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한번 만나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청와대가 지난 9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8일(현지시간) 교황청을 공식 방문하는 문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어서 방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오찬을 한 뒤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이야기하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정상회담 때 방북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달 25~28일 바티칸에서 교황청의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고 1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보름가량 시일이 지난 만큼 검토를 끝낸 교황이 문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방북 여부와 구체적인 방북 희망 시기를 밝힐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매우 긍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교황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들여 방북 용단을 내려줄 것을 희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들어 한반도의 주요 국면 때마다 기도와 축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1일 부활절 미사에서 교황은 “예수의 씨앗이 한반도를 위한 대화의 결실을 맺어 지역의 조화와 평화를 증진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인 29일 미사 때는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인 결과와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대화를 추진한 양쪽 지도자들의 용감한 헌신에 나의 기도를 덧붙인다”고 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10일 미사에서는 “우리 모두 성모 마리아가 한반도에 임해 이 회담을 인도하기를 기도하자”고도 했다. 교황의 언어에 오랜 고난의 땅 한반도에 대한 각별한 감정이 이입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콜롬비아 평화협정 타결 등에 막후 역할을 해왔다. 이런 이력으로 본다면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대전환의 흐름을 굳건히 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은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종교의 자유 등 인권 분야에서 실질적인 개선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만큼이나 인권 개선도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교황을 초청한 데는 앞으로 이런 노력을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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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 중국 공안의 2인자인 멍훙웨이(孟宏偉)가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Interpol)’ 총재 후보로 출마했을 때 국제사회는 고개를 갸웃했다. 1984년 대만을 옵서버로 밀어내며 인터폴에 가입한 이래 소극적으로 활동해온 중국이 갑자기 총재 후보를 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당시 중국은 회의에조차 잘 참석하지 않던 터였다. 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멍 총재는 임기 4년의 인터폴 수장 자리를 꿰찼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국가들의 경찰 고위직을 초청해 선거운동할 자리를 깔아줬다. 회원국 기여금으로 운영되는 인터폴로서는 중국의 막대한 지원 약속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중국의 인터폴에 대한 관심은 시진핑 주석의 부패 척결과 궤를 같이한다. 해외 도피자들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인터폴의 활용 가치를 눈여겨본 것이다. 해외 소수민족 활동가들의 동향 파악에 인터폴 정보망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멍 총재 당선 이듬해인 2017년 베이징 인터폴 총회에서 드러난다. 시 주석은 장장 30여분간의 연설에서 “중국이 국제 형사 공조에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를 일소하고 공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종의 ‘공안굴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멍 총재의 인터폴 장악은 쉽지 않았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멍 총재를 미주와 유럽 국가들이 견제했다. 특히 멍 총재와 독일 출신 위르겐 슈토크 사무총장 간 치열한 ‘인터폴 내 암투’는 진행 중이었다.

 

그런 멍 총재가 지난달 부인에게 칼 모양의 이모티콘과 함께 ‘내 전화를 기다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은신한 범죄자를 찾아내는 국제경찰이 자기 조직의 총수를 찾아야 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부인이 기자회견을 한 뒤에야 중국 공안이 그의 구금을 확인했다. 멍 총재의 체포를 실각한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연관시키는 시각이 많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렇게 공들여 따낸 국제기구 수장 자리를, 국가 체면을 구겨가면서까지 버려야 할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시 주석의 권력기관 장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방증인 것만은 분명하다. 또 어떤 흑막과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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