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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아직 회담 의제와 실무 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상 회담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이다. 이제 회담의 성패는 온전히 트럼프와 김정은의 손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으로 미뤄 이번 회담은 며칠 동안 열릴 공산이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협상이 매우 잘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한 며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이 여러 날에 걸쳐 열리는 건 나쁜 소식이 아니다. 선언적인 입장 표명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종전선언 및 남·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북한과의 만남이 큰일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이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 _ AP연합뉴스

 

미국과 달리 북한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이후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일정이야 보안관계상 공개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김 부위원장의 방미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전달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북한의 침묵은 미국에 대한 압박수단이 되겠지만 회담이 임박한 지금에 와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6·12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결정된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전경. 5성급 최고급 휴양시설인 이곳은 250m가량의 구불구불한 진입로를 거쳐야 하는 데다 높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어 경호와 보안이 용이하다. 싱가포르 _ 로이터연합뉴스

 

여러 난관을 뚫고 회담이 성사된 것을 보면 김정은과 트럼프의 강력한 의지는 의심할 바 없다. 그러나 회담 성공은 의지만으로 이뤄질 순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가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먼저 비핵화-체제안전 보장의 병행 원칙이다. 이번 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것이지만 비핵화라는 동전의 뒷면은 체제 보장임을 명심해야 한다. 비핵화만 요구하거나 비핵화를 먼저 하라고 고집한다면 회담은 깨질 수밖에 없다.

 

둘째로는 상호 존중의 원칙이다. 역대 북·미대화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궁극적으로 서로를 진지한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은 사상 처음으로 양측 최고지도자가 나선 만큼 이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이를 통해 두 사람이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 회담은 절반 이상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역사적 대업을 완수하기 바란다.

 

Posted by KHross

지난 5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자 협상을 통해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방안을 밝힌 이후,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차이나 패싱’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중국은 정전협정의 서명국으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강조하는 한편 오는 8일 칭다오에서 개최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북·중·러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원하는 남·북·미·중 4자 협상이 즉각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두 번째 만난 이후 태도가 바뀌었다”고 지적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연기를 선언했던 일 이후, 남북 모두 중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 중국을 장기간 배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북·미가 비핵화에 합의한 후 경제 지원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하면,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다면, 북한 경제의 재건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 개혁·개방정책의 경험을 전수하는 데 중국보다 더 적극적인 국가는 없다.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만 향후 10년간 27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증세를 하거나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이상, 현재 우리 정부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남북협력기금(1조6000억원)과 공적개발원조(3조482억원)밖에 없다. 또한 우리 민간 기업이 정치적 위험이 큰 대규모 투자를 당장 추진할 가능성도 아주 희박하다.

 

미국이 핵무기 폐기 대가로 북한에 제공할 공식적인 경제지원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 정부 차원의 공식적 자금 지원은 군사동맹국에조차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대규모 개발원조보다는 제재 완화를 통한 미국 민간 자본의 투자 확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 배상금으로 약 200억달러(약 21조4000억원)를 지불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 총리가 국교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해결이 선행되기 전에 배상금이 지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같은 다자개발은행(MDB)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세계은행과 ADB의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가입 전에 공식적인 지원을 받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이 기구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회원국이 되어야 하는데, 최대 지분을 가진 미국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더라도 최소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규모 자금을 당장 지원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중국은 5월 북·중 정상회담 직후 북한 노동당 핵심 간부로 구성된 경제투자사절단을 초청해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여기에서 중국이 주의해야 할 점은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에 위배되지 않게 협력의 속도와 범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보편적 국제규범보다 북·중 혈맹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한다면, 중국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AIIB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AIIB 정관에 따르면, 총회에서 최대다수결(3분의 2 이상 회원국 총회 참가에 4분의 3 이상 투표권 찬성)을 확보하면 비회원국에 투자를 할 수 있다. 중국·러시아·인도·한국 등 주요 회원국이 지지한다면, 북한에 대한 지원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북한이 당장 필요로 하는 철도·도로·항만 개발이 AIIB의 주력 사업이라는 점도 유리한 점이다. AIIB를 통한 대북 경제지원은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 구상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될 수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환서해경제벨트와 환동해경제벨트가 중국·몽골·러시아 경제회랑과 연계된다면, 한국·북한·중국·러시아·몽골을 포괄하는 새로운 동북아경제권이 형성될 것이다.

