실과 객실 사이에 있는 흡연구역에서 승객뿐 아니라 열차 승무원들이 쉴 새 없이 담배를 피웠기 때문이다. 열차 객실에는 어린이와 임신부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흡연을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중국의 고속철도에서는 흡연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부과하고 추가 적발되면 고속철 영구 탑승 금지 조치를 하는 등 엄격히 금연 정책을 실시한다. 그러나 일반 열차는 여전히 흡연구역이 존재한다. 냉방 시스템이 에어컨으로 바뀌면서 환기는 어려워졌는데 흡연구역은 철거되지 않아 거대한 간접흡연 구역으로 변한 것이 문제다.

 

리양은 열차 안전 규정을 찾아 국가철로국과 베이징시, 톈진시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관할 범위가 아니라며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 참다못해 자신이 탔던 K1301 열차를 운행하는 하얼빈 철도그룹에 베이징역과 톈진역 승강장, 해당 기차 내의 흡연구역을 폐지하라는 소송을 냈다. 또 기차표와 마스크 구입비용, 변호사 수임료와 정신적 피해보상도 요구했다. 그가 소송에서 제시한 정신적 피해보상액은 1위안(약 168원)뿐이었다. 1년간의 소송 끝에 지난주 법원은 하얼빈 철도그룹에 30일 내에 해당 열차 내 흡연구역과 재떨이를 모두 철거하고 금연을 홍보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중국 내 공공장소 흡연을 요구한 첫 소송이자 승소 사례다.

 

중국이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으로 3억5000만명에 달하는 흡연 인구를 압박해왔지만 중국인들의 담배 소비 증가 추세를 꺾지 못했다.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도 금연 표지판 아래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리양이 탔던 K1301열차에 한정돼 있지만 향후 중국 열차 전체로 금연구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결에서 간접흡연의 피해를 인정한 것도 의미가 있다. 이 모든 변화를 주도한 것은 갓 대학에 입학한 19세 청년이다.

 

1990년대 태어난 중국 대학생들이 중국 사회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변화의 동력은 소송이다.

 

화둥정법대의 학생 4명은 상하이 번호판 입찰에 내는 수수료 100위안(약 1만6800원)의 합법성 문제를 제기했다. ‘하늘의 별 따기’인 상하이 차량 번호판을 친·인척까지 동원해 여러 차례 신청하지만 수년간 번호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당국에서 수수료만 챙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산시성의 한 대학생은 베이징의 한 교육기업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행정 보조를 뽑는 취업 공고에 대상을 ‘남성’으로 국한한 것은 중국 법이 보장한 평등권과 취업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소송을 통해 시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언론과 집회가 엄격하게 통제되는 중국에서 톈안먼 사태 같은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기는 힘들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헌법 수정도 큰 반발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그렇다고 중국 대학생들의 변화 시도가 꺾인 것은 아니다. 일반 열차 금연 소송을 이끈 리양은 학교 수업 때문에 법정에 나오지 못했다. 판결이 끝난 후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부처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간접흡연을 막기 위해 미력이나마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1979년에 형법이 처음 제정됐을 정도로 법치의 역사가 짧다. 시진핑 주석이 의법치국을 주창하며 법에 의한 통치를 강조하고 법률 보완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의법치국이 장기 집권의 도구로 사용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신시대의 중국 대학생들이 오히려 법을 내세워 중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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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廣安)시는 중국 쓰촨(四川)성 동북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충칭(重慶)시의 위세에 기 한번 펴지 못하는 처지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의 고향이라는 말만 나오면 어깨에 힘을 준다. 최근 이 작은 소도시의 부서기가 중국에서 덩샤오핑 못지않은 ‘유명인’이 됐다. 다만 명성이 아닌 오명이라는 점이 문제다.

 

오명의 시작은 지난 11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청두의 한 유치원 교사와 학부모 간 단톡방 대화가 공개되면서부터다. 대화 내용은 그야말로 ‘갑질’의 전형이다. 교사는 단톡방에서 옌(嚴)모 원생이 잘못을 저질러 혼자 앉아 있게 하는 벌을 줬다고 알렸다. 그러자 옌 원생 엄마는 “당장 유치원 전체 원생들과 교사들이 있는 앞에서 우리 딸에게 공개 사과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원장에게 당신이 옌 부서기 딸을 어떻게 대했는지 다 이르겠다”고 흥분했다. 원장과 직접 전화하는 사이라며 친분을 과시했다. 다른 학부모가 옌 원생의 엄마에게 진정하라고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 엄마는 단톡방에 유치원 측에서 교사를 ‘처리’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 갑질 단톡이 공개되자 중국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옌 원생의 엄마가 교사에게 무리한 사과를 요구하며 공개 망신을 준 것에도 흥분했지만, 유치원 측이 고위 공직자 부인의 말만 듣고 정당한 절차 없이 교사를 처벌했다는 데 훨씬 더 분노했다. 갑질에 흥분한 중국 누리꾼들은 ‘옌 부서기’라는 단어만으로 광안시 부서기로 재직 중인 옌춘펑(嚴春風)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옌 부서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쓰촨성 기율위는 14일부터 이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나흘 후인 18일 옌 부서기가 중대한 규율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 누리꾼 수사대가 고위 공직자의 부패를 잡아낸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난징(南京)시 장닝(江寧)구의 부동산 국장이었던 저우주겅은 2009년 공식석상에서 손목에 차고 나타난 명품시계가 문제가 됐다. 결국 뇌물수수 혐의까지 드러나 사법처리됐다. 산시(陝西)성에서는 양다차이 안전감독국 국장이 교통사고 참사현장에서 웃는가 하면 명품시계를 바꿔 차고 다니는 장면이 누리꾼들에게 공분을 사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미소국장’이라는 오명을 얻은 양다차이는 결국 수뢰 혐의로 징역 14년형을 선고받았다.

옌 부서기 갑질 사건 해결에는 중국 ‘을’들의 단결과 팩트체크가 큰 힘이 됐다.

 

유치원 측에서는 교사를 쫓아낸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갑질에 흥분한 다른 학부모는 교사가 퇴출당한 사실을 꼼꼼하게 증언했다. 권력을 부당하게 휘두른 갑질에 흥분한 ‘을’들은 소도시의 부서기 월급으로는 고가의 유치원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측과 주장만 내세운 것이 아니라 그의 비리를 거미줄 치듯 촘촘히 추적했다. 옌 부서기가 소유한 호화 주택, 고급 자동차, 공직 외에 따로 운영하고 있던 회사 상황까지 파헤치며 옌 부서기를 압박했다. 익명의 제보자가 옌 부서기가 내부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이 조사에서 갑질을 한 ‘옌모 원생 엄마’와는 5년 전 이혼했다고 밝혔지만 이웃 주민들은 옌 부서기와 계속 왕래가 있다면서 증거 사진을 올렸다. 옌 부서기는 조사에서는 1남1녀를 두고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은 또 다른 3살짜리 아들이 있다는 사실도 누리꾼 증언으로 밝혀졌다.

