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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5 시골 사당의 차신과 광군제
  2. 2017.11.15 [사설]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지 못했다
  3. 2017.11.10 [사설]갈등 피한 미·중, 이젠 북핵 문제 진전시킬 대안 모색을
  4. 2017.11.08 [특파원칼럼]트럼프의 총기참사 대응법
  5. 2017.11.07 [사설]미·일동맹 강화가 한반도에 퍼뜨리는 불안
  6. 2017.11.06 [사설]한국은 미국 풀도 중국 풀도 뜯어먹어야 산다
  7. 2017.11.02 [동서남북인의 평화 찾기]‘일본 평화주의’의 허구성
  8. 2017.11.02 가미카제와 쿠데타
  9. 2017.11.01 [사설]한·중관계 정상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의 길로
  10. 2017.11.01 [특파원칼럼]일본 사회 비추는 신조어
  11. 2017.10.27 [사설]대북 특사 필요하다는 조지프 윤 미국 대북특별대표
  12. 2017.10.26 [사설]시진핑 절대 권력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중국의 책임
  13. 2017.10.25 유학생의 점퍼
  14. 2017.10.23 [사설]아베 정권의 개헌선 확보가 일본·한국에 드리운 그림자
  15. 2017.10.18 외교 불신의 시대
  16. 2017.10.18 [사설]내달 초 트럼프 방한, 북핵 평화적 해결책 찾는 계기로
  17. 2017.10.17 [사설]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불인증
  18. 2017.10.17 [사설]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불인증
  19. 2017.10.16 [여적]아라비아만
  20. 2017.10.12 [사설]미 의회조사국의 북·미 핫라인 제안, 검토해볼 만하다

허베이(河北)성 이(易)현 시골 마을에 있는 한 사당은 1년 수입이 17억원에 달한다. 특별히 큰 운영비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들어오는 돈이 그대로 수입이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사당이다.

 

광활한 중국 대륙에 사당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유독 이곳에 사람과 돈이 모이는 이유는 뭘까. 바로 차신(車神)이라는 21세기 신 덕분이다. 긴 수염을 늘어뜨리고 도포를 입은 차신은 두 손으로 자동차 핸들을 꼭 붙잡고 있다. 사당 한쪽 벽에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그려져 있다. 운전면허시험을 보기 전에 여기 와서 절하면 찰떡같이 붙고, 교통사고도 나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자동차 핸들과 신이라는 어색한 조합은 소셜미디어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관리인은 하루에 한 번 ‘공덕함’에 모인 돈을 수거해 간다. 많게는 몇 백만원씩 쌓인다고 한다. 변변한 관광지가 없는 이 시골 마을은 대부분의 수입을 차신으로부터 얻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 신이 정말 ‘무사고 안전운전’을 책임질 거라고 믿는 걸까. 그보다는 신이 핸들을 들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찾고, 찾은 김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절도 하고,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재미를 찾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일종의 ‘놀이’인 셈이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행사인 광군제(光棍節·11일)가 지나갔다. 모두가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가 진행된 11일 하루 동안 1682억위안(약 28조3078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에만 주목했다. 하지만 싱글들이 쇼핑하거나 선물 주는 날이었던 광군제가 쇼핑 축제가 되고 8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이면에는 바로 ‘재미’가 있다.

 

알리바바는 니콜 키드먼, 판빙빙 같은 국내외 유명 배우 등을 모아 전날 밤 갈라쇼를 연다. 마윈 회장은 올해 갈라쇼에서 직접 출연한 무술 영화 <공수도>를 공개했다. 기업 회장이 뒤에 엄숙하게 앉아 있지 않고 무대의 주인공으로 직접 나섰다. 전 세계 스타와 기업의 회장과 임직원이 다 함께 광군제를 축제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야 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소외된다. 이 거대한 파티에 참여하고 싶게 만드니 매출액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올해 광군제의 의미는 천문학적 매출액 자체보다는 쇼핑을 얼마나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만드느냐에 있었다. 온라인 매체인 ‘텅쉰오락’은 “화려한 갈라쇼를 보면 명절 전 설렘과 비슷한 기분이 들고, 그 기분에 홀려 다이어트, 피부 관리, 건강을 비는 마음으로 관련 상품을 사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골 마을의 사당도, 할인행사도, 즐거움이 있어야 지갑이 열린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주목받았던 ‘코리아세일페스타’도 올해로 3년째를 맞지만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 힘들다. 할인품목과 할인율의 한계, 연휴 및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행사 효과 반감, 낮은 행사 인지도가 장애물로 꼽힌다. 정부가 주도하는 이 행사에는 판매자도, 소비자도 즐겁게 참여하는 이를 찾기 힘들다. 페스타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축제로 승화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마윈 회장은 13일 CCTV와의 인터뷰에서 “광군제는 알리바바에 돈을 벌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알리바바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광군제를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 더 큰 기쁨을 주고 싶고 그래서 택배뿐 아니라 전자페이, 판매 플랫폼 기술을 계속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알리바바가 수익에 연연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광군제의 기본 신념만큼은 새겨볼 만하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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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약화됐음을 보여주었다. 우선 순방 목표 중 달성한 게 없다. “북핵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순방이 끝나가는 지금 북핵 문제는 여전히 교착상태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겠다던 다짐도 무위로 돌아갔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마지막 날인 14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 아시아 순방 소감을 밝히고 있다. 마닐라 _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미국의 국제정치적 영향력 약화는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는 중국의 영향력 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미국의 힘을 약화시키는 고리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리더십에서 비롯된 위상 약화도 상당하다.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외교정책인 ‘미국 우선주의’는 기존 국제질서를 공격해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을 상대로 경제 실리를 챙기는 데 더 신경을 쓴 것은 사안의 경중을 못 가리는 행동이다. 경제적 이익은 얻었을지 몰라도 지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에서 모순적 발언과 위협을 일삼는 트럼프의 변덕에는 북한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년간 북한과 비공식 대화를 해온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트럼프가 믿을 만한 협상가인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미치광이인지 등을 궁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프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트럼프를 견제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북핵 해결의 견인차가 아니라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필리핀의 아시아 정치 전문가가 엊그제 미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미국이 아시아에서 수십년간 유지해온 헤게모니의 급격한 쇠퇴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눈에 띄게 고립된 모습을 보여준 것을 꼽았다. 사실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다자관계를 무시하면서 국제회의에서 공간을 찾으려고 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다. 한 국가의 위상은 경제력과 상대국의 행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에 달려 있다. 미국의 경제는 중국의 도전을 받고, 미국의 영향력은 트럼프에 의해 쇠퇴되고 있다. 미국은 점점 위대한 나라에서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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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 위기, 무역 불균형, 미·중관계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는 양국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미·중 무역이 일방적이지만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 자국민들을 위해 이익을 취한다고 다른 나라를 어떻게 비난하냐”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과 과거 미·중 무역 상황을 토론한 적이 있으며, 절실한 행동을 취해 중국 시장 진입 문제 등 무역 왜곡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 지적재산권 보호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상부상조 관계를 부각하며 무역 갈등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날 2535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제품을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두 정상은 또 향후 외교·안보 대화와 전면적인 경제 대화, 법 집행 및 사이버보안 대화, 사회·인문 대화 등 4대 고위급 대화 체계를 지속하기로 하는 등 상호 협력적인 미·중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방문 환영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국 정상은 환영식 후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날까지 한·중·일 3개국 순방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 다낭으로 향한다. 베이징 _ AFP연합뉴스