 

중국이 국제규범을 존중하면서 북한 경제개혁과 동북아경제권 형성에 건설적인 역할을 확대한다면, ‘차이나 패싱’ 논란은 저절로 수그러들 것이다. 따라서 지금 중국은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주장하기보다는 종전선언 이후 평화체제 구축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왕휘 |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Posted by KHross

양대 슈퍼파워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무역·안보 분야 갈등이 인권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세계를 불안케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29주년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가 모든 시민의 보편적 권리와 근본적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무장관이 타국 인권 문제와 관련해 성명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은 “미국은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대만을 둘러싼 갈등도 심상치 않다. 로이터통신은 4일 미국이 연내 항공모함의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한때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대만해협은 폭이 좁은 곳은 130㎞가량에 불과해 항모전단의 통과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대만을 겨냥한 군사훈련 강화에 맞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중국은 지난 3월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했고, 4월부터는 전략폭격기 훙-6K 등이 여러 차례 대만 주변 공역에서 무력시위를 전개해왔다.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임계치에 육박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허레이 중국 군사과학원 부원장은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거친 비난전을 펼쳤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주요 섬과 암초를 군사기지화하자,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3차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무역갈등도 혼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국 갈등은 중국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창설 71년 만에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간판을 바꾼 것도 서태평양, 남중국해, 인도양을 잇는 해양라인을 구축해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미·중 갈등이 특히 한반도의 정세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걱정이다. 북핵 문제가 한창일 때는 양국 간 이해가 일치했지만 북한이 비핵화와 평화구축에 시동을 걸자 양국이 전환기 한반도의 주도권 경쟁에 나서는 형국이다. 남·북·미 종전선언 추진에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한 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미·중 갈등의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면밀한 상황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Posted by KHross

북·미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확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90분간 만났다. 18년 만에 이뤄진 북한 고위 당국자의 백악관 방문과 미국 대통령 면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 마당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12일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과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 번의 회담으로 끝난다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며 추가 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측에 “천천히 하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과정(process)이라는 말을 아홉 번이나 사용했다. 앞서 김 부위원장과 고위급회담을 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키워드도 과정과 진전(progress)이었다. 즉각적인 핵폐기, 일괄타결 등을 강조하던 트럼프 정부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정상회담 한 번으로 북핵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내에서는 말이 많다. 민주당 성향의 주류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정상회담 성공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정 언급 다음날 ‘트럼프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한반도 계획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비판했다. CNN은 ‘(이번) 정상회담은 (실패의) 데자뷔 우려를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이미 실패한 단계적 해법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싱크탱크의 강경파 전문가들이 회의론 전파의 전면에 섰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뉴욕타임스에서 “정상회담이 과정이라는 언급 자체가 즉각적인 비핵화 확약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북한에 대한 양보”라고 평가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4일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이 정상회담 극장에서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얼마 전 국무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한 미국 기자가 “어떻게 북한 같은 독재국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따져보면 정상회담 목표 현실화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본질적으로는 이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논조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로 간단하게 정리된다.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현실을 보는 한 모든 것은 위장이고 쇼일 뿐이다. 트럼프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지만 현실적인 대안 제시는 없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북·미 관계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생존의 문제가 걸린 한반도 당사국 시민들의 절실함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한반도 전문가다.

 

북핵 협상은 과정일 수밖에 없다. 70년간 이어진 적대관계의 산물인 북핵 문제를 ‘원샷’에 해결한다는 구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선 핵폐기, 후 보상’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 항복 요구이지 협상안이 아니다. 리비아식 핵폐기 주장은 회담의 판을 깨려는 강경파들의 의도적 도발이란 음모론이 제기될 정도다. 영어 속담에 ‘완벽함만 추구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Perfect is the enemy of good)’는 말이 있다. 이는 완벽함에 이르는 게 너무 어렵다며 어떤 일을 아예 시작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된다.

 

‘전략적 인내’라는 멋진 말로 포장한 채 북한 체제가 무너지기만을 기다리던 정책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그 사이 북한은 핵탄두를 미국 본토로 날려보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했고, 미국의 군사적 옵션은 더 이상 공허한 협박이 아닌 상황이 됐다. 북핵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완벽한 해법은 없다. 일방적 항복을 요구할 게 아니라 윈윈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상대가 있는 협상의 기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맞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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