 

당사자가 아무리 거짓 해명으로 도망가려고 해도 수많은 ‘을’들의 힘까지 넘어설 수 없었다. 갑질이 강해질수록 ‘을’들은 더 정확해져야 한다. 옌 부서기와 관련한 ‘을’들의 제보는 정확했고, 이 덕분에 옌 부서기에게 갑의 지위를 뺏는 데는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갑질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을’들이 적극적으로 뭉쳐야 한다. 한국이든 중국이든 마찬가지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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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었지만 동년배 친구들은 이제 당신을 버렸다.”

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하는 중국의 한한이 모바이크 창업자 후웨이웨이에게 독설을 했다. 두 사람은 1982년 동갑이다. 한한의 독설은 중국 최대 외식배달서비스 업체인 메이퇀이 모바이크를 약 4조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직후 나왔다.

 

후웨이웨이는 중국 직장인들에겐 꿈이자 희망 같은 존재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후 11년간 기자로 일했다. 창업이나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3년 전 모바이크를 창립했다. 자전거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GPS 칩이 내장된 자전거를 특수 제작해 실시간 수요와 동선을 파악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로 업계를 빠르게 장악했다. 자전거 1000대로 시작한 사업은 현재 900만대로 불어났다. 중국을 포함해 15개 국가, 200여개 도시에 진출했다.

 

‘대중창업·만중창신(大衆創業·萬衆創新).’ ‘많은 사람의 무리가 창업하고 창조와 혁신에 임하자’고 나선 중국에서는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창업은 시작도 힘들지만 버티기는 더 힘들고,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모바이크도 올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용자들의 보증금,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부채 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 여기에 공유 자전거 이용 건수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고민이 깊었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은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누구도 그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

 

매년 7% 가까운 경제 성장을 하며 무섭게 변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老鋪)가 있다. 상무부가 노포로 공식 인증한 ‘중화노자호’는 1128개에 달한다. 그러나 전통을 유지하는 일도 고난이 따른다. 현재까지도 그럭저럭 잘나가는 노포는 3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노포의 주인들은 자신의 점포가 상업적인 가치뿐 아니라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인터넷이라는 도전에 맞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단오절에 먹는 쭝즈는 찹쌀을 삼각형 형태로 대나무 잎에 싸서 찐 중국판 삼각 김밥이다. 저장의 노포인 우팡자이는 쭝즈에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의 캡틴 아메리카 방패 이미지를 넣었다. 휴대전화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모두 해결하는 무인 식당도 만들었다. 100년 된 가게라곤 믿기 힘들다. 1931년 탄생한 바이취에링은 ‘중국판 박가분’이다. 할머니들의 화장품으로 치부되던 이 화장품은 지난해 ‘1931’이라는 광고 사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통 치파오를 입은 여인의 그림과 함께 ‘시간을 죽여버린다’는 강한 문구를 넣었다. 오래된 이미지를 정면 돌파하면서 10대, 20대 고객을 끌어들였다. 1887년 개업한 차 전문점 우위타이(吳裕太)는 ‘올드 우(吳)가 젊은 우(吳)’로 변했다’는 구호를 내세우고 변화에 나섰다. 재스민차를 세련된 중국식 한지와 종이 노끈으로 포장해주는 등 노력으로 35세 이하의 고객 비중이 70%를 차지한다.

 

윈난의 차 기업인 다이그룹은 스타벅스 같은 보이차 카페를 만들었다. 북유럽식 인테리어에 편안한 소파와 조명을 설치했다. 주 품목은 보이차지만 티라미수 같은 케이크도 판다. 아이폰에 맥북을 쓰는 신세대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보이차를 마시며 일한다. 노포들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한한은 “창업은 벼락부자와 동의어가 아니며 좌절과 실패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아홉 번 죽을 뻔하다 한 번 살아나는 구사일생이 아니라 9999번 죽을 뻔하나 한 번 사는 게 창업이라고도 했다. 겨우 30대 중반에 부동산 수입으로 시간을 보낼 셈이냐고 되묻는다. 누구의 판단이 옳은지 칼 같은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러나 적어도 중국 기업가 정신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는 명확해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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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포츠 애호가들 사이에서 ‘4·15 마라톤 지도’는 꿈의 지도다. 이 지도는 15일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각 도시에서 열리는 43개의 마라톤 대회를 붉은색 중국 대륙에 꼼꼼히 표시해둔 것이다. 중국 육상협회에서 인정한 마라톤 대회가 150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4월15일은 마라톤 축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6만명이 참여하는 이날의 마라톤 행렬을 두고 현지 언론은 중국 설인 춘제 귀성 행렬과 비교하고 있다.

 

중국의 마라톤 열풍은 불과 몇 년 새 급속히 가열됐다. 7년 전만 해도 22개에 불과했던 마라톤 대회는 지난해 관련 대회까지 포함해 1100개로 불어났다. 대회에 참가한 인원만 500만명에 달한다. 마라톤 열풍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관련돼 있다. ‘중산층이 즐기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마라톤이 중국인들의 허영심까지 자극했다. 마라톤 대회도 적지 않지만 지원자는 몇 배 더 많으니 대회 참가 자체가 잡히지 않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4·15 마라톤 지도’가 꿈의 지도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라톤 대회 참가 규정은 까다롭다. 심장병, 고혈압 같은 건강 상태뿐 아니라 완주 경험 등을 심사해 참가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완주보다 신청 통과가 더 힘들다. 그러다 보니 꼼수까지 나왔다.

 