 

발표한 회담 내용만 보면 두 정상의 만남은 갈등보다 소통·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에서의 첫 만남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특히 북핵 해법과 관련해 트럼프는 시 주석을 몰아붙이지 않았다. 시 주석을 추어올리며 은근히 중국 역할을 강조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트럼프는 “중국은 이 문제를 쉽고도 신속하게 풀 수 있다”면서 “시 주석이 그 일을 열심히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실천하는 데 동의했고, (북한이) 경솔하고 위험한 행동을 포기하도록 대북 견제와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고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설명했다.

 

트럼프가 매우 부드러운 태도를 드러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중국이 2535억달러어치를 미국에서 구매하기로 계약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국 일자리 창출을 제1의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당초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한 대가치고는 괜찮은 거래라고 판단할 수 있다. 트럼프가 일본·한국·중국을 순방한 주요 목적의 하나는 중국에 대북 제재 강화를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만일 미국의 압력에 중국이 소극적으로 반응할 경우 미국 독자적인 북핵 해결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을 압박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중국의 미국 제품 대량 구매라는 실리를 얻는 데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대북 제재 강화 원칙에 합의하고도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앞에서 멈춰 선 형세가 됐다.

 

트럼프는 동북아 3국 순방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그것은 중국에 의탁하거나, 한·미·일 대북 제재 공조만으로는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3국 순방을 정리하면서 북핵·미사일 문제의 접근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에도 중국의 대북 접근법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대화와 제재의 병행으로 북한의 위험한 도박을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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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마다 점보제트기가 한 대씩 추락하고 있는데 정부는 애도만 하면서 대책 마련에 무관심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총기사고를 방치하는 미국 사회의 현실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인근의 한 교회에 20대 남성이 난입해 신자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26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사망자 중 절반은 어린이였다. 문제는 이런 끔찍한 총기사고가 미국 사회의 일상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지난달 1일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58명이 목숨을 잃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보도되지 않은 참사는 더 많다.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샌안토니오 사건이 발생한 당일 미국 전역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총기사건만 38건이다. 이날 하루 64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307건 발생했다. 매일 한 건씩 총기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10개월간 총기사고로 총 1만3136명이 죽고, 2만7000여명이 다쳤다. 열흘마다 미국인 400명을 태운 점보제트기가 한 대씩 추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총기가 문제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세계의 4.4%이지만, 이들은 민간인이 가진 전 세계 총기의 42%를 소유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총격범이 묵었던 호텔 방에서 AK-47 등 20여정의 총기가 발견됐다. 인터넷매체 복스에 따르면 총기 소지율 60%를 넘는 와이오밍주와 몬태나주는 10만명당 16명 이상이 총기에 사망했고, 소지율 10% 수준인 하와이주의 10만명당 총기 사망자는 4명이었다. 총기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텍사스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총기규제 제도화 주장이 다시 들린다.

 

놀라운 점은 미국인들 중 상당수가 총기규제에 반대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제도를 보완할 의지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켄 펙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폭스뉴스에서 이번 사건을 설명하면서 “다행히 텍사스에서는 총기를 보이지 않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권한(concealed carry)이 있어서 누군가가 여러 사람을 죽이기 전에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총기를 들고 다니며 난사범을 미리 제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해 9월 워싱턴포스트는 조지아주 윈더에 사는 51세 백인 남성 짐 쿨리를 소개했다. 쿨리는 월마트를 갈 때도 사람이 많이 모이면 위험하다며 AR-15 반자동소총을 들고 다닌다. 트럼프 셔츠를 입고 한 손에 소총을 들고 한 손에는 코카콜라를 든 쿨리는 총기소지 자유를 주장하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모습이었다. 쿨리는 이제 휴일 교회를 갈 때도 소총을 들고 갈지 모르겠다.

 

트럼프 정부의 총기참사 대응에는 패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총기 사건 직후 “가슴이 찢어진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함께 뭉쳐 슬픔에 맞서야 한다”며 단합도 호소했다. 하지만 “총기 문제가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라며 총기규제는 반대했다.

 

라스베이거스 총기사건 때도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조기 게양을 주문하며 애도했지만 제도 보완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은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단합할 시간”이라며 피해갔다. 슬퍼하고 침묵하면서 총기 문제가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아마도 미국 정치인들의 주요 자금줄인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력이 유지되고, 쿨리 같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 의원들이 상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수정헌법 2조를 들어 각종 총기규제 입법을 무력화시키는 보수 우위 대법원이 존재하고, 트럼프 정부의 뭉개기 전략이 계속되는 한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총기 문화에 이질적인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적인 모습이다. 미국인으로선 부끄러워해야 할 현실이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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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양국의 공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문명 세계와 국제 평화 및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전략적 인내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외교전략으로, 트럼프는 지난 6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밝힌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추가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지지를 보냈다. 아베는 “북한이 정책을 바꿀 테니 대화하자고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도쿄 _ EPA연합뉴스

 

