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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02 [아침을 열며]시진핑의 직설과 미·중 패권 경쟁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는 중국을 꿰뚫는 통찰력이 뛰어났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리콴유는 1976년부터 40년 동안 중국을 33차례 방문했다. 미국의 헨리 키신저 등 당대의 외교안보 전략가는 물론, 덩샤오핑부터 시진핑까지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그를 만났다. 그들은 중국이 어디로 갈지를 또는 가야 할지를 알고 싶어했다. 리콴유가 2015년 사망하기 얼마 전 미국의 전문가들이 찾아와 “시진핑은 중국이 미국을 대체해 세계 최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까요”라고 물었다. 리콴유의 답변은 이랬다. “물론입니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어떻게 아시아의 1인자가 되고 종국에는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최강대국, 즉 패권국가는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특정된 지역과 나라에서의 우위가 아니라 방대한 범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1990년대 초 소련 붕괴 후 미국은 세계 유일의 최강대국이 됐다. 경쟁 상대가 없는 군사력, 압도적 경제력, 전 세계로 진출한 다국적기업 등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확고했다.

 

중국이 그 지위를 넘본다. 시진핑은 4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170여년 전 아편전쟁 이후 중국 부활의 꿈에 이토록 가깝게 다가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한판 붙어 패권을 차지할 생각은 없음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강대국이 패권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중국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 행동은 DNA에 없다”(시진핑)는 식이다. 밖으론 그렇게 얘기하지만 경제력에서 미국을 압도하면 물리적 충돌 없이도 패권국가가 될 것이란 게 중국의 생각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인 2013년 ‘신형대국관계’란 표현을 썼다가 ‘신형국제관계’로 바꾸기도 했다. 미국이 싫어하는 ‘대국’이란 말 때문에 부딪치기보단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장해 판도를 휘어잡겠다는 계산이다. 유라시아 진출 계획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도 그 일환이다.

 

현재 경제성장 추세라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30년을 전후해 미국을 추월한다. 미국은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죽의 장막’을 열어젖힌 이후 중국의 발전을 돕는 ‘건설적 포용’ 기조를 대체로 유지해왔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체에서 18.9%, 대미 무역흑자는 전체 흑자액의 65%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이제 보답해야 한다며 무역불균형 시정을 요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는 중국이 기술강국이 되지 못하도록 지식재산권 침해 단죄, 첨단기술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강군몽으로 이어진다. 영토와 주권 등 핵심이익을 사수하기 위한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지만 미·중 패권경쟁은 이미 남중국해에서 불붙고 있다. 중국은 1974년 베트남의 섬들인 시사군도 점령을 시작으로 남중국해에 개입했다. 이제는 남중국해 전체의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한다. 항구, 활주로, 격납고, 레이더 등을 설치한 데 이어 지난 5월 3개 인공섬에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했다. 군사기지화가 사실상 완료된 셈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를 “이웃국가를 겁주고 협박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2015년부터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펼치고 있는 미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태평양사령부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교체했다. 중국의 핵심이익 중의 핵심인 대만에 무기판매 강화를 포함한 군사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무력시위도 주거니 받거니 계속되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주 매티스를 만나 “예로부터 병법을 아는 자는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전쟁사에 해박한 매티스는 손자병법도 줄줄이 외울 정도라고 한다. 시진핑은 그러면서 “선조가 물려준 영토는 한 치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서 손을 떼라고 직설적으로 얘기한 것이다. 시진핑은 최근 미국 기업인 등이 참석한 자리에선 미국의 무역 공세에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내놓는 게 아니라) 펀치를 날리겠다”고 했다.

 

시진핑은 이제 군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중국을 건드릴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던진다. G2(미·중)가 타협해 공존의 질서를 만들어 낼 것인가. 일단 2020년이 고비다. 그해 트럼프 재선 여부가 결정되고,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년을 맞는다. 미·중의 동시다발적 갈등이 북·미 협상으로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 평화구축 논의에 미칠 영향도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안홍욱 국제부장>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