2016년 12월 샤먼에서 열린 국제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가 대회 도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사망한 우모씨는 대리인을 통해 신청한 후 그의 이름이 달린 이름표를 달고 뛰었다. 유족들은 우씨의 건강 상태가 마라톤을 할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대회 측의 관리 부실로 사망까지 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아프리카 국가의 무명 선수들을 참가시켜 국제대회로 이미지 탈바꿈하는 주최 측 상술까지 더해지면서 마라톤 열기는 이상 과열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미국에서 풀코스 마라톤 경기는 1100개, 하프 마라톤은 2800개(2016년 기준)로 참가 인원은 1600만명에 이르는데, 이에 비하면 중국의 마라톤 대회가 아직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광란의 열풍 속에 관리 부족, 안전 위험 등 더욱 혼란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급속히 성장하면서 제도나 의식에서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 시각장애인 가수 저우윈펑은 은행에서 민사행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은행카드 발급을 거부당했다. 시각 장애인을 자신의 행동을 판별할 능력이 없는 금치산자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일었다. 중국 유명 검색사이트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 회장은 “중국인은 자신의 개인정보에 민감하지 않다”는 말로 논란이 됐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개인정보와 온라인상 편의를 맞바꾸는 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그의 말은 공분을 일으켰다. 누구보다 개인정보를 소중히 다뤄야 하는 기업의 책임자의 빈곤한 의식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안전 불감증, 장애인 배려와 복지 부족, 개인 정보 보호 의식 결여 같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중국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 분야도 있다. 중국은 반부패 처벌에서만큼은 문화대혁명 시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무섭게 대처한다. 장런화 산시일보 전 사장은 뇌물 수수 등을 이유로 정청급 간부에서 과원으로 6단계 강등됐다. 사표를 마음대로 던지는 것도 기율 위반인 상황에서 망신을 견디며 일해야 하는 고난형을 받았다. 장중성 뤼량시 부시장은 10억위안 이상의 부패를 저지른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 아무리 엄중한 부패 호랑이도 사형 집행을 연기하고 2년 후 무기징역으로 감형해왔지만 장 부시장은 1심에서 사형이라는 강력한 심판을 받았다. 중국이 국가 성장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선 성장과 의식의 균형적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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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기대 영재반의 시작은 황홀했다. 1979년 10대 초반의 청소년 21명이 영재 자격으로 과기대에 정식 입학했다. 가장 어린 학생은 11살에 불과했다. 10년간 문화대혁명이라는 암흑기를 지낸 후 지식 기반이 허물어졌던 당시 중국에서는 이 영재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이들은 ‘지식 황무지 위의 소년 돌격대’라고 불렸다. 돌격대원들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 중 한 명이 닝보다. 과기대 영재반에서 ‘최초의 천재 소년’ 인증을 받은 닝보는 19살에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그러나 닝보는 너무 빨리 다가온 성공을 소화시키지 못했다. 1998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영재교육의 폐단을 공개 비판했고, 갑자기 출가를 선언했다. 그동안 베이징대, 칭화대 등 여러 대학이 영재반을 만들었지만 슬그머니 폐지했다. 현재는 중국 과기대에서만 영재반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존폐 기로에 섰다.

 

영재교육에 대한 찬반 논쟁은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학생의 성장 속도보다는 질적 성장을 중시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교육의 획일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없애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한 개헌안이 지난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99.8%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투표인단 2964명 중 2958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2표뿐이었다. 향후 중국 정치사의 흐름을 바꿀 중요한 결정이다.

 

개헌안 통과 다음날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둘러보았다. 대규모 집회는 아니더라도 혹시 돌발적 항의 퍼포먼스라도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캠퍼스는 역시 조용했다. 29년 전 민주화를 요구하며 톈안먼 사태를 이끌었던 대학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식당이든 강의실이든 헌법 수정에 대해 말을 꺼내는 학생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말을 걸어본 대학생들은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공개적으로 국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외국인에게는 더더욱 중국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겠다는 결연함 같은 게 읽혔다. 중국 매체들은 압도적 찬성은 압도적 지지를 뜻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번 헌법 수정안은 21개 조항에 따른 역대 최다 수준의 개헌이었지만 표결은 조항별로 이뤄지지 않고 개헌의 찬반 여부만 물었다. 다양한 의견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이다.

 

17일 표결 결과는 더 상징적이다. 시 주석 재선에 대한 표결 결과는 2970명 전원의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시 주석이 2008년 국가부주석으로 선출될 때는 반대 28표, 기권 17표가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일사불란한 단결과 획일화된 의견만 강조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획일화된 침묵을 교육받고 있다. 언론과 인터넷 통제에 그치지 않고 학교 교육에서부터 당에 대한 충성을 세뇌시킨다. 대학마다 존재하는 공산당 학생 조직이 여론을 이끌고 중요한 당의 행사가 끝날 때마다 학습 열기를 퍼뜨린다. 시진핑 사상을 당장에 삽입한 19차 당 대회가 끝난 후 각 대학은 당 대회 보고 연구에 열을 올렸다. 당 조직뿐 아니라 일반 수업에서도 관련 과제를 내준다.

 

칭화대의 한 교수는 강단에서 헌법 수정에 대해 “개헌은 빅뉴스다. 그러나 토론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뉴스인데 왜 논의하면 안되는 것일까. 

 

40년 전 시작된 과기대 영재반이 실패한 이유는 영재들에게 지워진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특기를 가진 영재가 아니라 중국에 빠른 발전을 가져다줄 영웅처럼 여겨졌다. 이들은 영재일 뿐 돌격대원이 아니었다. 중국 교육부는 2020년까지 의무교육 기간 중 영재반 전형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9년간은 모두 획일화된 교육을 받게 됐다. 이런 환경에서 중국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개진할 날이 올 수 있을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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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0도의 하얼빈 겨울을 견뎌온 장인어른에게 베이징의 추위는 대수롭지 않았다. 그날도 감기에 걸릴까 걱정하는 아내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볕이 좋다며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웃옷도 입지 않은 채였다.”

 

수많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뒤흔든 글 ‘유행성 독감 아래 베이징의 중년’은 이렇게 시작된다. 장인이 감기가 든 ‘그날’부터 사위가 써내려 간 29일간의 기록이다. 공개된 지 3일 만에 8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클릭 수는 2000만 건에 달한다.

 

콧물로 시작된 장인의 감기는 점점 심해져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다. 동네 병원에서 링거를 맞을 때만 해도 그저 심한 감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상태가 악화돼 큰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야 유행성 독감 판정을 받았다. 장인은 중환자실에서 기관 삽관, 인공 폐 이식까지 했지만 결국 한 달도 안돼 지난달 24일 세상을 떠났다.

 

이 글은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극한 슬픔을 묘사하지 않고 일기 형식으로 객관적 서술에만 충실하다. 이런 차가운 글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기록 속에 드러난 중국 의료제도의 문제점 때문이다. 중국 의료보험은 전국적으로 통합 운영되지 않는다. 호적 주소지가 아닌 다른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환자가 치료비를 우선 부담하고, 각종 서류를 챙겨 호적지에 신청해야 한다. 치료비를 지급받는 데 보통 1년쯤 걸린다.

 

글쓴이는 전형적인 베이징의 중산층이다. 금융계에 종사하는 그는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저축액도 넉넉했지만 하루 350만원에 달하는 중환자실 비용을 계속 감당하기는 버거웠다. 그가 느낀 고충에 환자와 환자 가족뿐 아니라 의료계, 법조계까지 공감하고 허술한 의료보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해 온 의법치국은 법에 의한 통치를 강조한다. 허술하고 모호한 법을 단단히 세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을 보호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유행성 독감 아래 베이징의 중년’과 함께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글이 ‘신시대 장커우커우 열전’이다. 장커우커우는 실존 인물이다. 30대 퇴역군인인 그는 춘제 연휴 첫날인 15일 22년 전 어머니를 죽인 왕씨 부자 3명을 찾아가 살해했다. 두 집은 토지 경계 문제를 두고 싸움이 붙었고 그 과정에서 장커우커우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왕씨의 셋째 아들이 살해범으로 지목됐고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판결을 받았다. 엄중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살인범으로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지만 조사부터 판결까지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법으로 원한을 풀 수 없었던 장커우커우는 군에 입대해 특공무술을 배웠고 복수를 결행한 후 자수했다. ‘열전’에서는 장커우커우가 어머니의 죽음을 복수한 효자, 허술한 사법 체계에 항거해 악인을 단죄한 신시대 영웅으로 묘사돼 있다.