두 나라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미사일을 빌미로 한 군비증강도 논의했다. 트럼프는 “일본이 미국산 군사장비를 대량 구매하길 바란다”면서 “이 장비로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안보 아닌, 경제 문제로 접근하고 나아가 일본의 방위비 증강을 간접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는 이에 대해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 있다”고 호응했다. 일본 방문 직전 트럼프가 지난 8~9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본은 요격했어야 했다”면서 “무사의 나라인데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을 드러낸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도 주목된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미·일 기업경영자 간담회에서 “미국과 인도·태평양의 주권국가들은 안보, 번영, 평화의 미래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구상은 백악관이 밝힌 트럼프 순방의 3대 목표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와 연대해 태평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대중국 포위전략’이다. 이 구상은 중국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일본의 방위비 증강을 허용해 자칫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대북 공조를 빌미로 한 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미·일 정상회담의 중요한 목표다. 이를 재확인한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7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풍향계가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 기조에 기초해 문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몰아세운 뒤 협상에 나서는 트럼프의 전략에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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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일주일이 시작됐다. 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10일엔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사이 9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결과에 따라 북핵 위기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역량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국내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싱가포르 CNA방송과 한 인터뷰 내용을 야권이 문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공조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일 공조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 빌미가 되어선 안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출처:경향신문DB

국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은 문재인 정권은 물론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해온 것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광해군 코스프레”니 “삼전도 굴욕”이니 하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중국 편향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해 한국의 생존만 생각한다면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과 동시에 국가 발전과 통일 기반 마련도 추구해야 하는 한국의 숙명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하나 경시할 수 없는 국익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동맹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높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군사 대국화를 추진 중인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야권은 균형외교가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는 짧은 소견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한·중 협력과 한·미동맹 유지·발전의 병행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 소는 미국 풀도, 중국 풀도 뜯어먹어야 산다”고 갈파한 바 있다.       

 

균형외교의 성패는 이해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에서 모든 외교역량을 기울여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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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회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가 대승해 장기 집권과 헌법 개악, 군사 대국화의 길이 열렸다. 이번 선거로 전후 일본의 기본적 가치인 평화주의나 민주주의의 허구성이 드러났으며, 일본이 동아시아 평화의 위협요인으로 떠올랐다.

 

자민당은 284석을 얻어 전체 465석의 과반수를 차지했고,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29석을 합쳐서 개헌선인 3분의 2를 넘었으며, 헌법 9조 개헌을 주장하는 극우 야당과 일본유신회까지 합하면 4분의 3을 차지했다.

 

아베는 이번 선거를 미증유의 국난을 극복하기 위한 ‘국난선거’라고 했다. 국난이란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소비세 인상분(부가세)의 용도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각처에서 아베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모리토모(森友)학원, 가케(加計)학원에 대한 특혜 스캔들을 덮기 위한 ‘은폐 해산’ ‘적전도주 해산’ ‘대의 없는 해산’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역사가 한도 가즈토시(半藤一利)는 지금 상황을 1937년 일본 군부가 전쟁으로 폭주한 중일전쟁 무렵의 시대상황과 비유하면서 “이번 선거는 일본의 진로가 전쟁과 평화, 어느 쪽으로 가느냐 하는 지극히 중대한 선거”라고 했다(한도 가즈토시, ‘기로에 선 평화’, 아사히신문 2017년 9월29일 13면).

 

이번 총선뿐만 아니라 아베는 일본 국민을 위협하고 선동하는 수단으로 북한을 이용해왔다. 지난 8월29일 일본에서 집을 나서려 하는데, 건드리지도 않은 TV가 갑자기 켜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고 전국순간경보시스템(J Alert)이 작동한 것이다.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쏜 화성-12호가 홋카이도(北海島)를 가로질러 1180㎞ 동쪽 태평양에 착탄했는데, 발사 후 4분 만에 경보가 울리고 전국의 TV, 라디오, 휴대폰에 긴급경보가 자동으로 뜨고,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온 종일 TV는 발사 소식을 내보내고, 도쿄의 지하철 등 일부 전차가 멈추고 몇몇 학교가 휴교하는 등 실제 전쟁상황을 방불케 하는 난리를 피웠다. 하지만 화성-12호는 경보가 울리기 전 꼼짝할 사이도 없이 발사 1분 만에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가버렸다.          

 

우리나라 일부 언론은, 우리 정부는 북 핵·미사일에 대해 제대로 된 대비도 없는데 일본은 일사불란하게 행동했다고 침 마르게 칭찬하지만 지나친 호들갑이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써가면서 국민을 대북 증오와 호전성으로 세뇌하는 심리전 장치다. 북핵 문제의 해법에 대한 10월7일 ‘갤럽’의 14개국 국제비교조사에 따르면 러시아·독일·불가리아는 90% 이상, 미국에서도 압도적인 75%, 우리나라는 66%가 평화·외교적 해법을 지지했다. 그러나 유독 일본만 51%가 군사적 해결을 지지했다(http://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865).

 

한도는 “국난이라 하는데 … 북조선 문제지요. 스스로가 만든 자작자연(自作自演) 아닙니까?”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는 “북조선 ‘위협’에 많은 국민이 공포를 느끼는 상황을 기화로 총선에서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려는 아베의 술책은 어쩌면 나치의 수법을 상기케 하며 입헌민주주의 정치는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기막히다! 일본은 한반도 분단의 원인 제공자고, 냉전·분단 상황에서 박정희·전두환 등 독재정권을 두둔해왔으며, 식민지 지배 청산도 제대로 안 했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피폭국, 평화주의를 내세우는 일본이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호전적이고 파멸적인 대북 무력공격을 지지하다니!

 

아베의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되찾는 군국 부활 프로그램은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로부터 이어받은 것이다. 기시의 정치 신념은 ‘(미군) 점령하의 정치’로부터 ‘독립된 일본의 정치로’인데 자주헌법, 자주국방, 자주경제를 통한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의 완성’이다. 천황숭배 군국주의자인 그는 A급 전범으로 투옥되었다가 세계 냉전의 시작으로 일본을 동아시아 반공 보루로 만들려고 하는 미국의 노선 전환에 따라 기사회생하여 일본 총리에까지 올랐다. 겉으로는 철저한 친미주의자로 행세하면서 일본제국의 부활을 꿈꾼 자였다. 그는 1946년 수가모 전범 감옥에서 일기(1946년 8월10일)에 “(일본은) 경박하고 역겨운 민주주의, 자유주의에 들뜨고… (자주적인) 기백과 긍지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原彬久, <岸信介>, 岩波新書,1995,126쪽)

 

일본에서 ‘센고(戰後)’란 제2차 세계대전 후를 가리키는 말이며, 보통 전쟁 후의 혼란기를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언제까지 ‘전후’인가 하는 논쟁이 이어져 왔는데, ‘전후’라는 개념 자체가 미군 점령에 의해 비주체적으로 만들어진 정치·경제·사회 체제를 말하고, 일본인의 주체적인 국가 건설이 또렷하게 없어서 ‘전후’가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계속되고 있다.

