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중에 무엇이 중요한가. 북한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이건 우문이다. 둘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무엇이 먼저인가. 북·미 비핵화 협상은 나아갈 듯하면서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데 남북관계 개선 흐름은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작금의 상황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선행 의지가 분명하다.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밝힌 이후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남북은 9월 평양 정상회담, 10월 고위급회담에서 군사 분야와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에 합의했고 후속 일정도 줄줄이 잡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하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현실화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 작업은 절정으로 치달을 것이다.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구축이라는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연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핵화 협상은 느린데 남북관계만 치고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는 만큼만 남북관계가 뒤따라오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미국도 두 사안이 선순환적 관계라고 본다. 선순환적 관계는 발전성을 내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난 6월에 만나고, 또 한 번의 만남이 준비되는 과정 모두 남북정상회담이 디딤돌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남북 정상의 과감한 움직임이 없었다면 북·미 정상이 만났을까 싶고, 그 만남이 있었기에 남북관계는 한발 더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남북관계와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속도의 비대칭성 자체를 한·미 공조 균열의 징표로 볼 수 없다. 어디까지가 공조이고, 어디서부터 균열이라고 선을 긋기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가려는 목표와 방향이 일치하느냐다. 어느 한쪽이 뒤처지면 동행자가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혼자서 걷더라도 어느 한 발이 먼저 옮겨져야 나머지 발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두 발을 동시에 콩콩 뛰어서 이동한다면 오래가기 힘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 공조는 북한 문제에 관해선 튼튼했다. 그것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당시 한·미 정부 모두 압박과 제재가 유일한 대북정책이었다. 현상 유지는커녕 이 시기에 남북관계는 거덜 나고 북핵 문제는 깊어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전략적 인내’라고 불렸는데 무기력·무능력·무대응의 다른 이름이었다.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접근법이 똑같을 수 없다. 남북은 248㎞의 비무장지대를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국 본토는 한반도에서 1만㎞ 떨어져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성공할 때까지는 현실적 위협도 아니었다. 초강대국인 미국은 한반도의 적절한 긴장감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는 데 좋다고 여겨왔다. 남북관계가 북·미 대화의 틀 내에서, 딱 그 수준만큼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현상 유지 전략이지 상황 개선을 위한 해법은 아니다.

 

물론 제재 문제는 한·미 간에 조율돼야 할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끈 게 최대의 압박이고, ‘행동 대 행동’ 국면에서도 강력한 압박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니 남북 협력의 과속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제재 이행이 흔들리면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가 흐트러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도 제재 완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공론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뭉개면 북·미 협상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다. 북한에는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약속한 ‘관계 정상화’ 합의와도 배치된다. 실상 대북 제재는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제재의 키를 쥔 중국과 러시아가 ‘엄격한 이행’을 거부한다. 손 안에 든 모래를 강하게 움켜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더 많이 삐져나오는 형국이 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지난 6일 4차 방북 이후 북·미가 실무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는 것은 양측 모두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뜻일 게다. 북한은 핵무기·핵시설·핵물질을 둘러싼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고, 미국은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남북관계 속도가 빠르다고만 볼 게 아니라, 미국도 북·미 협상의 선순환적 진행을 위해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안홍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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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옛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의 파기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여러 해 동안 조약을 위반해 왔다”며 “우리는 조약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23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 방침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INF는 1987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그 후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를 개발하고, 미국도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에 나서면서 INF는 사실상 형해화됐다. 그럼에도 INF는 미·러의 핵경쟁을 억제하는 대의명분이 돼왔다. INF 빗장이 사라질 경우 미국과 러시아, 중국 사이에 핵경쟁이 벌어질 우려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INF 파기 가능성은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국제질서의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수정주의 국가들”이라며 “최강의 군사력 구축을 통해 힘에 의한 평화”를 이루겠다고 했다. 지난 2월 발표한 핵 태세검토 보고서에서는 중·러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최강의 핵 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모르지 않지만 북한에 핵 포기를 종용하면서 스스로는 핵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열강들의 MD 경쟁 격화로 신냉전의 불똥이 한반도로 튈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러 핵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레이더의 기능 향상을 추구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중·러 미사일 추적용으로 활용하려는 욕구도 커지게 된다. 하지만 봉인된 사드 문제가 다시 열리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방해하는 일은 결코 용납해선 안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INF 파기 이후의 상황전개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혜로운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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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받고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지만,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교황이 사실상 방북을 수락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로써 남북이 추진하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행보가 큰 탄력을 받게 됐다. 교황의 방북 의지를 환영한다. 

 

교황과 마주앉은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 내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하고 있다. 바티칸 _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교황으로서는 방북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이다. 북한에는 가톨릭 신자는 물론 진정한 의미의 종교인도 없다.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도 문제다. 따라서 교황의 방북 의사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력한 지원 의지로 해석된다. 교황의 방북이 실현된다면 한반도 평화가 획기적으로 촉진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작업을 추동하는 의미가 크다. 교황의 방북은 다른 국가 지도자의 방북과 상징성이 다르다. 김 위원장이 교황 앞에서 비핵화 뜻을 밝힌다면 비핵화 의지에 대한 세계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평화를 주창해온 교황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만한 비핵화 동력은 또 없을 것이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북한이 고립국가에서 탈피해 국제사회로 나오는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인권 개선과 민주화 등 북한 내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교황이 평양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북한 주민들과 직접 접촉함으로 인한 변화의 충격이 있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단안을 내렸을 터이다.

 

문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에 앞서 교황청은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의 집전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했다. 문 대통령도 미사에 참례한 뒤 연설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대장정의 성공을 기원하는 가톨릭 교단 전체의 축복은 상징성이 크다. ‘평화의 사도’라 불리는 교황의 방북은 비핵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이루려는 역사적 흐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 북한은 즉각 교황에게 초청장을 보내 조속히 방북 일정을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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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가 휩쓸고 간 워싱턴에서 최근 떠오르는 화제는 래퍼 카니예 웨스트와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대결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인 웨스트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쓰여진 빨간 모자를 쓰고 백악관을 찾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형제”라고 부르며 브로맨스를 자랑했다. 그는 “이 모자를 쓰면 슈퍼맨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빨간 모자의 힘을 묘사했고, “트럼프는 영웅의 여정을 밟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는 노예제를 금지한 수정헌법 13조 무용론도 폈다.

 

그보다 며칠 전인 6일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자신의 고향인 테네시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상·하원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 필 브레드슨 상원의원 후보의 상대인 공화당 마샤 블랜번 후보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블랙번의 의회 투표 기록은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그는 남녀동등임금법에 반대했고, 여성폭력방지 법안에도 반대했다. 그는 업주들이 동성 커플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팔로어들에게 유권자 등록을 하라고 종용했다.

 

40대 흑인 남성 웨스트와 20대 백인 여성 스위프트의 엇갈린 선택은 둘의 악연과 맞물려 중간선거 최고의 대결로 화제가 되고 있다. 둘의 악연은 2009년 MTV 비디오뮤직어워드(VMA)에서 시작됐다. 웨스트는 신인 스위프트가 최고 여성 가수 비디오상을 받자 시상식 무대로 올라가 마이크를 빼앗고 “비욘세 최고”를 외쳤다. 이후 두 사람은 신곡에 상대를 ‘디스’하는 내용을 꾸준히 담아왔다.