 

법을 근간으로 한 시진핑 신시대가 시작됐지만 법은 여전히 인민들의 편이 아니다. 제때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치료비까지 걱정해야 한다. 법의 심판이 허술해 개인이 징벌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도 중국 공산당은 의법치국을 내세워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3연임 제한을 규정한 헌법 규정 삭제에 나섰다. 언론들은 의법치국을 내세워 개헌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당의 영도에 따라야 한다’는 붉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댓글은 차단되고 인터넷 방화벽은 높아졌다. 개정안이 통과될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에 맞춰 시 주석 업적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대단하다 우리나라>가 개봉된다.

 

민중은 마음의 ‘독감’을 앓고 있는데 지도자들은 이상한 약만 처방하면서 권력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은 헌법에서 인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 1장 2조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있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바꿀 게 아니라면 충실하게 지켜야 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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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쯔다오(獐子島)의 가리비가 ‘또’ 사라졌다. 수산물 양식 전문기업인 장쯔다오는 지난주 업무 실적 보고에서 일부 해역에서 양식 가리비 재고 이상이 발견돼 최대 7억2000만위안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약 1246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상장 기업인 장쯔다오는 실종 관련 전과가 상당하다. 2014년 10월에는 100만여 미의 가리비가 한류(寒流) 영향으로 패사해 8억위안의 영업 손실을 냈다고 보고했다. 이듬해에도 160만 미의 가리비가 실종됐다고 신고했다. 대량의 가리비가 연이어 실종되는 사건으로 장쯔다오에 투자한 주주들은 애먼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가리비 실종 사건이 사기성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쯔다오와 같은 해역에서 양식하고 있는 다른 기업은 문제없이 가리비를 출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금을 받고 양식장에 가리비 종패를 파종하지 않거나 파종 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쯔다오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는 점이 주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2016년 1월 2000여명의 주주들은 2014년 발생한 가리비 100만 미 실종 책임을 물어 장쯔다오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인데 그사이 가리비 실종 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장쯔다오는 2006년 6월 선전 증시에 상장하면서 35개 펀드와 약 16곳의 기관투자를 유치했다. 4년 새 대규모 손실을 연이어 보고하면서 수산물 양식 전문기업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신뢰도도 급전직하하고 있다.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 사기, 정부 규제 등이 중국 증시 투자 리스크를 높이는 ‘블랙스완’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증시 감시 감독도 도마에 올랐다. 반드시 감독기관이 나서 자연재해인지, 사기극인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기업의 일방적 통보로 수많은 주주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가리비 실종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 정부 들어 반부패, 인터넷, 환경 등 각종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촘촘한 정부 규제망 속에서도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IT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 중국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스마트폰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게임업체가 개발한 스마트폰 게임 ‘여행하는 개구리’는 일본보다 중국에서 더 뜨겁다. 내용이 단순하다. 개구리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여행을 떠나는 개구리에게 도시락, 부적, 필요한 준비물 등을 챙겨 줄 수 있다. 그러나 개구리는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고, 예고 없이 갑자기 돌아올 수도 있다. 이용자는 여행을 떠난 개구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중국 매체에서는 이 단순 무료한 게임의 인기 비결로 인연을 강조하는 불교의 사상과 유사하다거나 복잡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을 치유해준다는 등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계기는 장쩌민 전 주석에 대한 향수다. 중국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 장 전 주석을 ‘개구리’(혹은 두꺼비)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장 전 주석 재임 기간에 그의 외모를 조롱하기 위해 사용되는 별명이었지만 최근에는 장 전 주석에 대한 친근감을 나타내는 애칭이 됐다. 장 전 주석의 생일이 되면 소셜미디어에는 개구리 사진이 넘쳐난다. 장 전 주석 시대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활력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여행 간 개구리를 기다리는 게임에 빠졌다는 것이다.

 

시진핑 시대 들어서면서 강화된 규제는 가리비 실종조차 막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 속 여행 간 개구리를 기다리면서 장 전 주석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현 정부에 대한 불만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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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대기 줄이 가장 긴 식당 중 하나가 쥐치(局氣)다. 베이징에만 17개 분점이 있는데 입구마다 대기자용 의자가 수십개씩 놓여 있다. 한두 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사람이 너무 많아 두세 번씩 허탕 쳤다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 식당은 옛 베이징거리를 재현한 인테리어와 전통 복장을 입은 종업원 등 복고풍 콘셉트를 내세웠다. 솔직히 음식이 대단히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손님을 당기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인기 메뉴인 흑미 볶음밥은 연탄 모양으로 그릇에 담겨 서빙된다. 중국 전통 의상인 탕좡을 입은 종업원은 연탄 모양의 볶음밥에 식용 알코올을 뿌려 불쇼를 펼친다. ‘인증 샷’을 찍을지 여부까지 체크해 쇼 구성을 달리한다. 불쇼가 포함된 이 볶음밥의 가격은 5000원 정도다.

 

탕청샤오추(湯城小廚)는 5000~8000원짜리 탕 요리를 파는 중저가 식당이다. 조미료를 넣지 않고 4시간 이상 끓여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탕을 내놓는다. 대추 오골계탕 같은 보양식이 주 메뉴지만 깔끔한 분위기 때문에 20대 고객들이 몰린다. 음식에는 소금을 전혀 넣지 않는다. 대신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소금통에 ‘1~2회 누르면 싱겁게’ ‘3~4회는 보통’ 등 세심한 설명을 붙여놓았다.

 

딤섬으로 유명한 진딩쉬엔(金鼎軒)은 흰색과 검은색 젓가락, 두 벌씩 준다. 하나는 음식을 개인 접시로 덜어올 때 쓰고, 다른 하나는 음식을 먹을 때 쓰라는 배려다. 이 식당은 24시간 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식당들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맛, 위생, 분위기는 기본이고 세심한 서비스와 다양한 메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까지 갖췄다. 고급식당이 아니라 1만원 미만의 음식을 파는 중저가 식당들까지 이런 요소를 두루 갖추고 고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기술(IT)까지 더해졌다. 테이블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스캔하고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치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주문, 결제가 가능하다. 대기표 아래 인쇄된 QR코드를 인식하면 스마트폰에 대기인수와 예상 소요시간이 표시되고, 차례가 되면 문자로 통지된다.