 

아베도 외조부 기시처럼 일본이 당당하게 자립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 ‘전후’의 종결자가 되기를 소원하고 있다. 이번 일본 선거를 보면서 전후 일본을 구속해 온 평화주의와 평화헌법은 대폭적으로 그 위력을 잃고 군사주의의 유혹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되었으며, 일본은 이웃 나라들과의 갈등을 더욱더 격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게 됐다. 특히 가장 약한 고리인 북한 때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며, 중국과는 앞으로 큰 마찰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미·일이 ‘동상이몽’을 하면서 평화 파괴적인 방향으로 상승작용을 하고, 동아시아에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마저 있다.

 

일본의 군사화와 전쟁 선동의 구실을 없애고, 일본발 동아시아 안보위기를 봉쇄하기 위해서는 남북 화해와 평화 실현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된다. 이미 많은 논자들이 언급하고 있으나, 한국은 담대하고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주도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호전적인 트럼프와 아베가 주도하는 한·미·일 동맹에 기대지 말고, 대북 강압정책을 과감하게 포기하여,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받아들이도록 주동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향해서 이제는 전쟁 위협과 군사연습을 중지하고,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해서 6·25전쟁을 정치·군사적으로 종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 제재를 해제하라고 권유해야 한다. 그래서 그 실적을 바탕으로 남북 윈윈의 관계 속에서 공신력과 발언권을 확보하여 정상적 남북관계를 열어 나가야 할 것이다.

 

<서승 리쓰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 연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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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반역자’로 몰린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의 처지가 궁색하다. 지난달 27일 독립 선언 후 자치정부가 해산되고 검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자 그는 벨기에 브뤼셀로 몸을 피했다. 그가 여기서 정치적 망명을 하려 한다는 설이 돌았다. 지난달 31일 그는 “망명을 신청하러 온 게 아니라 자유롭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 이곳에 왔다”며 “스페인 정부가 (신변 등) 보장을 해준다면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벨기에 정부에는 네덜란드어권 지역 플랑드르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신플랑드르연대’가 참여하고 있다. 비슷한 처지인 이들이 우호적으로 대해 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의회 최대 정당으로 정치권의 ‘주류’가 된 신플랑드르연대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푸지데몬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벨기에 언론에 따르면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신플랑드르연대 출신 장관들이 만나 스페인과 외교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푸지데몬과 접촉하지 말자고 합의했다.

 

지난달 29일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는 수십만 인파가 바르셀로나 거리를 메웠다. 스페인 깃발이 나부꼈다. ‘침묵하던 다수’가 나왔다고들 했다. 카탈루냐 독립을 주도했던 민중연합후보당(ERC)과 그가 속한 카탈루냐민주당(PDeCAT)은 조기총선을 받아들였다.

퇴로가 막힌 푸지데몬은 결국 12월21일 치러질 조기선거를 받아들이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독립을 위한 투쟁은 계속된다”고 했지만 이미 힘은 빠졌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푸지데몬과 해산된 자치정부 각료 13명에게 2일 반역죄를 심판할 마드리드의 법정에 서라며 소환장을 발부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푸지데몬은 최고 3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스페인 정부는 푸지데몬을 궁지로 몰았으니 성공한 걸까. 당장 분리주의자의 목소리는 작아진 듯하지만 12월 선거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카탈루냐의 민심은 복잡하다. 지난달 1일 스페인 경찰의 봉쇄 속에 얼렁뚱땅 치러진 국민투표는 투표율이 43%에 불과해 반쪽 여론에 불과했다. 카탈루냐의 독립 찬성과 반대 여론은 늘 분분했다. 엘문도가 여론조사기관 시그마도스에 의뢰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43.3%가 독립을 반대해 찬성 여론(42.5%)보다 조금 높았다. 독립 선언 전인 지난달 23~26일 실시된 조사다. 자치정부의 공공여론조사센터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결과는 찬성이 48.7%로 반대 43.6%보다 높다.

 

그러나 또 다른 조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9일 시그마도스 조사에서 카탈루냐인들은 중앙정부가 자치권을 박탈하려 헌법 155조를 적용하는 것에 55.5%가 반대하고 32.5%만 찬성했다. ‘침묵하는 다수’들이 독립에 부정적이어도 중앙정부의 강경대응과 억압적 직접 통치 역시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풀뿌리 시민활동가 출신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의 말은 카탈루냐 사태의 본질을 가장 잘 압축하고 있다. “분리주의 정당들이 다수의 지지를 결여한 채 카탈루냐 독립 공화국을 향해 ‘가미카제식 질주’를 한 것에 대응해 마드리드는 ‘민주주의에 쿠데타’를 일으켰다.” 둘 사이에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는 ‘정치’는 실종되고 유권자도 소외됐다.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의 정치 도박은 돌아 돌아 결국 다시 카탈루냐 유권자의 손에 맡겨졌다. 위기의 근인을 짚어보고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일단 스페인 정부가 폭력 없이 이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누군가의 출마를 제한하지 않고 투명한 선거를 보장하는 것이다. 선거를 유리하게 움직이려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또 결과가 어떻든 민의를 과대포장해 또 다른 정치 도박을 벌이는 일은 카탈루냐 유권자를 배신하는 것이다.

 

<국제부 이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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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양국 관계를 조속히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어제 이런 내용을 담은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지난해 사드 배치 이후 악화일로였던 양국 갈등이 수습되기를 기대한다.

