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세기의 만남’이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다. 북·미 두 정상이 성공적인 합의를 이뤄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적대관계가 청산되는 전기가 마련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에만 남은 냉전구조를 해체하는 위대한 출발선에도 두 사람은 나란히 서게 된다. 70년간 반목과 대립을 거듭해온 양국 정상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 자체만으로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사변적 의미가 있다. 이미 두 정상이 이틀 전인 10일 싱가포르 현지에 입국해 리셴룽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등 사전 일정을 시작한 것은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 부여하는 무게감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 북한이 요구해온 ‘불가역적’ 체제안전 보장 및 제재해제가 어떤 수준에서 거래되느냐일 것이다. 두 정상이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의 전체 일정을 포괄적으로 합의하되 그 과정을 최대한 압축해 단계적·동시적으로 이행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비핵화-체제 보장의 초기 조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아낼지가 초점이 될 것이다. 북한이 통 크게 비핵화 초기 조치를 이행하고, 미국도 종전합의는 물론 외교관계 수립 일정을 합의문에 명시하는 방안이 합의될 수도 있다.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에는 눈에 띄는 점들이 적지 않다. 우선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러·몽골이 아닌 제3국을 정식 방문한 것은 1984년 김일성 주석의 동유럽 순방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 합중국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첫 상봉과 회담을 위해 중국전용기를 타고 평양을 출발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와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이라고 회담의제를 공개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외국 방문을 귀국 전에 보도한 것도 이례적인 데다 타국 항공기 편을 이용한 사실을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공개한 것도 파격이다. 체면과 자존심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김 위원장의 성향이 반영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회담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북한의 각오도 엿보인다.

 

미국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오찬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내일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 아주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발신해온 메시지는 가변적이지만 이제는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 출발에 앞서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단 한번의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회담을 ‘과정의 시작’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북한과 관계 맺는 것을 최소한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회담에 그치지 않고 워싱턴 혹은 평양에서 후속 회담을 이어가며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최종목표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트럼프의 표현대로 북·미 정상회담은 ‘미지의 영역’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 위에 두 사람이 서게 될 줄은 반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양측 당국자들의 성의있고 진지한 노력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대한 결단이 더해져 비로소 열린 길이다.

 

70년에 걸친 뿌리 깊은 적대관계와 북핵 문제가 한 차례 회담으로 일거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두 정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이 평화로 가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되기를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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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뉴스를 다루는 기자들의 일과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확인하는 것이다. 기사거리가 될 만한 돌발 발언을 트위터에서 즐겨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10분마다 한 번씩 컴퓨터 자판의 ‘F5’ 키를 눌러 트위터 타임라인을 ‘새로고침’하면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주시해야 한다. 6·12 북·미 정상회담처럼 주요한 행사를 앞둔 시기엔 더욱 그렇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선수가 트위터로 설화를 일으키자 “트위터는 시간 낭비”라고 일갈한 바 있는데,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는 그 자신뿐 아니라 전 세계 외교관과 기자들의 시간까지 축내고 있다.

 

그러나 트위터를 확인하는 외국 기자들의 수고는 트럼프가 ‘우리 대통령’인 미국 시민들과 기자들의 피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언행을 일삼는 대통령이 미국 현대사에 또 있었을까. 가장 최근의 사건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벌어졌다. 앞서 미국이 캐나다와 유럽연합, 멕시코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탓에 캐나다와 유럽 정상들은 이 회의에서 트럼프의 양보를 받아내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역 대합실의 TV 화면에 나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애석하게도 트럼프의 정신은 온통 북·미 회담에 팔려 있었다. 그는 북·미 회담을 핑계로 퀘벡에 다른 정상들보다 늦게 도착했고 일찍 떠났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도 성의가 없었다. 그는 토론에 집중하지 않고 회의장을 어슬렁거려 다른 정상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회의 마지막 날 그는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대한 지지를 (이 또한) 트위터로 돌연 철회하고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정직하지 않다”고 비난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트럼프가 공동성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일찌감치 퀘벡을 떠난 뒤, 트뤼도가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예정대로 7월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말한 게 이유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무능한 대통령을 둔 대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가 미국인의 일상에 재앙을 불러올 시간이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칼럼은 그 전조로 지난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마리아’의 사례를 들었다. 지난달 29일 외신 보도를 보면 하버드대 연구진이 푸에르토리코 3299가구를 직접 방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9~12월 마리아로 숨진 사망자는 최소 464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발표한 공식 사망자 64명의 70배가 넘는 수치다. 수천명이 숨지는 대형 재해였지만 트럼프가 무엇을 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무기력했던 푸에르토리코 정부를 비난한 것 외엔 눈에 띄는 발언이 없었다.

 

대통령이 외교·통상에서 저지른 실책이 시민들의 삶에 피해를 주기까지는 얼마간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자연재해나 신종 감염병 등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의 무능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이다. 마리아는 미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할퀴고 지나갔지만 또 다른 재난이 본토를 위협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 지식인들은 트럼프의 임기가 흘러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가 임기 4년 동안 차근차근 쌓아올린 과오와 무능이 미래의 어느날 엄청난 액수의 청구서가 돼 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무이자할부로 여기저기서 야금야금 카드를 긁었다가 결국 빚이 산더미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안타까운 대목은 이 무능한 대통령이 하필이면 ‘세계 대통령’인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대통령이 저지른 실정의 결과는 언젠가 세계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때 세계가 느끼게 될 피로감은 대통령 트위터를 새로고침하는 수고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미국 투표권이 없는 한국의 기자는 그저 차기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투표하기를 바랄 뿐이다.

 

<최희진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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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그랬듯 미국과 중국 간에도 정보 유출이 종종 논란거리로 등장한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후 미 정보 당국은 참석자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보안점검을 실시했다. 중국 쪽이 정보를 빼내간 낌새가 감지된 탓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미 고위 당국자의 일화도 도청 의혹을 뒷받침한다. 그는 호텔 방의 카드키가 작동하지 않아 자주 바꿔야 했다. 그리고 그 키를 미국으로 가져가 살펴보니 마이크가 내장돼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우정의 핀’을 선물하자 수행원 중 아무도 달지 않았다. 중국의 도청 능력에 대한 공포가 낳은 해프닝이었다.

 

‘세기의 담판’인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 싱가포르에서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데다 회의 장소가 중국의 뒷마당이다 보니 미국이 보안에 신경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 언론들도 이번에는 유달리 정보전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당국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보안을 요하는 대화를 나눌 때 반드시 휴대전화를 끄라는 지침을 내렸다. 심지어 꺼진 휴대전화도 중국이 해킹할 수 있다며 배터리를 분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특기인 미인계에 경계령이 내려진 것은 물론이다.

 

미국이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의 도청만이 아니다. 미 프린스턴대 역사학자 줄리언 젤라이저 교수는 트럼프가 유의해야 할 4가지 중 하나로 기밀유지를 꼽았다. 중·소와 데탕트를 일궈낸 리처드 닉슨과 로널드 레이건처럼 진짜 제안은 마음속에 품으라며 “이번만큼은 트윗 남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트럼프가 보안 장치가 없는 일반 스마트폰을 쓰는 것도 걸리지만, 협상의 민감한 부분까지 트윗에 날릴까봐 걱정한 것이다.

 

스파이가 캐낸 정보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말은 과장이다. 독일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눈치채고도 막지 못했다. 정보 분석가들은 독일이 역정보에 당했다고 하지만 나치 멸망은 시대정신의 결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로지 70년 묵은 적대 관계 해소만 염두에 두고 담판하면 된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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