 

지난해 중국의 요식업 매출액은 4조위안(약 661조원)을 넘어섰다. 빠르게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한식당들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전후로 하나둘씩 들어선 한식당은 교민과 유학생이 증가하고 드라마 <대장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2008년에는 베이징에 있는 한식당이 200개에 달했다. 현재 베이징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은 60여곳이다.

 

한식당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깨끗하고 친절하다. 그때만 해도 중국인들은 한식당의 세련된 인테리어와 서비스 수준을 신기해했지만 이제는 더 나은 서비스를 보여주는 중국식당들이 넘쳐난다. 한식당의 메뉴판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변화가 없다. 중국식당이 신세대의 입맛과 생활수준 변화에 따라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한식당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임대료와 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관련 법규가 까다로워지는 상황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직원 고용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한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숯불이나 휴대용 가스레인지 규정, 오염물 배출 규정이 강화되는 흐름에서 버티지 못했다. 초기 투자 비중이 1.5배 이상 높아지는데 신규 투자는 어려워지면서 중국인 동업자에게 팔거나 사업을 접었다. 한식당은 지금 위기다.

 

그러나 아예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니다. 한국음식을 즐기는 중국인은 여전히 많다. 커져가는 중국 외식 산업에서 한식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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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서는 항저우에 사는 60대 부부의 ‘동거’가 뜨거운 화제다.

 

교사였던 왕 여사와 공장 책임자로 일하던 남편은 은퇴 후 3층짜리 전원주택에서 생활해왔다. 마당에는 연못이 있고, 채소를 심을 텃밭도 있다. 여유로운 삶이지만 이들 부부는 자주 외로웠다고 한다. 자녀들이 직장일로 바빠 자주 찾아오질 않으니 큰 집은 썰렁하게만 느껴졌다.

 

왕 여사 부부는 지난 7월부터 처지가 비슷한 5쌍의 노년 부부와 할머니 등 13인의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최연소 막내가 62세, 최고령이 77세인 이들은 서로 도와가면서 재미있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특별한 동거가 보도된 후 ‘가장 이상적인 노년 생활’로 세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중국에서 ‘바오퇀(抱團) 양로’라고 부르는 노인 공동거주 형태가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2008년 허베이 한단시의 한 시골마을에서 ‘서로 돕는 행복한 마을(互助幸福院)’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고, 2014년에는 산둥성 옌타이시가 바오퇀 양로 시범 도시로 지정됐다. 그러나 ‘첫 성공’이라는 타이틀은 왕 여사 부부가 차지했다.

 

성공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두루 필요했다. 이들이 사는 방에는 각각 화장실이 딸려 있어 독립된 생활이 보장된다. 13인의 동거인들은 의사, 노동자, 목수, 통신 분야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가사 분담이 가능하다. 사생활이 보호되면서도 서로 돕는, ‘각자 또 같이’ 생활이 가능하다.

 

중국에는 ‘한 가족이 아니면 한 대문을 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피붙이가 아니면 같이 살지 말라는 뜻이다. 성격, 입맛, 가치관이 다르니 함께 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들은 “자녀 문제 등 각 집안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식비는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짜에 납부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를 작성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취미 공유다. 입주한 동거인들은 모두 마작을 즐긴다. 공동의 취미이다 보니 시끄럽다고 타박하는 이가 없다. 왕 여사는 행복한 동거를 위해 그동안 20쌍이 넘는 노인 부부들을 면접 봤다고 한다.

 

중국은 부유해지기도 전에 노령화 사회에 접어든(未富先老) 나라다.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2억3000만명을 넘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10월 19차 당 대회 보고에서 인구 노령화와 관련해 양로, 경로 대책의 시급성을 언급했다.

 

사회보장제도가 갖춰져 있긴 하지만 빠른 고령화로 연금을 납부할 인구는 줄고 받아갈 노령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기금 규모를 늘리기 위해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7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실행 중이다.

 

당국이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중국 현실을 따라잡기는 힘들다. 중국은 때때로 아래로부터 대안을 찾았다.

 

1978년 11월 안후이성 샤오강촌 시골마을의 비밀 계약이 대표적이다. 이 마을의 18가구는 국가 소유의 경작지를 나눠 가구별로 생산 책임을 지기로 약속했다. 일정량은 국가에 납부하고 여분은 각 가구가 나눠 가졌다. 당시 분위기에선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져 사형까지 가능한 위험한 계약이었다.

 

그러나 이 실험으로 생산량이 5배 이상 늘어나고, 정부 당국이 이를 추인하면서 개혁·개방 초기 농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준 다바오간(大包幹) 제도가 싹텄다. 그렇게 시작 발전된 개혁·개방이 내년에 40주년을 맞는다.

 

왕 여사 부부의 동거 실험은 반 년밖에 되지 않았다. 구성원도 60대에서 70대로 젊은 편이라 앞으로 문제점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빠르게 나이들어가는 중국에서 의미 있는 대안으로 지켜볼 만하다.

 

<박은경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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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명물 ‘둥피’가 사라졌다.

베이징 동물원 의류 도매시장의 줄임말인 ‘둥피(動批)’는 중국 북부 지역의 최대 의류 집산지다. 1990년대부터 동물원 근처에 들어서기 시작한 의류 도매상가는 10여개로 늘어났다. 도매시장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동물원에 판다 구경 가는 게 아니라 옷 구경하러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베이징 관광 코스 중 하나로도 꼽혔다. 둥피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는 3만명, 일일 방문객 수는 1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베이징시 도시정비계획에 따라 둥피는 지난달 30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른 상가들은 이미 문을 닫았고 둥딩(東鼎)이 이날 마지막 영업을 했다. 정리 세일 기회를 잡으려는 알뜰 소비자들과 사라져 가는 둥피의 마지막 모습을 담으려는 시민들이 몰렸다. 상가에 전기가 끊긴 후까지 손님들의 발길은 끊기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이곳에서 설빔을 준비했다던 중년 손님과 옷을 팔아 자식을 대학까지 보냈다는 주인이 함께 추억을 풀어냈다. 그 추억들은 이날 이후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베이징의 시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둥화먼(東華門) 야시장이 문을 닫았다. 32년 만이다. 꼬치며 쌀국수를 팔던 88개 상점 주인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퇴근길에 술잔을 기울이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던 베이징 토박이들도 추억의 장소를 잃었다.

 

시장이 사라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시장으로 화물과 사람들이 몰리면서 가뜩이나 복잡한 베이징 교통에 부담이 가중된다. 시장을 외곽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베이징의 비(非)수도 기능을 인근 퉁저우, 슝안으로 옮기려는 중국 정부 정책에 부합한다.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타오바오 등 인터넷 쇼핑이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재래시장의 인기가 시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베이징의 시장들은 주로 정책적 이유로 폐쇄된다. 특히 외래인구 제한이 주목적이다. 시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농촌에서 온 외지인들이다. 시장이 베이징 밖으로 이사 가면 베이징 호적이 없는 이들도 함께 외곽으로 이동한다. 베이징 상주인구를 2300만명으로 제한하려는 당국의 계획과 잘 맞는다. 둥피에 있던 대부분 상가들은 베이징 외곽인 옌지아오(燕郊)로 옮길 예정이다. 노동자들도 이곳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을 것이다.

