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18.12.31 [기고]주변 강대국의 해양패권 경쟁에 적절한 대책은
  2. 2018.12.31 [아침을 열며]강대국 틈바구니 속 중견국 외교
  3. 2018.12.31 [사설]평화와 비핵화 의지 재확인한 김정은 친서를 환영한다
  4. 2018.12.28 [기고]북핵 해결성패 좌우할 ‘대중국 전략’
  5. 2018.12.28 [여적]일본의 고래 집착
  6. 2018.12.28 [정동칼럼]한반도평화와 트럼폴로지
  7. 2018.12.28 [사설]‘경찰국가’ 지위는 누리되 부담은 안 지겠다는 트럼프
  8. 2018.12.27 [여적]트럼프의 ‘나 홀로 집에’
  9. 2018.12.27 [사설]남북 철도연결 착공식, 공동번영의 이정표 되기를
  10. 2018.12.26 [사설]조난 어선 레이더 탐지까지 시빗거리 되는 한·일관계
  11. 2018.12.26 [세상읽기]한반도 평화와 한·미 ‘양면게임’
  12. 2018.12.26 [사설]비핵화 교착 속 미국의 잇단 국면전환 의지 주목한다
  13. 2018.12.26 [여적]산타클로스 금족령
  14. 2018.12.26 톱다운 보완할 창의력·상상력이 필요하다
  15. 2018.12.26 [사설]미국의 대북여행 금지 재검토, 북·미 협상 교착 풀 계기로
  16. 2018.12.19 [기고]술술 풀려라 한반도 평화
  17. 2018.12.19 [사설]방위비 분담금 막무가내 인상 요구, 미국 동맹 맞나
  18. 2018.12.19 트럼프의 거짓말 그리고 북핵
  19. 2018.12.14 [정동칼럼]북한은 우리가 희망하는 길로만 갈까?
  20. 2018.12.14 [사설]김정은 연내 답방 무산, 대북정책 가다듬는 계기로

지금 동북아는 해양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중국은 도련전략을 통하여 지역 바다를 장악하기 위해 해군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해군전력은 이미 막강한 해군력을 자랑하는 일본 해상자위대를 뛰어넘었고, 강력한 잠수함 전력이 주축인 러시아 해군도 향후 3년 내에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첨단 이지스구축함과 막강한 중잠수함을 주축으로 정예 해군력을 보유한 일본도 최근 확정한 전력증강계획서에 항모급 호위함 이즈모를 개조해 항공모함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함재기로는 미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F-35B가 탑재될 예정이다. 일본의 초헌법적 군사력 건설의 배경은 보통국가로서 필요시 예상되는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팽창에 대한 미국의 전략은 동맹국과 함께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변 강대국들의 해양쟁탈 경쟁에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하나. 우리가 강대국에 상응하는 군사력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하다. 큰 틀은 다자 간 안보 개념에 입각해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중국 대응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즉 미국이 동맹과 함께 중국의 감시정찰수단과 장거리 정밀타격체계를 파괴하기 위한 임무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면 제한된 국방비로 최선의 대안은 뭘까. 첫째, 최고 억제전력인 첨단 핵추진잠수함의 확보다. 우리 동해바다는 수심이 깊고 한·난류의 교차로 생기는 수괴(water mass)로 인해 탐지가 어려워 잠수함의 천국이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전략적 억지력을 높일 수 있도록 최소한 3척의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SM-3 미사일을 기존 이지스함에 탑재하는 것이다. 이지스함이 ‘신의 방패’ 불리는데 현재 우리 이지스함은 SM-3 미사일이 탑재되지 않아 ‘신의 방패’라 할 수 없다. 셋째, 이지스함 건조 조기 착수이다. 중국과 일본은 조만간 10척 내외의 이지스함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을 최대한 앞당겨야만 선제적 대응태세 유지가 가능하다. 넷째, 독도급 상륙함 3번함 이후 함은 경항모급으로 건조한다. 최소한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운용이 가능토록 활주로 갑판을 독도함보다 더 두껍고 강도 높은 철판으로 보강하고 전투기를 따로 넣을 수 있는 이중구조 갑판으로 만든다. 이상과 같은 해군력 증강 정책은 정부의 ‘신남방정책’ 지원을 위해서도 필요하며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조선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탐지·감시 능력과 장거리 정밀타격 수단이 발전함에 따라 해군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해상전력은 기동성이 뛰어나 생존성이 좋으며 잠수함은 피해 없이 전천후 공격이 가능해 전략적 가치가 높다. 또한 해상전력은 지해공 분쟁에 동시 대응이 가능하다. 즉 해상전력은 이어도나 독도의 분쟁에 대응하면서 도쿄과 베이징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조선을 구한 이순신 제독의 지혜도 바다를 슬기롭게 이용한 것이다. 새로 조성된 동북아 해상 춘추전국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사적 교훈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임한규 | 국방개혁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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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구촌 정세를 전망하는 보고서들에서는 주로 위기 요인들이 거론된다. 무질서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유럽 포퓰리즘의 확산과 유럽연합 통합력 약화 등이다.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 시리아·아프가니스탄 내전 등도 리스트를 채운다. 그보다 앞에 놓이는 것이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이 깊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 간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성장과 안보가 나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시된 사례들만 보면 내년은 올해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한반도와 관련해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지만 내년에 군사적 대치 국면으로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세계질서는 강한 나라의 입김에 흔들린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이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패권적 지위는 여전하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마오쩌둥이 신중국을 세우고 덩샤오핑이 번영을 일궜으니 이제 자신이 중국을 세계무대에서 가장 윗자리에 올려놓겠다고 한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소련 붕괴 후 잃어버린 강대국 지위를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내세우는 가치는 다르지만 서로 힘을 합쳐 미국 주도의 질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중·러를 최대 위협 국가로 지목했다. 대륙의 큰 판들이 충돌할 것 같은 분위기다.

 

유엔에 193개 회원국이 있다. 어느 국가인들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강대국에 휘둘리고 싶어 하겠는가. 상당한 규모의 경제력을 갖추고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이 있는, 이른바 중견국들은 특히 고민이 많다. 세계질서에 거대한 변환이 일고 있지만 자체 역량만으로는 질서를 바꿀 힘이 부족하다. 고래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은 중견국들의 외교적 과제다.