 

양측은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또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했고, 모든 외교적 수단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천명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여는 데도 합의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이 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류 및 관광에 대한 금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내 항공사들도 한국행 노선의 운항을 재개하거나 확대할 것이 예상된다. 31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중국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합의는 사드 문제에 대한 실용적 접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양국은 사드 포대를 배치한 현 상황을 유지하는 선에서 사드 문제를 봉합하기로 한 것이다. 서로의 입장이 다른 점을 인정하되, 그 문제로 갈등하기보다 협력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存異) 전략이다.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과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중국은 우려 입장을, 한국은 기존 입장을 각각 합의문에 명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번 합의는 양국의 관계 개선에 대한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핵과 미·중 대결로 동북아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이 최근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2기 체제를 정비하면서 양국 관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드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라 해결을 유보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한·중 간의 사드 문제 처리 방식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만큼 불씨는 남아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유감 표명이나 재발 방지 약속이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다시는 사드와 같은 미·중 갈등 이슈가 한·중관계 악화로 비화되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그제 국정감사에서 이번 합의의 전제나 다름없는 세 가지 원칙을 밝혔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MD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한·미·일 3국 간 군사동맹 반대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중국은 한·미·일 3국 협력이 한·미동맹을 넘어 대중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왔고 실제 사드 갈등의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그러므로 만에 하나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미국만 추종할 경우 중국과 큰 갈등에 휩싸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미·일 북핵 대응 방침과도 배치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만큼 균형 외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한·중관계 정상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구축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양국 모두 북핵의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는 만큼 양국의 협력 공간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강경일변도 북핵 대응 기조를 압박과 대화의 병행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한·미동맹 강화와 제로섬 게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 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안정에 필요하다.

 

한·중 양국의 합의가 양국 관계의 실질적인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양국 국민 간의 상호 인식이 악화된 것이 큰 문제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당국 못지않게 민간 사이의 다양한 교류채널 확대가 시급하다. 교류의 안정성과 영속성을 위한 제도화·규범화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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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엔(廣辭苑)은 일본의 대표적인 국어·백과사전이다.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에서 1955년 초판을 간행한 이래 누적판매 1190만부를 자랑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6판이 나왔다. 1991년 4판 이후엔 개정할 때마다 항목을 늘려왔다. “일본어로서 정착한 단어”를 엄선해왔다고 한다.

 

최근 이와나미쇼텐은 고지엔 7판을 내년 1월12일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개정판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7판은 24만개 항목이 실린 6판보다 항목이 약 1만개 더 늘어난다.

이와나미쇼텐이 공개한 고지엔 7판에 추가되는 단어를 보자.

 

‘아프리’(앱), ‘후릭쿠’(flick·터치 패널 화면을 살짝 밀어 조작) 같은 정보기술(IT) 용어나 iPS세포(만능줄기세포) 등 과학 용어가 많이 포함됐다. 그만큼 IT·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일본 젊은이들이 대화에서 많이 사용하는 ‘노리노리’(경쾌한, 기분 좋은), ‘갓쓰리’(실컷) 같은 단어나 ‘오히메사마닷코’(공주님 안기)처럼 대중문화에서 유래한 단어도 추가됐다.

 

뜻이 새로 들어간 단어도 있다. ‘호켄’(보험)에는 “잘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준비해두는 별도 수단”이라는 뜻이 더해졌다. “보험을 들어놓는다”고 말하는 우리와 비슷하다.

 

눈길이 가는 것은 사회 분야 신조어다. ‘블랙기업’은 고용 불안 상태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불합리한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을 말한다. 일본에서 만들어졌지만 한국에서도 쓰이는 말이다. 임신과 출산을 한 여성이 직장에서 당하는 괴롭힘과 부당한 처우를 뜻하는 ‘마타니티 하라스멘토’(maternity harassment), 결혼 활동을 뜻하는 ‘곤카쓰’(婚活), 나이가 들면서 몸에서 나는 냄새인 ‘가레슈’(加齡臭) 같은 신조어에선 저출산·고령화나 여성차별 등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를 엿본다. 주일미군이 오키나와에 배치한 수륙이착륙기로, 종종 사고를 일으켜 일본인들을 불안하게 하는 ‘오스프리’도 추가됐다.

 

새로 포함되는 단어 가운데 일본 언론이 제일 먼저 드는 건 ‘안전신화’다. 1990년대 이후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면서 ‘안전대국’ 일본에 대한 신뢰는 조금씩 깎여나갔다. 결정타를 먹인 사건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다.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방사능 누출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일본 원전의 ‘안전신화’는 붕괴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현대를 특징지은 ‘확실성’은 끝났다”는 기사를 실었다.

 

공교롭게도 최근 일본은 또 다른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메이드 인 재팬’(일본산)에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모노즈쿠리(장인정신) 신화’다. 일본 고베제강의 알루미늄·구리 품질 조작에 이어 닛산자동차와 스바루의 무자격자에 의한 출하 전 검사 등 대표적 제조기업의 부정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부정이 30~40년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고품질과 안전성을 내세워 세계시장을 석권하던 일본 제조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폭발성 여부에 따라 ‘모노즈쿠리’라는 항목에 새로운 뜻이 추가될지도 모를 일이다.  

 

흔히들 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고지엔에 새로 추가되는 단어는 지난 10년간 일본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함) 같은 신조어들이 사회의 일면을 날카롭게 집어냈다.

 

그러고 보면 고지엔 7판에 ‘손타쿠’(忖度·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다)나 ‘국난’(國難·나라가 존립하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에 새로운 뜻이 더해지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손타쿠’는 “(아베 총리 등) 윗사람의 뜻을 알아서 기다”라는 뜻이, ‘국난’에는 “꼼수 해산 비판을 막기 위해 갖다붙인 명분으로, 북한 위협과 저출산·고령화를 가리킴”이라는 뜻이 말이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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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고위급 특사의 북한 파견을 포함, 북한과 미국 간 대화재개를 위한 힘겨운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고 미 NBC 방송이 보도했다. 북핵 6자회담 대표인 윤 대표가 의회 관계자들에게서 북·미 양측을 충돌로 몰아넣는 격한 말의 공방보다는 외교적 해법이 중시될 수 있도록 행정부를 설득해달라고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또 의회보좌관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백악관이 외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취지의 토로를 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보도만으로는 윤 대표의 발언 내용과 맥락이 분명치 않다. 하지만 발언의 당사자가 북·미 협상 담당자이고 발언 내용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윤 대표가 의회에까지 도움을 요청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미루어 짐작하기로는 북핵 문제에 대해 큰 틀의 해법은 물론 구체적인 전략도 없이 냉탕·온탕을 수시로 오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북핵 대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기조 아래 면밀한 정책 검토와 한국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그보다는 즉흥적으로 대응하거나 국정난맥과 지지율 하락이라는 자신의 국내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방편으로 북핵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반도 운명이 걸린 북핵 문제는 이처럼 가볍게 취급할 일이 아니다. 워싱턴의 강경파들에 둘러싸인 채 고군분투하는 윤 대표의 처지를 결코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이유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 돼야 한다. 북핵 문제는 외교적 해법이 중요하며, 마침 미 행정부 내에 이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전문 부서의 의견을 수용해 적극적으로 대북 대화와 협상을 벌이기 바란다.   