 

지난달 18일 베이징 외곽 다싱구의 한 아파트형 공장에서 불이 나 1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화재가 난 건물은 지하 창고, 1층 공장, 2층 숙소 형태로 된 영세 공장이었다. 베이징시는 이 화재 사건을 계기로 40일간 집중 안전 점검에 나섰다. 그리고 비슷한 형태의 공장에서 일하는 하층민들을 안전 미흡을 이유로 강제로 쫓아내고 있다. 이들은 추운 겨울에 거처도 정하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렸다.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임시 거처, 이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당국은 이 또한 통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매체 보도도 통제하고 있다.

 

도시 밖으로 사람들을 밀어내고, 도시민들 사이의 교류도 단절시키고 있다. 택배 기사, 가사 도우미 등 10만여명에 달하는 하층 노동자들이 베이징 밖으로 밀려났다.

 

도시와 인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공진화한다. 베이징 역사는 3000여년 전 춘추 전국시대 연나라 수도인 옌징(燕京)에서부터 시작됐다. 요, 금, 원, 명, 청나라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고 다시 모이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됐다. 지금의 베이징은 시장도 사람도 떠나간 적막한 곳이 돼 가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의 ‘도시병’을 걱정하면서 핵심 행정 기능과 베이징 호적을 가진 ‘필수 인구’만 남길 태세다. 사람과 온기가 없어지고 기능만 남은 베이징은 도시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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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베이(河北)성 이(易)현 시골 마을에 있는 한 사당은 1년 수입이 17억원에 달한다. 특별히 큰 운영비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들어오는 돈이 그대로 수입이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사당이다.

 

광활한 중국 대륙에 사당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유독 이곳에 사람과 돈이 모이는 이유는 뭘까. 바로 차신(車神)이라는 21세기 신 덕분이다. 긴 수염을 늘어뜨리고 도포를 입은 차신은 두 손으로 자동차 핸들을 꼭 붙잡고 있다. 사당 한쪽 벽에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그려져 있다. 운전면허시험을 보기 전에 여기 와서 절하면 찰떡같이 붙고, 교통사고도 나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자동차 핸들과 신이라는 어색한 조합은 소셜미디어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관리인은 하루에 한 번 ‘공덕함’에 모인 돈을 수거해 간다. 많게는 몇 백만원씩 쌓인다고 한다. 변변한 관광지가 없는 이 시골 마을은 대부분의 수입을 차신으로부터 얻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 신이 정말 ‘무사고 안전운전’을 책임질 거라고 믿는 걸까. 그보다는 신이 핸들을 들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찾고, 찾은 김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절도 하고,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재미를 찾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일종의 ‘놀이’인 셈이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행사인 광군제(光棍節·11일)가 지나갔다. 모두가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가 진행된 11일 하루 동안 1682억위안(약 28조3078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에만 주목했다. 하지만 싱글들이 쇼핑하거나 선물 주는 날이었던 광군제가 쇼핑 축제가 되고 8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이면에는 바로 ‘재미’가 있다.

 

알리바바는 니콜 키드먼, 판빙빙 같은 국내외 유명 배우 등을 모아 전날 밤 갈라쇼를 연다. 마윈 회장은 올해 갈라쇼에서 직접 출연한 무술 영화 <공수도>를 공개했다. 기업 회장이 뒤에 엄숙하게 앉아 있지 않고 무대의 주인공으로 직접 나섰다. 전 세계 스타와 기업의 회장과 임직원이 다 함께 광군제를 축제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야 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소외된다. 이 거대한 파티에 참여하고 싶게 만드니 매출액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올해 광군제의 의미는 천문학적 매출액 자체보다는 쇼핑을 얼마나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만드느냐에 있었다. 온라인 매체인 ‘텅쉰오락’은 “화려한 갈라쇼를 보면 명절 전 설렘과 비슷한 기분이 들고, 그 기분에 홀려 다이어트, 피부 관리, 건강을 비는 마음으로 관련 상품을 사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골 마을의 사당도, 할인행사도, 즐거움이 있어야 지갑이 열린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주목받았던 ‘코리아세일페스타’도 올해로 3년째를 맞지만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 힘들다. 할인품목과 할인율의 한계, 연휴 및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행사 효과 반감, 낮은 행사 인지도가 장애물로 꼽힌다. 정부가 주도하는 이 행사에는 판매자도, 소비자도 즐겁게 참여하는 이를 찾기 힘들다. 페스타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축제로 승화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마윈 회장은 13일 CCTV와의 인터뷰에서 “광군제는 알리바바에 돈을 벌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알리바바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광군제를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 더 큰 기쁨을 주고 싶고 그래서 택배뿐 아니라 전자페이, 판매 플랫폼 기술을 계속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알리바바가 수익에 연연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광군제의 기본 신념만큼은 새겨볼 만하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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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한 명문대의 한국인 유학생회가 학교 법무처로부터 경고문을 받았다. 유학생회에서 단체 점퍼를 맞춤제작하면서 대학명과 휘장을 넣은 것이 명백한 지적재산권 위반이라는 내용이었다. 대학 측은 해당 휘장이 상표등록이 된 무형재산이기 때문에 재학생이라 해도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유학생회는 결국 제작을 취소하고 이미 받은 점퍼 비용을 환불 조치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대학들은 재학생들이 비영리 목적으로 휘장을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흔히 중국을 ‘가짜의 천국’ ‘세계의 짝퉁 공장’이라고 부른다. 서방국가에서 중국을 공격하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적발된 가짜·위조 상품 중 80%가 중국산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슈퍼 301조’도 중국의 지재권 보호를 문제 삼는다. 그러나 중국의 지재권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지재권은 보호받아야 할, 지켜야 할 권리라는 개념이 퍼지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의 지재권 재판 결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중국의 스포츠의류업체 챠오단(喬丹·조던의 중국명)과 4년간 상표권 소송을 벌였다. 줄곧 패소하던 조던 측은 지난해 12월 최고인민법원으로부터 챠오단 측이 조던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업인으로 활동하던 2006년부터 중국 내 ‘트럼프(TRUMP)’라는 상표를 두고 분쟁했지만 연이어 패소했다. 그러다 10년 만인 지난 2월 ‘트럼프’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중국의 국민음료인 량차 브랜드 왕라오지(王老吉)와 자둬바오(加多寶)도 7년 법정 전쟁을 이어왔다. 왕라오지를 생산하는 국유기업 광저우의약그룹과 홍콩에 기반을 둔 자둬바오의 훙다오그룹 간의 분쟁은 당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여겨졌다. 상표권과 광고 분쟁에서 훙다오가 연패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캔 포장을 둘러싼 공방에서는 두 회사 모두 붉은색 캔을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사실상 훙다오그룹의 승리다.