 

중견국의 외교 기조가 주목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인도·태평양 구상도 그렇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양쪽으로 끼고 있는 호주는 2000년대 초반 ‘인도·태평양’ 개념을 처음 착안해 발전시켜왔음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 구상은 일본이 내놓은 구상으로 곧잘 이해된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07년 ‘자유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거론하고 2016년 외교전략으로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인도·태평양 전략’을 아시아 정책으로 제시한 뒤에야 보편적 용어처럼 쓰인다. 호주와 미국·일본·인도가 이 개념을 공유하지만 아직 똑부러진 정의는 없다. 만들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항행의 자유, 규칙기반 질서(법의 지배), 민주주의 등 몇 가지 원칙만 세워둔 정도다.

 

참여국마다 셈법도 다르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 경제·군사적 급부상을 방어하는 전략적·안보적 측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 세계질서의 한 축이 되려고 한다. 일본도 그 기저에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지정학적 고려가 깔려 있다. 인도는 전략 범위를 아시아로 끝내는 게 아니라 서인도양을 면한 동아프리카로 확장하고 싶어 한다.

 

이달 초 호주 정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포럼을 통해 만난 호주 정부 인사들과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인도·태평양 시대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 견제용으로 인식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인도양과 태평양의 바닷물이 경계 없이 섞이듯 개방적·포용적 개념으로 발전돼야 하는데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실상 호주는 미국과는 안보 동맹 관계이지만 대외무역에선 중국의 비중이 가장 높다. 미·중이 충돌하면 그 틈바구니에서 괴로워진다.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걱정도 많다.

 

호주의 처지는 한국에 대입된다. 지정학적으로 미·중의 대립 구도 사이에, 미·일 동맹 대 중·러 협력 사이에 한국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안보와 경제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려면 미·중 사이에 균형감이 필요하다.

 

중견국이 국제정치의 구조적 질서 재편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해도 국제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자나 촉진자 역할을 한 사례는 여럿 있다. 국가안보 개념을 넓혀 대인지뢰금지협약 등을 주도한 캐나다, 개발협력 분야에 적극적인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이 직접적 당사자이기는 하지만, 주변국들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적 논의를 통해 일촉즉발의 한반도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킨 것을 평화지향적 외교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중견국 외교가 설득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그 방향성에 대해 국내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안홍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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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A4 용지 2장 분량의 친서에서 2018년을 마감하는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내년에도 두 정상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또 두 정상이 올해 세번씩이나 만나며 남북 간 대결구도를 뛰어넘는 과감한 조처를 이뤄냈고, 우리 민족을 군사적 긴장과 전쟁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한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두 정상이 평양 합의대로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으며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북·미 협상이 장기 교착되고, 서울 답방 무산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저물어가는 세밑에 북에서 날아온 친서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나 획기적 관계 진전을 이뤄낸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유종의 미’가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 이상으로 북한도 남북관계 발전을 중시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남측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는, 남측 국민을 향한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간에는 북·미 협상에서 비핵화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 협상이 반년 넘도록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북·미관계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 남북관계의 장래에도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무산된 것이 이런 심리를 키운 면도 있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이런 남측 내부의 의심과 불안을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친서는 이틀 뒤인 새해 1월1일 김정은 위원장이 발표할 신년사 메시지를 어느 정도 예고하는 듯하다. 최근 미국이 미국인의 방북 허용 검토 등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비핵화 요구 수준도 ‘단계적 해법’으로 옮겨가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 북·미 협상 재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며 비핵화 의지를 언급한 것은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신년사에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 위원장이 친서에 밝힌 대로 2019년에도 남북이 굳게 협력해 ‘한반도 대전환’이 본격화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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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은 회의와 의심에서 비롯된다. 북한 핵문제 해결도 그렇다. 지금의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먼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북한을 압박하거나 포용하는 행동을 반복해 왔다. 유감스럽게 그 어떤 방법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북한의 결정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먼저 북한의 핵보유 결심에 대한 이해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북한 핵문제는 냉전이라는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안보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을 개발했다. 유추할 수 있는 위협은 두 가지다. 한·미동맹과 중국이다. 북한 입장에선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이 더 심각할지 모른다. 앞의 긴 창보다 등 뒤의 단검이 더 무서운 법이다.

 

북한이 한·미동맹으로부터 위협을 느낀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한국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도둑이 제 발 저린 입장이었지만, 그 정도가 심각해진 것은 냉전의 종식 때문이었다. 소련과 중국이 더 이상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북한은 혼자 힘으로 한·미를 상대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마치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하자 박정희 정권이 핵무장의 유혹을 느꼈던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은 중국 문제 때문이었다. 북한이 느끼는 중국의 위협은 매우 미묘하다. 북한은 냉전 종식 이후 보호망이 사라진 상황에서 혈맹인 중국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중국은 한국전쟁 때 북한을 구해주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에는 중국을 마냥 자신의 보호자로만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이미 김일성 생존 당시부터 중국은 고민의 대상이었다. 북한이 티베트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내막을 살펴보면 북한의 중국에 대한 우려를 짐작할 수 있다.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도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지 않았다. 김정일 유고시 중국군이 북한 불안정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진입해 핵을 제거한다는 구상은 미국 안보 관련 연구소의 단골 토론 메뉴이기도 했다. 중국군이 북한 핵을 제거하는 대신 친중정권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제의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북한에 무슨 일만 있으면 중국은 국경에 군대를 배치한다. 북한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북한군의 상당수가 북·중 국경으로 전환 배치되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친중파였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이유가 중국 때문일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김정은 시대 이후 북한이 느끼는 중국의 위협은 더 커졌다. 북·중관계의 특수성이라는 현란한 수사에 가려져 북한의 불안이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냉전 종식 과정에서 북한은 마치 19세기 독일이 프랑스와 러시아로부터 양면의 압박을 받았던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고립무원의 북한이 믿을 수 있는 것은 핵무기밖에 없었다. 수백만명이 굶어 죽는 대가를 치르고 핵을 개발한 것은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기인했다. 그런데 제재를 강화하고, 완화하는 방법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을까?