  

한국 정부도 이들을 적극 지원하고 연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윤 대표가 추구하는 외교적 해법은 한반도 전쟁반대,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정부의 북핵 정책과 맥락이 같다. 고위급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윤 대표의 견해도 시의적절하다. 날로 험악해지는 한반도 정세를 생각하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사태의 출구 모색을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의 방안도 정당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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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권력’을 대폭 강화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폐막했다. 당대회는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정치국 상무위원 5명 모두를 시 주석 측근으로 물갈이했다. 시 주석은 자신의 지도이념으로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제시하고, 이를 당 규약인 ‘당장(黨章)’에 명기했다. 중국 지도자의 이름이 담긴 사상을 당장에 넣은 것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이어 3번째다. 절대 권력 ‘시진핑 2기 체제’ 막이 오른 것이다.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25일 베이징역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고지도부인 신임 상무위원들을 소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베이징 _ AP연합뉴스

 

시 주석은 당대회에서 2050년까지 세계의 지도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거대한 국가발전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민해방군을 세계 최강 군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러나 인권이나 자유 등 민주적 가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산당의 통제와 지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세계 일류국가로서 자격을 갖췄다고 말하기 어렵다.

 

시진핑 새 시대는 국제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당대회에서 대국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 주석은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어떤 나라도 중국이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일본과의 영토분쟁 등 국제 현안에서 미국과의 패권 다툼이 더욱 첨예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중국은 주변국과의 경쟁과 갈등이 협력의 당위성을 경시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정세에 대한 안정적 상황 관리 노력도 중국의 책무다. 지금 동북아는 북핵·미사일 위협과 미국의 강경 대응이 거듭되면서 위기에 빠져 있다. 만일 중국이 책무를 외면한 채 전략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한반도 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동북아 안정을 원하는 중국에도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진핑 2기 체제의 중국은 세계 최강국 추구에 앞서 그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국의 이익 외에 주변국의 이익을 고려하는 공정한 자세가 필요하다. “타국의 이익을 희생해 발전하지는 않겠지만, 동시에 우리의 정당한 권리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시 주석의 말대로만 행동하면 된다. 힘을 내세워 주변국을 위협한다면 강대국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존경받는 지도국가는 될 수 없다. 한·중관계도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갈등 사안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빌미로 한국을 압박하는 행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한국 접근 자세를 바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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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한 명문대의 한국인 유학생회가 학교 법무처로부터 경고문을 받았다. 유학생회에서 단체 점퍼를 맞춤제작하면서 대학명과 휘장을 넣은 것이 명백한 지적재산권 위반이라는 내용이었다. 대학 측은 해당 휘장이 상표등록이 된 무형재산이기 때문에 재학생이라 해도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유학생회는 결국 제작을 취소하고 이미 받은 점퍼 비용을 환불 조치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대학들은 재학생들이 비영리 목적으로 휘장을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흔히 중국을 ‘가짜의 천국’ ‘세계의 짝퉁 공장’이라고 부른다. 서방국가에서 중국을 공격하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적발된 가짜·위조 상품 중 80%가 중국산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슈퍼 301조’도 중국의 지재권 보호를 문제 삼는다. 그러나 중국의 지재권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지재권은 보호받아야 할, 지켜야 할 권리라는 개념이 퍼지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의 지재권 재판 결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중국의 스포츠의류업체 챠오단(喬丹·조던의 중국명)과 4년간 상표권 소송을 벌였다. 줄곧 패소하던 조던 측은 지난해 12월 최고인민법원으로부터 챠오단 측이 조던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업인으로 활동하던 2006년부터 중국 내 ‘트럼프(TRUMP)’라는 상표를 두고 분쟁했지만 연이어 패소했다. 그러다 10년 만인 지난 2월 ‘트럼프’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중국의 국민음료인 량차 브랜드 왕라오지(王老吉)와 자둬바오(加多寶)도 7년 법정 전쟁을 이어왔다. 왕라오지를 생산하는 국유기업 광저우의약그룹과 홍콩에 기반을 둔 자둬바오의 훙다오그룹 간의 분쟁은 당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여겨졌다. 상표권과 광고 분쟁에서 훙다오가 연패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캔 포장을 둘러싼 공방에서는 두 회사 모두 붉은색 캔을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사실상 훙다오그룹의 승리다.

 

중국은 2025년 지재권 강국건설을 목표로 2015년 초부터 지재권 보호 강화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제조업 고도화)’ ‘의법치국(법에 의한 통치)’과도 직결돼 이 같은 흐름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출판광전총국 부국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지재권 침해 문제에 대해 묻자 “중국 매체에 보도된 ‘검망행동’을 주의 깊게 봤는지 모르겠다”면서 당국의 보호활동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중국의 저작권침해 관리 조치인 검망행동을 설명하며 “중국은 국내외 저작권권리인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지난해 상표 출원건수는 369만1000건으로 15년 연속 세계 1위이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효상표 총량은 1237만6000건에 이른다. 발명특허 출원건수도 전년 대비 21.5% 증가한 133만9000건으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발명특허 보유량은 110만3000건으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100만건을 넘겼다.

 

어마어마하게 쌓인 특허권과 상표권은 언제든 한국 기업을 겨냥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전략 무기화하고 있다. 유커의 거대한 소비력을 경제보복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보상 수단으로 쓴다. 한국과 대만 관광을 금지하고, 대신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해 필리핀 관광을 활성화하는 식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중국법원은 삼성전자가 화웨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8000만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중국이 제대로 지적재산권을 챙기기 시작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가.

 

<베이징 ㅣ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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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공명당이 22일 치러진 총선에서 개헌 발의선(310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아베로서는 그동안 추진해 온 안보·경제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개헌 논의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게 됐다. 실제로 아베가 개헌을 추진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신조 총재는 시즈오카 현 야 이즈현의 선거 운동 기간에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개헌은 아베의 정치적 숙원이다. 개헌 총리로 교과서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베는 그동안 개헌 행보에 신중을 기했다. 2012년 말 재집권한 이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안보법제를 밀어붙이면서도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이나 ‘군국주의 회귀’와 같은 국내외의 비판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자민당은 자위대의 합헌화를 핵심으로 하는 아베의 개헌 방향을 이번 총선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는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를 명시한 평화헌법 9조를 건드리지 않고 자위대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는 것이다.