 

중국은 2025년 지재권 강국건설을 목표로 2015년 초부터 지재권 보호 강화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제조업 고도화)’ ‘의법치국(법에 의한 통치)’과도 직결돼 이 같은 흐름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출판광전총국 부국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지재권 침해 문제에 대해 묻자 “중국 매체에 보도된 ‘검망행동’을 주의 깊게 봤는지 모르겠다”면서 당국의 보호활동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중국의 저작권침해 관리 조치인 검망행동을 설명하며 “중국은 국내외 저작권권리인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지난해 상표 출원건수는 369만1000건으로 15년 연속 세계 1위이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효상표 총량은 1237만6000건에 이른다. 발명특허 출원건수도 전년 대비 21.5% 증가한 133만9000건으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발명특허 보유량은 110만3000건으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100만건을 넘겼다.

 

어마어마하게 쌓인 특허권과 상표권은 언제든 한국 기업을 겨냥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전략 무기화하고 있다. 유커의 거대한 소비력을 경제보복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보상 수단으로 쓴다. 한국과 대만 관광을 금지하고, 대신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해 필리핀 관광을 활성화하는 식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중국법원은 삼성전자가 화웨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8000만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중국이 제대로 지적재산권을 챙기기 시작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가.

 

<베이징 ㅣ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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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무료 인터넷 전화 애플리케이션인 위폰(WePhone)의 개발자 쑤헝마오(蘇享茂)가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위폰은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을 무기로 2000여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인기 앱이다.

 

쑤헝마오는 자살 직전 위폰의 메인 창에 “회사 대표가 악처에게 죽임을 당해 더 이상 위폰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잘나가는 프로그래머인 쑤헝마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쑤헝마오는 지난 3월 말 결혼정보 모바일 앱인 시지쟈위엔(世紀佳緣)에 가입했다. 이 회사는 전도유망한 쑤헝마오에게 VIP 회원자격을 부여했고, 현재 전처가 된 아름다운 ‘그녀’를 소개받았다. 6월에 백년가약을 맺고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운명 같던 사랑은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이혼 과정도 순조롭지 못했다.

 

위폰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다. 인터넷 전화를 쓰기 위해 외국에서 결제하는 사용자가 많은데, 위폰 측은 중국 당국에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세금을 탈루했다. 그녀는 이 사실을 공안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신혼집과 1000만위안(약 17억원)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전처의 협박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이 사실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쑤헝마오 본인은 괴로워하다 잘못된 선택을 했고, 부모는 생때같은 아들을 잃어버렸다. 위폰 사용자들도 피해를 봤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가장 큰 곤경에 처한 것은 쑤헝마오에게 전처를 소개해준 결혼정보회사 시지쟈위엔이다. 그녀는 쑤헝마오와 만나기 전에 이미 결혼했던 경력이 있었지만 이 회사는 이를 알리지 않고 미혼으로 소개했다. 그녀의 실명인증도 하지 않는 등 ‘검증’이 부족했다. 누리꾼들은 그녀가 결혼 전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쑤헝마오에게 접근했고, 시지쟈위엔이 이를 방조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모든 비난은 시지쟈위엔에 쏠렸다. 쑤헝마오가 자살 한 후 시지쟈위안의 모회사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모바일 세상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중국은 앱 천국이다. 지갑이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구매, 결제, 배송 등 거의 모든 경제생활이 가능하다. 음식 배달부터 결혼, 구직, 난치병 치료까지 인생이 걸린 중대사도 앱과 의논한다. 이런 현상에 기대어 중국의 사회문제가 모바일 앱의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

 

산둥의 한 농촌에서 태어난 리원싱(李文星)은 유명학교인 둥베이대를 졸업한 후 구직구인앱인 ‘보스지핀(BOSS直聘)을 통해 톈진에 있는 소프트 회사에 취업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소프트회사 껍데기를 쓴 다단계회사였다. 리원싱은 다단계회사에 시달리다 못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수차례 돈을 빌렸다.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누가 전화하든 절대 돈을 주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졸업생을 이용한 다단계회사에 1차 책임이 있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다단계회사의 횡포보다는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무책임한 보스지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지난해 희귀암에 걸린 대학생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가 추천한 병원에서 엉터리 치료를 받다가 숨지자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바이두의 검색 광고다. 중국의 허술한 의료정보 감독관리 제도 문제는 쑥 사라졌다.

 

정보의 홍수, 모바일 세상에서 관시(關係·관계)보다는 검색의 힘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검색 결과가 나오면 실존대상이지만, 검색해도 자료가 나오지 않으면 무존재와 마찬가지다. 

 

일련의 사건에서 드러난 무책임한 중개 앱의 운영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플랫폼 운영자는 당연히 검증의 책임도 짊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모든 잘못을 돌린다고 해서 당국의 관리 소홀 책임까지 면책된다고 볼 수 없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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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진출한 중국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음식점 하이디라오에는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여전히’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불과 10일 전 쥐가 제 집처럼 돌아다니는 불결한 주방이 공개되면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위생 상태가 낙제점을 받았지만 하이디라오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그래도 한번 봐줘야 한다” “여전히 좋다” 등 옹호하는 글은 물론 “다른 식당이라고 더 깨끗하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이디라오의 인기가 불결한 주방 공개를 계기로 오히려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하이디라오는 특급 서비스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으며 전국에 117개 지점이 있고 로스앤젤레스, 싱가포르, 도쿄, 서울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연간 매출액 5000억원을 넘고 직원도 2만명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중국 법제만보가 4개월에 걸친 잠입취재로 베이징 진송점과 타이양궁점 두 곳의 위생 상황을 폭로했다. 쥐가 들끓는 주방에서 직원들은 훠궈 식탁에 올리는 국자로 막힌 하수구를 청소했고 식기세척기에는 음식물 찌꺼기가 엉겨 붙어 있었다. 1994년 창립 이후 20년 넘게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하이디라오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하이디라오는 더러운 위생 상태와 동영상이 공개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신속하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조사 결과 매체에 보도된 문제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매우 유감스럽고 송구스럽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어떤 경제적, 법적 책임도 다할 것이며 하이디라오의 설비에 대해 개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신속한 잘못 인정, 진솔한 사과, 사태 수습 방안이라는 사과의 요소가 두루 갖춰졌다. 다시 2시간 만에 해당 점포에 대한 5가지 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각 개선 조치에 대한 책임은 본사 임원진이 맡기로 했다. 중국인들이 감동한 부분은 이 같은 본사의 책임지는 자세였다. 식당 체인인 하이디라오는 비정규직이 많다. 본사는 해당 점포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다. “본사가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탓”이라며 모든 책임은 회사 이사회가 지겠다고 나섰다.