 

두 사람의 변화도 흥미롭다. 시카고 출신인 웨스트는 저소득 흑인들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는 등 흑인 인권 증진을 강조해왔다. 2005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향해 “흑인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적 발언이나 정책에는 유독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심지어 지난 5월에는 “노예제가 400년 지속됐으면 선택”이라며 노예제를 흑인의 책임으로 돌렸다가 비난에 휩싸였다.

 

반면 스위프트는 비정치적 연예인이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알트라이트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자신을 ‘아리아족 여신’으로 묘사하며 인종주의적 의제 고취에 활용할 때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침묵하지 않겠다며 셀러브리티(셀럽) 영향력의 정치적 활용을 시작했다. “나는 피부 색깔과 성에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들의 고귀함을 위해 싸울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투표하지 않겠다.”

 

둘의 정치적 행동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스위프트의 정치참여는 호응을 얻고 있다. 그의 유권자 등록 종용 후 이틀 만에 미국 전역에서 16만6000명이 추가로 유권자 등록을 했고, 그중 6만2000명 이상이 테네시주에 거주하고 있다. 신규 등록자의 42%가 스위프트의 팬층인 18~24세의 젊은 유권자들이다. 반면 웨스트는 논란은 일으켰지만 팬들을 트럼프 편에 서게 하지는 못할 듯하다. CNN에 출연한 흑인 패널들은 오히려 웨스트를 “관심병자” “흑인이 글을 못 읽을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비난한다. 친트럼프 채널인 폭스뉴스가 흑인 보수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치켜세울 뿐이다.

 

식상하지만 이들이 주는 교훈은 있다. 둘의 사례는 셀럽들의 정치참여가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지를 묻게 한다. 셀럽들의 정치참여가 권력자의 병풍 역할에 그치거나 권력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냉소적 반응을 받기 십상이다. 웨스트가 그 사례다. 더불어 셀럽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소신 표명은 환영이지만, 그들을 좋아하는 것과 그들의 정치적 선택을 좇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도 이 기회에 한번 더 생각해보자.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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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라는 용어의 시원은 1957년 10월 유엔 연설에서 폴란드 외무장관 아담 라파츠키가 동독, 서독,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 중부유럽의 비핵지대(화)를 담은 일명 ‘라파츠키 플랜’에서였다. 라파츠키 자신이 ‘비핵화(denuclearization)’ 용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며, 대신에 1958년 초 소련 제1외무부상이 중부유럽의 ‘비핵화’를 소련이 지지한다는 루머를 일축하는 가운데 이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 캐나다 국무차관도 라파츠키 플랜이 좌초될 것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긴 비밀 전문에서 ‘비핵화’를 썼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라파츠키가 ‘비핵화’ 단어를 촉발시킨 장본인이 된 셈이다.

 

‘비핵화’ 활자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는 ‘봉쇄정책의 아버지’ ‘냉전의 설계자’로 불리는 미국의 외교관이자 역사학자 조지 케넌이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로 재직하면서 뉴욕타임스 1981년 10월11일자에 기고한 글이었다. 기고문 제목이 ‘비핵화’였다. 당시 미국과 소련 간 치열하게 벌인 유럽 내 핵무기 경쟁을 두고 케넌이 기고문에서 언급한 비핵화는 특정국가 내 지상 기반의 핵무기만 제거하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방북 직후 청와대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이는 ‘특정 지역 내에서 국가 간 조약 또는 협약에 의해 핵무기의 생산, 보유, 배치 및 실험 등이 포괄적으로 금지된 지역’을 의미하는 비핵지대(Nuclear Weapon Free Zone)와는 결이 다른 핵무기 제거였다. ‘비핵지대’가 역내 조약 당사국들에 핵보유국(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이 핵무기 사용과 위협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을 제공하고 있음에 반해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처럼 조약이 아닌 정치적 선언이며 소극적 안전보장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인구가 집중된 지역을 최초로 비핵지대화한 1967년의 ‘중남미 핵무기 금지조약’의 애초 명칭도 ‘중남미 비핵화 조약’(Treaty for the Denuclearization of Latin America)이었다. 그러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을 주장한 브라질 ‘비핵화’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명칭 변경을 요구, 현재의 이름으로 확정됐다.

 

북한 역시 남한의 핵무기 도입과 명칭에 민감했다. 북한이 핵무기 반입에 반대 입장을 처음으로 표명한 때는 1956년 11월 최고인민회의 제1기 12차 회의의 ‘조선반도 핵무기 반입 반대 결정’을 통해서였다. 이는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전술핵을 남한에 배치(1958년 1월)하기도 전에 이루어진 공세적 압박전략의 일환이었다. 1976년 비동맹 정상회담에서도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제기했다. 이후 김일성은 1986년 6월 ‘조선반도에서의 비핵지대, 평화지대를 창설할 데 대한 제안’을 발표하고, 같은 해 9월 ‘조선반도에서의 비핵·평화를 위한 평양국제회의’에 80여개 국가 대표들을 초청, 전 세계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핵무기 야망을 분식하기 위한 속임수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반도에서 사실상 미국이 핵무기를 철거하고 반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가지고서 접근 및 통과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 엄밀히 말해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이 마침내 종점이 북한 비핵화인지 아니면 한반도 비핵지대인지 모호한 버스에 탑승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미증유의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종착지도 불분명하고, 짙은 안개(사찰, 검증 등)로 시야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여정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남북한을 포함한 유관 당사국들의 속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마케팅과 선전이 다르듯, 비핵화와 비핵지대 역시 다른 개념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관련국들은 비핵화와 비핵지대 중 택일을 하고, 동시에 선택한 것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해야 한다. 그래야 핵무기가 없는 전경(全景)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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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는 거친 속담이 있다. 미국 대통령에게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가 그렇다. 살릴 수 없다. 법적으로 평가하면, 법적 구속력이 없다. 애시당초 법률이 아니었다. 정치적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여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을 제창함으로써 생명을 다했다. ‘남북 교역 중단’과 ‘신규 투자 불허’를 내용으로 하는 5·24는 새로운 남북 선언들과 양립할 수 없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면서, 과거로 사라진 밤이다. 해제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5·24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보면서, 대북 제재에서 법치주의가 시급함을 확인한다. 애초 이명박 정부의 5·24는 초헌법적이었다. 헌법에서 정한 긴급명령권 발동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남북교류협력법도 지키지 않았다. 법치주의자라면 이 점을 먼저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죽은 5·24를 놓고 ‘해제’니 ‘승인’이니 말을 하는 현실이다. 법치의 취약한 곳을 본다. 법치는 사람의 몸과 같이 하나로 통합된 유기체와 같다. 한 곳이라도 바로 서지 못하면 전체가 탈이 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뒷줄 가운데)과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앞쪽 왼쪽)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도 배석했다. CBS 카일리 애트우드 기자 트위터

 

이미 죽은 5·24를 놓고 논란을 벌일 만큼 현실은 한가하지 않다. 대북 제재의 불확실성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서 드러난 불확실성과 과잉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정책을 삼켜 버리는 일이 없도록 대북 제재 해결 매뉴얼이 필요하다.