 

아베는 연립여당이 독자적인 개헌 발의선을 확보함으로써 개헌 추진을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럼에도 아베가 개헌을 실행에 옮길지는 불투명하다. 국민투표가 부결될 때 정계에서 은퇴해야 하는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진하더라도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3연임 도전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압승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우려스럽다. 아베의 압승은 경제 호조, 야당 분열과 함께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주효했다. 사학 스캔들로 퇴진 위기에 몰린 아베가 조기 총선 카드를 선택해 기사회생하게 된 데는 북한 리스크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북한 미사일의 일본 상공 통과는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아베는 이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북한 리스크를 관리할 적임자로 떠올랐다. 북핵 위기가 계속될 경우 아베의 강경 대응 기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대북 강경 대응은 언제든 북한을 자극해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독도 영유권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그래도 한반도 안보 상황은 북핵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군사대국을 꿈꾸는 아베의 우경화 독주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북핵 위기를 함께 풀어가야 할 문재인 정부로서는 더 강경해진 아베를 상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아베의 승리는 일본을 넘어 한국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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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은 완전히 다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공통점이 있다. 외교 관료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관료들이 지나치게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이어서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은 반대로 한국 외교관들은 모두 친미 성향의 수구적 성향을 갖고 있는 부정직한 사람들이라고 믿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대외 협정에서 탈퇴하고 이란과의 핵문제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등 미국의 중요한 외교적 성과를 부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전문 외교관료와 국무부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반도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잘 알면서도 미국의 동북아시아 정책을 담당하는 동아·태 차관보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새로운 주한 미국대사를 위한 임명 절차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나도록 국무부는 주요 보직이 채워지지 않아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방치되고 있으며 외교 관료들과의 반목이 커지면서 국무부는 사실상 기능부전(機能不全) 상태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서도 외교관과 외교부에 대한 불신이 도드라진다. 노무현 정부 시절 겪었던 ‘자주파와 동맹파’ 갈등 등 크고 작은 일들이 외교부와 외교관들에 대한 매우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 외교안보수석 등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송민순·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 전문 외교관에 대한 배신감도 작용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대선에서 한때 문 대통령에게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였다. 송 전 장관도 의도했든 안 했든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를 곤경에 빠뜨렸다. 또 윤병세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외교장관으로 발탁돼 마지막까지 박 전 대통령과 한 배를 탔다. 지금 여당과 문 대통령 입장에서 본다면 외교관들은 ‘믿을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외교부 ‘적폐청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외교관 배제’로 모아지고 있는 것은 문제다. 미·중·일·러 등 이른바 ‘주변 4강국’ 주재 대사를 모두 비외교관 출신인 학자·정치인으로 채운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조윤제 주미대사 내정자가 “한·미 정상 간 ‘정직한 메신저’가 되겠다”는 임명 소감을 밝힌 대목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이전 존재했던 외교관 출신 대사들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는 또 외교관 출신이 아닌 다른 분야 인사를 대사로 발탁하는 ‘특임 공관장’을 전체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직업 외교관이 아닌 ‘믿을 만한’ 민간인 적임자를 찾느라 정권 출범 6개월이 넘도록 공관장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여파로 공관장 인사와 맞물려 있는 국장급 인사도 기약 없이 늦어져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됐던 간부들은 몸과 마음 모두 떠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그야말로 ‘영혼 없이’ 근무하는 중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불신은 외교부가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국민들 기대를 배반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논란,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방치 등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외교부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적폐’는 근본적으로 정권의 잘못일 뿐 정권의 명령을 받아 수행한 일개 부처에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은 아니다. 특히 전문성과 경험을 키워온 직업 외교관을 배제하는 것이 능사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지금과 같은 안보위기 상황에서 경제학 교수를 주미 대사로 보내고, 대일 외교는 일본 문제에 생소한 캠프 원로에게 맡기고, 주재국 상황보다 국내 정치에 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정치인을 중국·러시아 대사로 임명하는 식으로 외교가 풀릴 리 없다.

 

공무원(civil servant)은 말 그대로 국민을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고 정책이 바뀌면 새로운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이들이 하는 일이다. 분명한 방향과 목표를 정해주고 임무를 부여하면 관료는 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관료제다. 외교관 전체를 적폐 세력으로 간주하고 생각이 같은 사람만 골라서 쓰겠다는 태도는 관료제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외교부 조직을 개방해 외부 인사 영입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외부 인사의 능력을 평가하고 공정하게 발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머릿수만 늘리는 것은 ‘낙하산 논란’을 불러올 뿐이다.

 

한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외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외교부의 기능을 외면한 채 자기 사람만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는 외교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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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초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북핵 문제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하고 국회 연설도 할 예정이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방한은 그 자체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규모 병력이 대치하는 한반도의 위험천만한 현실을 직접 보고 깨닫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방한의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10월16일 (출처:경향신문DB)

 