 

북핵 문제 해결 방법이 지난한 것은 남북, 북·미의 적대관계 해소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위협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는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북한과 중국 간의 미묘한 관계는 훨씬 다루기 어렵다. 남북 간 평화체제가 구축되더라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핵으로 가장 위협을 받는 국가가 중국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역사적 과정의 산물은 그에 합당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해소된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를 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은 본질과 한참 동떨어진 이야기다. 수백만명의 목숨과 바꾼 핵무기를 어떻게 제재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안보구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과 창조적인 안목 그리고 장기적인 전략적 구상이 필요하다.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장 예비역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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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의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 해킹 그룹인 ‘어나니머스(Anonymous)’의 공격에 의한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트위터를 통해 “일본이 고래를 죽이는 데 대한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어나니머스는 그 한 달 전에는 아베 신조 총리 등의 홈페이지를 공격했다. 세계인들이 일본의 고래잡이를 얼마나 비판해 왔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고래잡이의 원조는 한반도 원주민이란 것이 국제적으로 공인돼 있다. 청동기 시대 유물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있는 다양한 고래 사냥 그림 때문이다. 2000년 반구대 암각화가 국제학회에 보고된 이후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인류 최초의 포경인은 기원전 6000년대의 한국인이라고 정의 내렸다. 상업적으로 고래잡이를 한 최초의 사람들은 11세기 스페인 북부의 바스크인들이다. 떼를 지어 작은 배를 타고 다니며 작살로 고래를 잡았다. 그러다 19세기 들어 노르웨이가 작살포를 개발하면서 포경은 산업이 됐다. 사람들이 기름을 얻기 위해 고래를 남획해 개체수가 급격히 줄자 포경 규제를 위한 국제적 움직임이 시작됐다. 드디어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전 세계의 상업적 포경을 금지했다. 처음에는 반발하던 일본도 1988년부터 포경 금지에 동참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러나 일본은 연구 목적이라는 미명 아래 고래를 대량으로 계속 잡으면서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었다. 급기야 호주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재판소는 2014년 남극해에서 일본의 포경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던 일본이 내년 7월부터 상업 포경을 재개하고 국제포경위에서도 탈퇴하겠다고 지난 26일 선언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은 옛날부터 고래를 식량과 여러 용도로 이용하는 문화와 생활이 구축돼 왔다”는 이유를 댔다. 자신들의 문화를 위해 고래를 멸종위기로 몰아가면 전 세계에는 재앙이 된다는 점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스가 장관은 “고래 종 중 충분한 자원이 확인된 게 있는데도 보호만을 중시한다”고 말했는데, 전 세계가 수십년 동안 보호해 늘려놓은 고래를 독차지하겠다는 심보라는 비난까지 덧붙여지고 있다.

 

<김준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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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저물 2018년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원년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경제를 포함한 여러 난제로 인해 촛불정부의 지난 1년에 짙은 아쉬움이 남지만 2013년 초 시작되어 2017년에 정점을 찍었던 전쟁의 기운을 일단 걷어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업적이다. 이러한 역사적 전환을 대북 굴욕이나 ‘퍼주기’로 몰아가는 것은 저의가 의심스러운 반역사·반민족적 프레임이자, 번영도 행복도 평화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상식을 외면하는 것이다. 물론 전반기 연이은 놀라운 성공으로 한껏 고양된 기대가 후반기 난기류와 교착으로 인한 실망감과 피로감을 배가시켰다. 연내 김정은 답방, 연내 종전선언, 트럼프 1기 임기 내 비핵화 완성이라는 3개의 타임라인 중 2개가 무산됨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3번째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과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2019년에 비가역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최근 트럼프와 폼페이오가 한목소리로 내년 이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해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철도연결 착공식을 제재 예외로 인정하며 화해의 신호를 보냈다. 그동안 북한이 미국의 거듭되는 실무회담 요청을 거부하면서 난처해진 미국의 선심 공세인 셈이다. 북한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긍정적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까지 제시하면서 상응 조치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선 핵폐기 원칙론만 고집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만 제외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바라는 사람은 미국 내에 없다고 여긴다. 미국이 고수하는 원칙과 비핵화라는 포괄적인 어젠다를 표방한 실무회담은 상호 신뢰회복이 아니라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대북 압박용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여기에 응하는 것은 낭비라고 판단한다. 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짓거나, 아니면 실무회담에서 제재완화 또는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구체적인 회담만 원하는 것이다.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한 해법이 1인 권력체제 성격과도 잘 맞고,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강국의 리더와 마주 앉았다는 기억으로 정상회담에 중독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책임이 크다. 싱가포르회담 이후 실천을 위한 실무그룹으로 가면 전혀 다른 양상을 띠어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은 실무회담 없이 2차 정상회담을 할 경우, 모호한 합의밖에 할 수 없었던 1차 회담의 재판이 될 것을 우려한다. 좁히기 어려운 차이를 해소할 수 있을까?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미국이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의 양보와 트럼프의 과감한 제재완화 조치의 교환 여부가 관건이다. 미국에서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시쳇말로 트럼프 혼자서 하드캐리해왔다. 그런 그가 지금 침묵하고 있기에 실무진의 움직임에 힘이 실리지 않고, 북한이 그것을 알기 때문에 응대하지 않고, 이는 곧 미국 내 대북 불신을 키우는 악순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_AP연합뉴스

 

