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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8.01 부활하는 ‘아베 1강’ 체제의 위험성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자민당 총재 3선이 ‘따 놓은 당상’으로 가는 흐름이다. 총리 주변에서는 남은 것은 총재 선거에서 압승해 ‘아베 1강’ 체제를 굳히는 것뿐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당내 세력 판도가 아베 총리 쪽으로 기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베 총리는 소속 파벌이자 당내 최대인 호소다파(94명), 2번째인 아소파(59명), 5번째인 니카이파(44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기에 4번째 파벌인 기시다파(48명)의 수장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 정조회장이 최근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아베 총리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과 당원이 각각 405표이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국회의원 405표, 당원 47표로 결선이 치러진다. 의원표의 60%를 확보한 아베 총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3선에 성공하면 최장 3년을 더 집권할 수 있고,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가 될 수 있다. 총리 측 바람대로 ‘아베 1강’ 체제가 탄탄대로를 달릴 가능성도 높다. 거칠 것 없이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던 1년여 전 상황이 재현되는 셈이다.

 

총리 측으로선 그렇게 된다면야 금상첨화지만, ‘아베 1강 체제’의 폐해가 커지는 건 아닌지 짚어볼 대목이다.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총리 주변에선 “따르지 않는 사람은 찬밥을 먹을 것”이라고 의원들을 공공연하게 겁박하고, 의원들도 눈치껏 줄을 선다. ‘우에서 좌를 아우른다’던 자민당의 활력은 온데간데없다. 모리토모(森友)·가케(加計)학원 스캔들에서 드러났던 ‘손타쿠(忖度·윗사람의 뜻을 헤아려 알아서 행동)’의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목할 대목은 또 있다. ‘아베 총리 3선 유력’ 보도가 나오던 즈음 실소를 자아내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자민당 소속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의원이 “LGBT(성적 소수자) 커플은 생산성이 없다”면서 이들에게 세금을 쓸 필요가 없다고 월간지 기고에서 당당히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자민당은 “각각 정치적 입장, 다양한 인생관이 있다”(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는 식으로 대응했다. 보편적 인권 문제에 눈을 감은 것이다.

 

문제는 이번 논란이 어느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 의원의 돌출 행동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스기타는 “남녀평등은 망상”이라거나, 성폭행을 폭로한 여성 저널리스트에 대해 “여자로서 잘못이 있었다”라는 등 망언을 반복해온 인물이다. 그가 선배 의원들로부터 “잘못한 게 없으니 가슴을 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듯이, 자민당 내에도 이런 인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런 인식이 일본 우익의 논리구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 우익은 전전(戰前)의 일본으로 돌아가려는 열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왕을 정점으로 하는 ‘가족국가’ 체제가 대표적이다.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이 아베 총리의 최대 후원세력이자 최대 우익단체인 ‘일본회의’다. 이들은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가는 개헌을 외치고 있고,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배와 전쟁의 역사를 뒤집으려는 ‘역사수정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스기타는 ‘소녀상 폭발’ 발언을 하는 등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는 활동도 적극 해왔다. 그가 지난 총선에서 공천받을 때 우익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요시코를 추천해줬다고 밝힌 점은 의미심장하다. 스기타 의원은 아베 총리 파벌인 호소다파 소속이다.

‘아베 1강 체제’의 장기화는 자민당의 활력만 잃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일본 사회 전반에 ‘손타쿠’와 ‘침묵’의 구조를 심화시킬 위험성도 지적된다. 최근 아베 총리와 자민당 의원들의 ‘폭우 술자리’를 비판하는 측에게 ‘거국일치’ 역공이 있었던 것은 이를 예고하는 듯하다. 조만간 스기타 같은 인물들이 더 당당하게 차별적 발언을 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