 

남북 교류협력의 일선 현장은 대북 제재의 불확실성과 과잉 적용으로 인하여 매우 혼란스럽다. 문 대통령의 평양 공동선언에서의 남북 경협 자체가 제재로 인하여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조차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대표적이다. 북한 방문에 꼭 필요한 여행경비도 제재 대상인지 논란이 될 정도이다. 특히 은행업은 자칫 미국의 대북 제재 위반이 될지도 모른다는 초긴장 상태에 있다.

 

제재의 불확실성과 과잉 적용은 미국 독자 제재에서 더욱 심각하다. 미국의 제재에서는 제재 대상인지, 아니면 제재 대상이 아닌 예외사항인지, 대상이지만 면제해 줄 수 있는 사항인지 거미줄처럼 복잡하다. 제재를 집행하는 미국 정부의 재량권도 매우 넓다.

 

미국법은 본디 미국 밖의 한국인에게는 관할이 미치지 않는다. 미국 법에서 총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하니 나도 총을 갖게 해 달라고 경찰서를 찾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북 제재는 금융기관 제재라는 통로를 통해 그 불확실성을 한국에 증폭시킨다.

 

은행은 달러 국제결제망 속에서 영업을 하기에 미국계 은행에 결제용 달러 계좌를 갖고 있다. 미국계 은행에 있는 계좌에는 미국 제재가 미친다. 미국 제재법은 고의로 북한과 관련된 ‘중대한 거래’에 협력한 은행들에 대해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해당 은행이 미국계 은행에 예치한 달러 계좌를 압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 은행도 적용 대상이다. 만일 한국의 은행이 미국계 은행에 예치한 달러 계좌가 동결되면 외환 거래가 불가능한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은행의 초긴장이 이해된다.

 

법치가 가장 필요한 곳이 안 보인다. 제재의 불확실성이 문 대통령의 선언 이행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법치로 대응해야 한다.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의 공식적 해설을 법치가 담당해야 한다.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통일적 적용 기준을 한국이 먼저 마련해야 한다. 유엔과 미국이 협의하여 한국의 은행, 기업, 개인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한국의 은행들이 미국 제재를 적용받는 ‘중대한 거래’가 금액 기준으로 몇 달러부터인지 미국과 조속히 협의해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은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미국의 대북 제재는 한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인 관광객이 북한에 머무는 숙박비와 관광가이드 비용을 북한 사람에게 지급한다고 해서, 북한 사람에게 ‘대량 현금’을 주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유엔과 미국의 제재에서도 가능한 금강산 관광 방식을 만들 수 있다.

 

나아가 한국의 법치를 국제적으로도 확장해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동결하고, 핵실험 시설을 해체하는 것과 조응하여 유엔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더 간명하게 해야 한다. 특히 북한에 일절 외국 은행 지점을 설치할 수 없게 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도 해제해야 한다. 북한 경제가 국제경제 속에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대북 제재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여 문 대통령의 평화 선언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 핵심은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적용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대북 제재 해설 매뉴얼이 필요하다. 이것을 가지고 미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서, 우리 기업과 은행에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비핵화는 선언만으로 오지 않는다. 법치가 함께 필요하다.

 

<송기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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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캐버노가 미국의 새 연방대법원 대법관으로 취임했다. 그의 인준이 가결된 후 미국에서는 민주주의가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깊은 우려가 여러 지면을 통해 표명되었고 그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캐버노가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에 이어 추행 혐의들이 추가되면서 그를 대법관으로 종신 임명하는 것에 격렬한 반대가 일었다. 혐의를 폭로한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 교수의 청문회 증언이 생중계되고 다수가 포드의 신빙성을 인정했지만, 위원회는 11대 10으로 캐버노 인준안을 상원으로 넘겼고 인준은 10월6일 50대48로 가결되었다. 혐의들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절차적 도구로 전락하고 사법정의의 이상이 당파적 이익에 쓸려나가는 일이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27년 전 애니타 힐이 당시 대법관 후보 클래런스 토머스의 성희롱을 폭로했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건의 기시감이 주는 피로는 특별하다. 엘리트 남성의 특권을 사수하는 장면이 최고권력의 장에서 다시금 공공연하게 펼쳐졌고 정치화된 사법권력은 향후 수십년간 미국의 일상을 좌우하게 되었다. 미국적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신봉하는 미국인들은 이 일을 트럼프가 가속화한 그 가치의 쇠락을 치명적으로 가시화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여기는 듯하다. 어떻게 그런 인물이 대법관이 될 수 있는가를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그런 인물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그런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2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체비체이스에 있는 자택을 나서고 있다. 체비체이스 _ AFP연합뉴스

캐버노는 부유한 로비스트의 아들로 특권적 교육을 받고 자라 할아버지의 모교인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법관이 됐다. 자기의 명예를 증명하지는 못하면서 청문회에서 명예손상에 대한 분을 억누르지 못했던 그는,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던 최상류층 백인 남성의 자아도취와 뿌리 깊은 여성혐오를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는 지명을 철회하기는커녕 그에 대해 질문하는 여성 기자들을 모욕했고, 의회 건물 안 엘리베이터에서 상원의원에게 호소했던 성폭행 피해여성 두 명 역시 전문 시위꾼, 무례한 비명꾼이라고 모욕했다.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여성을 성적으로 정복하는 방식을 자랑삼아 늘어놓고도 대통령이 되어 연일 사실을 호도하는 정치를 하면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트럼프야말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지위에 오른 백인 남성의 표본이다.

 

게다가 캐버노는 현직 대통령의 민사소송 면책 및 형사기소 면제권에 대한 글을 법학전문지에 기고한 바 있다. 그는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호텔의 노사 문제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했고 6년 전에 애틀랜틱시티의 트럼프 소유 플라자 호텔 카지노 직원들의 노조운동 방해를 지지하는 판결을 하는 등 권력의 편에 서는 판결을 꾸준히 해왔다. 러시아게이트로 특검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트럼프에게 캐버노 대법관이 일종의 보험 같은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가 캐버노를 지명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캐버노를 지지한 11명의 법사위원회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유감을 표명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대한 ‘그들만의 공감’은, 트럼프 정권하에서 미국의 보수 엘리트 남성들이 서로를 면책하면서 그들의 특권에 대한 위협을 어떤 자세로 바라보는지를 드러낸다. 동시에 그들은 정직한 아들들과 착한 남편들이 허위 폭로에 의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식의 호소로 대중의 두려움을 자극하고 공감을 요구한다. 보수 권력이 성 불평등과 성폭력 문제를 역으로 활용해서 남성 기득권을 옹호하는 방식은 이민자들이 시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공동체의 문화를 교란하며 성소수자들이 건전한 가족의 윤리를 파괴하고 질병을 초래한다는 식의 정치적 혐오 수사와 일맥상통한다. 캐버노 사건은 특히 미국에서 오랫동안 권력의 최상층부를 차지해 온 엘리트 집단이 배타적으로 특권을 강화하면서도 그 특권을 예외가 아닌 규범으로 만들었으며, 규범화된 그 특권을 정당화하는 제스처로서 대중을 상대로 여성과 소수자들을 억누르고 폄하하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11월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트럼프와 공화당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것이다. 국제정세 속 우리의 남북관계가 트럼프의 정치적 전략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미국의 정치상황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재력과 권력의 공고한 세습구도가 사법제도와 정치를 특권층의 도구로 만드는 포스트민주주의 시대 권력의 문제가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가 수십년 전으로 퇴행시킨 미국 공적영역의 젠더 감수성이 보수 엘리트의 포퓰리즘이라는 역설과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은, 포스트민주주의 권력의 자기방어가 성평등의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을 우려하게 한다.