미국에서는 트럼프 등장 이후 ‘트럼폴로지(Trumpology)’라는 말이 유행해왔다. 트럼프가 역대 대통령 중에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모습이기에 연구대상이라는 의미의 용례가 가장 많다. ‘예측 불가의 리더십’을 지칭하기도 한다. 다른 예는 보통 사람들은 잘못된 행동을 하고 나서 후회하거나 사과를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히려 더 키워서 원래의 잘못보다 더 후회할 일을 만드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조롱과 우려 정도에 머무르던 트럼폴로지가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다.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와 이를 반대하던 매티스 국방장관의 항의성 사퇴로 미국 대외정책이 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의 타임프레임에는 항상 ‘현재’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 순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좇기에 미래 계획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 트럼폴로지에 의존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여기에는 우리가 최대한 공략할 지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트럼폴로지 자체에 내포된 일관성이다. 트럼프의 공약실천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역대급’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그의 대선 공약을 들으면서 경악했었고 선거용이라고 자위했었지만, 보란 듯이 하나하나 실천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트럼프는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북한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했고 여기까지 왔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의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웠던 자세에서 탈피해 트럼폴로지의 자기충족적 일관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쫄지 마, 대한민국!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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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의 미군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며 “모든 짐을 미국이 져야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더는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엄청난 군을 이용하는 국가들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계속 싸워주기를 원한다면 그들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발언은 요컨대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인 셈이다. 트럼프가 ‘세계의 경찰’ 역할에 회의론을 펼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시리아 미군철수 계획이 발표되는 등 ‘실행’이 뒷받침하고 있어 예사로이 넘기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 라마디의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해 미군 장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가 사흘 연속 동맹국의 방위비 추가부담을 거론한 것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는 올해 10차에 걸쳐 방위비 협상을 벌였으나 최근 미국 수뇌부의 대폭 증액 요구로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규모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품은 것이라는 해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소 50%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난 13년치 인상분보다도 많은 액수인 데다 미국이 한국의 분담금을 채 쓰지도 못해 해마다 이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다. 더구나 올 들어 북한의 군사도발 감소로 주한미군의 긴급상황을 상정한 군사운용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비용 감소요인이 더 많은 상황이다.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만을 위한 군사력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안정과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 그런데도 한국만이 수혜자인 양하는 트럼프의 화법은 ‘경찰국가’ 지위는 누리되 부담은 지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겠지만,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까지 굴복할 이유는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주한미군의 재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에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대비해 주한미군 지위에 대한 신축적이고 유연한 논의도 허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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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분분하게 날리는 봄이면 곳곳에서 노래가 들려온다. ‘벚꽃엔딩’이다.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노후는 이 노래 한 곡이 책임질 거라고들 한다. ‘벚꽃 연금’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가을이 절정에 이르는 10월31일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어김없이 소환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도입부 가사 덕이다.

 

영화는 어떨까. 크리스마스 때면 반드시 TV 전파를 타는, 이른바 ‘성탄절 사골 영화’들이 있다. 로맨틱 코미디 <러브 액츄얼리>와 가족영화 <나 홀로 집에> 시리즈(총 5편)가 양대 산맥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두 작품은 특선 영화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다.

 

1990년 선보인 <나 홀로 집에>(원제 Home Alone)는 2003년 <러브 액츄얼리>가 등장할 때까지 크리스마스 대표 영화의 위상을 독차지했다. 성탄절에 홀로 집에 남겨진 소년 케빈이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해 집에 든 도둑들을 막아내는 재기발랄 모험담이다. 1편의 대성공에 힘입어 만들어진 2편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케빈이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헤매고 있을 때 길을 알려주는 남성이다. 당시 이 호텔 소유주가 트럼프였다.

 

트럼프가 성탄절 전날인 24일 오전(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I am all alone (poor me) in the White House…”라는 글을 올렸다. ‘나 홀로 백악관에’ 남은 자기가 불쌍하다는 한탄이다. 그는 당초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말연시를 보낼 예정이었으나, 연방정부 업무정지 사태로 휴가 계획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러왔다. 부인 멜라니아는 마러라고로 떠났다가 24일 오후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트럼프는 공감이나 위로를 바랐겠으나 돌아온 건 신랄한 비판이었다. “(그렇게 외로우면) 당장 대통령 전용기 타고 아프가니스탄 파병 부대에 위문 가라” “수많은 참전용사들이 홈리스 신세로 거리를 떠돌고 있는데, (당신이) 불쌍하다고?” 같은 트윗이 쏟아졌다. 자신을 가엾게 여길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세계 최강대국의 최고권력자라면? 자기 연민에 앞서 타인부터 돌아보는 게 미덕, 아니 의무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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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와 도로를 잇는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양측과 중국·러시아·몽골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남북의 철길을 이음으로써 북한을 통해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 구축이 시작된 것이다. 남북이 군사합의 이행과 더불어 평양공동선언에서 천명한 철도 연결사업의 연내 착공을 실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정착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착공식은 70년 동안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남북의 철도가 완전히 연결되면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육상을 통해서도 대륙으로 확장할 수 있다. 남북의 공동번영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정착의 길이 활짝 열리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착공식’보다는 ‘착수식’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실제 공사를 하려면 여러 단계를 더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로 철도 연결에 필요한 자재와 공사 기기의 반출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금처럼 북으로 장비를 보낼 때마다 한·미가 만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는 방식으로는 공사가 제대로 진척될 수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결공사 설계에만 1~2년이 걸린다”고 했듯 공사를 위해 세부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도 많다. 한마디로 철도·도로 공사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와 함께 제재를 풀어 철도 연결을 남북경협으로, 궁극적으로는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어가는 지난한 과제가 시작된 것이다.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점에서 이날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착공식 불참은 매우 유감스럽다. 한국당은 이번 행사를 두고 “기약 없는 착공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위해 하는 가불 착공식”(김병준 비대위원장), “문 대통령의 여론조작용 착공식”(나경원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나 원내대표는 정부가 착공식에 대해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민족의 염원을 담은 남북 철도 연결에까지 당리당략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의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북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당은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 북측 또한 비핵화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한반도 남쪽 끝에서 출발해 북녘 땅과 시베리아 벌판을 거쳐 유럽까지 거침없이 내달리는 평화와 번영의 열차가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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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해상자위대 소속 P-1 초계기가 지난 20일 동해에서 북한 어선을 구조하던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에 노출된 것을 두고 일본이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사건 다음날부터 일본 방위성이 “한국 해군이 일본 자위대 해상초계기를 레이더로 조준했다”고 연이틀 항의하더니, 23일에는 야마다 히로시 방위정무관이 트위터를 통해 “자위대원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행위로 용서하기 어렵다. 내 편으로 생각했더니 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국의 해명은 무시하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과거 같으면 문제도 되지 않을 사안마저 시빗거리가 될 정도로 악화된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고 씁쓸하다.