 

하이디라오의 사과 화법은 공산당의 화법과는 반대다. 공산당은 직답하지 않는다. 수수께끼 같은 모호한 대답을 늘어놓는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를 앞둔 지난 2월 말 간담회에서 ‘올해도 경제성장률 목표를 구간으로 발표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공산당 간부는 주저 없이 “그것은 양회 개막일에 리커창 총리가 알려줄 것”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차관급인 공산당 부부장은 19차 당대회 개막일을 묻는 기자들에게 날짜는 귀띔해주지 않고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공산당은 잘못을 인정하는 데도 인색하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탓을 한다. 부처끼리 책임을 미루고,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만들기 일쑤다. 특히 행정집행으로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비정규직 집행요원이 거의 모든 책임을 짊어진다. 산시성 옌안시에서 발생한 주민 폭행 사건, 저장성 창난현에서 사진 찍는 행인을 때려 다치게 한 사건, 구이저우 카이리시에서 과일 노점상 여주인을 구타한 사건 등은 모두 비정규직 공무원이 저지른 일이라는 해명으로 꼬리를 잘랐다. 전국을 다니며 행패를 부리는 비정규직이야말로 중국에서 가장 바쁜 직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아마 공산당의 모호한 사과법에 질린 중국인들이 하이디라오의 깔끔한 사과에 열광했는지도 모르겠다. 비정규직 탓만 하는 공산당 때문에 본사가 모든 잘못을 떠안은 하이디라오가 면죄부를 받았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누구나 제대로 된 사과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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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형 쓰레기통’ ‘말하는 쓰레기통’ ‘태양열 쓰레기통’….

한 해 2억t에 가까운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는 중국은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분리수거를 강제로 시행하고 2020년까지는 주요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0년부터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분리수거를 시행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강제 시행이 다가오자 중앙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각 지방정부는 갖가지 쓰레기통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주민들의 비판도 나온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나비 쓰레기통(위 사진)은 모양은 예쁘지만 청소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장성 닝보시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점수를 적립해 준다. 중국 닝보망

신식시보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시에는 ‘화분형 쓰레기통’이 등장했다. 위쪽에 녹색 식물을 심어 놓아 멀리서 보면 마치 화분으로 보인다. 지역 환경위생관리감독 기관이 직접 디자인한 쓰레기통은 현재 안개꽃 등 3가지 식물을 심었지만 향후 1∼2개월에 한 번씩 바꿔 심을 계획이다.

 

항저우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말하는 쓰레기통’이 놓였다. 센서가 설치돼 사람이 다가가면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녹색, 기타 쓰레기는 황색 쓰레기통에 넣어주세요. 분리수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안내말이 나온다.

 

앞서 충칭시는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한 에너지 절약형 쓰레기통을 선보였고, 닝보(寧波)시는 QR코드를 이용한 쓰레기 재활용 제도를 실시해 정확히 분류하면 점수를 적립해준다.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 등장한 나비 모양 쓰레기통은 비싼 가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흰색 몸체에 야광 나비 모양으로 설계된 쓰레기통은 외관은 아름답지만 내부를 청소하기 어렵다. 지역 언론은 개당 5000위안(약 82만원)이나 하는 쓰레기통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우창구 당국은 “새 쓰레기통을 소중히 아껴 쓰자는 마음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걸 강조하려다 잘못된 보도가 나갔다”며 개당 1400위안(약 23만원)이라고 밝혔다.

 

지방정부들은 벌금 부과 등 제도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독려에도 나서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중국 246개 중대형 도시 연간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1억8564만t에 이른다.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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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의 청핀(誠品)서점 둔난점은 낮보다 밤이 더 활기차다. 24시간 문을 여는 이 서점의 ‘골든타임’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부터 데이트를 하는 커플,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 등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좋은 책은 외롭지 않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좋은 책 주변에 모여든다. 책을 보러 왔다 커피를 마시며 얘기도 나누고, 문구나 생활용품을 사기도 한다. 인파를 쫓아 서점 입구에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들어섰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과 문화와 경제 활동이 선순환한다.

 

이 서점이 특별한 이유는 24시간 문을 열기 때문만이 아니다. 도서관처럼 꾸며진 서가 곳곳에 수백개의 의자가 있다. 잡지나 화보 같은 고가의 서적도 밀봉해놓지 않는다.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잘 팔리지 않아도 좋은 책이라고 판단되면 잘 보이는 진열대에 배치한다. 3개월간 팔리지 않는다고 창고에 넣지도 않는다. 서가를 15도 정도 기울여 위쪽에 꽂힌 책을 편하게 꺼낼 수 있게 했다. 책을 파는 것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을 중시하는 이 서점의 경영 방식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다.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이곳을 아시아 최고의 서점으로 선정했다.

 

청핀서점을 창립한 우칭요우(吳淸友) 회장이 지난 18일 타이베이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사업가 정신을 되새기는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 회장은 중화권 최고 재벌이 아니다. 지명도도 높지 않다. 그러나 서점을 인문학 공간으로 창조해냈다. 애도 움직임은 대만보다 중국 본토가 더 뜨겁다. 조급한 성공과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시대에 고귀한 정신을 가진 사업가라는 이유에서다.

 

우 회장은 생전 “돈이 없으면 청핀서점이 살아갈 수 없죠. 그러나 문화가 없다면 나 또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모여 책에서 값진 보석을 발견하게 하겠다”고 했다.

 

서점 이름은 우 회장의 아버지가 지었다고 한다. 재물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정성(精誠)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 담겼다.

 

청핀서점에 대한 대만인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대만 작가인 룽잉타이는 “청핀서점의 성공은 우리가 인문학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룽 작가는 “서점은 책과 문구를 파는 상점으로 전락할 수 있지만 우칭요우는 생활의 미학과 문화의 지표로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몇 년 전 우칭요우는 한 강연에서 “뭔가를 진정 이해하려면 최소 20년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7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28년간 청핀서점에 정성을 들였다.

중국 본토인들은 우칭요우 같은 사업가가 없는 점을 애석해하고 있다. ‘대만에는 우칭요우가 있지만 우리에겐 뤄전위(羅振宇)밖에 없다’는 한탄도 나온다. 인기 인터넷 방송인 ‘로직사유’의 진행자인 뤄전위는 문화와 인문학을 내세우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문화 장사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최근 무인 편의점을 선보였다.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 세워진 이 편의점은 종업원 대신 인공지능이 관리한다.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고, 센서와 위치 추적 시스템으로 고객을 관리한다. 물건 값은 휴대전화 속 전자페이로 자동 결제된다. 무인 편의점은 손쉽다.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는 번거로움도 없다. 그러나 사람은 사라지고 거래만 존재한다. 문화는 없고 기술만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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