 

<윤조원 고려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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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비핵화 담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재 완화 기류를 견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approval)’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한 것은 지나치다. ‘approval’은 승인 또는 허락, 일상적으로는 재가라는 뉘앙스가 포함돼 있어 주권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쓰는 것은 외교적 결례다.

 

5·24조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독자적 조치다. 북핵 문제와 무관한 만큼 미국이 간여할 사안이 아니다. 5·24조치를 해제한다고 해도 해당 사업들이 대부분 유엔 안보리의 제재대상인 만큼 당장 실행할 수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동맹국을 경시한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의 취지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불상사는 강경화 장관의 미숙한 국회 답변이 원인을 제공했다.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강산관광은 5·24조치 때문에 못 가는 것 아니냐. 5·24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의에 강 장관이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답한 것이다. 5·24조치는 금강산관광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숙지하지 못한 답변이다. 강 장관은 또 ‘남북정상회담 후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남북군사합의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느냐’는 질의에도 “맞다. 충분한 브리핑을 못 받은 상황에서 여러 질문이 있었다”고 했다. 마치 한·미 간에 큰 이견이 존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답변도 ‘몇 차례 통화해 의견교환을 했다’고 하는 게 사실에 부합한다. 문제의 통화가 남북정상회담 전에 이뤄졌다는 사실도 강 장관은 알지 못한 듯하다. 이 모두 강 장관의 정무적 판단과 업무파악 능력에 의문을 갖게 하는 장면이다. 남북관계·외교 현안은 답변의 뉘앙스에 따라 오해를 부르고 파장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3자회담을 열어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남북도 경협 재개를 위해 부분적인 제재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재 해제를 뒤로 미루며 북한을 압박하려는 미국과의 불협화음이 일 개연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럴수록 한·미 간에 더 밀도 있는 협의를 하되 상호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외교적 품위를 잃는 행동은 비핵화에도 도움이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정간섭성 발언을 삼가고, 정부 당국자들은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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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한번 만나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청와대가 지난 9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8일(현지시간) 교황청을 공식 방문하는 문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어서 방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오찬을 한 뒤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이야기하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정상회담 때 방북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달 25~28일 바티칸에서 교황청의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고 1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보름가량 시일이 지난 만큼 검토를 끝낸 교황이 문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방북 여부와 구체적인 방북 희망 시기를 밝힐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매우 긍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교황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들여 방북 용단을 내려줄 것을 희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들어 한반도의 주요 국면 때마다 기도와 축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1일 부활절 미사에서 교황은 “예수의 씨앗이 한반도를 위한 대화의 결실을 맺어 지역의 조화와 평화를 증진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인 29일 미사 때는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인 결과와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대화를 추진한 양쪽 지도자들의 용감한 헌신에 나의 기도를 덧붙인다”고 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10일 미사에서는 “우리 모두 성모 마리아가 한반도에 임해 이 회담을 인도하기를 기도하자”고도 했다. 교황의 언어에 오랜 고난의 땅 한반도에 대한 각별한 감정이 이입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콜롬비아 평화협정 타결 등에 막후 역할을 해왔다. 이런 이력으로 본다면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대전환의 흐름을 굳건히 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은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종교의 자유 등 인권 분야에서 실질적인 개선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만큼이나 인권 개선도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교황을 초청한 데는 앞으로 이런 노력을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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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 중국 공안의 2인자인 멍훙웨이(孟宏偉)가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Interpol)’ 총재 후보로 출마했을 때 국제사회는 고개를 갸웃했다. 1984년 대만을 옵서버로 밀어내며 인터폴에 가입한 이래 소극적으로 활동해온 중국이 갑자기 총재 후보를 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당시 중국은 회의에조차 잘 참석하지 않던 터였다. 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멍 총재는 임기 4년의 인터폴 수장 자리를 꿰찼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국가들의 경찰 고위직을 초청해 선거운동할 자리를 깔아줬다. 회원국 기여금으로 운영되는 인터폴로서는 중국의 막대한 지원 약속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중국의 인터폴에 대한 관심은 시진핑 주석의 부패 척결과 궤를 같이한다. 해외 도피자들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인터폴의 활용 가치를 눈여겨본 것이다. 해외 소수민족 활동가들의 동향 파악에 인터폴 정보망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멍 총재 당선 이듬해인 2017년 베이징 인터폴 총회에서 드러난다. 시 주석은 장장 30여분간의 연설에서 “중국이 국제 형사 공조에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를 일소하고 공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종의 ‘공안굴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멍 총재의 인터폴 장악은 쉽지 않았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멍 총재를 미주와 유럽 국가들이 견제했다. 특히 멍 총재와 독일 출신 위르겐 슈토크 사무총장 간 치열한 ‘인터폴 내 암투’는 진행 중이었다.

 

그런 멍 총재가 지난달 부인에게 칼 모양의 이모티콘과 함께 ‘내 전화를 기다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은신한 범죄자를 찾아내는 국제경찰이 자기 조직의 총수를 찾아야 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부인이 기자회견을 한 뒤에야 중국 공안이 그의 구금을 확인했다. 멍 총재의 체포를 실각한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연관시키는 시각이 많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렇게 공들여 따낸 국제기구 수장 자리를, 국가 체면을 구겨가면서까지 버려야 할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시 주석의 권력기관 장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방증인 것만은 분명하다. 또 어떤 흑막과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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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행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폴더 인사’다. 지난 1일 김책공대를 방문해 교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신년사, 전국노병대회 행사에 이어 올 들어서만 3번째다. 무오류의 최고존엄, 절대적 존재가 주민들에게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하는 모습은 낯설다. 소탈하고 겸손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노력일 터이다. 평양 정상회담 때 그는 남측 인사들 앞에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진정성이 묻어난다.

 

김정은의 비전이 빛을 보려면 내부적인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해외에 있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비핵화 협상에서 누군가 양보해야 한다면 그것은 북한이다. 북한으로서는 불만스러운 현실이다.