 

사건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공해상에서 표류 중인 북한 어선의 구조신호를 포착한 뒤 구조 작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북한 어부들 일부가 사망한 터라 해군은 항해용과 대공 레이더는 물론 사격통제 레이더까지 총동원해 주변을 샅샅이 수색해야 하는 급박한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현장에 접근한 자위대 항공기가 레이더에 노출된 것을 두고 한국군이 공격행위를 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당장 자위대 항공막료장을 지낸 우익 논객 다모가미 도시오가 나서 일본의 이성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주변에 다른 항공기가 있었더라도 레이더 전파를 받았을 것”이라며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함정 내 여러 부서에서 동시에 안전장치를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사격통제 레이더 전파를 받았다고 해서 적대행위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 함정의 레이더 탐지는 통상적인 행위로 공격할 의도가 없는 게 분명한데 왜 과민반응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 정도 사안을 두고 일본 측이 사흘간이나 한국을 비난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받아 마땅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락하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반한 정서를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일본의 보수 정권은 북한의 위협을 자국의 군비확충 명분으로 삼아왔는데 이제는 한국까지 걸고넘어지는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일 간 협력 필요성이 커져가는데 양국 관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일본은 이치에 닿지 않는 한국 비난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 측도 일본에 이번 사안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양국 모두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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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아의 정치사학자인 오토 힌체는 대외정치와 국내정치구조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외정과 내정의 상호결정론을 이야기했다. 퍼트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상호결정론을 양면게임이론(two level game theory)으로 정교화했다. 정부가 대외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내적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외정책에 대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지지를 극대화하고 반대를 극소화하기 위한 대내 협상정치에 들어가야 하며, 동시에 협상상대국 내의 지지기반을 확대하여 교차합의 가능영역(win-set)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냉전 해체의 문을 여는 외교적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대외정책의 성공은 문 대통령에 대한 70%가 넘는 높은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둘러싸고 남·북·미 간에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고 있는 2018년 말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대로 하락하여 문재인 정부의 대외협상력이 약화되고 있다. 2019년에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면 문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약화될 것이고, 미국 행정부와 의회 내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져서 문 대통령의 대미협상력이 약화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야당 내 보수 강경파의 대북정책 반대가 거세질 것이고, 김정은과의 협상에서 문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요약하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의 하락은 북·미 간 협상에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또는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약화시킬 것이고, 한반도 평화를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019년 초로 연기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한반도 평화정책의 국내 협상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내정을 소홀히 한 결과로 이탈한 촛불민심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강력한 내정개혁을 해야 한다. 2016년과 2017년에 촛불을 든 민심이 요구한 것은 공정과 정의였다. 연인원 1700만명의 촛불시민들은 혼용무도한 전임 정권이 초래한 양극화사회, 재난사회, 위험사회, 격차와 배제사회에서 벗어나 공정한 분배, 일자리, 안전한 환경, 구입 가능한 주택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생활정치 성적이 기대 이하로 나타나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열망은 실망으로 변하면서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다. 40% 이하의 낮은 지지율은 한반도 평화정책의 추진동력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국내 생활정치에 올인해야 한다. 2019년 비핵화와 남북 평화를 위한 제2라운드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집 나간 지지자들을 다시 불러와야 한다.

 

둘째, 국내 협상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수야당과 시민사회 내에 한반도 평화정책 지지기반을 넓혀야 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보수야당과 시민단체의 평화정책에 대한 반대는 늘어나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초당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한반도 평화가 이념적 대결장이 된 것은 보수야당과 시민단체의 소외와 배제의식이 한 요인이다. 문재인 정권은 보수야당과 초당적으로 평화정책을 추진하고, ‘영광의 공유’를 통해 한반도 평화정책의 결실을 같이 나누는 협치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지지기반의 강화와 함께 협상 상대국 내에서도 지지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북한의 강경파를 포용하고 설득하여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교차합의 가능영역을 넓혀야 한다. 미국 내 강경파 세력이 지난 5월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게 했고, 북한 군부 내 강경파의 완강한 반대가 완전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김정은의 결단을 늦추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와 김정은 간 중재 역할에만 머물지 말고 미국과 북한 내 강경파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통해 ‘윈셋’을 넓혀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미국 강경보수세력 내에 인맥을 갖고 있는 보수야당과 시민단체, 특히 종교계 인사들을 활용하는 것이 유용하다.

 

2020년에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대선과 총선이 예정되어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9년은 당파적 이해관계에 덜 영향을 받으면서 초당적으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가 될 것이다. 두 지도자는 2018년에 선택한 한반도 냉전해체가 2019년에 ‘최종적이고 완전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대내외적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광주과기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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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21일 제2차 워킹그룹 회의에서 남북관계 주요 사업들과 관련한 대북 제재 걸림돌을 해소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과 내년 4월부터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남북 공동발굴 사업이 예정대로 치러질 수 있게 됐다.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과 유해발굴 사업은 그 자체로는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이를 위해 북으로 반출할 물품과 장비에 대해 대북 제재 예외 인정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걸려 있었다. 이날 회의를 통해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이 가능해졌고, 한국 정부의 800만달러 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기왕의 부정적 기류가 엷어졌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과 이번 워킹그룹 회의를 지켜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태도가 눈에 띄게 유연해지고 있다고 평가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비건 대표는 회의 참석차 지난 19일 방한하자마자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미국인 북한 여행 금지’를 해제할 방침을 시사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의 21일 면담에서 “남측 철도가 북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설렜다”고 한 것도 유화 메시지로 읽힌다.

 

미국은 이번 워킹그룹을 통해 적어도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관계 행사가 대북 제재 기조 때문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의 물꼬가 트이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비건 대표는 북·미대화 진전을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양자 및 독자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양국 간 신뢰를 쌓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신뢰구축을 위한 새로운 후속조치를 시사하는 발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새해 첫날부터 그리 머지않은 시기에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조기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 것도 미국의 국면전환 의지를 드러낸다. 미 국무부 라인이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당장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미 중간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과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발언하면서 북핵 문제가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스멀거리던 참이었다. 미 조야에서는 북·미 2차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북·미 협상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도 미국의 이번 대북 메시지를 전향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비건이 대북 제재 유지 방침을 분명히 한 점이 북한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겠지만 이 문제는 협상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풀 방법이 없다.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위해서라도 실무회담을 조속히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가 열흘밖에 남지 않았지만 화답 신호를 보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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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의 유래는 분분하지만, 성 니콜라스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다. 소아시아 지역의 주교였던 니콜라스는 길을 가던 중 배고파 우는 세 부녀의 사연을 알게 됐다. 니콜라스는 가난한 그 집 안으로 금화 몇 닢을 던져놓고 사라졌다. 그의 선행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아이들이 특히 그를 따랐다. 니콜라스도 아이들을 좋아해 연말이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선물을 주었다.

