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오는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했다. 북측은 9일 오전 통지문을 통해 판문점선언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남북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하자고 제의했고, 정부가 이에 즉각 동의해 회담이 성사됐다. 정부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구성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조속히 개최돼 북·미 간 협상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최근 북·미 간 북핵 협상은 교착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리스트 제출 등을 압박하는 미국에 맞서 제재 완화 및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동력이 없으면 헤쳐나가기 어려울 만큼 협상이 수렁에 빠져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 북한이 유엔 제재를 교묘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제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친서를 교환하며 대화의 끈을 유지했지만 불안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을에 평양을 방문하기로 한 계획을 앞당겨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면 북·미대화의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오는 9월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미가 협상을 진척시킬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먼저 제안한 점이 특히 주목된다. 그만큼 북·미 간 중재가 절실하며, 따라서 북·미 교착 상황을 타개할 의지가 강하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판문점선언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면서 연내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남북정상회담은 절실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에 성실히 임할 뿐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 의전을 갖춘 평양 방문이 아니라 실무형 판문점 회담도 좋다. 문 대통령의 이번 중재역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북·미 양측을 모두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제안을 만들어야 한다. 종전선언과 핵무기 리스트 제출을 동시에 하는 방안도 제안해봄 직하다.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합의하고, 궁극적으로 북·미 양국 정상이 담대한 결정을 주고받는 장이 마련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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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벽에 부딪혔다. 올해 벽두부터 숨 가쁘게 달려왔던 변화가 교착상태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70년 고착된 분단의 갈등체제를 감안하면 난항은 당연하기도 하지만 안타까움까지 감추기는 힘들다. 2013년 이래 수년간 악화일로의 전쟁위기를 일거에 뒤집은 전격성만큼 엄청난 기대를 주었고, 전쟁위기는 평화의 소중함을 배가시켰다. 북·미의 두 정상도 싱가포르 조우가 가진 역사의 무게로 말미암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게임을 했다. 반세기 이상 묵은 불신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신뢰관계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한 이상 상호신뢰 없는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핵무기 완성 이전에는 대북 불신 속에서도 핵사찰로 비핵화를 검증할 방법이 있었지만, 완성 이후에는 신뢰만이 비핵화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새판 짜기’에 대한 헤드라인만 제시됐을 뿐인데 양국은 너무 낙관적이었던 같다.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실천사항 합의는 미군유해 송환 외엔 없었고, 고위급회담으로 미뤄졌었다. 하지만 김영철과 폼페이오의 만남에서도 상대의 양보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자국의 양보에 대한 과대평가로 말미암아 빈손으로 끝나버렸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단행했고, 유해 송환과 동창리 미사일실험장 폐쇄를 실행했으므로 미국이 양보할 차례라고 보지만, 미국은 한·미 군사훈련 취소는 물론이고, 세계최강의 패권국이 북한 정상을 만나준 것 자체가 엄청난 양보이며, 북한의 조치들은 미흡하며 전혀 등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교착이 성공을 위한 진통일 수도 있으나 오랜 불신구조의 관성으로 인해 실패의 수렁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를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부재로 몰고, 북한은 미국의 종전선언 거부를 체제보장 약속에 대한 불신으로 몰면서 지난 사반세기의 실패 구도로 복원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구조상 김정은 체제는 미국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으나, 트럼프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 없다. 북한으로서는 트럼프의 결심으로 가능한 몇 안되는 조치인 종전선언마저 얻어낼 수 없다면 제재해제는 꿈도 꿀 수 없고, 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리비아모델과 다름없다고 여길 수 있다.

 

트럼프는 9개월 이상 북한의 도발 중단과 유해 송환을 업적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에 단호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내 비판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중간선거까지 끌고 갈 심산인 것 같다. 중국도 미국의 군사공격 가능성이 없어지고, 북·중관계가 회복된 국면에서 서두를 이유가 없다. 급해진 것은 다시 남북이다.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의 연내 실현에 합의했을 뿐 아니라, 중간선거 이후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중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으며, 선거 후 미국의 국내정치에 따라 장기 교착 또는 파국을 배제할 수 없다.

 

미사용 카드가 남아있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풀지 못한 것은 다시 정상의 결단으로 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순서는 북한의 요구대로, 비핵화조치의 규모는 미국의 요구대로 맞교환하는 방식, 즉 종전선언이 먼저 나오되, 거의 동시적으로 북한은 검증과 사찰 및 핵무기 일부 폐기를 포함한 과감한 선제조치를 하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 트럼프에 과도한 의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력한 설득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 미국의 벽을 넘어야 풀린다.