 

북한은 비핵화-종전선언 프레임부터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했고,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되자 위협을 느낀 미국의 필요로 비핵화 협상이 열리게 되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비핵화 협상은 비핵화-적대정책 철회 프레임이 돼야 한다. 북한은 특히 체제보장이란 용어에 반발한다. 자주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보호국 취급을 받는 것을 모욕으로 느낄 만하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입장일 뿐이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는 불법적으로 핵개발을 하고 위협한 것은 북한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또한 핵개발은 용인할 수 없으며 제재와 압박으로 응징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도 공유한다. 양측의 논리는 타당성과 허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방어용이라면서 핵위협을 하는 북한이나, 북한을 협상상대가 아니라 항복대상으로 보는 미국 둘 다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이런 논쟁은 허망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과성과 책임을 가릴 필요가 있다. 한쪽 의견이 부풀려져도, 과소평가돼도 안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비핵화 협상이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른 시기에 열기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가장 눈에 띈다. 곧바로 실무협상을 통해 시간과 장소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미의 협상 태도가 달라진 것도 고무적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사찰 허용 등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다. 미국은 선 비핵화 입장에서 비핵화하면 상응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비핵화 협상이 비로소 일방주의에서 상호주의라는 정상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타협의 여지는 좀 더 커졌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미국 조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반대파와 대북협상 반대파가 더 많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비핵화 협상은 난맥상을 면치 못했다. 사례를 보자.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 압박(“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1년 내 비핵화를 약속했다”, 8월5일 존 볼턴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김정은 “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 약속(9월5일)→트럼프 “북 비핵화에 시간게임 않겠다”(9월26일). 북한이 허들을 넘어서자 미국이 더 높아진 새로운 허들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을 대표하는 인사도 매번 달라진다. 트럼프는 찬성하는데 행정부의 누군가는 비상벨을 누른다. 트럼프가 북한의 제안을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는데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식이다. 조직적 저항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니 트럼프가 “김정은을 사랑한다”면서 “슬프지만 제재는 강화하겠다”는 모순적 대응이 나온다.

 

누군가 양보하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은 진전되지 않는다. 이것이 1차 북·미 정상회담 후 지난 4개월간의 뼈저린 교훈이다.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미국 개최를 제안하기를 권고한다. 미국의 안방을 찾아가 반북세력과 회의론자들 앞에서 비핵화 의지를 역설한다면 그것마저 부정하고 불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급적 미 중간선거 이전에 가는 게 좋지만 이후라도 나쁘지 않다. 북한에는 체제와 2500만 주민의 생존과 번영이 걸린 중대사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반도 전체로는 70년 냉전과 대결을 끝장내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물론 미국행이 불가능한 이유는 차고 넘칠 것이다. 빈손 방미 가능성도 있고, 미국에 무릎을 꿇을 수 없다는 결기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위험과 불이익을 합해도 미국행 결단의 명분과 당위에 비교할 수 없다. 안전 문제가 걸린다면 문 대통령과 함께 가면 된다. 워싱턴에서 남·북·미 지도자들이 종전선언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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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4일 총리 관저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만나 “(아베 내각) 역대 최고인 5명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차관급 인사에서 부(副)대신 25명 중 여성이 지난 개각 때보다 2명 늘어난 5명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25세 이상 여성 취업률은 미국을 웃돌고, 임원 수도 정권 발족 전보다 2.5배 늘었다”고 덧붙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일본은 여성 활약 면에 세계의 챔피언 같은 존재”라고 덕담하면서도 일본이 노동시장에서의 성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한 명이자 선도적인 여권(女權) 옹호자로 꼽힌다.

 

아베 총리가 라가르드 총재 앞에서 낯간지러운 자랑을 한 이유가 있다. 지난 2일 출범한 4차 아베 개조(改造) 내각에서 각료 19명 가운데 여성이 단 한 명밖에 없는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부대신에 여성을 늘렸다고 자랑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정무관(차관급) 인사에서 여성은 지난번보다 1명이 줄어든 1명이다. 한 일본 언론인은 “부대신은 큰 권한이 없다”며 “개각이 파벌의 의향에 얽매였고 여성 각료가 적다는 비판을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선진국이다. 하지만 이런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와 경제에서 여성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에선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4위를 차지했다.

이번 개각에서 이런 상황이 재확인됐지만, 단지 그것만이 아니다. 아베 정권의 ‘본심’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여성 활약’을 간판 정책으로 적극 홍보해왔다. 실제 정권 출범 당시 여성 각료가 5명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개각 때마다 여성 각료가 3명, 2명으로 점차 줄어들어 이번에 달랑 1명이 됐다.

 

지난해에는 국제여성회의(WAW)를 유치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초청했다. 아베 총리는 이방카가 설립에 관여한 ‘여성기업가기금 이니셔티브’ 기금으로 5000만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 연설에서는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말했다.

이번 개각으로 그런 ‘여성 활약’ 구호를 내팽개친 셈이 됐다. 아베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개각 후 기자회견에서 “(여성 각료의 수가) 적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여성 각료인 가타야마 사쓰키 지방창생상에 대해 “2명, 3명 몫의 발신력을 갖고 일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가타야마 지방창생상에게 2명, 3명 몫의 권한을 줄 리 만무하다. 오히려 여성이 2명, 3명 몫을 해야만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일본사회의 풍토만 부각시킬 뿐이다.

 

아베 총리는 심지어 “일본은 여성 활약 사회가 막 시작돼 앞으로 점점 입각할 인재가 자랄 것”이라고 했다. 발족 6년이 다 돼가는 정권이 할 말인가 싶다. 정말 생각이 있었으면 그동안 여성 의원과 관료를 늘릴 수 있었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여성후보자 비율은 전체 17.7%에 훨씬 못 미치는 7.5%였다.

 

‘1억 총활약 사회’ ‘일하는 방식 개혁’ ‘사람 만들기 혁명’…. 아베 정권은 그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신조어를 잇달아 만들어 정권의 치적을 강조하고 비판을 피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개각을 통해 적어도 ‘여성 활약’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오히려 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에 대해 “함정에 빠진 거라는 의견도 많다” 등으로 옹호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건재한 게 정권의 본질에 가까운 게 아닐까.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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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별도로 조만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루어질 전망”이라며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저는 그 모든 과정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또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전망하면서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한다.

 