 

니콜라스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독일·네덜란드에서는 12월6일을 성 니콜라스의 축일로 제정해 기렸다. 성 니콜라스는 네덜란드어로 ‘신터 클라스’이고, 영어로 옮기면 ‘산타 클로스’다. 미국 시인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는 시 ‘크리스마스 전야’에서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들을 찾아가는 풍경을 담아냈다. 빨간 양말, 크리스마스트리, 순록 썰매 등 산타클로스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만화가 토머스 내스트는 이 시를 바탕으로 산타클로스를 삽화로 되살렸다. 하얀 수염에 통통하게 살이 찐 할아버지 산타는 이때 만들어졌다.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의 전령이다. 이제 산타클로스가 실제 인물인지, 굴뚝을 타고 들어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선행은 예수의 사랑과 겹쳐져 크리스마스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산타는 어린이에게 착한 행동을 보상해주는 크리스마스의 아이콘이면서 어른에게는 자비심을 일깨우는 성인이다. 세계인이 국가, 인종, 종교를 초월해 크리스마스를 축제로 즐기는 것은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산타클로스를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국이 ‘산타클로스 금족령’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중화권 언론은 중국이 올해 크리스마스 축제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워서도 안되고, 산타클로스 인형·양말을 파는 행위도 불허된다. 종교활동 참여는 더더욱 안된다. 산타클로스 금족령은 종교탄압의 생생한 사례다. 중국인의 종교활동은 공산당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데, 시진핑 체제 들어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엊그제 시진핑은 40년 된 개혁·개방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는데, 하루 만에 거짓임이 들통났다. 중국 어린이들의 동심이 걱정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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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한반도의 평화정착 프로세스가 시작된 의미 있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전쟁을 불사할 듯 극한 대결로 치닫던 북한과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 하나만으로도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이 같은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년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지난 1년 동안 대화 국면을 이끌어왔던 환경과 여건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합의에서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해 신뢰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비핵화에 이르게 한다는 공통의 인식을 보였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는 커다란 외교적 승리다. 외형상으로 이 합의는 미국이 줄곧 주장해온 ‘선(先) 비핵화’가 아닌, 북한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상호 신뢰 구축’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왜 이런 구조의 합의문에 서명하게 됐는지 정확한 내막은 아직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합의 이후에도 미국이 여전히 ‘선 비핵화’ 요구를 접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전략적 결단을 내려 북한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를 만들어낸 원동력인 ‘톱다운 방식’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오히려 실무협의를 거친 합의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지금 북·미대화가 덜컹거리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싱가포르 합의를 실패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주장은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려는 허세일 뿐 아니라 싱가포르 합의에서 잘못한 부분을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만회해야 한다는 자기고백에 가깝다. 과거 북핵 협상을 통해 축적된 미국의 경험과 자산을 활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 이후 대화 방식을 바꾸려는 것 자체가 협상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끼리 냉장고에 넣기 3단계 방법’처럼 핵을 없애고, 제재를 해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된다는 식의 간단한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음을 비로소 깨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실무협상을 통해 싱가포르 합의를 보완할 수 있는 결과가 보장되어야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북한이 ‘싱가포르 대첩’의 기억을 쉽게 잊을 리 없다. 북한은 북·미대화 경색의 책임이 싱가포르 합의를 수정하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 고위관료들에게 있다고 보고 이들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조·미 수뇌분들의 신뢰’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가 또 한번 톱다운 방식으로 대화의 동력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싱가포르 합의의 ‘후속편’을 완성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을 축구 경기에 비유하자면, 미국은 상대를 얕보다 전반전에 불의의 골을 먹은 뒤 전술을 바꾸고 선수도 교체해 후반전에 임하려 하고 있고 북한은 전반전의 리드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수비에 치중하고 있는 셈이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싱가포르 합의가 북·미대화 진전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실로 아이로니컬하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이 만나고 싱가포르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 변화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같은 패턴으로 성사시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비핵화와 제재해제의 빅딜이 성사되고 한반도 평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지금도 ‘1년 전을 되돌아보라’는 말을 자주한다.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일촉즉발 위기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초석을 놓는 극적 반전 드라마를 쓴 것은 엄청난 성과라는 것이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난 1년간의 성과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북·미대화 정체가 장기화될 경우 한반도 평화정착은 더욱 멀어질 뿐 아니라 정부는 남북관계와 비핵화 진전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2018년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길이 남기려면 지난 1년간의 관성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변화된 상황에 맞는 창의력과 새로운 상상력으로 한국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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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방한한 미국의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내년 초 미국의 지원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대북 지원을 더욱 확실히 보장할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끌고 있는 비건 대표는 “우리는 또 미국민이 지원물품을 전달하고 국제적 기준의 검증을 위해 북한을 여행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민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인에 대한 북한여행 금지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인의 북한여행 금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8월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실시한 대북 독자제재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이를 해제할 뜻을 공개 표명한 것이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인도적 지원이라는 제한을 두긴 했지만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던 미국이 인적교류 제재의 완화 또는 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타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를 비건 대표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취재진 앞에서 문건을 낭독하는 형태로 밝힌 형식에도 눈길이 간다. 북·미 협상의 교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기 위해 북한에 직접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나온 이번 메시지는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살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북·미 협상을 내년에도 이어가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시사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북한은 지난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은 채 ‘장고’하고 있다. 북한은 그간 비핵화와 관련한 선제조치를 취해왔음에도 미국이 제재 해제 등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에 불만을 표출해왔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심 요구사항인 제재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미국이 완화된 입장을 보인 점을 북한도 적극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마침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가 19일 “새로운 역사의 흐름이 역전되는 일은 없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실현할 길은 북·미 협상 외엔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샅바싸움이 너무 길어져 대화동력이 소진되지 않으려면 북한이 조기에 비건 발언에 대한 화답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위원장이 내년 신년사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북·미 협상 의지를 밝히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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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만큼이나 막연하게 느꼈던 북한 땅을 지나 철도로 떠나는 해외여행이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맥주’ ‘페스티벌’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과 다소 일치되지 않은 단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젊은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의 등장으로 북한 내에는 다양한 변화의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2016년 6월 평양에서 처음 열린 ‘대동강맥주축제’와 지난 11월28~29일 평양 여명거리에서 열린 ‘전국김치전시회’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음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열린 김치 전시회, 그리고 노동에 지친 인민과 국가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을 초청했던 대동강맥주축제는 북한 내는 물론 국제사회를 의식한 긍정적인 변화로 읽힌다.