트럼프의 이번 방한은 한·중·일 3국 연쇄 방문의 일환이다. 향후 국제사회 북핵 대응의 골간이 이번 3국 방문 기간에 결정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과 북핵 문제를 논의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북 담판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만에 하나 한반도 안보가 분수령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방한을 통해 대북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백악관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우정을 기념하고, 국제사회에는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에 동참하라고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국회 연설에서도 핵우산 약속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압박하는 모종의 대북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북 압박 노선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압박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확인된 바다. 북핵 문제 해결의 첫번째 원칙은 평화적 방법을 잊어서는 안된다. 평화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설령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트럼프의 방한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책을 찾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마침 강경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외교적 해결의 여지를 시사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앞서 제임스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북핵 위협이 관리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트럼프 방한은 자신의 북핵 구상을 제기할 흔치 않은 기회다.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치가 격화하면 한국 정부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게 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북핵 해결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트럼프를 설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논의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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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 인증을 거부했다. 미국·이란과 국제사회가 함께 잘 이행하던 합의에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핵합의에 서명한 국가 정상들의 만류도 귓등으로 넘겼다. 트럼프의 일방적 조치에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불인증은 중동은 물론 전 세계의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심각한 행위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 ‘P5(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1(독일)’ 간 협상을 통해 이란의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이란 제재를 해제한 것이다.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전범을 마련하면서 비핵화라는 인류의 목표를 향해 한발 다가가는 조치에 전 세계가 환영했다. 미 대통령은 이 합의에 근거해 석 달마다 이란의 핵합의 준수 여부를 검증해 의회에 보고해왔다. 그런데 트럼프가 취임 후 잘해오던 인증을 세 번째에서 갑자기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가 미국이 체결한 가장 일방적 거래라고 했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일방적인 미국우선주의로 평화를 파괴하는 장본인은 트럼프 자신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몰래 핵을 개발하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조치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불승인은 트럼프가 다자외교를 통해 이끌어낸 핵합의마저 언제든지 깰 수 있음을 확인해준 사건이다. 그 때문에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1994년 미국의 빌 클린턴 정부와 체결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조지 W 부시 정부 들어 지켜지지 않자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고 비난해왔다. 이번 일로 미국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설지 의문이다. 이번 조치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재점화하면서 북핵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미국이 방치하는 동안 북핵 위협이 커졌다는 사실을 미국의 조야는 잊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트럼프의 조치가 이란 핵합의 자체를 파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도 합의를 계속 지켜 나가겠다고 했다. 핵합의의 최종 결정권자인 미 의회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전 세계인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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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 인증을 거부했다. 미국·이란과 국제사회가 함께 잘 이행하던 합의에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핵합의에 서명한 국가 정상들의 만류도 귓등으로 넘겼다. 트럼프의 일방적 조치에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트럼프의 불인증은 중동은 물론 전 세계의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심각한 행위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 ‘P5(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1(독일)’ 간 협상을 통해 이란의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이란 제재를 해제한 것이다.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전범을 마련하면서 비핵화라는 인류의 목표를 향해 한발 다가가는 조치에 전 세계가 환영했다. 미 대통령은 이 합의에 근거해 석 달마다 이란의 핵합의 준수 여부를 검증해 의회에 보고해왔다. 그런데 트럼프가 취임 후 잘해오던 인증을 세 번째에서 갑자기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가 미국이 체결한 가장 일방적 거래라고 했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일방적인 미국우선주의로 평화를 파괴하는 장본인은 트럼프 자신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몰래 핵을 개발하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조치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불승인은 트럼프가 다자외교를 통해 이끌어낸 핵합의마저 언제든지 깰 수 있음을 확인해준 사건이다. 그 때문에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1994년 미국의 빌 클린턴 정부와 체결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조지 W 부시 정부 들어 지켜지지 않자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고 비난해왔다. 이번 일로 미국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설지 의문이다. 이번 조치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재점화하면서 북핵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미국이 방치하는 동안 북핵 위협이 커졌다는 사실을 미국의 조야는 잊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트럼프의 조치가 이란 핵합의 자체를 파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도 합의를 계속 지켜 나가겠다고 했다. 핵합의의 최종 결정권자인 미 의회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전 세계인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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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세계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양분돼 있다. 똑같이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지만 민족, 언어, 종파에서 다르다. 이란은 아리안계 민족으로,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며 시아파이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아랍민족이고, 수니파에 속한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632년 선지자 무함마드가 숨진 뒤 후계자 승계문제를 놓고 갈라져 1400년 이상 갈등관계에 있다.

이란은 중앙아시아 스텝지역에 거주하던 아리안족의 일부가 남쪽으로 이동해 세운 국가다. 아리안은 ‘고귀하다’는 뜻으로 1935년 ‘아리안의 나라’라는 뜻에서 국호를 이란으로 정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란 남서부 해안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파르스(Fars)라고 불렀고, 이것이 라틴어화하면서 페르시아(Persia)로 변했다. 이들이 세운 국가 또는 민족은 고래로 페르시아로 불렸다.

이란은 팔레비 왕조 치하이던 1971년 건국 2500주년 축제를 열었다. 아케메네스 왕조 캄비세스의 아들로 페르시아 제국을 일으킨 키루스 2세의 업적을 기념하는 행사로 고대 유적 페르세폴리스에서 진행됐다. 페르세폴리스는 그리스어로 ‘페르시아의 도시’를 의미한다. 이란인들에게 페르시아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는 동서 250~350㎞, 남북 900㎞ 길이의 바다가 놓여있다. 중요한 석유수송로이고 군사 요충지다. 이란인들은 이곳을 페르시아만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1960년대 아랍민족주의가 부상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연안국가들이 ‘아라비아만’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란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일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이란과의 핵합의 이행을 인증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연설 도중에 ‘아라비아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동해를 일본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단순 실언인지 이란을 자극하려는 것인지 의도는 알 수 없다. 이란인들은 핵합의 불이행 문제보다 트럼프의 아라비아만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침묵이 금’이라는 금언이 있다. 꺼내는 말마다 구설에 오르는 트럼프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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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최근 발표한 ‘미국의 가능한 대북정책’ 보고서에서 미 정부가 대북 외교적 접촉을 강화하고 군사적 충돌에 대비한 북·미 간 비상 직통선(핫라인)을 설치할 것을 제언했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외교적 해법과 함께 제재 확대, 군사적 공격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과의 외교적 협상을 재개하기 이전에라도 6자회담 참가국들이 미국과 북한 간 핫라인 설치를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은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을 해당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해 의원들에게 제시하는 독립적인 기구이다. 행정부와 별도로 미국 의회의 입장을 반영하는 기구가 현시점에서 북·미 간 핫라인 개설을 제안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가 상정했듯 북·미 간 상호 군사적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다. 태평양상 수소탄 실험과 미사일을 통한 괌 포위 공격을 공언한 북한은 언제든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제 밤에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보름여 만에 또다시 한반도 상공을 날았다. B-1B 편대는 2~3주에 한 번꼴로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라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일관성 없는 발언으로 대북정책의 불확실성을 한껏 높이고 있다. 북한에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전략폭격기 B-1B 야간 출격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느낄 압박과 긴장은 엄청나다. 핫라인이라는 안전판이 없으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순간적인 판단 착오에 의한 우발 충돌이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아직까지는 외교적 해법을 앞세우고 있지만 군사적 옵션을 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군으로부터 북한을 향해 쓸 수 있는 군사적인 옵션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쿠바 미사일 사태를 계기로 워싱턴 백악관과 모스크바의 크렘린 간 핫라인을 설치해 우발적인 충돌에 대비했다. 지금이야말로 북한과 핫라인이 필요한 때이다. 북핵 당사국들은 다자간 협의를 통해 핫라인을 설치, 우발적 충돌을 예방해야 한다. 지난해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남북 간 핫라인마저 1년7개월째 끊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간 틈바구니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남북 간 핫라인 복원, 북·미 간 핫라인 개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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