북·미관계가 중대한 진전을 보이고 있음은 속속 확인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을 곧 미국 사찰단이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2차 정상회담도 세부사항 합의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며 회담 개최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제는 김 위원장이 뒷걸음질치기 불가능할 정도로 비핵화를 통한 경제건설 대열에 들어선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폼페이오가 방북 직전 북한의 비핵화 후 일정으로 평화협정 체결과 중국의 참여를 언급했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찾아가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최근 악화된 미·중관계를 접어둘 정도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중국의 지지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러·일의 움직임도 드러났다. 김 위원장의 방러는 경제협력뿐 아니라 북한이 정상국가의 길을 완성했다는 의미도 된다. 거기에 북·일이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정상화를 모색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그야말로 천지개벽하는 셈이다. 동북아 세력균형 틀이 달라지게 된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일·러의 입장이 한국이나 미국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북·중·러 3자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넘어 동북아 냉전대결 구도를 종식하려면 관련국들의 협조와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특히 중국을 평화협정에 참여시켜 한반도 합의를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비핵화뿐 아니라 이후 한반도 안보구도에서도 중요하다. 러시아도 안전판으로 들어와야 하고, 북·일 간 관계 정상화도 필요하다. 정부는 북·미 협상 촉진자로서의 역할 외에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도 강화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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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평양을 방문,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종전선언 문제를 협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 후 오찬을 하면서 “오늘은 양국의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매우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이번 방북에서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아직 할 일이 많지만 오늘 또 한 걸음 내디뎠다”고 말했다. 이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개최키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며 “양측은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 진행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핵화 논의가 구체화되고 2차 정상회담을 둘러싼 양측 간 협의가 진전된 것을 주목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7일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지난 7월 이후 3개월여 만이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북·미가 이번 폼페이오의 방북을 통해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조응 문제를 어떻게 논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짧은 방북 일정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 두 사람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비핵화 조치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만은 분명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으며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북·미 양측이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빠른 시일 내에 협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북·미가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큰 틀에서 의견을 모은 것은 물론 북한 핵 폐기 조치가 미국 정부의 참관을 거론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는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고집하면서 종전선언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를 언급한 것은 중대한 진전이다. 북·미 양측이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조치와 종전선언을 주고받는 빅딜에 합의했거나 조만간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미국 측이 한국의 중재 역할에 각별히 사의를 표한 것도 방북 결과가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폼페이오는 이날 “한국이 비핵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곧장 여기로 왔다”며 이 점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의를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해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입장을 이끌어낸 것이 논의 진전의 결정적 전기가 되었다는 의미다. 이번에 북·미가 공감한 비핵화 방향이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제시한 핵신고 유예 방안을 담고 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미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2차 정상회담은 북·미가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맞교환을 마무리함으로써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완성하는 행사다. 향후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에 대한 협의를 실무협상단을 통해 하기로 결정까지 했다니 큰 난관은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까지는 긴 여정이 남아 있다. 당장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금과 같은 대화 모멘텀을 이어간다면 해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금강산관광 중단을 내용으로 하는 5·24조치 등 일부 제재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추가 협의를 순조롭게 마무리함으로써 연내 종전선언을 넘어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단계로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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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비핵화 추진에 대한 신뢰성을 보여주기 위해 몇 가지의 선제조치를 취했다. 2017년 11월 ICBM인 화성-15형 시험발사 후 미사일 시험발사도발의 지속적 중단, 5월 풍계리 핵시험장 폭파, 그리고 동창리 서해발사장에 위치한 미사일 대형액체로켓엔진 시험시설의 파괴와 위성발사장 관련시설의 해체를 추진했다. 현재 북한은 이러한 선제조치에 대해 미국의 상응조치가 없다는 판단하에 중단한 상태로 보인다. 지난 9월 남북정상은 3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도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동창리 액체로켓엔진의 시험시설은 미사일 엔진의 성능과 연소특성 등을 측정하는 수직연소시험시설(Vertical Test Stand)로서 이를 파괴한다면 상징적인 홍보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험시설을 재구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주목표 중 하나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화성-15형)용 백두산 엔진을 개발한 상태에서 이러한 대형 액체로켓엔진 시험시설의 필요성은 낮아졌다.

 

한편 동창리 발사장의 발사대는 위성발사체를 위한 것이지 미사일 발사대는 아니다. 동창리 위성발사장을 폐기한다면 북한은 지난 10년 이상 개발해왔던 위성 및 발사체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는 홍보를 할 수 있다. 현대의 미사일은 동창리 발사대와 같은 고정 발사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동창리 고정 발사대는 이미 수많은 감시정찰자산에 의해 추적되는 터라 미사일 발사 전에 발사징후를 포착해 선제타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도 스커드와 같은 단거리미사일로부터 화성-15형 ICBM까지 이동식미사일발사대를 사용하여 발사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선제조치는 북한 핵무기 비핵화와의 연계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은 현재까지 북한이 취한 선제조치가 비핵화와의 연계성이 낮은 핵심을 비켜 가는 프로세스로 간주하는 듯하다. 또한 전문가의 참여 없이 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한 것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시 복구하거나, 핵시험장의 지반 약화로 인한 자동 폐기로 여기기 때문에 이를 선의로 받기 어렵다는 의미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목표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제시했으나, 북한은 전쟁 패전국에나 요구하는 원칙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지난 7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직전 비핵화 목표로 새로운 용어인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핵폐기)’를 등장시켰다. ‘불가역적인’이란 용어를 삭제하고 ‘검증’에 무게를 둔 목표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과 미국의 상호신뢰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비핵화 목표에 대한 언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비핵화 목표나 비핵화 시간보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작이라도 해보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비핵화 핵심을 비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초기 행위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등에 대한 신고이다.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북한이 다시 핵무기 관련 신고에 대해 강력한 저항감을 나타내자, 현재는 영변시설의 폐쇄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방향의 비핵화 초입단계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핵탄두미사일로서 한국에 위협이 되는 미사일은 ICBM이 아닌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노동미사일이나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북극성-2형과 같은 중·단거리 미사일이다. 미국은 실제 자국의 안보와 관련이 있는 장거리미사일인 ICBM의 발사중단 모라토리엄과 비핵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중단거리 핵탄두미사일은 비핵화 협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어, 비핵화 협상에서는 이러한 사항도 반영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비핵화 프로세스의 정체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에 기인한다. 양측은 각자 비핵화 협상의 핵심에서 벗어나 원론적인 선제조치와 상응조치만 요구하고 있다. 서로 과거와 같은 속임수에 당하지 않겠단 잠재의식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과 미국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영근 |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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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핵능력을 과거핵·현재핵·미래핵으로 나누는 분류법이 등장했다. 과거핵은 이미 완성해 놓은 핵무기·핵물질을, 현재핵은 진행 중인 핵프로그램을, 미래핵은 핵·미사일 실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언론은 물론 상당수의 전문가와 청와대 고위 관계자까지 이 분류법을 따른다.

 

분류의 근거는 둘째치고 일단 용례와 개념이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 혼란을 일으킨다. 특히 이 분류법으로는 무엇이 현재핵이고 무엇이 미래핵인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이 진행 중인 핵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의 일부인 핵·미사일 실험을 따로 떼어놓고 하나는 현재핵, 다른 하나는 미래핵이라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과거핵은 원래 북한이 비밀 핵활동을 통해 은닉한 플루토늄을 말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992년 처음으로 영변 핵시설을 사찰했을 때 북한이 제출한 보고서와 IAEA의 사찰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견됐다. IAEA가 미신고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북한이 이에 불응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버림으로써 시작된 것이 지금의 북핵 위기다. 이때 북한이 감추려던 과거 핵활동을 지칭했던 말이 과거핵이다.

 

북핵 협상이 시작되면서 현재핵·미래핵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협상 순서 때문이었다. 당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영변 핵시설을 동결시키는 것이었다. 북한이 질적·양적으로 핵능력을 점점 고도화시키는 ‘수직적 확산’을 막으려면 원천이 되는 핵물질 생산을 가장 먼저 차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보유 중인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반출하는 것은 그다음 단계 목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과거 핵 의혹을 규명하는 순서로 협상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편의상 영변 핵시설과 핵프로그램을 미래핵으로, 북한이 보유 중인 핵물질과 핵무기를 현재핵으로, 북한의 과거 불법 핵활동을 과거핵으로 지칭한 것이다.

지난 25년간 북핵 문제를 다뤄왔던 사람들 사이에는 이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공통인식이 이미 형성돼 있다.

 

그걸 갑자기 바꿔 쓰기 시작하니 혼란과 오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식적으로 규정해 놓은 것도 아니고 그저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상 쓰던 말인데 이렇게 혼란을 일으킬 바엔 차라리 쓰지 않는 게 좋겠다.