 

향후 남북 철도 연결이 완공된다는 가정하에 남과 북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서 개최되고 있는 맥주축제를 각국의 특색은 그대로 살린 채, 하나로 연합하여 세계 최초 대규모 페스티벌을 개최한다면 어떨까. 지구촌 애음가(愛飮家)들의 이목을 집중시킴은 물론 종국에는 동북아 경제 이익과 평화를 도모하는 연대의 장이 되지 않을까.

 

중국과 일본의 맥주축제는 글로벌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휴가철로 이동이 잦은 여름에 행사를 개최해 대규모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명성이 공고해지고 있다. 남북한 역시 맥주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중·일 양국에 비해 규모와 인지도면에서 현저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풍미가 좋기로 유명한 대동강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열린 ‘대동강맥주축제’도 2017·2018년 농작물 수확의 차질로 행사가 잠정 보류됐다. 하지만 최근 시장화로 변화된 북한 사회의 동향을 보더라도 충분히 다시 개최될 수 있는 축제이기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

 

‘부산수제맥주페스티벌’은 부산, 울산, 문경 그리고 창원에 위치한 수제맥주 업체들이 참가하고 있는데 다양한 맥주를 즐기기엔 조금 부족하다는 평이 있다. 하지만 부산은 KTX와 SRT 같은 접근이 편리한 대중교통 그리고 명소와 명물이 많은 관광도시라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따라서 보완과 개선을 거친다면 우리의 맥주축제도 국제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시간 성장한 북한 맥주시장과 우리의 뛰어난 디자인, 마케팅을 협업한다면 남북의 맥주시장 발전은 물론 페스티벌에도 영향을 미쳐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각국의 협력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7~8월 ‘아시아메가비어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행사가 개최된다면 어떨지 상상해본다. ‘한·일해저터널’과 ‘서울-신의주-중국 철도’로 삿포로-부산-평양-칭다오의 맥주축제를 오롯이 대중교통만으로 이동하며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산적한 문제들이 아직 남아 있다. 남북의 전문가들이 철도 연결 현지 공동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본 공사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돼야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해 여름이 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지만 올해 초 받은 평창의 기적이라는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그 어느 해에 해저터널과 기차로 한반도를 넘나들며 평화의 분위기에 마음껏 취하는 날이 반드시 찾아오리라 믿는다.

다가오는 2019년에도 술술 풀려라 한반도 평화!

 

<금초롱 | 동국대 대학원 북한학과 통일정책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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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내년부터 적용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13일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도 타결점을 찾지 못해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가게 생겼다. 최대 쟁점은 한국이 분담할 방위비 총액과 연 증가율, 유효기간인데 이에 대한 양측 간 입장차가 크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당장 새 협정에 합의해도 국회 비준 등 절차를 거쳐야 내년부터 적용하는데 아직도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방위비 분담금 2배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협상이 더딘 이유는 미국이 한국 정부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미국이 약 50% 올린 12억달러(약 1조3600억원)를 분담금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분담금을 두 배로 올려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임은 물론이다. 한국의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9602억원으로, 2005년 6804억원에서 13년 동안 41.1% 증가했다. 1991년 이래 인상폭은 2.5~25.7%였고, 2014년에 합의된 종전 분담금도 전년 대비 5.8% 증액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13년치 인상분보다 더 많은 액수를 한꺼번에 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방위비 분담금은 미군이 한국에서 고용하는 근로자의 인건비(40%), 군사건설 및 연합방위 증강사업(40%), 군수지원비(20%) 등 지원 명목이 분명히 제한돼 있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의 필요에 의해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면서 그 비용을 한국이 내라고 요구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더구나 미국은 한국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을 다 쓰지도 못해 해마다 이월하고 있다. 이러고도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올려받겠다고 하니 누가 그 주장을 이해할 수 있겠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임승차 운운하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다. 한국은 해마다 미국에서 6조~7조원어치의 무기를 구입한다. 평택에 새로 마련한 미군기지 건설 비용 12조원 중 91%를 한국이 냈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만이 그 수혜자인 양하고,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한국의 처지를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받아내겠다는 것은 동맹국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시민이 납득할 합리적 수준 이상의 분담금을 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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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거짓말을 잘한다.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크에 따르면 그는 취임 후 지난 10월 말까지 649일 동안 6420개의 거짓말이나 오해를 살 수 있는 주장을 했다. 하루 평균 10개의 거짓말을 한 셈이다. 지난 10월1일 한 정치 유세에서는 84가지 거짓말을 쏟아냈다. 중간선거 기간에는 하루에 평균 30건의 거짓말을 했다. 이 정도면 거의 입만 열면 ‘뻥’이다. 밥 우드워드와 함께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은 칼 번스틴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에서도 트럼프의 거짓말은 특별하다고 평가한다. “우리는 자신의 정책과 믿음을 실현하고 세계에 관여하는 데 있어 거짓말과 거짓을 기본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런 대통령을 가진 적이 없다.”

 

도널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숨 쉬듯이 계속되는 트럼프의 거짓말이 국내 문제에만 국한될 리 없다. 일반적으로도 대통령의 거짓말은 대외 정책과 관련된 이슈에서 국내 유권자들을 상대로 자주 목격된다고 한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왜 리더들은 거짓말을 하는가>라는 책에서 세계 정상들의 대외정책 관련 거짓말들을 분석한다. 그는 서로를 늘 의심하고 상대방의 말을 검증할 수 있는 정상들 간에는 거짓말을 할 동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반면 권위주의 국가나 민주주의 국가 구분 없이 지도자들은 대외정책을 국내정치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중에게 거짓말을 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결론내린다. 거짓말에는 여론을 관리하기 위한 정보 조작과 숨기기가 포함된다. 정부와 대중 사이의 정보 불균형은 대통령의 거짓말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트럼프의 북한 관련 발언은 어떻게 봐야 하나. 그는 취임 첫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하고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고 입장을 180도 바꿨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등을 앞세우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더 이상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고 선언했다. 미국 언론들은 그가 합의문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거짓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미는 합의문 이행을 두고 6개월이 넘도록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제재 문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협상마저 중단됐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내년 1월이나 2월에 김정은과 2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북·미 간의 내밀한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없으니 그의 말이 거짓말인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다만 잘되고 있다는 말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미국 주류 언론과 리버럴 싱크탱크들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등을 소개하며 트럼프의 대북 낙관론이 근거 없음을 증명하려고 노력 중이다.

