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 당국과 언론이 최근 잇따라 북한의 비밀 핵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재료인 농축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거나 핵탄두 및 핵관련 시설의 숫자를 줄여 신고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2010년부터 영변 외 제3의 장소에서 대규모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해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미 정상회담 후 소강상태였던 비핵화 협상이 막 재개된 시점에 왜 이런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2박3일간 북한을 방문, 6·12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후속 비핵화 협상을 한다고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23일만에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것으로, 양국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급물살을 탈 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폼페이오 장관이 워싱턴 국무부에서 '2018년 인신매매보고서'를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의혹은 대부분 근거가 미흡한 것들이다. 미국의 정보기관이 북한의 ‘강성’ 지역에서 2010년부터 대규모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해왔다고 보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 신문은 어떤 정보기관이 그 같은 정보를 갖고 있는지 취재원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방정보국(DIA)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65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며, 북한이 미국 정부를 속이고 이보다 훨씬 적게 신고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이 신문의 또 다른 보도도 문제가 많다. 북한 핵무기가 65개로 매우 많은 것으로 추산하지만 맞는지 알 수 없는 데다 신고도 하기 전에 축소신고를 할 것이라고 예단하며 북한에 대한 의심을 부추겼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핵관련 성실신고 여부는 국제사회 사찰과 신고, 폐기, 검증으로 이어지는 비핵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과거 미국에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을 맞을 때마다 비밀 핵 의혹이 등장했다. 1990년대 초반의 플루토늄 축소신고 의혹이나 1998년 금창리 핵 의혹 시설 논란, 2002년의 고농축 우라늄(HEU)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북·미 비핵화 협상은 모두 무산됐다. 하지만 추후 이들 의혹은 미국의 대북 강경파에 의한 거짓 정보로 밝혀지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점에서 현재 미국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의 배경과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비핵화 협상은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금명간 방북해 북측과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정상회담에서는 큰 틀의 원칙만 합의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협상은 사실상 지금부터라고 볼 수 있다.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들 때문에 비핵화의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