 

<정치부 | 유신모 simon@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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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가 연속 3선을 했다. 전후 일본에서 최장기 자민당 총재 및 총리로 기록되게 된 것이다. 자민당의 각 파벌이 현직자인 아베의 서슬에 눌려 지지를 표명하는 가운데 유일한 대항마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아베의 승리는 예상된 것이었으나 의외로 고전했다고 평가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자민당 현직 국회의원 405표와 전국의 당원 및 당우 405표를 합한 810표를 가지고 치러진다. 아베를 지지하는 의원은 80%인 329표, 이시바를 지지하는 의원은 73표였다. 당원 및 당우 중 55%는 아베를 지지했고(224표), 34%는 이시바를 지지했다(181표). 결과는 553표 대 254표로 아베가 승리했지만 아베를 견제하는 표가 예상외로 쏟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05표로 환산된 일반 당원투표(유권자 104만여명)에서 아베는 224표, 이시바는 181표를 얻으면서 접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아베의 장기집권에 대한 권태가 만연해 있다. 모리토모학원과 가케학원에 아베가 특혜를 준 ‘모리·가케 스캔들’은 그간 아베 정권을 흔들어왔다. 아베는 고위 관료들을 동원해 거짓말과 증거인멸을 하는 등 더욱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해외 파견 자위대의 일지 개찬 문제 등 아베의 일관된 거짓과 엉터리 답변으로 아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가운데)가 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4차 내각 각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_ AP연합뉴스

 

외교 면에서도 오로지 미국 일변도의 비굴한 외교로 일관해 일본의 국시인 평화주의에 역행하는 개헌과 군국주의 부활의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대북 문제에서는 미국보다 더 강경한 제재론을 주장하여 남북 화해에 반대하고 방해해왔다. 우리 겨레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영토·영해 문제에서 호전적이고 확장주의적인 입장에서 배외주의적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자, 외교적 고립의 위기를 느낀 일본은 최근에 와서 갑자기 방북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기회주의적이고 비겁한 아베의 진면목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렇듯이 정치·외교에서 정의, 신의, 신뢰라는 윤리를 비웃는 저열한 아베 정권이 전후 일본 정치에서 최장기 정권담당자로 군림하는 이유는 야당이 분열하고 약세라는 사정과 그런 선거제도와 정치구조를 만들어온 뿌리 깊은 문제도 있지만,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에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7월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의 합동 여론조사에 의하면 아베의 정권운영을 ‘지지’한다고 한 자가 다수를 차지했으며, 특히 젊은 10~20대 남성의 73%와 여성의 61%가 지지를 보냈다. 이것은 대졸자 취업률이 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무조건 돈을 찍어대고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아베노믹스’를 배경으로 고용 개선이나 경기 회복이 진행된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단카이(團塊)세대로 일컬어지는 60대 이상에서 지지하는 자가 40% 정도로 가장 낮았다.

 

문제는 한국이다. 정권 출범 이래 70% 안팎을 자랑하던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올해 8월에 급락하고 여론조사에 따라서는 50%를 하회하는 수치마저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경제 문제가 크다. 전기요금 누진제, 은산분리, 최저임금 문제와 중소기업의 반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야권의 대대적인 비난 공세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로 인해 젊은층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청렴결백하고, 약자에 대한 깊은 공감을 지니고 있으며, 평화를 지향하고, 뜨거운 민족적 사랑을 가진 대통령이다. 아베의 저열함에 비할 바가 없는 훌륭한 정치가이지만, 취업이 잘 안된다고 젊은이들의 지지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취업이 안되는 당사자는 불안한 마음에 무슨 짓이든지 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일본 노동시장의 저변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나 비정규직 고용이 40%를 넘으며, 비대한 서비스업에 노동인구가 흡수된 측면도 있다. 내가 보기에 한국 경제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서울의 물가는 오히려 도쿄보다 비싼데도 다들 수준 높은 소비생활을 즐기고, 해외여행하는 사람들도 연간 3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며칠 전에 만난 일본의 한 신문기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특별히 나쁜 처지에 있다기보다는 기대치가 높은 거 아닐까요?”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일류기업 급여 수준이 너무 높은 것 같다. 일본의 취업자 초봉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크지 않다. 한국에서는 일류기업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일본에서는 바라볼 수도 없는 30~40평짜리 아파트에 들어가 아주 높은 소비생활을 구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류기업에 못 들어간 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전문학교 진학자 비율이 20% 내외로 수십년간 안정되어왔다. 반면 한국의 전문학교는 쇠퇴하고 4년제 대학교 진학을 선호한다. 즉 전문 기술자보다 양복 입고 펜대를 잡는 화이트칼라를 선호한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4년제 일류대학교 합격→재벌기업 취직’이 성공한 인생의 모델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 좁은 문을 향해 죽자 살자 경쟁하는 모양이다. 물론 정부는 당장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손을 써야 할 의무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경쟁에 매달리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한국 사람들의 가치관, 직업의식을 바꾸고, 인간적 자존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의 그물망에 얽혀 달싹하기가 어렵다는 근본 문제가 있어도, 과도한 경쟁체제를 완화시키고, 더불어 사는 인간다운 즐거움과 여유, 다양한 생활에 대한 각자의 만족을 실현시키는 대대적인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비단 한국 내 모순의 해결만이 아니라, 앞으로 남북 화해협력과 통일시대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와 사회조직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한 격조 높고 감동적인 연설에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자해적인 악담을 하는 ‘극우’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남북의 지도자가 서로를 대변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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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7일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미 국무부가 발표했다. 이번 방북의 핵심 예상 의제는 비핵화와 상응조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 및 의제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당일치기로 방문한 뒤 서울로 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일정이 확정됨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협상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경향신문DB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기는 당초 관측보다 앞당겨졌다. 그만큼 성과를 내려는 북·미 간 의지가 강해 보인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우리가 북한행 비행기를 타고 대화를 지속할 만큼 자신감을 느낀다”고 한 것은 미국의 기대감을 엿보게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이 사전에 정해진 점도 양측이 물밑 대화에서 상당한 정도로 의견을 접근시켰으리라는 관측을 낳는다. 폼페이오는 지난 7월 3차 방북 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국했다. 8월에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 계획이 아예 없었으며 결국은 방북 계획 자체가 취소됐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을 전후해 일본,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하기로 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관련국들의 협력을 구해야 하는 수준의 중대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 참관하에 영구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과 영변 핵시설 폐기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희망하는 일부 핵무기의 조기 폐기 방안이 협의될 가능성도 있다.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북한이 요구해온 종전선언과 제재완화에 대한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측 대화가 교착된 이후 미국과 북한은 각기 상대방의 요구와 기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비핵화가 ‘일방주의’식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고, 북한도 핵문제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체감했을 것이다. 북·미 협상 2라운드는 보다 현실적으로 상호 간의 요구를 거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선(先) 비핵화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압박적 태도를 풀고, 북한도 국제사회를 납득할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제시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빅딜’을 이뤄내야 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과를 내고,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의 로드맵을 마련하는 역사를 쓰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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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어린이들은 최근 ‘가을방학’을 얻었다. 그러나 방학과 동시에 학부모들에게는 기이한 숙제가 떨어졌다. 숙제 제목은 ‘다 같이 나무심기 릴레이’다. 중국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웨이신에서 가상의 나무를 키우는 미니 게임이다. 원하는 종자를 골라 물을 주면서 나무로 성장시킨 후 이 나무 사진을 캡처해 담임 선생님에게 보내야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다. 웨이신 친구들에게 게임을 공유해야 종자에 계속 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숙제를 완성하기 위해선 ‘다단계식 게임 영업’을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숙제는 그대로 부모의 숙제가 된다. 복잡한 첨단 숙제에 학부모들만 바빠졌다.