 

‘진정한 평화는 강자의 양보로만 가능하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면 통일이 평화로만 느껴지지 않았었다. 참 어이없는 일이지만 초등학교 교실의 환경미화로 항상 붙어있던 남북군사력비교표, 숫자상 압도적이었던 북한의 무기들을 보며 적화통일의 위협으로 다가왔었다. 그런데 우리가 북한보다 수십배의 국력을 갖게 된 후, 통일은 아마도 북한에 위협적이었을 거다. 보수정부는 대놓고 흡수통일을, 진보정부는 개방·개혁으로 포장했지만, 위협은 같다. 비핵화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북한에 위협이 되는 비핵화는 실패한다. 약자에 대한 일방적 항복요구는 북한이 핵개발에 집착했던 이유만 재생시킬 뿐이다. 김정은의 비핵화 결심을 실현하는 건 ‘진정성’이란 신기루에 매달리기보다는, 비핵화를 유도해 낼 교환에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강자의 항복요구를 통해서가 아니라, 위협을 제거하는 교환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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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이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탄 수출국이다. 작년에 1억8000만t의 석탄을 수출했다. 이 중 한국은 유연탄과 무연탄을 합해 2600만t을 수입했다. 러시아산 석탄은 러시아 관세법에 따라 러시아 연방 상공회의소가 발급한 러시아 원산지 증명서과 함께 한국으로 수입된다. 러시아산 석탄을 수입하는 한국 수입업자로서는 러시아 기관이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를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안에 북한산이 섞여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어떤 수입업체가 북한산 석탄인지 알면서도 일부러 러시아산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해 관세청에 신고했다면 이는 관세법 위반 사건이다. 보통의 원산지 위반 사건으로, 관세청이 조사해서 밝히면 된다. 러시아도 자신의 석탄산업에 해가 되지 않게 하려고, 석탄 원산지 증명서 발급 절차를 대대적으로 점검할 것이다. 석탄 문제는 한국과 러시아의 관세당국이 철저하게 조사해서 막으면 된다. 특히 러시아 연방 상공회의소가 원산지 증명서 발급을 제대로 하도록 하면 된다.

 

그러니 지금은 석탄보다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자. 바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다.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군인들의 ‘판문점 체제’를 넘어서는 일이다. 남과 북이 함께 만드는 상시적인 상호 신뢰의 틀이다. 남과 북이 상시적 공동연락사무소 조직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함께 포괄적 교류 협력과 신뢰 구축을 치밀하게 상시적으로 마련하고 실천하는 일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올해의 판문점선언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숙원이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국제법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틀을 넘어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 국제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첫째, 유엔 안보리 제재 자체가 ‘외교관계 빈 협약’에 따라 대사관 등 외교시설을 북한에 설치할 권리를 인정한다(안보리 2375호, 27항). 국제법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외교관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유엔 회원국인 한국은 이 조항을 적극 원용할 수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 설비를 북한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 한국의 국제법적 권리다. 마치 유엔 제재상 불가능한 것인데 예외를 인정받는다는 식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회원국으로서의 외교권에 포함된 권리라는 기본 인식이 필요하다.

 

둘째, 미국의 단독 대북 제재 대상도 아니다. 미국 연방 법령도 정부 활동은 처음부터 대북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를 ‘보편적인 허가 사항’이라고 한다(미 연방 법령집 83 FR 9182, § 510.513). 미국 법이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허용하는 ‘미 연방정부의 업무’는 매우 광범위하다. 정부 기관이 권한이 있거나, 행정적 의무가 있거나 또는 자문을 할 수 있는 일체의 업무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 지역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기 위하여 하는 일체의 활동은 한국 정부 업무에 해당한다.

 

한국이 북한과 함께 북한 지역에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은 유엔 제재와 미국 단독 제재와 하등 관계없이 주권국가로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11월의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엄중한 시기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모든 일을 톱니바퀴가 서로 잘 맞물려 선순환을 이루도록 치밀하게,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유엔 제재는 필요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러나 제재만으로는 충분히 평화를 만들 수 없다. 진정한 평화는 제재가 아니라 신뢰와 정의에 기초해야 한다.

 

한국이 국제법적으로 가지는 권한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야말로 평화를 만드는 신뢰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한방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서로 정교하게 맞물려 앞으로 나갈 톱니바퀴 체계를 잘 마련해야 한다. 선순환의 톱니바퀴를 생산하는 공간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한국이 주도해서 설치해야 한다. 석탄이 문제가 아니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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