 

여기까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현황이다. 트럼프의 북한 관련 발언이 현실과 거리가 있더라도 나름의 의도가 있을 수 있으니 무조건 비난할 필요는 없다. 국내적으로 외교 성과물을 내세우려는 정치적 의도일 수 있고, 북한을 협상에 묶어두고 상황 악화를 막으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문제는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거짓말은 오래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스턴글로브는 지난해 트럼프 거짓말의 사이클을 분석했다. 거짓말, 허세, 현실 시인, 화제 전환의 4단계다. 이 분석이 맞다면 트럼프는 어느 순간 대북 낙관론은 허풍이었다고 시인하고 강경론으로 급선회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거짓말을 계속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성과가 절실한 이유다. 하루빨리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되고,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가 시작돼야 한다. 북한과 잘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허풍이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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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시각의 글을 쓰고자 한다. 비판적인 시각의 글이 갖는 의미가 여태까지의 노력을 다 덮자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나 갑자기, 너무나 희망적으로만, 너무나 빨리 달려오다 보니, 혹 북한이 생각하는 궁극적 목표와 우리가 생각하는 목표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점검해 보자는 차원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우리와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비난 및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거듭하면서 2017년 11월29일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였다. 그사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 완전한 파괴 등의 발언으로 한반도의 긴장은 높아만 갔고, 2018년 초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을 의미하는 미국의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그러던 한반도에 갑작스럽게 평화무드가 찾아온 것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약 한달 후이다. 북한은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전격적으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고, 남북 간에 활발한 접촉을 시작한다. 올림픽 기간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우리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의사를 전달하였고, 3월8일에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우리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락하였다.

 

이때부터 한반도의 모든 상황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4월27일과 5월26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며, 6월12일에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돼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선언하게 된다. 그리고 9월18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고 여기서 남북 정상은 미국을 향하여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그리고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수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받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발신한다. 한편 미국은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믿기 위한 증거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전면적인 신고를 먼저 요구하면서, 위의 상응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응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핵신고는 선제타격 리스트를 미국에 넘기는 것과 같다고 반발하고, 이제 정상회담과 관련 남북, 북·미가 다 멈추어 있다.  

 

2018년은 정말 쏜살같이 달려온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갑자기 국면을 전환해서 정상회담을 주도해 왔고, 우리와 미국은 이에 반응해 왔다.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이기에 우리가 적극 반응하고, 이를 이용하여 비핵화를 추동하는 노력을 한 것은 당연하고 잘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쯤은 북한의 전면적인 국면 전환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는 없을까? 우리가 너무나 낙관적인 희망만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북한과 자주 만나고, 경제협력을 하고,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현실화하면 모든 것이 좋게만 풀려갈까?

 

아마도 우리 정부는 다음과 같은 매우 낙관적인 가정 혹은 가설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감추어진 지뢰를 안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우가 생긴다. 그 가정은, 첫째, 북한은 미래에 우리보다 부강해지지 못할 것이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체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체제이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경제가 성장해도 상관없다. 넷째, 경협은 우리 경제의 돌파구여서 무조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의 위험성은 최근 중국과 대만 간 관계가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어쩌면 20, 30년 정도 중국과 같이 경제가 발전하면 성장판이 닫혀가는 남한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때 김정은 위원장은 아직도 60대이며 중국과 같이 1인 지배체제, 권위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 비핵화가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고 북한이 경제성장을 하면, 우리는 핵능력을 가진 부강한 1인 지배 국가를 우리 위에 두게 될지도 모른다. 남북경협은 북한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통제할 수 있으며, 북한은 국가가 지시하면 우리보다 4차 산업혁명에 더 빨리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핵능력을 가진 북한이 부강해진 이후, 중국이 대만에 하듯 북한의 방식으로 통일을 하자고 하면 그때 우리는 매우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북한과의 경제협력도 중요하지만, 체제의 투명성과 다원화, 인권, 그리고 비핵화 이후 북한 주민이 핵에 대한 거부감을 갖도록 하는 것 역시 너무나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그러한 전략도 그리고 있는가?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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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됐다. 북측이 연락채널 등을 통해 답방이 어렵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연내 답방이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무산된 것은 최고지도자의 사상 첫 방남에 따른 경호·안전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남측 일각의 ‘답방 반대’ 목소리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미 협상의 교착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김 위원장이 서울 방문 의사를 밝힌 9월 평양 정상회담 때만 해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 협상은 ‘개점휴업’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큰 그림에 합의한 뒤 방남에 나서려던 김 위원장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회의 때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 전에 김 위원장이 답방하는 것이 북·미 협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연내 답방을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태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래도 여의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해지구 수산사업소를 시찰했다고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 등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보도는 지난달 18일 평안북도 대관유리공장 시찰 이후 13일 만이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남북관계보다는 북·미 협상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사안이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의 방식과 상응조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방은 성사되기 어려웠다. 연내 답방 무산이 아쉽지만 이를 평화 프로세스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 지난 12일만 해도 남북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파괴·철수 작업에 대한 상호검증을 순조롭게 완료한 것에서 보듯 남북관계는 뚜벅뚜벅 전진하고 있다. 북·미 협상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약화됐다고 판단할 징후는 없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새해 적절한 시기에 재추진하면 된다.

 

연내 답방 무산으로 시간을 번 만큼 지금은 대북정책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먼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상호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올해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북·미 협상 진전으로 이어졌지만 9월 평양 정상회담은 그러지 못했다. 북·미 협상은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교환이라는 본질적 국면에서 겉돌고 있다. 대북 제재 등을 놓고 한·미 간 이견도 노출됐다. 북·미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기울인 노고는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하도록 남측의 역할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는 시선도 더 진지해야 한다. 시중에는 정부정책의 큰 방향은 옳지만 설명과 설득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남북화해와 평화에 기본적으론 찬동하면서도 대전환의 속도에 버거움을 느낀 이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올해 남북 및 북·미 관계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이란 수식어가 붙은 장면들이 여러번 연출됐다. 이에 시민 다수는 환영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남북관계도 외교행위다. 외교는 대외협상과 대내설득이 조화롭게 병행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