 

사실 이 게임은 항저우의 유명 호수인 시후의 안전, 홍수 방지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공익 광고성 프로그램이다. 학부모들은 “어려운 건 둘째치고 이 숙제가 어떤 교육 효과가 있냐” “정부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일부러 아이들이 하기 어려운 숙제를 내 학부모들을 동원한 게 아니냐”고 항의했다. 해당 교육청은 “캠페인을 알릴 목적의 숙제인 것은 맞지만 강제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중국 교육 당국은 관련 규정에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없어 학부모들이 대신해야 하는 숙제는 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론 학부모도 어려운 ‘황당 숙제’가 넘쳐난다. 이상한 사람이나 기이한 사건을 뜻하는 ‘치파’라는 단어를 써서 ‘치파 숙제’라고 부른다. 매년 치파 숙제 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올해는 질적, 양적으로 압도적이다. 중국 학부모들은 숙제와의 전쟁 중이다.

 

광둥성 불산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에게 쌀알 1억개를 세어오라는 숙제가 떨어졌다. 선생님은 학부모들이 있는 단톡방에 “오늘 1억개의 쌀을 세어오는 산수 숙제가 있으니 아이들이 숙제를 할 수 있게 독려해 달라”고 공지했다. 쌀알을 다 센 후 다음날 학교에 가져오라고도 했다. 1억개라는 말에 놀란 한 학부모가 “그걸 어떻게 세냐”고 묻자 교사는 “한 알씩 세면 된다”고 했다.

 

1초에 3알씩 센다고 가정하면 먹지도 자지도 않고 꼬박 1년간 세어야 한다. 600개 쌀알이 50g 정도이니 1억개 쌀알을 학교까지 운반하기란 ‘미션 임파서블’이다.

학교 측은 억이라는 숫자의 개념을 알게 하기 위한 숙제였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론 교

 

사조차 쌀알 1억개의 부피와 무게를 모른 채 내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치파 숙제 사례는 끝도 없다. 유치원생들에게 파워포인트로 발표자료를 제작해 오라는 숙제를 비롯해, 부모와 함께 교정을 찬미하는 시 지어오기 같은 숙제가 있다.

 

학부모에게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매주 1만자 이상의 독후감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준 학교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 학부모들은 쥐잡기, 파리잡기 등 1960~1970년대 구시대 숙제 행태에서 나아진 게 없다고 한숨을 쉰다.

 

무리한 과제뿐 아니라 과도한 학부모들의 욕심도 문제로 꼽힌다. 한 학부모는 한 달간 보이는 달 모양의 변화를 그려오라는 자녀 숙제를 대신 해주다 4㎏이나 줄었다는 글을 올렸다 뭇매를 맞았다. 자연 관찰 숙제는 아이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인데 학부모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게 아니냐는 비난이다. 이 학부모는 아이가 시킨 대로 매일 밤 12시의 달 모양을 관찰해 스케치했다고 한다. 당초 숙제에는 몇 시의 달을 그려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다.

 

아이들의 호기심, 탐구심과 함께 학습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 숙제의 본래 목적이다.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해냈을 때 이런 효과가 나온다. 형식에 치우쳐 학생들이나 학부모를 괴롭히는 치파 숙제는 좋은 숙제라고 할 수 없다. 참신하기만 하고 기준이 없으면 숙제는 수수께끼일 뿐이고, 숙제와의 전쟁도 끝나지 않는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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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타를 찾아 헤매는 언론들에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떠오르는 총아다. 1980년생 여성이 국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는 것부터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노동당 소속의 아던은 지난해 10월 총리로 취임해 관습을 깨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동거 파트너와 아기를 가진 아던은 지난 6월 딸을 출산했고, 육아휴직 중이던 7월 가족 관련 정책을 공개했다. 장소는 그의 집 소파였고 매체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의 아던은 딸을 품에 안은 채 유급 육아휴직 확대, 양육수당 신설 등 새 정책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운데)가 여성 참정권 인정 125주년 기념일인 19일(현지시간) 오클랜드 아오테아 광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1893년 세계 최초로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했다. 아던 총리는 연설에서 “오늘날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참정권 운동에 참여한) 이 여성들 덕분”이라며 “성평등 달성을 나의 최우선 순위에 놓음으로써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겠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출산을 앞둔 지난 4월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버킹엄궁에서 주최한 만찬에 마오리족 전통 의상 ‘코로와이’를 입고 참석했다. 의상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가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아던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개막한 유엔 총회에서도 어린 딸을 동반하고 회의장에 입장해 주목받았다.

 

여성 정치인이 아기를 데리고 출근하는 게 처음은 아니다. 2010년 이탈리아의 여성 의원이 유럽의회에 어린 딸을 동반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국가 정상이 유엔 총회에 아기를 대동한 것은 전례가 없다. 아던이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가 새 역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비판도 없지 않다. 아던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는 권력자다. 유엔까지 아기를 안고 간 것은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모유 수유를 포기하는 게 싫어서였다. 지난달 초 나우루에서 태평양 제도 포럼이 열렸을 때 아던은 아기와 떨어지는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전체 일정 중 하루만 소화했다. 이를 위해 당일치기 항공편을 별도 마련하도록 해 ‘혈세를 낭비했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외신들은 아던을 새로운 유형의 21세기 지도자로 치켜세우고 있다. 진보적이고 온화한 카리스마를 지녔으며 결혼하지 않은 워킹맘 정상의 출현은 전에 없던 참신한 정치문화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던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고립주의를 비판했던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애석하게도 미국에선 20세기의 구태가 되풀이됐다. 이날 미 상원 법제사법위원회에선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전국에 생중계된 이 청문회에는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가 고교생이던 1982년 한 파티에서 캐버노에게 당했던 성폭력을 증언했다.

 

캐버노는 최선을 다해 포드 교수의 증언을 부인했고 “내 가족과 이름은 가짜 고발로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했다. 과거의 잘못이 드러나 출세 길이 막힐 위기에 처한 남성이 여성 고발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장면은 낯익다. 한국이었다면 포드 교수가 그날 짧은 치마를 입었다거나, 그러길래 왜 남자들이 많은 파티에서 술을 마셨느냐는 역공이 이어졌을 것이다.

 

캐버노와 그를 비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도 여성 고발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던 지난 세기를 그리워하겠지만 세계는 느린 걸음일지라도 진보하고 있다. 여성들은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가 유력 남성들을 쓰러뜨리는 것을 목도했다. 30대 여성 정상이 아기를 안고 유엔을 활보하는 시대 또한 이전과 같은 세상일 수 없다.

 

미국 전국여성법률센터의 패티마 고스 그레이브스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의회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50만명이 워싱턴 거리를 뒤덮었던 지난해 ‘여성들의 행진’에 필적할 규모의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버노를 대법관 자리에 앉히는 데 성공하더라도 대가가 뒤따를 것이다.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최희진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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